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23 (오전) 주간반 송년법회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오전에는 주간반 회원들을 대상으로, 저녁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대상으로 송년법회를 함께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조찬 모임을 마치고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온 스님은 10시부터 송년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오늘도 스님이 직접 강의를 하는 날이라 많은 대중들이 참석해 정토회관은 발디딜 틈 없이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죽비 삼성과 함께 명상이 끝나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약 1시간 동안 수행자는 어떤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지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고 내일의 원인입니다. 지금은 지나간 과거의 결과이고, 앞으로 올 미래의 원인이 됩니다. 인생은 시작과 끝이 있는 듯 보이지만 본래 시작과 끝이 없어서 늘 흘러가는 물처럼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현존하는 것은 늘 현재만 있습니다. 지난 뒤에 보면 성공한 일이든 실패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과거의 일이고, 과거의 일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과거의 일은 성공이든 실패든 하나의 경험에 불과합니다. 

 


 

일이 일어날 그때 그때에는 성공하는 일은 좋고 실패하는 일은 나쁘게 보입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때 좋은 일이 지금도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고, 그때 나쁜 일이 지금도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때 실패한 것이 오히려 지금은 더 큰 발전의 바탕이나 새로운 기회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때 성공했던 것이 지금 큰 낭패나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미 지나가버린 것은 성공이든 실패든 현재의 나에게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현재의 나에게는 그냥 하나의 경험일 뿐이에요. 

 

이 경험을 나의 자산으로 만들 지, 빚으로 만들 지는 그 사건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결정하는 거예요.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만하게 되면 지금 실패의 원인이 되고, 과거의 성공을 잘 살려서 계승한다면 지금 성공의 원인이 됩니다. 과거에 실패했던 것을 잘 반성하고 실패의 원인을 규명해서 경험화한다면 그것은 지금 성공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에 상처를 입어서 좌절하고 절망해 버리면 지금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순간순간은 성공과 실패, 좋음과 나쁨이 있지만,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좋은 일, 나쁜 일, 성공, 실패가 없습니다. 그것이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는 지금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습니다. 지금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서 경험의 자산으로 삼을 지, 상처로 간직해서 지금 내 인생의 큰 빚으로 남길 것인지는 지금 나의 시각에 달린 거예요.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 성공과 실패가 수없이 반복되었을 겁니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흘러간 물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에 어떻게 남아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지나가버리고 없지만 뭔가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그 흔적이 어떻게 남아 있느냐에 따라서 이게 미래의 좋은 자산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빚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성공했다고 자만하거나 교만하거나 들뜨지 말고,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마세요. 실패했든 성공했든 그건 그냥 내 인생의 일부입니다. 성공했다면 그 성공의 좋은 점들을 지금 간직해서 미래에 계승하고, 실패했다면 실패의 원인을 잘 규명해서 다시는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미래에 예비를 하세요. 그러면 그것도 소중한 내 인생의 자산이 됩니다. 

 


 

농사를 지을 때는 봄에 밭갈고 씨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거름 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을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가을에 추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서 해 놓은 일들이 다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마무리를 잘해야 해요. 

 

우리가 부지런히 사는 가운데 내가 원하는 대로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고,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때는 그것 때문에 헐떡거렸다 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지나간 실패를 상처로 간직하지 마세요. 실패한 게 상처가 되는 것은 좌절하고 절망하기 때문입니다. 그 좌절과 절망은 욕심 때문에 생겨요. 한번 해 보고 안 되면 ‘이러면 안 되니까 저렇게 해 봐야지’, ‘이렇게 해도 안 되네? 또 다르게 해봐야지’ 이렇게 오히려 계속 연구를 하면 더 좋은 방법을 새로 발견해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안 된다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은 연구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공짜로 먹으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러면 실패가 상처로 남아서 다음에 할 때 두렵거나 망설이게 돼요. 

 

겪었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게 있고,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이 없어지는 게 있습니다. 처음 할 때 두렵지, 한두 번 해보면 ‘까짓 거, 전에도 해 봤는데’ 이런 경우가 있고, 처음 할 때는 오히려 괜찮았는데 한동안 해본 사람이 오히려 더 겁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해볼수록 두려움이 없어지고 능수능란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욕심을 내면 마음에 상처를 입기 때문에, 즉 좌절과 절망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패가 쌓여서 큰 빚이 됩니다.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것은 자전거를 못 타는 게 아니라 곧 탈 수 있게 되는 과정입니다. 많이 넘어졌다는 것은 곧 잘 탈 때가 다 되어간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지나간 1년을 돌아보고 마무리할 때 실패한 것을 경험화해서 내년에는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 또는 참고사항이 되도록 하세요. 그러면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됩니다. 또 성공했던 것에 들뜨거나 교만에 빠지지 말고, 그것을 잘 계승해 나간다면 그것 또한 내년에 성공의 기초가 될 겁니다. 

 

산다는 것은 다 수행이에요. 앞으로 엎어져도 수행이고, 뒤로 자빠져도 수행입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순간순간이 다 똑같은 시간이에요. 군대 입대하는 날이나 제대하는 날이나, 그믐날이나 초하룻날이나 다 같은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초하루는 여유가 있다며 낭비하고, 그믐날은 다 지나갔다며 포기합니다. (웃음) 

 


 

똑같은 날이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경험화해서 축적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하루하루가, 매년 매년이 늘 새로운 시작이에요. 이제까지는 다 연습이고, 그 연습을 기초로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하도록 노력하는 것의 반복입니다. 여태까지 100번을 했다면 101번째는 제대로 해 보고, 그 다음에 101번 연습한 걸 갖고 102번째는 더욱 제대로 해 보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하루는 그냥 하루가 아니라 이제껏 살아온 총 날수에 더해진 하루입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삽니까? 그냥 수학적으로 하루하루 살아요. 어제 것을 버리고 오늘 하루를 살고, 오늘 것을 버리고 내일 하루를 삽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위에 또 얹어진 하루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어제 하루보다 훨씬 값져요. 10년 전의 하루보다는 오늘 하루가 훨씬 값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지 않으니까 인생에서 비약이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축적되면 문리가 터지듯이 비약이 일어나야 해요. 아이들이 공부해서 시험 치고 나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시험 치고 나면 쓰레기통에 버리기를 반복하니까 대학 졸업한 사람에게 뭘 물어봐도 중학교 수준이 안 돼요. 그게 계속 축적이 되어서 올라온 게 아니라서 그래요. 자기 필요에 의해서 공부하지 않고 억지로 했기 때문에 시험만 통과하면 그냥 버려버렸어요. 시험은 통과하기 위한 서류에 불과했거든요. 

 

그나마 인생에서 다 버린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걸 또 녹화해 놨다가 내내 다시 틀어보면서 괴로워해요. (청중 웃음) 오지도 않은 10년 후, 20년 후의 일도 상상의 녹화를 해 놨다가 틀어보면서 ‘죽으면 어떡하나? 애가 어찌 되면 어떡하나?’라고 근심 걱정해요. 미래의 일을 근심 걱정하고 과거의 일을 괴로워 하느라 현재는 허수아비로 사는 거예요. 머릿속에는 내내 과거나 미래의 테이프를 틀어놓고 슬픔과 괴로움, 초조와 불안, 근심과 걱정 속에 인생을 사느라고 지금 여기 깨어있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미 과거는 지나가버려서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없고, 지금만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이 ‘지금’은 과거의 결과요, 미래의 시작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리고 없는 과거를 우리가 돌이켜보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아파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을 경험화해서 그 교훈으로 미래를 잘 살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그래서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달라요. 오늘의 하루는 그만큼 축적된 하루예요. 우리가 인생의 계단을 올라갈 때, 10년 전의 한 층이 9층에서 10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한층은 100층에서 101층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보이는 전망이 달라요. 그리고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는 이유는 내일이라는 게 내일이 되면 또 지금이 되니까 준비를 하는 거예요. 근심하고 걱정하라고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2015년을 마무리 하면서 개인적으로 인생을 잘 정리하세요. 실패든 성공이든 관계없이 다 정리해서 추수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내년 1년을 간단히 설계해야 합니다. 멍하게 시작하지 말고요. (모두 웃음) 

 


 

처음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시작해도 시간이 흐르면 멍청해지기가 쉬운데 대부분 새해를 멍청하게 시작하잖아요. 공부 잘 하는 아이는 공부를 많이 하는 아이가 아니라 오늘 뭘 배우는지 미리 알고 수업에 들어가는 아이예요. 그 시간에 배울 지식을 다 알고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뭘 배울 예정이고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고 수업에 들어가야 선생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번 시간에 뭘 배우는지,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고 들어가면 들은 내용이 기억에 남지도 않고, 이해도 잘 안 되고, 끝난 뒤 복습을 아무리 해도 별로 효과가 없어요. 공부할 줄도 모르면서 괜히 책상에 앉아 애만 쓰는 꼴이에요. 그러니 한 해 마무리를 잘하고, 새해 기본준비를 해서 새해를 맞으세요. 항상 현재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즉 지금에 충실해야 해요.”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지 명쾌하게 정리가 되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주옥 같은 말씀을 해준 스님에게 대중들도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모두들 만족스러운지 물어본 후 스님 자신은 대만족이라고 하며 그 이유를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측면에서 한해를 평가하는 스님의 모습을 보며 스님이 늘 웃음을 머금고 사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1년을 돌아보니 여러분 개인의 삶은 만족스러웠어요?”

 

“......” (모두 고개를 갸우뚱) 

 

“저는 대만족입니다. (모두 웃음) 첫째, 올 한해도 안 죽고 살았거든요. 지구상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가운데 안 죽고 이렇게 살아남았잖아요. 둘째,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큰 사고도 안 나고 살아남았어요. 깁스하고 병원에서 수액 맞아가며 살아남은 게 아니잖아요. 그런 것에 비하면 저는 이렇게 큰 사고 없이 살아남았어요. 또 신체 검사도 했는데 몇 가지 병명이 나오긴 나왔지만 암이나 무슨 큰 병은 아니고 사는 데 별 지장 없는 병들이었어요. 이것도 지난 한 해 동안 제가 잘 살았다는 거예요. 아프거나 사고 당해서 휴가 낸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지난 한 해 동안 휴가도 안 내고 잘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한 해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지난 한 해도 지루하지도 않았고 ‘죽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힘들 때도 있었고 아플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 지났습니다. 

 

그런데 인생이 60살이 되면 시속 60㎞로 가고 70살이 되면 시속 70㎞로 간다더니, 빨리 가기는 확실히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모두 웃음) 어릴 때는 설을 기다리는 열흘도 엄청나게 길었는데, 저는 벌써 내년이 다 가버렸습니다. 10월에 내년 수첩을 미리 받아서 강의 일정을 적어 넣어보니까 일정 없는 날이 열흘이 안 돼요. 수첩 일정에서 벌써 1년이 다 가버려서 저는 이미 꼼짝달싹 못합니다. 자유롭게 살라고 중이 됐는데, 이게 노예보다도 더 꽉 짜인 일정으로 살고 있어요. (모두 웃음) 다만 ‘내가 정했다’ 하는 정보 하나 때문에 자유롭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노예예요. 짜인 대로 사는 기계나 다름없는데 ‘내가 정했다’는 그 정보 하나 때문에 노예이면서도 노예가 아니라 주인인 양 착각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모두 웃음)

 


 

여러분들은 어때요? 첫째, 개인수행도 좀 발전했어요? 수준이야 비슷비슷하겠지만 작년보다는 나아졌어요? ‘작년보다 나아졌다’, ‘아니다. 올해가 작년보다 못하다’,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하다’ 셋 중 어느 쪽이에요? 사람이 수행이 됐느냐는 걸 묻는 건 아니에요. 다들 형편없지만 그래도 작년하고 비교해서는 나아졌어요?” 

 

“네.” 

 

“작년하고 똑같아요?”

 

“아니오.” 

 

“더 못 해졌어요?”

 

“아니오.”

 

“그럼 나아졌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우리가 이렇게 자기만 수행할 게 아니라 이 기쁜 소식을, 즉 복음을 전파를 해야 해요. 주위 인연들에게 정토불교대학을 소개하고, 천일결사에 입재하게 하고, ‘깨달음의 장’에도 가게 하고, 수행법회도 오게 하고, 즉문즉설 강연에도 참여하게 하고, 카카오스토리에서 희망편지도 읽게 하고, 카카오톡으로 스님의하루도 구독하게 해서 이 기쁜 소식을 주위에 널리 전파하는 전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행자가 너무 칭찬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송년법회를 통해서 서로가 고생한 것을 알아주고, 성과도 알아주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우리가 늘 먹는 밥은 누가 해 줬지?’, ‘누가 늘 스님을 따라다니면서 스님의 하루를 매일 써서 올려주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 좋잖아요. 법륜 스님은 얼굴 같고 나머지 정토행자는 다 몸 같아요. 손발 같은 사람이 몇 명 있어서 고생하는 게 남들 눈에도 보이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옷에 가려져서 안 보이고 생색은 얼굴이 다 내요. (모두 웃음) 

 


 

법륜 스님 혼자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지요. 그러니까 이럴 때 옷을 홀랑 벗고 각각의 역할과 속을 다 보여주면서 ‘아, 법륜 스님은 얼굴 마담이고 우리 정토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손발이 되고 장기며 기관이 되어주었기에 정토회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것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게 송년법회의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신년을 맞을 때는 지나간 것 중 나쁜 기억들은 다 털어버리고 교훈으로만 남겨서 그것을 경험삼아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래서 이런 송년법회가 열리게 된 겁니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송년회는 ‘지긋지긋한 한해 잘 갔다. 그러니 한잔 먹고 놀자’는 의미이기 쉽습니다. 사실 올해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축배 들 만해요. 그런데 우리는 너도 살고 나도 살았는데 새삼스럽게 축배까지 할 건 없고 이런 의미로 송년법회를 열었어요.

 

여러분 모두, 특히 임원단들, 지난 한 해 동안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일일이 제가 거명해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다 불러서 치하할까요,? 그냥 다 한 걸로 해요?” (모두 웃음) 

 

“네.” 

 


 

“굳이 옷 벗어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요? (웃음) 수고하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립니다. 표가 나든 안 나든 여러분들의 노고와 아껴서 보시한 돈에 의해 정토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요즘 경제가 안 좋아서 어려운 속에서는 보시하기가 더 어려울 텐데, 감사합니다. 또 경제가 안 좋으니 일하러 가서 자기 재능을 한 푼이라도 받고 팔아야 할 텐데 그걸 가지고 봉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시와 봉사로 정토회가 유지되는데, 그 보시와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수행이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이 안 되면 얼마 안 돼서 다 떨어져 나가는데 장기간 보시와 봉사를 한다는 것은 수행이 기초가 되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수행, 보시, 봉사 덕분에 오늘날 정토회가 이렇게 유지 발전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관여한 우리 모두는 바로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비록 작지만 붓다를 이루는 작은 한 조각으로써 활동하고 있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말씀을 드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한해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일들을 도맡아 준 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깊이 헤아려 볼 수 있었고, 이런 노고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는 스님께도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지금 대중들이 편안하게 법회를 듣고 있는 중에도 지하 공양간에서 열심히 밥을 하고 있는 분들이 앞치마를 입고 불단 앞으로 걸어나왔습니다. 많은 대중들이 늘 밥만 먹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이 공양을 지어준 분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양팀장을 맡고 있는 이보경님은 “공양간에만 있다 보니까 스님 얼굴을 볼 기회가 없는데 오늘 이렇게 보게 되어서 너무 좋다”며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늘 음식을 준비해 놓는데 법회만 듣고 공양은 안 드시고 가는 분들이 많아서 아쉬울 때가 있다”며 대중들이 공양을 꼭 드시고 가주실 것을 부탁했습니다. 대중들도 그렇게 하겠다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공양팀 한 분 한 분의 손을 꼭 잡아준 후 함께 기념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대중들의 박수갈채가 계속 이어지면서 순식 간에 법당 안은 감동의 물결로 넘쳐 흘렀습니다. 

 


▲ 한해 동안 대중들을 위해 공양간에서 밥을 해준 공양팀 자원봉사자들

 

지난 한해 동안 서울정토회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영상을 시청한 후 특별히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유수 스님이 나와서 한 분 한 분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대중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많이 설해 주신 법륜 스님께도 대중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과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모두들 스님께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표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대중을 대신해서 신성숙님이 꽃다발을 전하자 모두들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 새해를 맞이하는 발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들이 모두 일어서서 마주보고 합장을 하자 봄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는 권혜진님이 발원문 낭독을 해주었습니다. 

 


 

권혜진님은 도박 중독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황폐한 삶을 살고 있는 남편, 이런 아들을 보며 점점 야위어가는 시어머니, 주말이면 교회에 갈 것을 강요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 이렇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친구의 권유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4층 아파트 창문이 삶과 죽음의 경계로 느껴질 즈음에 만난 스님의 법문은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고 하면서 수행은 참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스님의 법문을 아침마다 가슴에 새기며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침 기도 시간이 매일 기다려질 정도라며 이제는 남편과 시어머니, 아이들을 큰 분별심 없이 편안하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주위에 더 널리 전하는 일을 하겠다는 발원을 해주었습니다. 

 


 

발원문을 들으며 많은 분들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행복은 스님의 법문을 만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모두가 공감을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어서 스님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간절한 발원을 해주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 대원본존 지장보살님. 오늘 저희 정토행자들은 201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발원하옵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뜻하는 대로 다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하는 대로, 뜻하는 대로 다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원망하고 괴로워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이 원하는 것을 다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을 갖고 살아가기에 해 줄 수 없는 나를 초라하게 여기고, 해달라는 그들을 원망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만인, 남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있으면 좋고 해 줄 수 없으면 ‘죄송합니다’ 하면 그만인, 그러면 우리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가 있는데, 우리는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견해에 사로잡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에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없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기에 내가 그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이 세상사람 모두가 다 하고 있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사랑할 수 없을 만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때,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용납할 수 있을 때, 그럴 때 우리가 다른 사람과 달리 좀 더 수행자다운 삶, 다른 사람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비교를 합니다. ‘동네사람한테 물어봐라’,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신다’  이렇게 남을 핑계 대며 자기를 합리화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든, 어떤 경험을 했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우리의 괴로움을, 불행을 합리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삶이고 그 가운데에서 나는 행복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것도 내가 행복한 가운데 해야 합니다. 그들을 행복하게 이끌기 위해서 내가 불행하다는 것은 자신을 학대하고 희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항상 자기 먼저 행복하기, 자기 먼저 희망 갖기, 자기 먼저 사랑하기, 자기 먼저 나눠주기를 행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 자유의 길, 행복의 길, 주인의 길, 부처의 길을 열어주시고 보여주시고, 우리 또한 그 속에 들게 하여 주신 부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 또한 그 받은 은혜를 우리 이웃에게 나눠줄 것을 다짐하면서 한 해 동안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돌봐주신 불보살님과 일체중생, 모든 천지만물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스님의 간곡한 발원에 더욱더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스님의 발원을 가슴에 새기며 한해를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 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이렇게 송년법회를 모두 마친 후 스님은 정토회를 창립할 때인 20여년 전부터 법당을 지켜주고 계신 연화회 노보살님들을 챙겼습니다. 노보살님들만 따로 불러 모아서 함께 기념 사진을 찍어주니 노보살님들도 무척 기뻐했습니다. 

 


 

30대의 젊은 수행자에게 큰 신심을 보여주시고 오늘날 정토회가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마음을 써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스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간반 송년법회를 마친 후에는 내년 2월에 졸업하는 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한 졸업 축하 영상과 다다음주에 출발하는 인도성지순례 참가자들을 위한 환영 인사 영상을 함께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도 손님들과 미팅을 갖거나 원고 교정 업무를 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대중들은 점심 식사 후 2부 프로그램을 가지며 서로 장기자랑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등 여흥을 즐겼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자원활동가들을 위한 송년법회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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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키리

스님 감사합니다 법문을 읽는중 눈시울이
뜨겁네요
오늘은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의원인이자 시작이다
과거성공이나 실패는 인생의 단지 경험일뿐이다
성공했으다고 자만 했다면 지금은 실패의결과이고
실패를 잘 교훈삼인 절망하지 않고
밑거름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성공하였을것이딘
괴거는 지나것이고 미래는 오지 않은것이고
내일은 오늘기준으로 미래이나 내일이면
지금 현재가 된다
고로 지금깨어있기가 중요하다

2015-12-29 11:18:46

정동욱

스님 말씀을 들어니 올 한해도 복된 한해였네요.
지니보니 좋은것이 좋은게 아니고 나쁜것이나쁜게 아닌것을...또한가지를 깨우치게 되어 항상 감사드립니다.

2015-12-28 01:48:52

해탈지

법문 들으며 칭찬 받는 기분입니다.
한 해 잘 보냈구나.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2015-12-27 18: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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