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30 (오후) 연말 명상수련 5일째, 회향식

 

오전에 소감문 발표와 이에 대한 격려 말씀에 이어서 오후에는 연말 명상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이 열렸습니다. 

 


 

대중들은 지난 5일 동안 가르침을 잘 설해준 스님께 청법가를 부른 후 삼배를 하며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대중들이 명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죽비 삼성이 끝나자 곧이어 스님은 대념처경을 읽어주었습니다. 지난 4박 5일 동안 몸으로 행한 그 내용이 담긴 경전이었습니다.

 


 

대념처경을 다 읽고 난 후 스님은 부처님이 살았던 삶과 비교해보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다고 하면서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5일 동안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대념처경(大念處經), 즉 사념처관(四念處觀)을 행했습니다.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한적한 곳에 와서 먹고 입고 자는 집착을 놓아버리고, 오직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가운데 코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에 온전하게 깨어 있었어요.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아 있어도 졸음이 오지 않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영상이나 미래의 이런저런 상상들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지금 여기 호흡에 깨어 있는 연습을 했습니다.

 


 

물론 잘 되진 않았지만, 잘 안 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그런 방향으로 이미 출발해서 열반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목표지점까지는 아직 까마득하지만 그래도 되돌아보면 출발점에서 한참 멀리까지 왔어요. 출발점에서 한참 왔다는 것은 앞으로 계속 가면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모두 꾸준히 정진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정토수련원에서는 부처님의 ‘고행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전정각산 아래 시타림에서 홀로 외로이 정진하실 때, 비록 고행이 깨달음의 근원은 아니지만 저런 고행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셨어요. 

 


 

저런 고행 생활을 경험하셨기에 깨달음을 얻으신 이후에도 그 분은 먹는 음식에 집착하지 않고 여느 수행자와 다름없이 걸식을 해서 드셨고, 저런 고행을 이미 경험하셨기에 여느 수행자나 다름없이 분소의를 걸치고 생활하셨고, 이미 저런 고행을 겪었기에 여느 수행자나 다름없이 나무 아래나 동굴이나 처마 아래에서 한가히 잠들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가 와도 아무리 지위가 높은 왕이 와도 부처님이 보시기에는 그들이나 그저 매일매일 걸식할 때 만나는 일반인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어요. 그들을 특별히 우대하지도 않고 그들을 특별히 배척하지도 않고, 그냥 평등하게 보셨습니다. 그들이 괴로워하며 물으면 친절하게 깨우쳐 주셨고, 그들이 잘난 척 하더라도 거기에 추호도 굴함이 없었어요. 부처님은 진리의 가르침대로 여법하게 올곧게 살아가셨지만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배척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계급 차별을 하거나 성차별을 하는 등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에게는 날카롭게 그 허구성을 비판하시고, 제자들 중에 그런 흔적이 남은 사람에게는 아주 냉정하게 세속으로 돌아가거나 그 허물을 버리기를 요구하며 분명하게 가르침을 펴셨습니다. 세상을 다 정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부처님 법 안에서, 상가 안에서는 부처님의 법이 실현되었어요. 

 


 

부처님께서 이미 가르침을 주시고 모델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사명은 그 모델을 이 세상에 실현시키는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남녀니 승속이니 하는 차별이 없도록 하는 것, 이 법이 이 세상 속에서 모든 사람에게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전법의 목표입니다.

 

여러분들은 항상 저 부처님의 고행상을 보면서 내가 아무리 못 먹어도 부처님보다 잘 먹고, 내가 아무리 못 입어도 부처님보다 잘 입고, 내가 사는 집이 아무리 허름해도 부처님보다 좋은 곳에 살고 있고, 내가 아무리 불편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걸어다니셨던 부처님보다는 편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아무리 힘든 일을 하고 어떤 불행을 겪더라도 부처님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생전에 자기의 종족이 전멸하는 참사를 겪으셨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올곧게 그 분의 길을 가셨고 대중에게 항상 바른 법을 펼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진정 부처님을 내 삶의 모델로 생각한다면 마음을 기쁘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훌륭하신 분도 비난을 받고 가족의 불행을 겪었는데, 우리처럼 부족한 사람이야 하물며 더한 비난과 더한 재앙이 따르더라도 감내하지 못할 이유가 뭐 있겠어요? 이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하는 일이 비록 작고, 힘들고,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가볍게 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우리 인류에게 이 희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인류는 결국 공멸로 가게 될 것입니다. 공멸로 가지 않으려면 어차피 이 길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 길이 아니고는 인류에게 지금 문명의 대안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지금은 비록 작아 보여도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우리가 참으로 큰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 길이 바르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진 채 꿋꿋이 이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그 동안 지쳤다면 이번 수련을 통해서 원기를 회복하셔서 내년 한 해도 꾸준히 이어서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웃으면서 가볍게 해야 합니다. 내가 넘어져서 다른 사람이 나를 일으켜줄 때 우는 얼굴이 아니라 빙긋이 웃는 얼굴로 놀래켜줄 수 있어야 해요. (대중 웃음) 

 


 

무슨 기적으로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건 인간도 아니다’ 이런 소리를 들을 만큼 우리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야 합니다. 남이 볼 때는 많은 계율의 속박 속에 사는 것 같지만 우리는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야 해요. 그러니 어떤 문제를 자꾸 남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결국은 그런 세상, 그런 사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할 거냐’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나는 울 거냐?’ 

‘상황이 이러니 나는 괴로워할 거냐?’ 

‘상황이 이러니 나는 포기할 거냐?’ 

‘아니면 상황이 이렇더라도 나는 웃을 거냐?’ 

‘이런 상황을 나는 극복의 대상으로 삼을 거냐?’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거냐?’ 

 

말로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 인생의 문제예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거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수행자의 자세로 일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자기가 대단한 일을 하는 양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모두는 이 세상 만 중생과 천지만물의 은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첫째, 내가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보잘것없음을 알아 대단한 척 하지 말고 겸손해야 합니다. 둘째,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 하나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 당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검소하게 살되 풍요로워야 하고, 겸손하게 살되 당당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도 행복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늘 부처님 법 안에서 우리는 수행자로서 행복해야 합니다.”

 

수련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더 대중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고자 하는 스님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부처님이 걸어가신 그 길을 떠올리면 오늘날 우리들은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5일 동안 활동가들이 용맹 정진을 하는 동안 공양간에서 방송실에서 수련장 뒤편에서 조용히 대기하며 수련이 잘 진행될 수 있게 뒷바라지해준 봉사자분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차례로 줄을 지어 무대 앞으로 걸어나오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의 소감문 발표 속에는 바라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실제로 그 분들의 얼굴을 확인하자 더욱더 고마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보이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의 은혜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음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향 법문까지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대중들을 위해서 스님은 한 명씩 손을 잡아주며 “한해 동안 수고하셨어요” 라는 말을 환한 웃음과 함께 건네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정과 직장으로 하산하는 대중들을 위해 정토수련원에서는 떡과 귤을 나눠주며 내려가는 길에 행여 허기가 질 것까지 알뜰히 챙겨주었습니다. 

 


 

이렇게 5일 동안의 연말 명상수련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경주로 향했습니다. 법흥왕릉에서 태종무열왕릉으로 넘어가는 산길이 있는데, 내년 봄에 청년들을 데리고 경주역사기행을 할 때 이 길을 한번 가보려고 답사를 나선 것입니다. 아무리 답사 일정을 잡아보려 해도 일정이 도저히 나오지가 않아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어 한번 가보았습니다. 

 


 

법흥왕릉을 시작으로 경주대학교를 지나 선도산을 넘어 태종무열왕릉이 있는 곳까지 약 1시간을 등산했습니다. 스님은 명상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단식을 시작해서 오늘로 단식 5일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씩씩하게 산을 올랐습니다. 법흥왕릉을 오르면서도 “답사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이지?” 하며 기운을 내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시골길이며 산길이며 인적이 드문 길을 금새 찾아 내었습니다. 스님께 “길을 정말 잘 찾으시네요” 라고 하자 스님은 “나는 시골 사람이여서 이런 길을 갈 때는 거의 인간 네비게이션 수준이야” 라며 웃으셨습니다. 

 


 

이 길, 저 길, 갈림길, 길의 너비, 이동시간 등 곳곳을 꼼꼼하게 점검한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대중을 인솔할 때는 항상 꼼꼼하게 미리 답사를 해놓아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이 절로 생각이 났습니다. 

 

답사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경주에서 옛날 불교학생회와 불교청년활동을 같이한 분들, 옛 고향 친구분들에게 연말 인사를 나눈 후 울산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와서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부터 연말과 새해를 겸해 3일 동안은 정토회 실무자들과 함께 수련과 연찬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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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스님법문을 접하며 제삶이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검소하고 당당한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16-01-04 12:29:31

유옥연

넘어졌다가 일어설 때 툭툭 털고 미소 지으며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스님께 매일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훌륭한 가르침 감사 드리며 언젠가는 꼭 정토회로 찾아 뵙겠습니다
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01-03 22:18:55

염방예

스님!!! 단식하셨네요? 스님건강이 걱정되네여 연세도있으시고 중도사상을너무나 잘아시겠지만 정도와 중도를살피시어 오래도록 깨어있는법문해주셔야되요 스님법문한마디에 일생을좌우하는 중생들이많다는거 잊으시면안되요 건강하세요

2016-01-03 2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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