스님의하루

2016.1.29 (스리랑카 5일째) 아리야라트네 박사(Dr.Ariyaratne) 만남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사르보다야 운동을 이끌며 스리랑카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온 아리야라트네 박사(Dr.Ariyaratne)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린 후 인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해 아리야라트네 박사(Dr.Ariyaratne)님이 머물고 있는 콜롬보 근교의 ‘모라투라’로 향했습니다. 새벽에 차가 막히지 않아 1시간 일찍 박사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박사님은 올해 85세이신데, 스님은 1993년 보스톤에서 열린 ‘기독교-불교의 대화’ 모임에서 처음 만난 후 지금까지 깊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박사님의 연세가 많으셔서 오늘이 아니면 다시 얼굴을 못 볼수도 있다며 스님은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 사르보다야 센터

 

스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박사님은 매우 반가워하며 포옹을 하고 스님의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스님은 박사님의 건강을 여쭌 후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 아리야라트네 박사(Dr.Ariyaratne)님

 

 “스리랑카까지 왔는데 박사님 얼굴을 안 보고 갈 수가 없어서 찾아왔습니다. 3년 전에 뉴욕 맨하탄에 있는 유니온 신학대학에서 뵈었었죠. 지금 스리랑카 상황은 어때요?” 

 

“지금 스리랑카는 변화기에 있습니다. 새 대통령은 자기 권력을 내려놓고 다시 민주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일절 돈을 받지 않고 대통령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힘을 갖게 되면 사람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동안 좋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무척 행복합니다.”

 

“박사님은 정치적 대통령이 아니라 정신적 대통령이 되셨잖아요. 그게 훨씬 더 나은 거예요. 이번에 와서 둘러보니까 도로도 깨끗해지고 경제도 좋아지고 사회 전체적인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 같네요. 

 

지난번에 전해주신 부처님 사리는 아직 탑을 세워서 모시지 못하고 있어요. 절이 새로 지어지면 모시려고 해요.“

 

“부처님의 사리를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려요.” (웃음)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담마를 보는 자가 나를 본다’고 하셨잖아요. 저에게는 담마가 항상 함께 있기 때문에 사리도 저와 함께 있을 것이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웃음) 

 

“언젠가 우리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매일 아침 1시간씩 명상을 하면서 스님도 생각하고 모든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그동안 썼던 책을 다시 편집하고 있어요. 젊은 세대들이 우리가 했던 것들을 알아야 하니까요. 지금 인도에는 암베드카르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지만 그들은 아직 불법을 잘 모르고 있어요. 이제 인도에는 간디가 없고 암베드카르만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부처님 말씀 밖에 없습니다. 더 많은 스님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몇몇 스님들은 부처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붓다 담마를 가르쳐야 하는데 대부분의 스님들이 복을 빌어주는 일만 하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타밀 문제는 끝이 났어요? 아직도 남았어요?”

 

“훨씬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는 타밀 사람들이 대통령을 서포터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과 스님들은 아직도 타밀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BBS 그룹이 그러한데, 지금 그들 중 일부는 감옥에 있습니다. 

 

지금 ‘사르보다야’는 저를 대신해 아들 한 명과 딸 둘이서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 뒤에 고아원을 지어서 일곱, 여덟 살 된 아이들 60명도 돌보고 있어요. 더 큰 아이들은 여기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26명을 키우고 있어요. 그 아이들은 제 아내가 돌보고 있어요. 제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 보시다 싶이 걷는 것도 이제는 힘들어요. 하지만 저는 죽기 직전까지 이 일을 할 겁니다.”

 


 

“박사님이 이미 하신 일만 해도 엄청난 일을 많이 하셨어요. 이제 남은 일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스님의 이야기에 박사님은 너무나 기뻐하면서 아침 식사도 대접해 주었습니다. 

 


 

박사님의 거동이 불편해서 이렇게 인사만 드린 후 스님은 ‘사르보다야’ 안에 세워진 건물들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가족 모임을 하는 오픈 강당, 법회가 열리는 곳, 외국인들을 위한 유스호스텔, 사무실 등을 차례대로 보았습니다. 

 


 

건물 뒤쪽에는 아이들에게 영양식을 공급해주는 고아원이 있다고 해서 방문해 보았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박사님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 아리 박사님이 운영하는 고아원

 

또 사무실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야라트네 박사님의 큰 아드님이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큰 아드님은 스님을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무척 반가워 했습니다. 

 


 

스님은 여러 격려 말씀을 들려준 후 방명록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었습니다.  

 


 

“아리야라트네 박사님의 뜻과 삶이 담겨있는 이곳 사르보다야를 방문하게 되어 기쁩니다. 아리 박사님이 하셨던 마을개발 사업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데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2016. 1. 29 법륜.”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복도에는 아리 박사님이 그동안 활동해온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정말 열정적으로 마을개발 운동을 하셨음을 사진 속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그 당시에는 아리 박사님이 국민적으로 추앙을 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 아리 박사님의 젊은 시절 활동 모습

 

아리 박사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찾아갔더니 이번엔 박사님이 서재로 스님을 안내했습니다. 서재에는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박사님은 향에 불을 붙인 후 간절히 기도를 하시더니 스님에게 부처님의 사리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머리에 부처님의 사리를 올린 후 다시 한 번 간절히 기도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사리를 감사히 받아들고 박사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 세상에 널리 전하겠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떠나려는 찰나에 박사님은 이곳에서 5분 떨어진 곳에 평화 명상센터를 지어 놓았다며 다시 그곳으로 스님 일행을 안내했습니다. 아주 조용한 가운데 새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연못도 잘 조성해 놓았으며, 걷기 명상을 할 수 있게 숲길도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 평화 명상센터

 

아리 박사님은 아주 단정하고 곱게 옷을 차려 입고 나와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기에 기념사진을 꼭 남기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 아리야라트네 박사(Dr.Ariyaratne)님과 법륜 스님

 

스님은 평화 명상센터까지 모두 둘러본 후에야 아리 박사님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님은 스님이 떠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깊은 애정을 보였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모라투라를 출발하여 잠시 콜롬보에도 들렀습니다. 콜롬보에는 제작년 INEB 정토회 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왔었던 스리랑카 스님이 있었는데, 얼마전 어떤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잠시 방문하여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스리랑카 스님에게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불자는 화를 내서 폭력을 쓰거나 폭언을 해서는 안 됩니다. 또 나도 모르게 그랬다면 깊이 참회를 해야 합니다. 억울하다는 것은 내가 지은 인연을 모를 때 생기므로 지은 인연을 알아 깊이 참회하면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라는 말씀에 어려움을 당한 스리랑카 스님도 무척 고마워하며 감사해 했습니다. 

 

잠깐의 여유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힘을 실어주고 격려를 해주려는 스님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찡 했습니다. 

 

12시에 공항에 도착해 일찍 출국 수속을 밟은 후 기다리는 시간에는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오후 2시에 콜롬보 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5시 30분이 되어 델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 콜롬보 국제공항을 이륙하는 비행기 

 

델리 공항을 나와서는 차를 대절해 곧바로 ‘이따와’로 향했습니다. 

 


 

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이 무척 심해 델리 시내를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운전 기사가 길을 헤매자 스님이 길안내를 일일이 해주어서 겨우 델리 시내를 빠져나왔습니다. 스님은 “인도에 와서도 지도(Map) 법사 역할을 해야하나?”라고 해서 모두 웃었습니다. 

 


▲ 델리 시내의 퇴근길 교통 체증

 

약 6시간 30분 동안 차를 타고 새벽 1시가 다 되어 ‘이따와’에 있는 석가족 청년회 대표 수바스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수바스지의 집에서는 간단히 수바스지와 인사만 나눈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인도의 이따와까지 정말 먼 거리를 부지런히 달려왔네요. 

 

내일은 상카시아로 이동해 새로 개원하는 석가족의 법당 개원식에 참가해 기념 법문을 해준 후 저녁에는 석가족 청년회 회원들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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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2

0/200

월광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br />게으름을 참회하며 다시 시작합니다.<br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2016-02-03 14:04:54

김승희

스님 감사합니다

2016-02-02 14:30:19

여의주

스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사랑합니다....

2016-02-01 23: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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