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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스님이 스리랑카에 머문지 4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전에는 INEB 이사회에 참여하였고, 오후에는 불교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아누라다푸라에 있는 보리수나무를 참배했습니다.
새벽 6시, 이곳 일정에 따라 명상시간이 되자 스님은 홀에 앉아 1시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어제 INEB 폐회식을 하고 대부분이 고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오늘 아침 명상에는 스님을 비롯해 세 명만 참석을 했습니다.
9시 30분부터는 INEB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먼저 이번 대회에 대한 간략한 평가가 있었고, 이어서 명예회원과 자문위원 등의 명단을 검토하고 새로운 회원 영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 불교 지도자들을 더욱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모두에게 공감을 얻어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 INEB 이사회
그리고 INEB 원로이신 슐락 박사님과 INEB 현 회장을 맡고 있는 하르샤 씨는 이번 회의에 법륜 스님이 특별히 참가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특별히 의견을 내지는 않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지 경청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사회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INEB 2015년 활동 보고와 2016년 사업 계획이었습니다. 우선 다음 INEB 컨퍼런스는 2017년 11월 대만에서 하기로 하였고, 2018년 이사회는 부탄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불교와 무슬림 간의 교류 행사, 불교와 힌두교 간의 교류 행사, 기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 리더십 양성을 위한 교육 등을 다양하게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실천을 위한 영어 학교도 열 예정인데 각국의 불교 지도자들은 영어 학교에 대해서는 무척 높은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INEB 이사회를 모두 마치고 회의 참가자들 모두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벌써부터 다음 행사에 대한 기대로 설레여 하는 듯 ‘원, 투, 쓰리’ 하자 환하겟 웃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는 대만에서 온 전커 션(Jenkir Shin) 비구니 스님이 찾아와 “어제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잘 짚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자 스님은 앞에 앉으라고 한 후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 대만에서 온 전커 션(Jenkir Shin) 비구니 스님
“사회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자라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해나가야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부처님 가르침만 미화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부처님께 복을 비는 것이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죠. 그러나 붓다 담마를 공부한다면 개인수행과 사회활동이라는 두 가지가 함께 갑니다. 보살은 상구보리(上求菩堤)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한다고 하잖아요.”
“上求菩堤 下化衆生?” (대만 비구니 스님이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중국어 발음으로 이야기하자 모두 웃음)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하는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게 아니에요.”
“스님의 법문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나요?
“예, 일주일에 한 번씩 2년에 걸쳐 수업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 배우는 주제는 ‘불교란 무엇인가?’예요. 다른 종교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배웁니다.”
“올바른 관점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요.”
“맞습니다. 일단 붓다 담마에 대해서 알아야 해요. 불교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있고, 진리로서의 불교가 있어요. 우리 정토회에서 배우는 불교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10퍼센트 정도, 진리로서의 불교가 90퍼센트 정도 되기 때문에 타 종교인들도 모두 와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배웁니다. 붓다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배웁니다. 대승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인격에 대해 잘 몰라서 부처님을 그저 신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로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 즉 테라바다(소승불교, 근본불교)에 대해 배웁니다.네 번째로는 ‘불교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배웁니다. 테라바다, 마하야나(대승불교), 바즈라야나(금강승 계열 불교), 선불교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그래서 선불교로서의 정체성도 가지면서 다른 불교의 갈래도 모두 포용할 수 있도록 해요. 그게 첫 1년에 해당하는 불교대학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이에요.
다음 해는 경전반 수업입니다. 경전반에서는 ‘반야심경’, ‘금강경’, 6조 혜능대사가 남긴 ‘육조단경’, ‘법성게’를 차례로 배웁니다. ‘화엄경’이 너무 길고 방대하기 때문에 의상조사라는 스승이 그 내용을 요약해 놓은 것이 ‘법성게’입니다. 그리고 3대 승찬조사가 쓴 ‘신심명’을 배웁니다.
첫 해는 근본불교와 불교의 역사에 대해 주로 공부하고, 다음 해는 대승불교와 선불교에 대해 주로 배웁니다. 대승·소승 불교와 선종·교종에 대해서 서로 반대되는 내용이 아니라 공통되는 부분, 다시 말해 전체에서 통일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배웁니다.”
“강의하는 다른 스님들이 계시는지요? 아니면 스님 혼자 가르치시는지요?”
“수업은 저 혼자 가르칩니다.”
“공부 외에 명상이나 다른 수련도 하나요?”
“예, 졸업하려면 반드시 수행과정을 거쳐야 해요. 또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을 해야 합니다. 학기 중에도 일주일에 몇 시간, 혹은 한 달에 몇 시간씩 자원봉사 활동을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2년 과정을 마치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까?”
“예. 그리고 계를 받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참여하는 일반 신도들이 많습니까?”
“예.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입학식이 있는데 한 번에 3천 명 정도가 등록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혼자서 어떻게 가르치세요?”
“영상강의이기 때문에 다들 자기 동네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웃음)
“그렇군요. 대단합니다. 대화 감사합니다.”
스님은 ‘정토불교대학’의 학사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한 것이었는데, 이를 듣고 대만 비구니 스님은 매우 놀라워습니다. 한번에 그렇게 많은 대중이 불법을 공부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나 봅니다.
이어서 슐락 박사님이 찾아와 스님에게 “일찍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의 가르침과 활동에 대해 항상 존경합니다.”라며 합장을 하자,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슐락 박사님의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두 분은 20년 전 INEB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교류와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데, 변치 않는 두 분의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내일 아침에 이곳 세바란카 파운데이션에서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스님은 “행사가 모두 끝났으니 오늘 공항 근처로 이동했다가 내일 아침은 닥터 아리예야트네 박사님을 뵙고 가야겠다”고 하시며 곧바로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닥터 아르야트네 박사님은 스리랑카에서 ‘사르보다야’ 운동이라는 마을개발 운동을 통해 INEB 초창기에 많은 감동을 보여주면서 INEB를 태동시킨 원로 중 한 분입니다.
짐을 모두 챙기고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지난 4일 동안 스님 일행의 숙소와 식사를 꼼꼼히 잘 챙겨준 세바란카 파운데이션의 스탭 ‘지나’ 씨가 눈물을 보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짧인 기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스님 일행도 아쉬움을 달래며 버스 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아누다라푸라에 있는 스리 마하보디 사원(Sri MahaBodhi Temple)에 잠시 들렀습니다. 원래 방문이 예정된 곳이 아니었지만 스님은 “아쇼카대왕 때 그 아들이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보드가야에 있는 보리수나무를 가져와 심었는데, 그 나무가 바로 이 나무”라고 소개하며 “잠시 참배하고 가자”고 했습니다.
▲ 스리 마하보디 트리(Sri MahaBodhi Tree)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리수 나무 주변으로 축대가 둘러쳐져 있어 나무를 직접 만져보지는 못하게 되어 있고, 멀리서 바라보며 둘레를 돌 수 있도록만 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합장을 하고 보리수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법당으로 들어가 헌화를 한 후 잠시 예불을 올렸습니다.
이 사원의 보리수 나무는 기원전 3세기 경, 인도 비하르주에 있는 보드가야에서 묘목을 가져온 것이라서 불교도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곳입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 하는 바로 그 보리수 나무의 직계 혈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원의 보리수 나무를 '보디 트리(Bodhi Tree)'라고 부르는데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이 나무에게 기도를 하며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드가야의 보리수나무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설이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원전 3세기 경 아쇼카왕의 아들이 출가하여 스님이 되어 이곳으로 묘목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드가야에 있던 그 보리수 나무는 1876년 폭풍우로 쓰러져 죽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여기서 다시 묘목을 가져가서 보드가야에 보리수 나무를 새로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쓰러져 죽은 나무에서 씨앗을 채취해 다시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사원 입구에 아쇼카왕의 아들이 보리수나무의 묘목을 들고오는 모습이 조각된 모습
어떤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스리 마하보디 사원‘의 보리수 나무가 석가모니의 보리수 나무의 혈통을 이었다는 것이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보리수 나무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보드가야에서 가져와서 심었다고 하는 원줄기가 되는 나무가지는 황금색 받침대로 떠받치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밤 9시가 다 되어 공항 근처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해가 저물었습니다. 붉은 태양이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찰나에 도로 양쪽에 호수가 나타나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해가 지기 전에 바다도 잠깐 볼 수 있어서 스님 일행 모두 웃음을 띠며 피곤함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는 늦게까지 이번 INEB 행사에 대해 평가회의를 했습니다.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특히 스님은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주민들의 질병 문제가 지금 스리랑카에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나중에 JTS에서 다시 답사를 와서 어떻게 도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하고, 한국에서도 더욱 조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매년 6월마다 동남아 스님들을 초청해 정토회를 견학하고 방문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올해는 비구니 스님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더 잘 챙길 것을 당부하면서 이번 INEB 행사에서 경험한 것을 교훈으로 삼을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 기간 동안 통역 자원봉사를 해준 이진아씨가 공항으로 먼저 출발을 해야 해서 다함께 배웅을 해주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스님은 “수고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기념사진도 함께 찍어주었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해 스리랑카에서 사르보다야 운동을 이끌었던 닥터 아리야트네 박사님을 찾아뵌 후 콜롬보에 들러 재작년에 INEB 정토회 방문단에 참여한 인연이 있었던 스님을 만나고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인도로 다시 들어갈 예정입니다. 인도에서는 상카시아에서 석가족들을 위한 수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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