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오전에 있었던 주간반 송년법회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송년법회가 열렸습니다.
저녁에도 스님이 직접 법문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저녁반 대중들이 서울 정토회관에 모여 들었습니다. 신발장이 부족해 신발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대중들이 법당에 들어찼습니다.
청법가와 삼배에 이어서 죽비 삼성과 함께 명상이 끝난 후 스님의 송년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젊은 시절에 감옥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행적 관점을 가지면 언제 어디서나 깨달음과 배움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감옥에 갔을 때 이런 걸 깨달았어요. 들어갈 때는 ‘나는 들어갈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내 의지와 관계없이 집어넣었고, 들어가서 지내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서 안 나오려 했는데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보내더라는 겁니다. 안 들어가려 하니까 안 들어갈 자유를 빼앗고, 안 나오려고 하니까 안 나올 자유를 빼앗아서 늘 속박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깨닫고 보니까 들어갈 때는 들어갈 자유를 누렸고, 안에 있을 때는 안에 있을 자유를 누렸고, 나올 때는 나올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래서 도무지 그들이 나를 속박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안에서의 경험은 이 바깥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것에 비해 10배는 더 많은 학습이라면 학습, 수행이라면 수행이었어요.
그 학습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들어가려고 했다면 들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거예요. 남을 두들겨 패서 폭행죄로 들어가거나, 남의 물건을 훔쳐서 절도범으로 들어가거나, 싫다는 사람에게 추근거려서 성추행범으로 들어가거나, 돈을 빌려놓고 안 갚아서 사기죄로 들어가거나, 술 마시고 행패 부려서 주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도 한 번 만에는 못 들어가잖아요. 초범은 내보내버리니까 재범, 삼범까지 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데, 그걸 아무런 계율도 어기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으니 굉장한 특혜죠. (모두 웃음)
저처럼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들어간 사람은 ‘우리는 죄가 없다’ 이런 뜻으로 양심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을 안 들으니까 소위 온갖 죄가 있다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잡범방에 집어넣어요. 그 방에 처음 들어갈 때는 조금 겁이 났지만 막상 들어가서 생활해보니 그것도 축복이었어요. 양심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같은 감방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 보고 잡범이라고 합니다. 도둑질한 죄, 폭행한 죄, 성폭행한 죄, 간통한 죄, 교통사고 낸 죄 등 온갖 죄가 많으니까 잡범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런 잡범 12명과 한 방에서 지냈는데 막상 그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아무도 죄가 없어요. 전부 다 억울하거나 재수가 없어서 들어왔대요. (청중 웃음)
이건 제게 대단한 발견이었어요. 제가 감옥에 안 가봤다면 그들이 죄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제가 감옥에 가기 전에는 교도소 법회를 가면 ‘여러분들이 죄를 지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실하게 참회하면 다 새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법회를 했어요. 그런데 감옥에서 나온 뒤부터 교도소 법회를 갈 때는 완전히 관점이 달라졌어요. ‘다들 억울하시죠?’ 이렇게 법문을 시작하면 다들 얼굴이 환해져서 어떤 법문을 해주는 것보다, 간식을 가져다주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들 합니다. (모두 웃음)
자기 답답한 마음이 풀어지니까요. 제가 감옥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았다면 그걸 어찌 알았겠어요? 책 같은 데서 보고 ‘그런가보다’ 해도 그렇게 읽어서는 가슴에 다가오질 않아요. 그리고 제가 감옥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너무너무 억울해 했는데, 알고보니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억울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렇게 배우려고 하면 어디서나 배울 수 있습니다. 소위 관재수에 걸린 것이 인생에서 큰 복이 되었어요. 같은 기간에 그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없고, 그보다 더 많이 경험할 수 없고, 그보다 더 깨달을 수 없는 거예요.”
재앙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성찰과 배움이 있을 수 있음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고,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음이 되짚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관점을 딱 바꾸니 지난 과거의 경험들이 너무나 소중한 자산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송년의 의미에 대해 오전에 주간반을 위해 해주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저녁반을 위해서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갖자며 마지막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또 수고한 정토회 회원들 모두를 위해 격려 말씀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우선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한 해 잘 살았음을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모님도 감사하고, 형제들도 감사하고, 직장 동료들도 감사하고, 식당에서 상한 재료 안 쓰고 밥 차려준 사람도 감사해요. 불보살과 천지신명, 일체 많은 중생의 은혜 속에 올 한 해도 잘 살았으니 감사하는 마음이 좀 있어야 해요.
불평불만이 많다는 건 감사할 줄 모른다 거예요. 자기를 낳아 키워준 부모님에게, 같이 사는 남편이며 아내에게, 자기가 낳아 키운 자식에게, 자기가 속한 조직이며 나라에 불평불만인 사람들은 천국에 데려다놔도 금방 불평불만을 할 거에요. ‘여기는 술집도 없냐, 노래방도 없냐’ 하고 3일 안에 다시 나오거나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릴 겁니다. (청중 웃음)
또 연말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경험은 발전의 바탕으로 삼아야 합니다. 올해 산 건 다 잘 산 거예요. 엎어져도, 자빠져도, 놀아도, 밤낮으로 일했어도 다 잘 산 겁니다. 그건 모두 이미 지나가버리고 없어요. 그렇게 잘 산 것을 경험이자 재산으로 삼고, 내년에 그걸 밑천으로 더 잘 살겠다는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정토회에서도 여러분 모두 올해 1년 동안 일 많이 하셨죠? 불교대학 다니는 분들은 공부하느라 고생하셨고, 불교대학 졸업한 분들은 아는 것도 없는데 불교대학 담당이 되어서 조교 노릇 하느라 고생하셨고, 경전반 다니는 분들은 또 불교대학 담당하랴, 깨달음의 장 다녀오랴, 전법하랴, 즉문즉설 강연 준비하랴 애쓰셨어요. 모두 수고들 하셨습니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여러분들이 아껴서 생활하고 내어준 보시금 덕분에 정토회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감사드립니다. 특히 정토회는 자원봉사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방석 하나 옮기는 것부터 모두 여러분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정토회가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해주신 것에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드립니다.
정토회에서 보시하고 봉사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다른 절이나 성당, 교회에서는 돈도 낼만하고 봉사도 할 만합니다. 나중에 이자 쳐서 돌려받는다, 즉 복 받는다고 하니까 당장 좀 아까워도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해요. 이생에 못 받으면 천국에 가서 받는다는 보장도 해주잖아요. 그런데 정토회는 아무런 보상을 준다는 이야기가 없어요. 우리가 어려서 절에 다닐 때는 절 촛대를 닦으면 다음 생에 눈이 맑아지고 뭐 하면 다음 생에 뭐가 좋아진다고 해서 다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요. (청중 웃음)
뭘 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당근이나 뭘 하면 지옥 간다는 채찍이 있어야 할 텐데, 아무런 당근도 채찍도 없는 가운데서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가능하면 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른 교회나 절에도 이보다 더 보시와 봉사를 많이 하는 단체들이 있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당근과 채찍이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정토회에서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청중 웃음)
여러분이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심부름 다녀오면 뭘 준다며 어르지도 않아요.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마땅히 행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는 워낙 노예로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이렇게 주인으로 살려하면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는 주인 되기 운동하는 곳입니다. 신자 되기가 아니라 수행자 되기 운동을 하는 곳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정치인이 아닌데도 나라를 생각하고, 스님이 아닌데도 수행을 하잖아요. 이렇게 해서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해요. 내 인생을 두고 남을 원망하고 ‘너만 잘 하면 내가 이러겠냐’라고 하는 소리가 딱 끊어져야 해요. ‘내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는 명심문대로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야 해요. 내가 우리 가족의 희망이 되어 화목하게 살고, 내가 이 사회의 희망이 되고, 내가 이 나라의 희망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우리가 우선 수행정진해서 나부터 행복하고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이 좋은 법을 이웃에 널리 전해서 그 사람들도 수행자가 되도록 해야 해요. 그러려면 우리 생활공간 가까이에 수행도량이 있어야 하니 여기저기 법당을 내는 겁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연수원도 있어야 하고, 활동을 뒷받침해줄 물적 토대도 있어야 해요.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 있는 교포들에게도 법을 전해서 그들도 혜택을 보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 지구적으로는 환경을 잘 보존하고,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는 일이 없고, 어린아이들은 제때 배우도록 하자는 거예요. 또 먹고는 살만하지만 다들 자기 믿음과 생각만 옳다고 고집해서 그저 증오심으로 싸우고 죽이잖아요. 문명사회인데도 자기 종교, 자기 인종, 자기 나라 아닌 소수자에 대한 저주와 증오가 갈수록 심해집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해서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뜻에서 우리가 우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또 남북이 통일되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나아가 우리 정토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불교 안의 다른 사람들,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사람들, 종교를 넘어서서 시민 단체의 사람들, 우리나라를 넘어서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도 이런 삶의 방향이 같다면 함께 나아가야 해요. 이것이 우리 정토행자의 10대 목표입니다.
이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데 여러분들이 보시와 봉사를 해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이 매일매일 수행을 하기 때문에 보시와 봉사도 할 수 있었어요. 수행자로서는 이 모든 게 다 학습이 되고 수행이 되지만, 수행적 관점을 안 가지면 이런 경험이 오히려 지옥이 됩니다. 직장 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봉사까지 하라고 하고, 가정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저런 일을 하라고 해요. 월급도 안 주면서 단순 봉사가 아닌 책임자를 하라고 하고, 올라가봐야 월급은커녕 내는 돈만 많아지고 책임만 늘어나는데 팀장 하라고 하니 불만이 많아요. (청중 웃음)
그러나 수행자라면 감옥 가는 것도 수행이고, 또 이런 일을 맡아서 해봐야 수행이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항상 수행자 모임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해요. 수행자가 아니라면 여기서 살기 힘들어요. 여러분들이 수행자라는 사실을 늘 잊어버리지 않고, 놓쳐도 다시 환기한다면 올 연말은 저절로 가을걷이가 잘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수고하신 행자님들, 법사님들을 한 명 한 명 거명하면 밤을 꼬박 새도 모자랄 거예요. 그런데 이런 건 드러내지 않고 묻어놔야 나중에 복 된다고 하니 복 되도록 묻어두겠습니다.” (모두 웃음과 함께 박수)
정토회 회원들은 모두 대가가 없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만둘까 말까 많은 고민들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수행자임을 자각하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들이니 절로 힘이 다시 났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테니까요.
특히 억울하게 감옥에 붙잡혀 갔던 경험조차도 수행자의 관점을 가졌더니 그 어떤 경험보다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는 말씀은 많은 여운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20분 정도 더 시간을 갖자고 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정토회가 하는 일에 대해 혹시 의혹이 있거나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이야기해보라” 며 건의를 받았습니다. 총 5명이 스님에게 몇가지 건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각각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개선점은 수용을 했으며, 혹시 오해가 있는 부분은 시원하게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송년법회를 마치고 이어서 대중을 대표하여 가을 불대 담당을 맡고 있는 안은정님이 스님께 감사 편지를 읽었습니다.
안은정님은 청춘콘서트에서 스님을 처음 뵈었지만 잊고 지내다가 직장생활로 한참 힘들 무렵에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만난 어떤 분을 통해 다시 정토회를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불교대학과 깨달음의장을 하면서 직장생활에서 일어나는 잦은 화가 부모님에 대한 원망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자각하고 매일 아침 기도를 한 결과 지금은 편안해졌다며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 내용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마지막에는 “스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고, 내가 나를 사랑하니 남의 눈치를 볼 일이 없어졌으며,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인정하니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하면서 “생활 속에서 법을 전하는 수행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말해 주었습니다.
편지 낭독을 마치고 편지지를 고이 접어서 봉투에 담아 스님께 직접 건네자 대중들도 박수를 함께 쳐주며 공감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2015년 한해 동안의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시청한 후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공로가 많았던 분들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서울정토회 마경숙 대표님은 총 14개 부문에서 26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한해 동안 차 안에서 쪽잠을 주무시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중한 가르침을 설해 준 법륜 스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유수 스님이 대중을 대표하여 법륜 스님에게 선물을 건네자 대중들도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송년법회를 마친 후 스님은 집무실로 올라가고, 대중들은 법당에 그대로 남아 2부 프로그램을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여법하게 법회가 이뤄졌던 법당은 오늘 하루만큼은 시끌벅적한 놀이판이 되었습니다. 대중 가요 반주에 맞춰 율동을 하는 팀, 기타 연주를 하는 팀, 가야금 연주를 하는 팀, 합창을 하는 팀 등이 어우러져 서로 친목을 도모하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집무실에서 늦게까지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조찬 모임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저녁 7시 30분부터는 경동교회에서 열리는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해 축하 인사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