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1.5 방콕 출발, 인도 도착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방콕정토회 회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진 후 방콕공항을 출발해 인도 바라나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방콕 한국문화원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후 방콕정토법당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방콕정토회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준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아침식사 후에는 어제 강연 실무를 담당하느라 스님께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방콕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편안하게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방콕정토회 회원들은 아침 정진을 하러 나온 김에 스님께 인사도 올리고, 그동안 갖고 있던 의문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방콕 정토법당

 

유달리 개인 고민보다는 사회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에 살다보니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함이 컸나 봅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벌 기업의 횡포가 심한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각 나라별로 교민들이 갖는 특성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미국 공화당에서 트럼프 후보 같은 사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고,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사회가 정체될 때 일어나는 현상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평소 궁금하던 점에 대해 많은 질문과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이 회사 업무로 조만간 독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는데 독일에 있으면서도 한반도의 통일에 관련된 연구활동 등 작은 기여를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의 통일과 한국의 통일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묻자, 스님은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독일은 서독이 통일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이전에도 통일할 수 있는 토대를 계속 구축해 왔어요. 독일은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고도 통일을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왔다면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만 하고 통일할 수 있는 실질적 토대는 전혀 구축하지 않고 오히려 반통일적이라 볼 수도 있는 정책을 계속 취해왔습니다. 이것이 우리와 독일의 차이입니다. 

 


 

또 독일은 분단이 될 때부터 서독이 약간 우위였고 동독은 땅 크기나 인구 구성에서나 열세였어요. 거기에 비해 우리의 통일이 조금 더 어려운 이유는 분단 초기에 북한이 남한보다 우세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도 우위였고, 도덕적으로도 자기들이 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남쪽은 친일 부역했던 사람들이 새정부 구성에 많이 참여하고, 물리적으로도 열세이다 보니 좀 방어적이었어요. 그러다가 남한이 힘이 더 세지고 북한이 약해졌기 때문에 남한이 갖는 포용성이 좀 떨어집니다. 초기의 방어적인 습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한편으로는 북한이 내일 당장 쳐내려온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내일 당장 망한다고 하면서 앞뒤 안 맞는 말을 계속하고 있잖아요. (모두 웃음) 

 


 

내일 쳐내려올 정도면 망할 이유가 없죠. 만약 북한이 옛날부터 못살거나 약했다면 자존심이 덜할 텐데 옛날에 잘 나갔던 경험이 있으니까 지금 굶어죽으면서도 조금도 물러서거나 양보하지 않고 큰소리를 치려 하죠. 여기에 미국과 주변 강대국의 이해까지 걸려 있으니 남북협상이 더 어려워요. 거기다 남한은 이제 힘이 더 세어졌으니까 그런 북한을 한치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제 생각에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방어력은 굳건히 하되 좀 포용해줄 수 있어야 해요. 셋째,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유지하되 자주적 동맹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지금의 국제정세에서 한미동맹을 흩뜨리면 안 돼요. 그러나 지금은 그저 미국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종속적 동맹이기 때문에 남북문제를 풀기가 어려워요.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자주적 한미동맹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반미를 외치는 것은 지금 시대에 안 맞습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게 굉장한 이익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굉장한 위험이기도 합니다. 그걸 방어하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종속적 한미동맹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대중 방어전선의 최전선에 세울려고 하기 때문에 그러면 우리는 곧장 중국의 목표물이 됩니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나라를 두고 청나라와 일본이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됩니다. 

 

이런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거냐 하는 외교적 문제, 남북 간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거냐 하는 남북의 문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향을 두고 남한 안에서 의견을 어떻게 통합할 거냐 하는 남남 통합의 문제, 이 세 가지 문제가 지금 겹쳐 있어요. 아무리 남북관계를 풀려고 해도 푸는 방법에 대한 남한 안에서의 견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하잖아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한 안에서의 국민통합이고, 그 다음이 남북 간의 합의이고, 그 다음이 국제사회에서 미중 모두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중국의 이익에 치우쳐도 안 되고 미국의 이익에 치우쳐도 안 돼요.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따져서 정확히 중간에 서면 되느냐? 아닙니다. 그러면 미국이 기분 나빠합니다. 우리가 원래 미국 편에 서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간 심리가 참 묘합니다. 원래 우리 둘이 친했는데 새로운 친구가 와서 내가 중간에 끼면 새 친구는 괜찮지만 원래 친했던 친구는 기분 나빠해요. (모두 웃음) 

 


 

그래서 중간에 끼었더라도 옛 친구에게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챙겨주면서 새 친구를 사귀어야 갈등이 덜해요. 새로 얻는 쪽은 현재의 30퍼센트에서 5퍼센트만 더 얻어도 만족하지만, 70퍼센트를 가지고 있던 쪽은 5퍼센트만 잃어도 싫어합니다. 새로운 친구보다 2배 가까이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옛날의 이익에 비하면 손해이기 때문이에요. 

 

인간 심리가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간에서 잘 조절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걸 잘 못합니다. 대통령도 지금 외교 면에서는 나름대로 굉장히 고심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북한을 다루려면 중국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지난번에 중국의 의견을 한번 수용했더니 미국은 굉장히 기분 나빠하는 거예요. 우리가 보기에는 대통령이 친미주의 같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한국 대통령이 중국과 몰래 무슨 협상이라도 하고 있지 않나 하고 굉장히 의심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그런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는 데 있어서는 우리가 대통령을 지지해줘야 해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주적 입장에서 대통령을 지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문제에 있어서의 독재나 독선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을 해야 합니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이라 하더라도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것은 또 비판해야 합니다. 이렇게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얼핏 보면 언제는 이 사람 욕하고 언제는 또 저 사람 욕하는 걸로 보이잖아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로서의 북한은 존중해 줘야 합니다. 그러나 주민을 보살피지 않는 북한정부는 비판해야 해요. 또 북한주민은 사랑해야 합니다. 북한을 사랑하고, 북한을 비판하고, 북한을 존중한다니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북한’이라는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다 달라요. ‘북한’이라는 용어가 국가로 쓰일 때는 하나의 국가로 존중해줘야 하고, 그것이 북한 정부를 지칭할 때는 독재정권이니까 비판해야 하고, ‘북한을 돕자’ 할 때의 ‘북한’은 북한 주민을 뜻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와야 합니다. 이런 세 가지 경우를 같이 어울려서 쓰니까 일반인들은 헷갈려서 혼란스러워하는 거예요.

 


 

오늘은 개인 이야기를 하려다가 사회 이야기를 많이 했네요. 여러분들이 다 사회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모두 웃음)

 

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스님의 폭넓은 시각에 모두들 흠뻑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습니다. 방콕정토회 회원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지만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 아쉽지만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는 스님에게 방콕정토회 회원들은 무사히 인도성지순례를 마칠 것을 당부하면서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들이 너무나 예뻐 보였습니다. 새해부터 스님의 행복 에너지를 듬뿍 받은 방콕정토회 회원들의 왕성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비교적 저렴하게 수련원을 지을 수 있는 땅과 건물이 나왔다고 해서 잠깐 들러서 답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지도를 계속 검색하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검토하느라 차 안에서도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방콕 수와나품 공항에 도착해서는 출국 수속을 마친 후 12시 10분에 바라나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면서, 줄을 서면서, 버스에 타면서,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스님은 이동 중에도 계속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 이동 중에 늘 원고 교정을 보시는 스님

 

인도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에 바라나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찾아 공항을 나오자 이번 인도성지순례 스텝인 김윤미님과 인도인 스텝 아미타부가 반갑게 스님 일행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 바라나시(Varanasi) 공항 도착

 

털털 거리는 버스를 타고 공항을 나와 바라나시 도심에 접어들자 캐캐한 매연 냄새와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 도로 위에 드러앉아 있는 소, 릭셔꾼 등 너무나 정겨운 인도의 풍경들이 펼쳐졌습니다. 삑삑 거리는 오토릭샤의 경적 소리를 듣고 나니 그제서야 ‘아, 인도에 온 게 맞긴 맞구나’ 하고 실감이 났습니다. 

 


 

스님은 성지순례객이 바라나시에서 머물게 될 수라비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먼 길을 온 여독을 풀며 휴식을 취하는 사이 석가족 출신의 끼아나로 스님이 찾아와 스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 석가족 출신 끼아나로 스님

 

끼아나로 스님은 석가족 청년회에서 활동하면서 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수바스지의 사촌 동생이면서 석가족 출신 스님입니다. 스리랑카에서 불교를 공부한 후 지금은 바나라시의 물간다 쿠띠에 머물며 힌두대학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JTS가 이번 성지순례 준비를 하는 과정에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해서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 끼아나로 스님과 수바스지

 

 

이후에는 숙소에서 인도성지순례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체크를 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은 인도성지순례 A팀이 한국을 출발해 방콕을 경유하여 바라나시로 들어오는 일정을 가집니다. 스님은 성지순례 준비 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필요하면 인근 지역을 답사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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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56

0/200

일심행

스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최고입니다 ~~~()()()

2016-01-17 20:45:00

정근환

잘 들었읍니다.국제정세에대하여 많은지혜구했읍니다.감사합니다..

2016-01-13 19:06:13

반짝반짝

법륜스님! 지혜로운 답변 감사합니다. 인도의 첫 풍경이 눈에 보이듯 그려집니다

2016-01-09 2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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