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16 발우공양 “대중생활의 자세”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서울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해 “대중생활의 자세”에 대해 법문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법당에 내려온 스님은 먼저 108배 정진을 마친 후 5시부터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 후에는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6시 30분부터 발우공양에 참석해 발우를 펴고 공양을 드셨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서 대중공사 시간이 되자 대중들은 각자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계율을 어긴 것은 없는지 살펴보며 어긴 것이 있다면 대중들에게 드러내어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참회 내용을 다 들은 후 “대중생활의 자세”에 대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문경에는 넘어져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환자들이 있고, 어제 서울에서도 세면장에서 넘어져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생겼다면서 시설에서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는 곳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의 참회 내용 중에 한의원에 다녀오겠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아픈데도 끙끙대면서 참고 살지 말고, 병원에 가서 종합검사를 하거나 정확하게 체크를 해서 대책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떻게 아픈지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챙겼습니다. 

 


 

이어서 지난주 일요일에 서울공동체 대중대표단과 문경공동체 대중대표단이 함께 모여서 대중 생활 문제와 관련해 의논을 했다고 하면서 평소 스님이 대중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느낀점과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절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이미지가 어떤가요? ‘절간 같더라’ 하는 건 첫째, 조용하다는 뜻입니다. 둘째,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모든 게 깔끔하고 심플하게 정리가 되어있다는 것이죠. 절은 조용하고 정리가 되어있고, 가정집은 어질러져 있고 시끄럽습니다. 이게 절과 가정집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왜 어질러져 있고 시끄러울까요? 어질러져 있다는 것은 정신이 없다는 것이고, 정리정돈이 되어있다는 것은 깨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끄럽고 떠든다는 것은 마음이 들떠있다는 것이고, 조용하다는 것은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살림살이 하는 모습이 우리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사 도우미가 청소를 하게 해서 정리정돈을 해 놓는다는 개념이 아니고, 마음이 고요하고 깨어있으면 자연적으로 사물이 정리정돈이 되고 조용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고함을 지르거나 ‘야’ 하면서 뛰어다니거나 할 때는 마음이 들뜨잖아요. 그러니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됩니다. 들뜨면 금방 자기를 알아차리고 바로 내려놓아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수행도량에서 사는 걸 가정집에 살듯이 산다는 겁니다. 우리가 술집 등 온갖 게 다 있는 도시 한 가운데에서 지금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물들지 않고 깊은 산속에 살듯이 이걸 유지해야 경쟁력이 있는 겁니다. 산속에 격리되어서 조용하게 있으면 거기서만 유지되지 바깥 사회를 견인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것은 고립된 상태에서의 자기보존입니다. 그러다가 도시에 나오면 해체되어서 흡수되어 버립니다. 즉 사회에 물들어버리게 돼요. 

 

우리가 이렇게 시끄럽고 온갖 술집이 있는 도시 유흥가 한 가운데에 사는 이유는, 첫째, 소극적 의미로는 여기 있으면서도 물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오히려 밖에 살던 사람이 절에 들어와서 보고 본받게 하자는 것입니다. ‘아이고, 우리도 조용하게 살아야 되겠다’, ‘우리도 깨어 있어야 되겠다’, ‘우리 집에도 정리정돈을 좀 잘 하면서 살아야 되겠다’, ‘우리 집에서도 질서를 좀 지키며 살아야 되겠다’ 하는 등 절에 와서 뭔가 배울 게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시내에 살면서 자꾸 절집의 전통 중에 좋은 점인 조용함과 정리정돈, 깨어있음을 자꾸 놓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도 화장실 앞에 발 닦는 수건이 하나 흐트러져 있다고 얘기했는데, 흐트러져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발을 닦고 나서 수건을 딱 펴서 바르게 놓고 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번에도 새벽 예불 하러 나올 때 보니까, 역시 발 닦는 수건이 약간 삐딱하게 접혀 있었는데, 여기 오래 산 사람인데도 발을 닦고 들어가면서 그게 삐딱한지 접혀 있는지 아예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들어가더라고요. 자기가 딱 발을 디딜 때 거기에 깨어있어야 됩니다. 신발을 딱 벗을 때 깨어있어야 되는데, 급하면 방에 들어갈 때 마음이 먼저 방안에 들어가버리니까 신발이 흐트러지잖습니까. 그래서 늘 ‘조고각하(照顧脚下)’, ‘네 발밑을 보라’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 여기 깨어있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대중생활을 할 때는 좀 질서가 있는 생활을 하는 게 좋겠다 싶습니다. 불단 앞에도 책상이 놓여있고 향로와 촛대가 놓여 있는데, 균형이 안 잡혔으면 누구든지 균형을 잡아야 됩니다. 방석을 놓더라도 균형을 맞춰야 해요. 마루에 결이 있으니까 맞추기가 굉장히 좋잖습니까. 방석을 펴고 그냥 갈 게 아니라 이쪽 모서리와 저쪽 모서리가 균형이 딱 잡혔는지 보고 가야 되는데 보통은 그냥 방석을 가져와서 주욱 깐단 말입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는 법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절에서는 원래 어간, 즉 어르신 스님이 앉는 가운데 자리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하반이 앞쪽에 앉습니다. 절에서는 하반이 먼저 들어오고, 상반이 나중에 들어오니까요. 그렇게 들어오면 어간을 기준으로 양쪽 앞 끝이 하석입니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거기서부터 가지런히 앉습니다. 예를 들어 이쪽이 선방, 저쪽이 강원이라면 이쪽엔 수좌들이 주욱 앉고, 저쪽엔 학승들이 주욱 앉고, 이쪽이 남자, 저쪽이 여자라고 배정을 하면 이쪽엔 남자, 저쪽엔 여자가 주욱 앉습니다. 끝나고 나갈 때도 우르르 나가는 게 아니고, 맨 끝에서부터 쪼르르 나가서, 순서대로 벗어놓은 신발을 신고 나가거든요. 군대처럼 누가 줄 세우는 사람도 없고요. 그래서 기러기처럼 걷는다고 그러는 겁니다. 그렇게 질서가 딱 있어야 되는데, 늘 보면 먼저 왔는데도 뒤에 자리를 잡더라고요. 스님 자리와 법사님들 자리 등 지정된 자리에는 지정된 사람이 앉고, 방석을 뺏다가 옮겼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지정좌석이 없는 경우는 항상 들어오는 순서대로 앞자리부터 앉습니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앞자리부터 앉아주면 자연적으로 뒤가 비게 되지 가운데가 비는 일은 없어요. 그런데 늘 보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대중들한테 ‘앞자리부터 채워주세요’ 라고 안내를 하는데, 원래 절에서는 그렇게 안내를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들어오면 순서대로 앉고, 빠져나갈 때도 문을 열면 뒤부터 나가고, 신발도 그 순서대로 놓고, 그래야 되거든요. 

 

앞으로 연수원에서 대중 교육을 할 때 그런 생활 교육을 잘 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법당에 오면 어떻게 앉고, 어떻게 일어나고, 방석은 어떻게 개고, 누구 한 사람이 개어주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다 자기 방석을 딱 보고 거기에 깨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훈련을 받으면 집에 돌아가서 생활할 때나 사회에서 생활할 때도 도움이 되잖아요. 행사 끝나고 나서도 굳이 ‘뒷정리 하세요, 휴지 버린 거 다 치우고 오세요’ 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정토행자라면 뭘 하든 알아서 잘해야 될텐데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절에 사는 우리부터 먼저 해 나가면 저절로 대중들도 따라 배우게 됩니다. 그게 첫째 해야할 일입니다. 둘째는 비질하고, 걸레질하고, 물건 정리정돈하고, 빨래하는 것에 대한 생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빨래를 하고, 널고, 걷을 때 남이 봐도 빨래가 가지런히 널려 있다든지, 양말을 빨면 털어서 딱 펴서 널고, 갤 때도 가지런하게 개고 하는 훈련이 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세수를 하면 끝나고 난 뒤에 대야를 꼭 닦아놓고요. 머리 감으면 반드시 머리카락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고,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물기 제거하는 도구로 물기를 제거해야 뒤에 들어오는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욕실용 신발도 벗어서 뒤로 딱 돌려놓아서 뒤에 들어가는 사람이 신발을 신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놓고 나와야 되고요. 그게 자연스럽게 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전부 혼자 살다가 와서 그런지, 절에서 안 가르쳐서 그런지, 이런 생활훈련이 좀 안 되어 있어요. 누가 보기 좋으라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정에서 이런 생활교육이 안 되니까 절에 와서라도 그런 걸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청소당번 이야기가 나왔는데, 환자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업무배당을 똑같이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반에 있는 사람은 자꾸 빠지고 하반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배정을 받게 되면, 말은 안 하지만 불만이 생깁니다. 한 달에 5번 공양당번을 해야 되는데, 그게 여섯 번이 되고, 여덟 번이 되면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배정을 할 때 전체가 40명이면 40분의 1로 무조건 나누지 말고, 이중에 ‘환자 누구는 예외로 한다’고 먼저 빼고 배정해야 됩니다. 일주일이면 일주일, 한 달이면 한 달 동안 환자는 배정을 할 때 제외하고 해야 됩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업무가 바쁜 사람은 전체가 한 달에 다섯 번씩 배정한다면 그 사람은 한 달에 세 번만 하도록 하고 두 번 정도는 빼주자고 회의를 해서 양해를 구할 수 있겠죠. 같이 살고 있으니까 아예 빼는 건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 조금 감해 주고, 나머지는 다 배정을 해서 균등하게 배정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야 해서 급하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때는 다음에 자기가 그 사람의 것을 다른 날 교체해 줄 수 있도록 해야 불만이 안생깁니다. 그런데 원칙대로 다섯 번을 배정 받았는데, 늘 하다 보면 일곱 번을 하게 된다면 점점 불만이 생깁니다. ‘즐겁게 하면 된다’는 건 개인수행 차원이고요. 공동체적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런 당번 배정 문제는 대중대표가 항상 평등하게 해 주되 약간의 예외는 있어야 합니다. 너무 원칙대로 똑같이만 배정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개인의 생활이나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조정을 해줘야 됩니다. 그리고 업무가 아무리 바쁜 사람도 어느 정도는 대중생활을 같이 해 줘야 되고요. 

 

이렇게 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생활을 공유하지 않으면 같이 사는 사람끼리 불만이 생깁니다. 그래서 생활 공유는 일의 효율, 비효율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밥 먹고, 자고, 생활하고, 빨래하는 것을 일의 효율, 비효율로 따지면 안 됩니다. 그건 인간의 기본생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업무가 바빠도 그런 생활 공유를 하면서 업무를 해야 됩니다. 그걸 잘 안 하면 스스로 자꾸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자기 책임을 다 못하면, 옆에서 자기 일을 도와줘도 괜히 쪼들리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공동체에서 주어진 업무는 가능하면 자기 책임을 다하고,  그렇지 못하면 처음부터 양해를 구하고 배정받을 때부터 조정해서 받아야 다른 사람이 불만이 적게 됩니다. 개인의 특수성을 인정할 건 인정하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건 꼭 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니고 평생 살아야 되니까 그렇게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애정이 담긴 스님의 말씀을 새겨 들으며 공동체 대중들은 조금 더 깨어있는 생활을 해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무엇보다 생활 모습에서 마음의 상태가 드러난다는 점과 온갖 경계 속에서도 여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 

 

 

스님의 소중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긴 후 대중들은 각자 업무 공간으로 가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스님은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새책 원고를 보며 교정 작업을 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강연이나 미팅, 회의 일정이 아무것도 잡혀 있지 않아서 원고 쓰는 작업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오후 내내 2차 통일의병교육 교재 제작을 위한 영상 촬영이 있을 예정이고, 저녁 8시에는 쑥고개 성당에서 마련한 초청 강연에 참석해 천주교인들을 위해 통일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오늘 12월17일(목) 저녁 8시에 쑥고개 성당(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1564-10)에서 법륜 스님의 통일이야기 강연이 열립니다. (찾아오는 방법 : [지도보기])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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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스님.항상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천하는 지식인이 되겠습니다.

2015-12-19 11:14:15

정동욱

항상 느끼지만 감사드립니다.

2015-12-19 10:36:10

이정화

최고입니다
참~~평등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12-19 07: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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