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1.4 방콕(Bangkok)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인도성지순례를 안내하기 위해 델리로 가는 길에 방콕을 하루 경유하여 방콕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예불과 기도를 마친 공동체 대중들이 인천공항으로 막 출발하려는 스님에게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라고 하며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도 합장을 하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 한 달 동안의 해외 일정을 떠나는 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공동체 대중들

 

새벽 6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나온 스님은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9시 30분에 방콕으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해외로 떠나는 인파들이 많아 출국심사대에서 꽤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스님은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게이트로 이동하면서, 계속 원고 교정 업무를 보며 시간을 아껴 사용했습니다. 

 


▲ 인천공항

 

약 5시간 30분을 비행하여 태국 시간으로 오후 2시에 방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방콕 공항에는 황소연 방콕정토회 총무님과 동생분이 마중을 나와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지난 세계 100회 강연 이후 오랜만에 스님을 뵙게 되었다며 무척 기뻐하면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 방콕정토회 황소연 총무님(왼쪽)과 동생분(오른쪽)

 

강연 시간까지는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수련장을 지을 만한 땅과 건물이 값싸게 나온 것이 있다고 해서 몇 군데를 둘러보았습니다. 방콕은 동남아시아에서 교통의 중심지여서 수련장이 지어질 경우 동남아 전체의 본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스님은 땅과 건물을 보고 있습니다.  

 


 

방콕 정토법당에 들러 점심 겸 저녁으로 식사를 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강연이 열리는 한국 문화원으로 향했습니다. 

 

한국 문화원 2층 대강당에 스님의 강연을 듣고자 많은 분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기실에는 몇몇 지역 인사분들이 스님께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 방콕 한국문화원

 

민주평화통일위원회 태국지부 회장님과 옥타세계무역협회 태국지부 회장님, 태국한인회 회장님 등 몇몇 분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최근 태국 경제 현황, 방콕의 도시개발 상황, 동남아 지역경제의 전망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한인회 회장님은 지난 세계 100회 강연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런 살인적인 스케쥴을 다 소화할 수 있었느냐고 하면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태국 한인 사회의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

 

이어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립법회를 열고 있는 김경필, 고명주씨 부부가 찾아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두 분은 재작년 세계 100회 강연 중 하노이에서 열린강연에 참석했다가 스님에게 직접 질문을 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 인연을 계기로 지금까지 수행을 이어오고 있는데, 고명주씨는 “하노이 강연에서 질문했을 때 스님께 크게 야단을 맞아서 너무 부끄러웠다”며 웃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야단 맞은 것은 큰 복을 받은 것이니까 그것을 갚으려면 법회를 만들어야지” 하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 하노이에서 열린 법회를 시작한 김경필, 고명주씨 부부

 

그리고 스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법회를 열고 있는 두 분을 위해 기념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또 올해 6월에 세계한민족포럼이 2박 3일 동안 하노이에서 열리는데, 이 때 잠시 시간을 내어서 즉문즉설 강연을 해줄 테니까 잘 준비해 보라며 힘을 실어 주기도 했습니다. 

 

한편 방콕정토회에서는 강연장을 찾은 교민들을 위해 직접 준비한 색깔 고운 떡과 귤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환경 실천을 하기 위해 떡을 담는 그릇으로 나뭇잎을 일일이 감싼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떡을 나눠주는 봉사자는 “방콕정토회는 환경을 생각하며 합니다”라며 자부심을 내비쳤습니다. 

 


▲ 환경 실천을 위해 나뭇잎으로 포장한 떡

 

저녁 7시가 되자 스님 소개 영상과 함께 드디어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를 가득 메운 150여 명의 교민들은 스님이 무대 위로 오르자 큰 박수로 열렬히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먼저 새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새해 연휴 잘 보내셨어요? 새해 시작되자마자 방콕에 오게 됐네요. 지금까지는 주로 인도 성지순례를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방콕에 들러 법회를 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돌아오는 날이 설이에요. 설에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인도로 가는 날을 하루 당겨서 이렇게 연초에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즉문즉설 강연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방콕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종업원에게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며 어떻게 성질을 고칠 수 있는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고기를 엄청 좋아하지만 다른 생명을 헤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자살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었는데, 자살은 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죽이는 것인데 왜 사람들은 자살을 나쁘게 보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폭언이 너무 심해 도망을 치다시피 집을 나오게 되었다며 어떻게 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물었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비록 해외에 살고 있지만 남북통일을 위해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조직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한 개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물었고, 여섯 번째 질문자는 스님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종업원에게 화를 자주 내게 되어 고민이라는 첫 번째 질문자의 질문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질문자 뿐만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이 어떤 어리석음에 자주 빠지게 되는지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가족들과 방콕에 온 지 13년째이고 6년 전부터는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스님 동영상을 보고 많이 뉘우치긴 했지만, 결벽증이 심해서 짜증을 많이 내느라 인생이 항상 피곤합니다. 병원도 가봤지만 나아지지 않아서 종업원들에게 항상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릅니다. 장사를 하다 보니 목소리도 커지고 화내는 때도 많아져서 주변 사람들은 ‘또 시작하는구나’ 할 정도예요. 그러면 협조해주지 않고 무시하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납니다.”

 

“한마디로 질문자의 성질이 더럽다는 거군요. (청중 웃음)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많이 낸다, 신경질을 많이 낸다는 얘기죠? 질문자는 어떨 때 주로 신경질을 내는 것 같아요?”

 

“행주질 하는 것이나 청소하는 것만 봐도 그래요. 몇 번씩 방법을 가르쳐줘도 제가 직접 보지 않으면 대충 해버리니까 화를 많이 내게 됩니다.”

 


 

“종업원들이 질문자처럼 행주질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음식도 잘 만들고 뭐든지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왜 질문자에게 와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겠어요? 자기가 사장해서 가게를 차리죠. 한번 가르쳐주면 알아서 깔끔하게 할 정도의 솜씨가 있으면 금방 배워서 자기도 사업체를 차릴 텐데, 그게 안 되니까 질문자 밑에서 몇 년씩 그렇게 일을 하는 거잖아요.

 

질문자가 종업원에게 마음에 들도록 일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는 곧 사업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와 똑같아요. 그 사람이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질문자는 사장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늘 부하 직원들에게 내가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잘 하고 나보다 더 일을 잘 처리해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왜 거기서 일하겠어요?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잠시 하다가 나가서 다 자기 사업을 하죠. 능력이 되면 다 조금 하다가 독립해요. 여기 계신 분들도 능력이 되니까 다들 독립해서 일하잖아요. (청중 웃음) 

 


 

그러니 일 못하는 걸 두고 성질내고 화내면 앞뒤가 안 맞아요. 여러분들이 질문을 할 때 제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 머리가 그렇게밖에 안 돌아가느냐’ 하면서 질문자를 늘 구박하고, 수준이 안 맞아서 법문 못 하겠다고 불평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지혜가 없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 그런 지혜가 있으면 질문을 왜 하겠어요? 저는 거의 비슷한 질문을 받고 거의 비슷한 대답을 하기를 수십 년 째 해왔고 죽을 때까지 계속할 거예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제가 법문을 안 해야죠. 생각이 그렇게 안 돌아가니까 괴로워지고, 괴로우니까 질문을 하는 것인데 내 기대에 안 미친다고 성질내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예.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나면 저도 좀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됩니다.”

 

“순간적이든 아니든, 질문자는 상대에게 내 식대로 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내 식대로 안 되니까 성질을 부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애초에 질문자 만큼 될 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질문자의 마음에 쏙 드는 직원이 있다면 곧 질문자의 강력한 경쟁 대상이 될 겁니다. 나가서 질문자와 같은 사업을 시작할 거예요.

 


 

한국 사람들 한번 보세요. 30년 쯤 전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갔던 사람들은 모두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아니라 대학 나오고 똑똑한 사람들이었어요. 한국에서 월급받는 것보다 미국에서 노동하는 게 더 돈벌이가 된다고 해서 미국으로 건너갔잖아요.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다 보니, 처음에는 접시도 닦고 심부름하는 잡무를 맡았지만, 지금 보면 30년째 계속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보통은 2~3년 쯤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나와서 자기 사업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우리 한국 사람끼리 많이 싸웁니다. 스패니시나 흑인들을 데려다 놓으면 문화도 다르고 일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니까 한국 사람을 데려와 씁니다. 그러면 일은 마음에 들지만 종업원으로 오래 일하는 사람이 없어요. 2~3년 있다가 고용주와 갈등이 생기면 나와서 독립합니다. 세탁소에 있던 사람은 나와서 근처에 세탁소를 차리고, 채소가게에 있었던 사람은 나와서 근처에 채소가게 차리고, 네일가게에 있었던 사람은 나와서 근처에 네일가게를 차리니까 서로 원수가 돼요. 

 

그런데 이치로 생각해보면 시비할 게 없어요. 첫째, 똑똑한 사람이 무엇 때문에 남의 밑에 계속 있겠어요? 둘째, 채소가게에서 일하다가 나왔으니까 자기가 그 경험으로 할 수 있는 게 채소가게밖에 없어요. 게다가 한국도 아니고 외국 생활이니 전혀 모르는 일을 벌이기가 더 힘들죠. 셋째, 겨우 첫 가게를 내는데 근처에 차려야 종업원 하면서 알던 손님 중 얼마라도 좀 가져갈 수 있잖아요. 먼 곳으로 가면 손님을 100퍼센트 새로 구해야 하니 힘들어요. (모두 웃음) 

 


 

내 이익만 생각하면 괘씸한 일일지 몰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것 밖에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되는 게 싫다면 종업원으로 스패니시를 데려오면 됩니다. 그러면 10년이든 30년이든 가게를 독립해서 차릴 생각 없이 종업원으로 일합니다. 대신 속이 터지죠. (청중 웃음) 

 

그러니까 선택을 해야 해요. 질문자의 마음에 들게 하려면 한국에서 괜찮은 젊은이를 뽑아서 일을 시키면 돼요. 대신 월급을 많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월급은 한 300달러 쯤 주면서 청소든 뭐든 다 내 마음에 들도록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건 질문자의 욕심이에요. 월급은 조금 주고 일은 자기 마음에 들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거잖아요.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해요. 뭐든지 자기 식대로, 자기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예요. 돈은 조금 주고 싶고, 일은 잘 하라고 하니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두고 안 된다고 성질부리니까 결국 자기 건강만 해치는 거예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습니다. 성질내는 것뿐 아니라 야단치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한두 번, 많아도 세 번까지만 효과가 납니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생겨요. 병충해나 바이러스도 오래되면 면역력이 생깁니다. 사람은 이걸 적응력이라고 해요. 야단을 맞으면 처음에는 두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면역력이 생겨서, 나중에는 사장이 야단을 쳐도 ‘또 미쳐서 날뛰는구나’ 하고 별로 겁도 안 내요. 오히려 비웃죠.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때릴 때만 겁을 내지, 엄마가 늘 매로 때리면 아이가 거기에 적응해서 무의식 세계가 ‘까짓 거 맞으면 되지’ 이렇게 됩니다. 때린다고 겁내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일을 저지를 때 이미 맞을 각오를 하고 저질러요. 야단치고 성질부리는 것은 단기적으로나 효과가 있지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질문자도 너무 자주 신경질을 냈기 때문에 결국 자기 성질만 더러워지고 종업원들은 아무도 질문자를 겁내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그 근본은 종업원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 문제입니다. 

 


 

성질이 더럽다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질문자가 욕심이 지나치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월급은 조금 줘놓고 일은 나만큼 하라고 하니까요. 질문자라면 지금 월급 300달러 받고 그 일 안 할 거잖아요. 어디 가서 그렇게 깔끔하게 일해주려면 3000달러는 받으려 하지 않겠어요? 질문자가 종업원에게 그만큼 주면서 요구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을 주면서 일은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입니다. 거기에다 성질까지 내니까 질문자만 손해지요. 

 

야단치려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치를 이야기한 거예요. (스님 웃음) 이 문제는 질문자뿐 아니라 여러분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그래서 여기 와서 사업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월급을 300달러 주었는데 일도 300달러 어치 하면 잘 했다고 생각해서 항상 격려해주고 고맙게 여겨야 해요. 나라면 300달러 받고 그 정도로 일해주지 않을 거잖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종업원들이 일은 한 1000달러 어치 해주고 받아가기는 300달러만 받아가길 바래요. 그래야 700불이 남으니까요. 종업원을 두는 이유는 다 그렇게 해서 얻은 차익으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가게를 하든 무슨 사업을 하든 내가 돈을 버는 게 다 그 사람들 덕분인데 그 사람들한테 매일 신경질을 내면 그건 사업 안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무릎 꿇고 고맙다고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아이고, 고맙다. 오늘 수고했다’ 이렇게 인사를 해줘야 해요. 그리고 계속 데리고 있을 생각이라면 열 번 가르쳐줘서 못한다고 답답해 하지 말고 11번 가르쳐줘야 합니다. 한번 가르쳐서 바로 알아들을 사람이면 금방 배워가지고 자기 일 하지, 거기 붙어 있을 이유가 없어요. 이게 우리의 욕심이고 우리의 무지입니다. 이치에 맞게 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근본 이치는 그렇지만, 신경질이 너무 많은 경우는 몸에 어떤 스트레스성 질환이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호르몬 분비에 불균형이 생겨서 발작처럼 성질을 부리는 증세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건강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건강이 나빠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건강이 나빠져서 성격이 히스테리컬하게 변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먼저 건강 체크를 해서 조금 여유를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신경질이 많은 사람은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 절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기도를 하세요.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도 감사하고, 이렇게 신경질 많은 나와 살아주는 남편도 감사하고, 신경질 많은 엄마와 살아주는 아이들도 고맙고, 나처럼 신경질 내는 사장과 함께 일해주는 종업원들도 고마운 거예요. 손님들도 매일 와서 밥을 먹어줘서 내가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니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해야 신경질이 좀 누그러지고 까르마가 바뀝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절을 하면서 항상 감사기도를 해야 해요.”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질문자의 안색이 많이 좋지 않았는데, 스님은 마지막에 가서 질문자의 건강을 많이 염려했습니다. 스님의 애정어린 조언에 질문자도 감사 인사를 했고,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스님은 간단히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한테 이렇게 개인사를 이야기하지만, 저를 개인사 해결해주는 상담사로 이해한다면 오산이에요. 저는 여러분들이 무엇을 묻든 상관없이 늘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참선에 대해서 묻든, 경전에 대해서 묻든, 부부관계에 대해서 묻든, 장사에 대해서 묻든, 그건 질문의 종류에 불과해요. 깨달음이나 참선에 대해서 물으면 질문 수준이 높고, 부부갈등에 대해 물으면 수준이 낮다고 이해하면 안 돼요. 다들 똑같이 그냥 질문일 뿐입니다. 

 


 

질문이 무엇이든, 질문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겁니다. 무지를 깨달아야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뭘 깨달아야 할까요? 지금 대화를 하면서 ‘상대가 제대로 못한다고 내가 화를 냈다’ 이렇게 현실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제대로 못 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어요. 제대로 못 하니까 내 밑에 와 있지, 제대로 하면 애초에 내 밑에 올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제대로 못 한다고 화를 낼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제대로 못 하면 제대로 하도록 가르쳐주면 됩니다. 한번 가르쳐줬는데 못 한다고 화낼 이유도 없어요. 한번 가르쳐줘서 알 사람이면 애초에 내 밑에 와서 살 사람이 아니에요. 한번 가르쳐줘서 모르면 두 번 가르쳐주고, 두 번 가르쳐줘서 모르면 세 번 가르쳐주고, 열 번 가르쳐서 모르면 열한 번 가르쳐주고, 가르쳐주는 시간이 이 사람이 와서 일하는 시간보다 더 많이 들어서 비효율적이라면 내보내면 돼요. 

 

이건 화내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종업원이 가르쳐주는 대로 안 해서 화가 났다고 하지만 사실 화내는 것과 종업원이 일 못하는 건 아무 관계가 없어요. 자기 성질이 더러워서 화를 내는 겁니다. 내가 그렇게 화내서 종업원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백해무익한 짓을 아무 이유 없이 하는 거예요. 이런 걸 ‘미쳤다’라고 합니다. 그냥 자기 혼자 미쳐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미쳤다’는 건 곧 무지(無知), 즉 어리석다는 이야기입니다. ‘잘 했다, 잘못했다’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렇게 우리가 조금 현명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했으면 결혼한 대로 좋아야 하고, 장사를 하면 장사하는 게 좋아야 하고, 혼자 살면 혼자 사는 게 좋아야 해요. 그래서 괴로울 일이 없어야 합니다. 괴로울 일이 없다는 게 곧 열반입니다. 

 


 

현실에서는 까르마가 있기 때문에 좀 괴롭습니다. 순간적으로 화도 나고, 순간적으로 짜증도 나고, 순간적으로 욕심도 나지만, 그러나 금방 정신을 차린다면 괴로웠다가도 금방 돌아오고, 화냈다가도 금방 돌아올 수 있어요.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어, 내가 또 미쳤구나’ 이렇게 돌아오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 때문에!’라며 상대를 탓하니까 인생이 계속 괴로워지는 겁니다.

 

예컨대 통일문제를 풀려면 북한이 저렇게 한다고 북한을 욕하는 것은 통일에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저렇게 핵무기 만들고 난리 피우는 상대를 어떻게 구슬리고 관리하고 압박해서 통일에 유리하도록 끌고갈 지 고민하는 게 정책입니다. 욕하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질문자도 화를 내지 말고 머리를 굴려 계산을 해보세요. 가르쳐도 잘 못하고 어리버리한 종업원이지만 데리고 있는 게 그래도 나을지, 내보내는 게 나을지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비교해보고 내보내는 건 괜찮지만, 성질이 나서 내보내면 현명하지 못합니다. 남편이 어쩌고, 아내가 어쩌고 하며 불평들을 하지만 그래도 다 득이 되니까 같이 사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아무리 욕을 해도 저는 거기에 잘 휘말려 들어가지 않아요. 배우자가 저녁에 성질내고 욕할 때는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다른 좋은 게 있는 거예요. 욕 들으면 하루 만에 가버릴 수도 있는데 왜 수십 년씩 붙어살겠어요? 뭔가 자기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보다가 이제 손익분기점이 넘어가니까 그만두고 나오는 거예요. (청중 웃음) 

 


 

새해부터는 이렇게 별 것 아닌 일로 욕하고 성질내지 말고 지나간 건 털어버리세요. 그 사람만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도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 사람만 나를 사랑 안하는 게 아니라 나도 그 사람을 사랑 안 한다는 걸 인정하면 홀가분해집니다. 저 산의 다람쥐도 괴롭게 살지 않고, 우리에 갇힌 짐승도 이렇게 발악하면서 살진 않아요. 이왕 태어난 삶인데 사람이 다람쥐보다는 잘 살아야죠. 그러니 다들 얼굴에 미소를 띠고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즉문즉설은 개인 상담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는 데에 목적이 있음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서는 곧바로 로비에서 책 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내용을 담은 책 ‘야단법석’이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에 살고 계신 분들의 고민과 스님의 대답이 담긴 책이여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사인과 더불어 환한 웃음으로도 강연장을 찾은 교민들에게 행복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연을 위해 몇 주 전부터 강연 홍보, 사전 준비, 당일 행사 진행을 도맡아 준 방콕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얼굴에 보람과 행복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이어서 방콕정토회 회원들은 새해를 맞이해 스님에게 세배를 올렸습니다. 

 


 

스님은 “세배를 받았으니 세배돈을 줘야지”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세배돈을 주었습니다. 기뻐하는 대중들을 보며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오늘 받은 돈에 동그라미 네 개를 덧붙여서 다음 생에 갚아야 돼요.” (모두들 웃음)

 


 

이렇게 새해를 맞이해 스님으로부터 행복의 기운을 듬뿍 받은 교민들은 강연장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후 기쁜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스님은 밤 11시가 다 되어 다시 방콕 정토법당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늘밤은 법당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내일 아침 비행기로 인도 바라나시로 들어가 인도 성지순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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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68

0/200

베라

스님 감사합니다..제 어리석음을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깨닫는 삶을 살겠습니다.

2016-01-20 00:07:51

정은

깨달음의법문입니다 감동이예요♡
스님 늘 감사하고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음에 부끄럽지만
법문읽으며 조금씩깨달아가는 불자가되겠습니다..()

2016-01-12 00:14:14

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6-01-08 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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