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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후 1시부터 5시간 동안 통일의병교육용 교재 제작을 위해 영상 촬영을 한 후 저녁 8시에는 쑥고개 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남북통일’을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치고 서울공동체 대중들과 발우공양을 함께한 스님은 오전 내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서울 정토회관 1층 법당에서 통일의병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의병교육용 교재 제작을 위해 5시간 동안 녹화 촬영을 하였습니다.
스님이 먼저 “지난번 1,2강 강의가 너무 어려웠어요?” 라고 물어보자 통일의병들은 “아니요” 라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웃음을 머금으며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5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끼리 파당지어 싸우기 바쁘다며 왜 이런 정치적 갈등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후 부터는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한데 우리는 어떻게 평화를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주변국에 대해 어떤 외교적 자세를 가져야 할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가 왜곡된 한국의 정치 현실과 긴장과 대결이 고조되는 안보 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통일은 왜 해야 하는지, 통일이 되면 무엇이 좋은지, 어떤 이익과 변화가 올 것인지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통일을 대비해서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국민 행복과 국가발전의 열쇠는 통일 경제에 있으며 통일이 되면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고 사상의 자유가 확대되며 국제 위상이 격상되고 국가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며 다양한 이익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대비해서 경제민주화, 복지사회, 분권과 자치, 권력 분산, 다당제와 연정 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질문자는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정부가 해야할 일과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특히 통일의병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스님의 대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남한이 책임지는 통일, 북한에 대한 포용과 투자, 통일 지향적 정부 구성, 유권자 운동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동안 스님의 강의를 통해서 통일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여는 새로운 서막이며 우리에게 수많은 유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저부터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통일로 나아가면 좋겠다’거나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안일한 희망을 품어온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통일로 나아가서 우리 민족이 도약하느냐, 아니면 정체국면으로 가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100년을 위한 통일한국을 만들려면 지금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고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통일의병 배지도 받고 의병번호도 부여받으면서 비장함과 약간의 두려움, 뿌듯함 등 다양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의병으로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어요. 저는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저를 위해서는 통일이 돼도 좋고 안 돼도 그만이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니까 꼭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게다가 저는 다음 생에도 한국에 태어날 생각이라 통일을 위해 뭐라도 해 봐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통일의병들이 해야 할 역할과 과제를 자세히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우리가 통일을 우리 역량으로 자주적으로 안 하면 통일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국제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우리에게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도 중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우리에게 통일을 가져다 준 나라의 속국이 되기 쉽습니다. 형식적인 독립이나 다름없는 그런 통일은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 통일지상주의가 되면 안 됩니다. 통일은 평화적으로 돼야 하고 통일된 국가는 자주적인 국가여야 합니다. 통일이 되면 좋기는 하지만, 통일만 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 통일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하느냐에 따라 통일 이후 우리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우리의 통일은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주도해서 해주지 않습니다. 그 나라들은 주도해 줄 의향도 없고, 설령 해 준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도 않습니다. 만약 미국이 주도해서 통일이 된다면 한국은 대중 전선에서 미국의 최전방으로 복무해야 해요. 미국은 우리에게 그거 하라고 통일시켰다고 할 거예요. 중국이 한국을 통일시키면 중국은 대미 방어전선에서 중국의 최전방으로 한국을 내세울 겁니다. 그들이 통일하도록 해주지도 않겠지만 해주더라도 결과가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통일은 우리가 중심이 돼서 해야 합니다. 주변국의 협조는 얻어야 하지만 중심은 우리가 되어야지, 남이 해주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자꾸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하지만 이건 지금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우리가 중심에 서고, 그 다음에 그들의 방해를 어떻게 막고 협력을 이끌어낼 거냐 하는 외교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그러면 당사자인 북과 남 사이에 누가 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까요? 우리 민족 전체로 보면 과거에는 통일운동의 주도세력이 북한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자기 체제 지키기도 급급한 형편이라 통일을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첫째, 자기 체제 지키기도 어렵다는 게 현실이에요. 두 번째, 북한이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남한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군사력으로도 안 되고, 정치적으로 안 되고, 경제적으로도 안 됩니다. 세 번째, 북한이 주변국인 중국과 미국을 설득할 능력이 없어요. 그들의 협력을 얻을 만한 이익을 줄 수가 없어요. 북한은 외교역량, 경제역량, 정치역량이 모두 안 됩니다. 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역량이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은 역량이 될까요? 제가 볼 때는 역량이 됩니다. 우선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어요. 정치적으로도 남한의 민주사회가 북한 주민이 볼 때는 북한체제보다 나아요. 국방력도 사실 물리적으로 우위에 있어요. 이렇게 역량은 되는데 의지의 문제가 남았어요. 또 한국은 미국을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 우리 정부가 얼마나 중심을 잡고 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이 옛날처럼 한국을 마음대로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중국도 한국을 마음대로 하긴 좀 어렵습니다. 한국이 중국 쪽으로 가느냐, 일본 쪽으로 가느냐, 미국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동아시아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이 잘만 하면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제일 큰 문제는 의지가 없다는 겁니다.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는 지도력을 발휘해 왔지만, 북한까지 아우른 전민족의 운명을 어떻게 끌고 갈 거냐 하는 통일 국가발전계획을 세우고 북한의 이익까지도 담보할 만한 정치지도자가 지금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분단 상태로도 발전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도 현실에 안주해 있어요.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다고 해도 그에 대한 아픔이나 사랑, 자비심을 베풀 줄 모릅니다. 오히려 ‘저 사람들하고 같이 살면 손해 보지 않겠느냐’는 걱정부터 하는 수준입니다. 정치인들이 통일할 생각이 없다면 국민들이 그런 생각이 있든지, 국민들은 통일할 생각이 없어도 정치인들은 통일할 생각이 있든지 하면 희망이 있는데 지금은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역량은 있는데 의지가 없어요. 그러면 통일은 힘들어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이대로 두면 통일이 안 될 확률이 더 높아요.
그런데 통일이 되도록 하려면 어디를 설득해야 할까요? 가능성은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북한도 아닌 남한에 있습니다. 대한민국만 통일의지를 강력하게 가지면 역량이 되기 때문에 기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사람이 주축이 되어야 할까요? 옛날에는 노동세력이었지만 지금은 노동세력이 주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통일이 되면 실제로 노동자들이 제일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밀려들어오면 지금보다 노동조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념적으로는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습니다. 북한도 말로만 통일하자고 하지 실제로는 더 어려워지니까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과 똑같아요. 재벌은 지금 통일에 이해관계가 좀 있습니다. 통일되면 좀 돈벌이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삼성이나 현대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북한 정도에서 얻는 이익은 이미 그들의 회사 크기에 비하면 큰 이익이 아닙니다.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할 만한 장점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는 굉장한 이익이 됩니다. 지금 개성공단에 들어간 중소기업들이 목을 매다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이렇게 전체적으로 이익은 있지만 한국의 어떤 사람도 그 이익이 자기 개인의 이익과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젊은 학생들은 어떨까요? 생활고나 취직난 같은 자기문제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은 통일이 되면 득을 보긴 하지만, 지금 김정은의 행동 같은 걸 보고 정서적, 문화적으로도 안 맞아서 거부반응이 너무 많아요. 앞으로 노인들보다 더 극단적인 반북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보기에 그래도 제일 가능성이 있는 게 첫째, 40대, 50대 아줌마입니다. 아들이 군대에 갈 나이잖아요. 통일 되면 군대 안 가도 되거나 전쟁 위험이 없잖아요. (청중 웃음)
다음으로는 사업하는 사람들입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자영업을 하든 농사짓든 이런 사람들은 국제수출까지는 못해도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되니까 이해관계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통일의 주축세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통일이 되면 출구가 열리겠다는 데 동의하는 거예요. 아이는 자기가 자기 책임을 질 생각을 지금은 안 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잘 안 먹히지만, 엄마들은 이제 ‘아, 이 상태로는 어렵겠다’ 하니까 동의하죠. 자녀의 군대문제도 있지만 자녀의 미래 진로를 생각할 때 통일이 돼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통일이 돼야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40대, 50대입니다. 20대, 30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자기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부모가 어떻게 해결해 주리라고 기대합니다. 등록금 반값 투쟁이 학부형에게는 설득력이 있지만 학생들한테는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돈을 부모님이 내주기 때문입니다. (청중 웃음)
혜택은 젊은 세대에게 돌아가지만, 젊은 세대는 지금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지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에 이게 오히려 부담스럽지요. 그래서 지금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세대로 보면 40대, 50대입니다. 그리고 30대까지도 포함할 수 있어요. 통일이 되고 북한 개발이 되면 거기 가서 주된 실무를 맡고 진두지휘할 사람이 대부분 30대, 40대 초반입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나 사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중소기업가, 자영업자, 아줌마들이 사실 통일 이야기를 하면 가장 빨리 귀담아 듣고 통일이 되면 이해관계도 빠릅니다.
그리고 시민이 중심이 되어서 통일을 해야 통일된 국가가 시민이 주인 되는 국가가 됩니다. 전쟁을 해서 통일하면 군인이 중심인 국가가 되고, 재벌이 중심이 되어서 통일하면 재벌공화국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고, 대한민국 안에서도 바로 여러분들 같은 40대, 50대가 중심이 될 확률이 높고, 아저씨보다는 아줌마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아줌마들 모두 크게 웃음)
문제는 인식입니다. 자기 삶에만 매몰된 사람들이 어떻게 통일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을까요? 이 사람들은 정치나 국제정세나 외교에 별 관심이 없어요. 그래도 이 세대는 그래도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했고, 한국사회가 민주화될 때 직접 돌은 안 던졌더라도 옆에서 구경이라도 했고, 우리가 노력하면 변화가 온다는 경험을 한 사람들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이런 경험을 한 분들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통일이란 건 우리가 통일하자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통일은 남북 간의 정치문제입니다. 남한 안의 여러 가지 세력을 모아야 될 정치적 행위의 문제입니다. 또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한과의 사이에서 혼란을 막으려면 군대를 활용해서 방어도 하고, 통제도 해야 됩니다. 남한이 공격하려고 해도 막아야 하고, 북한이 쳐들어오려고 해도 막아야 하는 국방의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통일은 외교적 문제요, 정치적 문제요, 국방의 문제요, 경제적 문제입니다. 통일 이후에 북한 건설과 관련된 일은 국가가 할 일이에요.
그러니까 통일은 외국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중에서도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남한 안에서도 민간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있습니다. 즉 정부를 수립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핵심은 첫째,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 그 정부가 통일을 계속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해서 강력한 지지 세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런 통일추진 국민운동이 일어나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구성되어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됩니다. 외교든 국방이든 국가의 최고 목표를 통일에 두어야 합니다. ‘북한에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통일에 어떤 게 유리하냐’를 기준으로 해야 된다는 겁니다. 경제적 목표도 전부 ‘통일을 위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게 어떤 것이냐’를 따져야 합니다.
외교도 미국과는 자주적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해야 합니다. 중국과는 군사동맹은 맺지 않지만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적어도 우리가 반중 대열에 앞장서진 않아야 해요.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되 군사동맹은 맺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통일된 한국이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발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포용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삶이 나아지리라는 점을, 북한 지배세력에게는 신변보호가 확실하며 통일 후에 어떤 차별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사전에 보여줘야 됩니다. 그럴려면 현실적으로 경제개발과 경제적 지원을 해서 당장 이익을 주어야 하고, 남한 안에도 사회주의 활동을 허용해 놓음으로 해서 ‘통일된 뒤에도 북한 주민들이 정치활동에 아무 지장을 안 받겠구나’ 이렇게 안심하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방어에만 목적이 있어요. 북한에 안 먹히겠다는 생각만 하지 북한까지도 포용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겁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외교적인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국민을 설득할 때도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비전이 된다고 믿어야 해요.
첫째, 이렇게 책임지는 주체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둘째, 남북 간의 합의를 존중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포용하는 자세를 가지고, 셋째, 주변국에는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은 주변국이 다 우려하고 있으니까 ‘통일된 뒤에 핵은 폐기하겠다’라고 해야 됩니다. 우선은 그렇게 해야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통일을 이루되, 통일된 한국은 통일에만 머물면 안 됩니다. 통일 자체도 시너지 효과가 있지만, 통일된 한국이 중심이 돼서 동북 삼성, 연해주, 일본까지 포함하는 환동해 경제권을 만들고, 또 중국 본토까지 포함하는 환서해 경제권을 만들고, 이 둘을 합친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가면 결국은 이 동아시아의 중심국가가 한국이 됩니다. 게다가 민주주의도 심화되고, 인권도 더 보장되고, 복지사회도 이루어지고, 평화지향적이 되면 우리만 번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도 같이 번영하는 동아시아의 공동체의 번영을 이룰 수 있습니다. 미국도 해양세력의 일부로 이 속에서 더불어 발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면 이 경제권이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경제권보다 규모가 커집니다. 여기에 우리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한류처럼 세계에서 본받고 배워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난다면 21세기 말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국으로 설 가능성이 열립니다.
우리는 ‘통일된 국가’, ‘자주적인 국가’라는 점만 해도 벌써 동아시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국가로 설 수 있습니다. 소위 강대국이 아니어도 강소국으로서 중심국가가 돼요. 여기에 창조력까지 겸해서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되면 배달문명이 꽃피웠던 영화를 다시 일으킬 수 있어요.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의 문명을 이루었던 사람들의 후예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세계 최고의 문명을 다시 일으키리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약소국이고 중국의 변방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우리가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감히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 한국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우리의 문제를 풀면 세계의 여러 문제가 동시에 풀립니다. 우리가 환경문제를 풀면 중국이 안고 있는 환경 문제의 답이 되고, 우리가 갈등문제를 풀면 다른 나라가 안고 있는 갈등의 답이 됩니다. 전 세계의 온갖 갈등이 한국에 잡탕처럼 모여 있어요. 한국은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한 한편으로 봉건적 잔재도 뒤섞여 있어요. 북한 지배층도 가족주의, 재벌도 가족주의, 교회도 가족주의, 혹은 혈연주의잖아요. 여성교육이 이렇게나 발달했지만 아직도 성평등도가 세계 115위라고 합니다. 좋은 것도 물론 많긴 하지만 ‘헬조선’이라고 할 만한 것, 즉 세계에서 나쁜 것으로 손꼽히는 항목이 60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를 우리가 극복하면 우리의 문제만 극복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는 셈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문제를 푸는 게 바로 창조성입니다. 남한테 배워 와서 푸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풀어야 해요. 남북 간의 문제도 자존심을 내세우는 북한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갈 것인지 창조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또 여기에 우리가 중도(中道)를 적용해서 한국사회의 통합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 사람은 부친이 빨갱이라 안 되고 저 사람은 부친이 친일이라 안 된다는 식으로 하면 우리는 사분오열됩니다.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더라도 그걸 고집하지 않으면 과거는 묻지 않겠다, 과거에 어땠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적 가치만 지킨다면 지금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어떤 차별도 하지 않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북한 지배층의 극단적인 행동도 다 이해하고 협력해서 통일하자고 하면서 남한의 보수세력은 안 된다거나 진보세력은 안 된다거나 하면 안 돼요. 앞으로 일본이며 중국과도 협력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자고 하면서 국내에서는 경상도 사람이나 전라도 사람, 기독교인이라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우리가 조금 더 새로운 차원의 자세로 통일문제를 풀어야 됩니다. 이건 단순히 남북문제가 아니라 국민 통합을 하기 위한 기본자세입니다.
그렇다고 극단주의에 끌려가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의 지지를 100퍼센트 다 받으려고는 하지 말고, 그렇다고 소수만을 뭉쳐서 하려고도 하지 말고, 70퍼센트 정도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기본관점으로 잡아야 합니다. 조금 더디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수가 지지할 수 있는 방향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다수라는 건 늘 될 가능성이 있을 때 확 움직이지만 어려울 때는 안 움직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다수가 생각은 하고 행동은 못하는 것을 먼저 뚫고 나가줘야 합니다. 소수가 먼저 움직이는 걸 보고 될 것 같아야 나머지 사람들도 참여하는 거예요.
통일은 이런 비전의 첫 출발입니다. 통일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루고, 그 다음으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만들고, 그 다음으로 세계문명의 중심이 되는 100년을 그려야 해요. 통일을 이루는 출발은 우선 대한민국을 잘 만드는 것과 통일을 추진할 세력을 모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금 원하는 걸 이루어줄 통일비전, 즉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고 대한민국에 희망을 줄 통일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이 헌법에 의해 국민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통일은 가능합니다. 일제시대 때 총 들고 독립운동 한 것보다 가능성은 더 높고 위험은 더 적어요. 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다가 잡혀갈 때에 비해서도 가능성은 훨씬 높고 위험은 훨씬 적어요. 그때보다는 국민 지지도 높아요. 그때는 거의 지지받지 못하다가 투쟁 막바지에 가서 대세가 바뀔 것 같으니까 국민들이 확 따라간 거예요.
그러니 희망을 가지시고 다짐을 하셔야 해요. 우리는 위험도 별로 없고 일도 굉장히 쉽지만 이 일을 하는 자세는 독립운동 하듯이 해야 합니다. 목숨 안 걸어도 되고 재산 안 걸어도 됩니다. 그러나 기본자세는 목숨 거는 자세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번뇌가 없습니다. 죽을 일 아니면 눈도 깜짝 안 하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죽을 일도 없고, 손해 볼 일도 별로 없고, 감옥 갈 일도 별로 없어요. 다만 초기에 주위로부터 약간 왕따 당할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청중 웃음)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이야기해 줘서 우리에게 아주 유리해졌어요.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이건 대통령께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시는 사업입니다. 우리는 그 뜻을 받아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국내 유일의 민간 조직입니다’ 라고 말하면 됩니다. 민주평통이나 통일준비위원회는 다 관군에 속하지만 우리는 정부로부터 정말로 한 푼도 받지 않고 활동하는 의병이니까요.” (청중 큰 박수와 웃음)
강연을 듣는 내내 가슴이 뛰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비전을 이렇게 가슴 뛰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통일의 주체세력은 40대, 50대이며 그 중에서 아줌마들이라고 지목한 부분에서 모두들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늘 참석한 통일의병들도 대부분 아줌마들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스님이 ‘아줌마가 나라의 기둥이다’라고 말한 부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통일의병운동을 독립운동, 민주화운동과 비교하면서 가능성은 더 높고 위험은 더 낮아졌다며 용기와 자심감도 북돋워 주자 통일의병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고, 더불어 큰 박수가 함께 쏟아져나와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어느덧 강연을 시작한지 5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스님은 5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스님의 간절한 희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일의병교육을 마치고 통일의병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마음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가정 주부는 “40대, 50대 아줌마가 통일의 주체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에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것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교육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집무실에서 업무를 더 보다가 저녁 7시가 되어서 스님은 저녁 강연을 해주기로 한 쑥고개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쑥고개 성당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남북의 통일’을 주제로 천주교 신자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야단법석'을 지금 인터넷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14만 킬로미터의 여정에서 만난 2만 2천여 명 세계인과의 행복한 대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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