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24 경동교회 성탄전야 예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경동교회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쁜 마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아침 7시부터 조찬 모임과 각종 회의를 오전 내내 가졌습니다. 오후 4시에는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았고, 6시에는 병문안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이동 중에는 차 안에서 계속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7시에는 경동교회를 찾아가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경동교회는 박종화 목사님이 담임 목사로 계신 곳인데, 스님과 박 목사님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함께 해오며 수년간 좋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에는 박 목사님이 정토회를 방문해 석탄일 기념 법문을 해주고, 오늘처럼 성탄전야에는 스님이 경동교회를 찾아 축하 인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 경동교회

 

교회 식당에서 박종화 목사님과 담소를 나누던 스님은 7시 30분이 되어 목사님과 함께 예배당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정면에는 십자가가 높이 솟아 있고, 파이프오르간 반주가 예배당 안에 가득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들려오는 찬송가는 절로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성탄 축하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유치부에서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통솔되지 않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어린이부에서는 성탄 메들리를 들려주어 흥을 돋우워 주었고, 중고등부에서는 ‘해피 크리스마스’라는 노래를 멋진 율동으로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의 공연이 모두 끝나자 박종화 목사님이 앞으로 나와 동방박사로 온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예수님 탄생 때 전혀 다른 곳에서 살던 사람들도 말구유에서 나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저 멀리서 별만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들이 있었어요. 오늘날 21세기에 경동교회에서 태어나신 예수들을 찾아온 동방박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청중 웃음) 

 

대표로 두 분이 오셨는데 두 분과 함께 온 동방박사 무리들이 많습니다. 천도교에서 오신 동방박사 분들 일어나 주십시오. (청중 박수) 다음은 정토회에서 오신 동방박사 여러분들입니다. (청중 박수) 

 

이 땅에 평화와 화해를 나눠주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찾아 다른 동네에서 이곳까지 오셨어요. 동방박사를 대표해 오신 두 분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먼저 천도교 박남수 교령님이, 다음으로는 정토회의 법륜 스님이 나오셔서 동방박사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다.” 

 

이어서 박남수 교령님이 앞으로 나와 축하 말씀을 한 후 다음으로 법륜 스님이 축하 말씀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어렸을 때 교회에 다녔다고 하면서 그 때 배운 찬송가 한 구절을 불러주었습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청중 웃음)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렸을 때 교회에 다녔습니다. 교회 다닐 때 성극에서 동방박사 역을 했는데, 아직도 동방박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 

 


 

그때 제가 아기 예수 역할을 맡았으면 혹시 지금 목사님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박남수 교령님께서 좋은 말씀 다 해 주셨기 때문에 다른 말 길게 하지 않고 저는 어릴 때 교회에서 불렀던 찬송가 한 곡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교인들 모두 환호와 박수)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아멘. 

 

(청중 박수)

 


 

어릴 때 교회에 나갔던 것을 제외하고 다시 교회에 오게 된 계기는, 고(故) 강원룡 목사님이 운영하던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사회교육을 받게 되면서 입니다. 강원룡 목사님과의 인연을 계기로 종교 간의 대화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도 함께 하면서 박종화 목사님과도 인연이 되었습니다. 제가 강원룡 목사님을 존경했던 이유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보통 보수화되기 마련인데 그분은 영원한 청년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희보다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시는 진보적인 분이셨습니다. 

 

또 박종화 목사님을 뵈면서는 균형 감각에 놀랐습니다. 항상 회의 진행을 하실 때 정말로 균형을 잘 잡으세요. 좌우 사상에 관련된 것이든 어떤 주제에서든 감탄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늘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감각을 유지하시는데, 이것을 불교에서는 ‘중도’라고 합니다. 인격적으로 중도가 체화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항상 존경합니다. 

 


 

목사님께서 곧 은퇴하신다고 들어서 저도 은퇴식에 오려고 알아보니까 외부 사람을 일절 초청하지 않고 아주 간소하고 조용히 하신다기에 이 자리를 빌어 인사 드립니다. (모두 박수) 

 

목사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목사님이 은퇴하시더라도 은퇴는 하나의 형식이니까 여러분께서는 변함없이 목사님을 사랑해 주시고 또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 계속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을 당시에는 천도교의 교세가 제일 컸습니다. 그래서 천도교가 중심이 되어 불교, 개신교, 이렇게 세 종교가 함께 3.1 독립운동에 참여했어요. 오늘도 그때와 똑같이 이렇게 저희들 셋이서 그 당시를 생각하며 종교의 벽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스님은 이렇게 성탄 축하 인사를 한 후 은퇴를 하시는 박종화 목사님에게 꽃다발을 건넸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 은퇴하시는 박종화 목사님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법륜 스님

 

또한 종교의 벽을 넘어선 세 분의 만남은 더욱더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100년 전처럼 다시 세 종교가 힘을 합했으니 남북의 통일도 곧 이뤄지지 않을까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박 목사님은 스님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후 그 답례로 간단히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요즘의 동방박사는 찬송도 하시네요. (교인들 모두 웃음) 우리가 이렇게 성탄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는데, 오늘 이분들은 경동교회에 오신 예수님을 축하하고자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우리도 답례를 드려야겠는데, 뭘 드릴까 생각해 보니까 주님께서는 당신 방식대로, 다시 말해 하나님 방식대로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님께서 천도교에도 오시고, 정토회에도 오셔서, 하나님의 평화와 화해로 아름다운 일을 이루시기 기원합니다. 성탄의 은총이 온누리에 가득하길 바랍니다. 다함께 성탄을 찬송하십시다.”

 

다함께 ‘아멘’을 외치며 이어서 찬송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이 모습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어진 2부 행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성탄전야 예배를 함께 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을 일어서서 함께 부르는 가운데, 목사님과 촛불을 든 어린이들, 성가대가 차례대로 입장했습니다. 어린이들과 목사님이 제단에 촛불을 밝히자 예배당도 환하게 밝아지고, 목사님의 인도가 이어졌습니다. 

 


 

“오늘밤 탄생하시는 주님을 송축하나이다. 오늘 주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는 하나님 나라의 역사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옵소서. 하늘이 땅이 되고, 하나님이 인간 되어 오시는 축제의 예배를 하나님께 바치나이다. 하늘 천사들이 전해준 성탄의 기쁜 소식을 우리 함께 온 세계에 전합시다.” 

 

목사님의 인도에 스님도 “할렐루야. 아멘” 하고 응답했습니다. 

 


 

이어서 마태복음서 1장 18절에서 24절까지를 함께 봉독한 후 다함께 성 프란시스의 ‘평화의 기도’를 하면서 예배를 모두 마쳤습니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해주십시오.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며, 자기를 온전히 줌으로써 영생을 얻게 해주십시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아멘.”

 

예배당을 나와 경동교회 정문 앞에서 스님과 목사님, 교령님 세 분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목사님이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외치자 스님과 교령님도 함박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 성탄전야 예배에 함께한 박남수 교령님, 박종화 목사님, 법륜 스님(왼쪽부터 차례대로)

 

부처님과 예수님이 동시대에 살았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도 여야, 진보와 보수, 종북이니 친일이니 하면서 서로 갈등하지 말고, 더 큰 미래를 그리며 국민 통합을 해나간다면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희망을 줄 수 있을까요. 오늘 세 분의 모습을 정치인들이 좀 본받았으면 하는 바랍을 가져봅니다. 

 

목사님과 인사를 나눈 후 경동교회를 출발한 스님은 밤 10시 30분에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앞마당에는 송년법회를 마치고 청년들이 대거 나와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손을 흔들자, 모두들 “스님과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청년들은 맑은 눈망울과 환한 얼굴로 이 땅에 예수님 오심을 함께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덕담으로 “내년에는 청년법회에 한 300명이 오도록 해보라”며 기운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 송년법회를 마친 청년들과 함께

 

스님은 집무실에서 늦은 밤까지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성탄절인 내일은 오전 11시에 쑥고개성당에서 천주교인들을 위해 성탄절 기념 강론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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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61

0/200

김지현

마음이 정말 따뜻해집니다^^
스님 늘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12-26 09:13:04

제이

종교간에 열린 자세
아름답습니다

2016-12-26 08:42:28

제이

종교간에 열린 자세
아름답습니다

2016-12-26 08: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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