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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관악구청 8층 강당에서 서울 시민들을 위해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전국 순회 강연을 시작한지 20번째를 맞이한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통일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원고 교정 업무를 보면서 아침 일정을 보냈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에 잠시 들러 선물용 김장 김치를 추가로 발송할 것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후 시골 형님이 농사를 지어 보시한 쌀 여러 포대를 가정 형편이 어려운 봉사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차에 실었습니다.
▲ 어제 추가로 포장한 선물용 김장 김치
▲ 가정 형편이 어려움에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선물할 쌀포대
그리고 그동안 선물용 김장 김치를 담그기 위해 수고가 많았던 화광 법사님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울산 두북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후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은 후 오늘 강연이 있는 관악구청으로 갔습니다.
▲ 관악구청
저녁 6시 30분에 관악구청에 도착한 스님은 접견실에서 머물며 유종필 관악구청장님을 비롯해 통일의병 대표를 맡고 있는 김홍신 작가님과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유 구청장님에게 강연 장소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책 ‘야단법석’을 선물했고, 유 구청장님도 스님에게 책을 선물했습니다.
▲ 유종필 관악구청장님
한편 일찌감치 관악구청 8층 강당에 모인 통일의병들은 서울시민들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올해 마지막 강연이라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기념 촬영을 잊지 않았습니다.
▲ 추운 날씨에 서울대입구역에서 안내 푯말을 들고 있는 통일의병
강연장 입구에서 60대 남성 분은 열심히 질문을 적고 있었습니다.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스님께 꼭 여쭙고 싶다고 합니다. 사촌 3명이 함께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종교는 천주교, 기독교, 불교라며 웃음을 내비칩니다. 그 중에 한 분은 천주교도인데 스님의 팬이라고 하면서 매일 아침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오는 ‘스님의 하루’로 시작한다고 기분 좋게 말했습니다.
네 대의 엘리베이터가 바삐 오르내리며 시민들을 8층으로 실어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350개의 좌석이 다 채워졌습니다. 7시가 되자 만석을 넘어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강연장 문을 열어주면 밖에 서서라도 듣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죄송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하고 되돌아가시도록 안내를 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올해 마지막 강연이라 통일의병 대표를 맡고 있는 김홍신 작가님이 특별히 참석해 환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작가님은 오늘 강연을 듣고 모두 대한민국을 밝히는 찬란한 꽃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 통일의병 대표 김홍신 작가님
“옛날에는 귀신이 정말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귀신이 없어졌어요. 그 많던 귀신이 어디로 갔죠? 바로 전기불 때문입니다. 거리가 밝아지고 세상이 밝아지니 귀신이 사라져 버렸어요. 지금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처럼 척박하고 가난한 지역은 아직도 귀신이 무지하게 많아요. 대한민국은 살기 좋아져서 많이 밝아졌는데 아직도 전기불이 비춰지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우리의 북녘 형제들입니다. 이제는 평화적인 통일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지구 상에서 가장 사람이 살만한 땅이 될 것입니다. 그 때를 우리는 대비해야 합니다. ‘광명’ 이라고 할 때 ‘명’은 자기를 밝히는 것이고 ‘광’은 남을 밝히는 것입니다. 광명을 밝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며칠 후에 통일시민학교가 열리는데 이것을 수강하면 통일의병 군번이 나옵니다. 나중에 통일이 되면 ‘당신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냐?’ 고 반드시 물을텐데 그 때 ‘나는 통일의병 군번 몇 번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저는 통일의병 대표인데 아직 군번이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군번이 1000번으로 예약해 두었는데, 아직 통일의병이 1000명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모두 통일의병이 되셔서 저를 빨리 통일의병 군번을 받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스님 말씀을 새겨 들어서 모두들 대한민국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찬란한 꽃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청중들은 작가님의 간곡한 호소에 화답하며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강연이 시작되고 밝은 얼굴로 스님이 무대로 걸어 나왔습니다. 강연 후 통일의병들과 쫑파티가 예정되어 있어서 강연을 일찍 마치기 위해 강연 취지에 대해서만 잠깐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통일의병’이 주관한 강연입니다. 그래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저를 데려온 거예요. 항상 저만 보면 아이나 배우자와 관계된 개인의 인생 고민을 묻고 싶어 하시지만 오늘은 좀 참아주세요. 그런 이야기로 시간이 다 가버리면 주관한 단체에서 다시는 저를 안 불러줄 겁니다. (웃음) ‘스님이 오시면 사람은 많이 오는데 도무지 우리가 목적하는 통일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통일 이야기로 질문을 받겠습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통일 강연이었지만 그래도 개인 고민을 묻는 분이 한 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질문자였는데요. 화를 잘 내고 못된 오기가 있어서 상대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마음에 안들면 그 이야기를 틀렸다고 하는 습관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개인 고민을 묻는 사람은 통일시민학교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해서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부터 네 번째 질문자까지는 통일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통일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오는지 막연하다며 통일이 되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과 변화가 오는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은 현상 유지가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되기 때문에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야 하는지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이야기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통일을 적극 추진할 것을 기대했지만 남북관계에 변화가 별로 없다며 현 정부에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질문자의 대답과 스님의 말씀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착착 맞아 들어 가고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시민들의 웃음 소리는 강연장을 더욱 훈훈하게 해주었습니다. 강연장 여기 저기에는 필기를 열심히 하시는 분, 연신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 등 스님 말씀을 잠시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통일은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올해 마지막 통일 강연이니 만큼 스님은 그동안 진행된 강연을 총정리하면서 가슴 뛰는 통일 비전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너무나 명쾌하게 종합적으로 설명을 해주었기에 듣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통일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 변화가 좀 막연하고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에게 어떤 이익과 변화가 오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통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생각은 않고 통일된 뒤의 떡고물부터 탐내시네요.” (모두 웃음)
“질은 일단 놔두고 양적으로 우선 설명해 보면 경제와 정치, 안보 모든 측면의 돌파구가 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즉 남한만 보면 인구가 5천만이고 국토가 9.8만 제곱킬로미터입니다. 1인당 GDP는 약 3만 달러 가까이 되고, 총 GDP는 세계 13위 정도예요. 노무현 대통령 때 11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연이어 대통령이 되어서 우리나라 경제를 망쳤다’라고 주장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기를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말을 한 근거가 있긴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18년 동안에 평균 GDP 성장, 즉 경제성장률이 11퍼센트였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 정치는 문제가 많았지만 경제만큼은 비약적으로 성장해서 7년 동안 연 평균 10퍼센트씩 성장했어요. 노태우 대통령 5년 동안에는 9퍼센트, 김영삼 대통령 5년 동안에는 7퍼센트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5년 동안에는 5퍼센트, 노무현 대통령 5년 동안에는 4퍼센트 성장했어요. 그러니 이명박 후보가 그렇게 말할 만 했어요. ‘그 전에는 아무리 못해도 7퍼센트 성장했는데 저 두 사람 때문에 우리나라가 10년을 잃어버렸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아무리 못 해도 7퍼센트 성장을 달성하겠다. 그러면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가 도래해서 세계 경제 11위에서 7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큰소리 친 게 소위 747 정책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BBK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밀어줬어요. 경제 성장의 향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5년 동안에 3퍼센트 성장했습니다. 7퍼센트는 고사하고 전대 대통령들 만큼도 달성하지 못했어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2.8퍼센트예요. (청중 웃음)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3.8퍼센트 정도를 목표로 세웠지만, 임기 끝날 때까지 2.5퍼센트 정도 하면 잘 한 축에 들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다음 선거에 어떤 대통령 후보든 ‘내가 당선되면 5퍼센트 성장시키겠다’라고 주장해도 믿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소진됐기 때문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3퍼센트 이상은 더 끌어올리기 어려워요. 앞으로 20년 이상은 갈수록 성장이 둔화되어 평균 2퍼센트 성장도 어렵다고 이미 국제기구에서 예측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일본이 걸었던 길인 장기불황에 우리도 들어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못 받아들이죠. 왜? 지난 50년 동안 분단된 상태로도 이렇게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분단된 상태로도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정치 민주화를 이루었고, 국방력도 크게 증가시켰기 때문에 지금 조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잘 하면 다시 경제도 성장하고, 정치 민주화도 더 나아가고, 안보도 튼튼해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건 과거의 향수 때문에 착각하는 거예요.
현실을 보면 국내적으로 이미 성장 동력이 소진됐어요. 첫째 원인은 모방 시스템의 한계입니다. 미국이 100이라면 유럽이 93, 일본이 90, 우리가 한 83까지 따라왔어요. 그 차이가 클 때는 따라잡는 성장속도가 빠르지만 차이가 좁혀질수록 성장속도도 느려집니다.
중국도 차이가 많이 날 때는 두 자리 수 성장하다가 차이가 줄어드니 7퍼센트 아래로 떨어졌잖아요. 조금 더 가면 5퍼센트 대로 떨어질 겁니다. 갈수록 둔화되고 정체되는 것이 우리만 겪는 현상이 아니라 정상이라는 겁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가다가 이미 20년 전에 저성장에 돌입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장기불황에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계속 잘 되리라고 아무리 믿어도 실제로는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인구 구성을 봐도 노령 인구가 많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집니다. 국제산업구조를 봐도 뒤에서는 중국이 바짝 추격해오고 앞에는 일본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조건이 이제 더 이상 고성장은 어렵다는 겁니다. 국제적인 상황도 그렇습니다. 한때 수출이 매년 2, 30퍼센트씩 늘었지만 지금은 줄어들잖아요. 작년보다 올해는 더 많이 줄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경제만이 아닙니다. 정치며 안보도 그래요. 그동안 우리는 분단된 속에서도 독재에서 민주화를 이루었고, 지방 자치도 이루었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오고,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오면서 민주화가 느리더라도 조금씩 더 나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간다는 인식들이 팽배합니다. 지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이야기도 나와요. 지방 자치단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들 할 정도입니다. 국회도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양당구조가 국민의 정치수요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질적인 줄 세우기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게 꼭 대통령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문제라고만 하긴 어렵습니다. 분단된 상태에서의 민주주의는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가기가 어렵게 되어 있어요. 안보도 국방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는데도 최근 5-6년 사이에 전쟁 직전까지 간 위기가 벌써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 전에 국방력이 그리 튼튼하지 않을 때도 전쟁 위험을 이렇게 걱정하지는 않았잖아요. 물리력은 엄청나게 강해졌는데도 실질적인 전쟁 위험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경제도 성장했는데 내적인 질은 안 좋고요. 겉으로는 살기 좋은 편인 것 같이 보이지만 국민 행복도는 세계 117위여서 카메룬, 말리 같은 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성 평등도는 115위이고 자살률과 저출산율은 세계 1위입니다. ‘헬조선’의 악명을 세계적으로 떨치는 항목이 60여 가지나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외적인 규모는 커졌지만 내부 질은 굉장히 부실한 거예요. 그런데 그 양의 성장마저 이제는 거의 멈췄습니다.
전에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였어요. 미국이 전 세계 부의 30퍼센트와 전 세계 국방예산의 50퍼센트 정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누구도 미국과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미국과 동맹을 맺고 가장 가까이에 있었기에 안보도 안심할 수 있었고, 과학기술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경제도 성장했고, 정치도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된 거예요.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G2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일극이 아닌 양극 체제로 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 안보는 미국에 의지해있고 경제는 중국에 의지해 있어요. 중국에의 수출량이 미국에의 수출량 두 배가 넘고, 우리의 흑자는 대부분 중국에서 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하니까 어느 한 발을 떼야 하는데, 안보도 못 떼고 경제도 못 떼는 진퇴양난에 빠졌어요. 그래서 지금 미국이 한국더러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안보 면에서 계속 압력을 넣는 거예요.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해라, 사드(THAAD) 배치하라는 게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들어가면 중국과는 갈등관계가 됩니다. 지금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유지하고자 친중 외교를 하려고 하다 보니 또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불신을 제기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줄타기를 해왔지만, 이게 올해까지 갈지 내년까지 갈지 모릅니다.
이런 속에서는 우리의 안보도, 경제도, 정치도 더 이상 성장과 발전은 없다는 현실진단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그냥 정체국면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의 정체국면은 곧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에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몰락하는 양 길밖에 없어요. 정체상태를 유지하는 것만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통일이라는 돌파구가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일단 인구가 7천3백만, 영토가 21만 제곱킬로미터로 늘어납니다. 여기에 정치적 갈등과 군사적 갈등이 사라지고 북한의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력과 기술이 결합한다면 우리는 다시 세계적인 생산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때 세계적인 생산기지였다가 중국에 그것을 넘겨줬잖아요. 지금은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해가고 있는데, 그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다시 한국이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북한개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10~20년 동안은 다시 5~7퍼센트 대의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철도, 도로와 항만, 비행장, 공장 등 인프라 건설만 하더라도 북한개발에는 엄청난 수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동부가 정체국면에 빠졌을 때 서부개척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듯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일본은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100년 전에는 위기 극복을 노리고 한국을 침략해서 실제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지금은 침략을 할 수 없으니까 길이 없어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정체국면을 당분간 해소할 새로운 길이 있습니다. 그게 통일이에요.
통일은 남한에게만 좋은 게 아니에요. 북한도 생존의 위기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남북한이 통합경제, 즉 통일경제로 간다면 북한은 연 10퍼센트 이상 성장은 당연하고 연 100퍼센트 성장도 가능합니다. 국제통계학에서 이미 관련 예상 수치가 다 나와 있어요. 통일하고 20년만 지나면 통일한국의 인구, 규모, 영토, 경제력은 세계 7위권까지 올라간다고 보고들 있어요. 남북한과 동북 3성, 연해주, 일본까지 결합하는 환동해권 인구만도 3억 5천만 명 가까이 됩니다. 그 영토는 유럽과 맞먹습니다. 거기에 시베리아나 사할린의 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바로 들어와요. 그러면 중동이 저렇게 불안해도 걱정 없이 값싼 에너지원을 들여와 이용할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활력이 생기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돈이 많이 들지 않냐고 우려하겠죠. 돈이 많이 드는 건 맞아요. 그런데 이 돈은 전부 투자비용입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비용이 몇 년 전 계산으로 4조원이었으니 지금은 5~6조 정도 될 겁니다. 그런데 이 돈은 10~20년 안에 회수할 수 있어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에는 물류혁명이 일어납니다. 물류가 부산항에서 유럽까지 바로 연결되는 거예요. 이렇게 투자비용이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 우리 돈으로 하고 없으면 외자 유치해서 하면 됩니다. 세계에 투자처를 찾는 자본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나머지도 다 그냥 허공에 뿌리는 돈이 아니라 투자비용이에요.
북한의 2천만 인구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먹여 살린다는 측면에서는 돈이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2천만 인구 자체가 엄청난 자산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묻혀 있는 희귀 금속과 각종 지하자원은 적게 잡으면 4조 달러, 많이 잡으면 8조 달러의 가치를 지닙니다. 매장량의 가치가 남한의 30배에 달해요. 그러니 하나하나 이야기할 것도 없이 완전히 새로운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우리의 사고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은 무슨 이야기하다가도 ‘그런 이야기 하면 종북으로 몰린다’ 이럴 정도로 사고에 늘 어떤 벽이 있잖아요. 통일되면 그런 벽이 다 허물어져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어떤 사상이든 자유로이 토론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젊은이들의 사고의 창의성이 굉장히 발달합니다. 특히 미래에는 모방이 아니라 창조가 과제잖아요.
그리고 한국 브랜드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성장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 들어봤죠? 한국은 지금은 잘 나갈지 몰라도 언제든 전쟁이 나서 국가기반 시설 몇 개만 폭격당해버리면 하루아침에 경제가 붕괴되는 위험을 안고 있어요. 이걸 ‘코리아 리스크(Korea risk)’라고 해요. 우리의 실력이 100이라면 국제사회에서는 70밖에 평가를 안 해줍니다. 언제든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해서 값어치가 저평가 되어 있는데, 통일이 되면 코리아라는 상표가 제 값어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우리는 북한을 생각하지 않으니 잘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 ‘코리아’라고 하면 핵, 전쟁, 기아, 독재, 인권문제 같은 이미지가 지배적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삼성, 현대가 한국 기업인지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습니다. 코리아 상표가 아닌 자기 상표로 자리 잡은 거예요.
그런데 통일이 되어 코리아의 이미지가 좋아지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코리아 상표에 힘입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면도날은 독일제가 좋더라’ 하지 않고 ‘뭐든지 독일제면 좋더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듯, 한국도 그리 될 수 있어요. 대기업은 자기 상표를 갖고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자기 상표를 가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코리아 상표가 좋아져버리면 모든 중소기업이 다 살아납니다. 그냥 화장지 하나, 드라이버 하나도 한국제라고 하면 무조건 좋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돼요. 통일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렇듯 통일 뒤에 얻어지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산가족의 아픔 같은 우리들의 오래된 한을 풀 수도 있고,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도 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이 적대적으로 경쟁하다 보니 북한도 역사가 왜곡돼 있고 남한도 역사가 왜곡돼 있어요. 지금 교과서 논란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엄청난 역사 왜곡이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부정해야 하다 보니 독립운동할 때 사회주의 계열에 섰거나 훗날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 제외시켜버려서 독립운동사가 빈약합니다. 북한은 또 독재를 해야 하다 보니 중요한 독립운동은 김일성과 주변 인물들이 다 했다 하고 북한정부 수립에 참여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역사에서 죄다 제거해버렸어요. 이런 역사적 왜곡이 아주 심한데, 통일되면 이런 역사가 전부 복원될 수 있어요.
통일의 효과는 문학과 예술 면에도 미칠 겁니다. 제가 보기에 남북 평화 통일을 이루면 우리가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노벨상이 평화상과 문학상입니다. 이 분단의 고통, 전쟁의 고통을 승화시켜서 낸 소설이 지금 노벨상을 받는다면 남쪽에서 나온 작품은 북쪽에서 반대할 테고 북쪽에서 나온 작품은 남쪽에서 반대할 겁니다. 받을 만한 사람들은 이미 대략 윤곽이 나와 있어요. 통일이 되면 그런 걸림돌이 없으니 바로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할 겁니다.
외교 면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은 미중이 각축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우선 목적이 있으니까 일본을 내세워요. 전후 패전국의 이미지를 다 지우고 재무장시켜서 미국의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거기에 한국도 붙으라고 압력을 가하는 거예요. 한일 간에 군사협력을 하라는 게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중국과 완전히 적대 관계에 놓여야 해요. 통일 한국은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지금 미국은 남한만 떼 와서 미국의 대중 방어선에 붙이려 들어요. 중국은 지금 남한을 거기 못 들어가게 하려고 잡아당기고는 있지만 안 되겠다 싶으면 북한을 껴안을 겁니다. 그러면 북한은 중국의 아래에, 남한은 미국의 아래에 붙어서 미중의 싸움 속에서 다시 서로 갈등해야 합니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남북이 갈등하고 전쟁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남북이 통일국가를 형성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면 한국이 중국 쪽으로 협력하느냐 미국 쪽으로 협력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질서, 판도가 달라져요. 그래서 우리만 중심을 잡으면 오히려 우리 덕분에 동아시아가 평화지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한국에 중국과 일본, 미국까지 손을 잡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면 그 규모가 유럽이나 미국을 훨씬 능가합니다. 그러면 일부 학자들이 이야기하듯이 문명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갔다가 동아시아로 다시 옮겨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동아시아가 지금처럼 민족적인 갈등을 하고 있으면 문명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문명의 중심이 되려면 경제 규모나 군사 규모만 커져서 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 인권의 신장, 학문의 창조성, 이런 많은 요소가 다 결합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만약 21세기 초반에 통일을 하고 중반에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나간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오고 우리가 그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 됨으로 해서 결국은 세계 문명의 중심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지금 열려 있는데 그 첫 발이 통일입니다.
우리가 미중의 하위 변수로 전락해서 갈등의 분쟁 지역이 될 것이냐, 아니면 통일국가를 형성해 미중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번영의 중심이 될 거냐를 가르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예요.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되고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됩니다. 이런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큰 이익을 생각해서 작은 감정이나 손실, 즉 북한을 포용할 때 일어나는 문제를 감수해내야 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과거에 입었던 피해에 대한 복수심에 너무 사로잡혀서 미래의 큰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일은 단순히 남북한의 통일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남북한의 통일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그 통일이 합의통일이 되면 시너지 효과가 나서 일본 및 중국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 문명의 중심국가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러나 무력으로 북한을 굴복시켜 통일하게 되면 통일은 될지 몰라도 중국과 우리는 갈등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면 통일의 시너지 효과가 없어집니다.
그러니 통일이 돼야 하지만 통일이 어떻게 되느냐는 방법론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남북이 대등하게 통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한쪽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남한 사람인 제가 이런 주장을 하니 북한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대등하게 통일하기가 어려워요. 남한도 문제가 없진 않지만 남한을 좀 리모델링해서 통일의 중심을 삼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북한의 요구를 좀 들어줘야 해요. 경제만 먼저 통합하되 정치는 10년이든 20년이든 중국처럼 여유를 두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북한 자체에 어떤 변화가 올 때까지 좀 열어둬야 해요. 그러나 경제 문제는 내일이라도 당장 통합경제, 통일경제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민족이 살 수 있습니다.
통일의 이익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통일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신이 없어요. 미래는 불안정하잖아요. 미국 가서 이야기해봐도 그래요. 자기들이 봐도 통일된 한국이 미국 편에 딱 붙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쉽게 도와주지 않으려 합니다. 중국에서도 손을 쉽게 내밀어주지 않아요. 지금의 한국이 미국과 군사며 뭐며 전부 결합되어 있는데 통일됐다고 해서 중국과 협력관계가 되리라고 확신하기 어렵잖아요. 자기 쪽으로 온다는 게 확실하면 지지하겠지만, 미래의 불확실성보다는 현실에 주어진 확고한 것을 확실히 가지려 드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미국은 남한을 확실하게 끌어오는 쪽으로 관심을 갖고, 중국은 남한이 미국과 결합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일본까지 결합하지는 않도록 잡아당기고 있어요. 중국이 지금은 우리에게 잘 해주지만,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북한을 잡을 겁니다. 지금은 한국을 잡으려고 북한과 거리를 좀 두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위태로운 균형이 유지되는 것도 몇 년 안 남았습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가서 사드 배치에 사인을 안 했기 때문에 그나마 아직 시간이 좀 있는 거예요. 사드 배치에 사인하면 대세가 거의 기울어진다고 봐야 해요.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아직은 중국에 고개를 안 숙이고 버티고 있으니 시간을 번 겁니다. 그런데 저걸 얼마나 더 버티겠어요? 고개 숙여버리면 끝나요. 남쪽이든 북쪽이든 아직은 통일의 기회가 있는데, 어느 쪽이든 더 이상 못 견뎌서 이쪽이든 저쪽으로든 기울어지면 통일은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미중의 하위변수로 편제되어 장기간 분단 상태로 가야 합니다. 미중의 패권 경쟁은 앞으로도 몇 십 년은 이어질 거예요. 그러면 미래의 100년 역시 과거의 100년과 다름없는 상태로 가야 해요.
이렇게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알아서, 국민이 뜻을 모아야 합니다. 현재의 정부가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압력을 가하고, 현 정부가 그리 하지 못하면 다음에는 통일을 확실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한다든지 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 행동 없이 현재의 정치인들만 가지고는 마치 임진왜란 때 관군만 가지고는 안 되었듯이 통일도 좀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의병운동이 일어나는 거예요. 여러분은 시험이 중요하고 결혼이 중요하고 자녀 문제가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사는 전체 공동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분단된 상태에서도 여기까지 온 것은 잘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굉장히 불확실한 조건에 놓여 있는데, 이걸 지금 안 보고 그 안에서 자기 개인 문제에만 안주해 있으면 미래는 어둡습니다. 조선말엽에 소위 서세동점이라는 국제적인 위기에 처했는데도 아무런 방비 없이 내부에서 사색당쟁만 하다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세력 교체 되는 시기에 결국은 나라를 잃고 식민 지배를 겪었잖아요. 지금 그와 비슷한 새로운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오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통일의 이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청중 박수)
스님의 가슴 뛰는 통일 이야기에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통일이 가져다 줄 이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동안 통일에 대해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어떤 이익이 있는지 너무나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새로운 기운이 약동하는 듯한 희망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불안해 하고만 있는 우리들의 앞길에 대해 이렇게 멋진 청사진을 그려주시는 어른이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벌써 약속한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통일 대박론을 내세우면서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현 정부에 대해 어떤 태도와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물었던 마지막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지금 통일을 위해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갖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우리는 주권자입니다. 우리는 국가의 이익과 발전,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기 때문에 그렇게 선출된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행해야 해요. 만약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가 임명해야 합니다.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주주들이 모여 주주총회를 열고 CEO를 새로 뽑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대주주는 사람 수는 적지만 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소액주주는 힘을 많이 모아야 해요.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거나 언론을 장악한 사람들은 몇 십만 표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아요.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우리가 각성해서 다음 선거에는 반드시 국가의 목표를 평화와 통일에 두고 국가의 비전을 만들어갈 지도자를 뽑아야 합니다. 그렇게 투표의 기준을 세워야 해요.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 공장을 세운다’ 이런 공약에는 그만 현혹되고요.
‘사실상 통일에 준하도록 해서 북한 개발을 하면 우리는 최소한 5%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면 진짜지만, 무턱대고 그냥 경제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다 거짓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피땀 흘려 이뤄온 발전,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수칙이 평화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평화를 기초로 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는 비전을 가지려면 통일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공동체인 국가는 발전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국가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국민은 행복하지 않아요. 아까 국민 행복도가 세계 117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국가운영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그런 쪽으로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의병은 반군이 아닙니다. 반군은 정부군과 싸우지만, 의병은 정부군과 손잡아서 외세와 싸우는 거예요. 국가의 목표인 평화와 통일을 해나가는데 정부만으로는 힘이 미약하니까 우리가 밀어줘서 그 목표를 이루자는 의미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해나간다면 대한민국에게 새로운 희망, 비전이 있지 않겠는가 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이념이나 지역, 종교 같은 논쟁은 이제 좀 빼면 어떨까 해요. 국가 전체의 목표를 설계하려면 과거를 떠나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정치 민주화를 이룬 사람들도, 경제 산업화를 이룬 사람들도 모두 힘을 모아야 해요. ‘저 사람들은 친일 후손이다’, ‘저 사람은 빨갱이 후손이다’ 이런 말 너무 하지 마세요. 그 사람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의해서 해야지, 자꾸 과거 따지고 연좌제 따지지 마세요. 과거가 어땠든 지금 그가 이 평화와 통일 대의에 동의한다면 그 누구도 함께할 수가 있다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지도자를 우리가 뽑아줘야 해요. 그게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평가를 하면 좋겠습니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았습니다. 현 정부가 남은 2년 동안 통일을 위해 일하도록 강력한 지원과 압력을 넣고, 현 정부가 그걸 못 하면 다음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스님의 간곡한 호소는 언제 들어도 새롭게 들리고, 정신도 번쩍 차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정말로 통일지향적이 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반드시 통일지향적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일었습니다.
이어서 다함께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스님의 말씀 중에 와닿는 것이 너무 많았던지 오늘따라 가사가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습니다.
▲ 함께 부르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
강연이 끝나고 나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이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스님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환한 웃음으로 강연장을 찾아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 책 사인회
몇몇 분들에게 오늘 강연을 들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분은 “오늘 스님 말씀 중에 이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달았다, 통일만이 유일하게 남은 길이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며 강연 내용 전반에 대해 아주 만족해 했습니다. 또 한 분은 “내일 스님의 하루에 오늘 강연 소식이 올라가면 주변 친구들에게 열심히 전달을 할 것이다” 라며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가운데서도 통일의병들은 ‘통일시민학교’ 참가자 모집 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들고 열정적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오늘 강연을 계기로 관악구에서도 많은 통일의병들이 탄생해서 통일을 위한 작은 초석이 되어주길 기원해 봅니다.
▲ 통일시민학교에 접수 신청을 하고 있는 시민들
오늘은 올해 마지막 통일 강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모두 돌아가고 텅빈 강연장에 다시 통일의병들이 모두 모여 조촐하게 쫑파티를 가졌습니다.
강연장의 불을 끄고 어둡게 한 상태에서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이 들어오자 통일의병들은 모두 핸드폰 불빛을 비추며 두 분을 반겼습니다.
▲ 2015년 통일이야기 20회 순회 강연을 마무리하는 쫑파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는 동안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이어서 지난 전국 순회 20회 강연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니 보이지않는 곳곳에서 수고해 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다시 한 번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 20회 강연을 돌아보는 영상 상영
곧이어 통일의병들은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내년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더 많은 곳을 종횡무진 다니시라고 운동화를 선물했습니다.
▲ 스님에게 선물을 건네는 통일의병
선물을 받고 나서 스님은 수고한 통일의병들에게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올 한해 20회 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들 많이 하셨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힘들다고 하더니 20회를 진행해 보고 나니 이력이 좀 생겼죠? 오늘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왔네요. 내년 일정을 잡아보니까 상반기에 9회, 하반기에 9회, 총 18회 강연 일정이 나와요.
어떤 일이든 처음에 굴릴 때가 어려워요. 왔다갔다 할 때는 미는 게 무척 힘이 드는데,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잘 굴러가요. 아직은 저절로 굴러가는 수준까지는 안 된 것 같아요. 아직 좀 더 밀어야하지 않나 싶은데, 이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개인적인 다른 일들이 장애가 되더라도 이 일에 조금 더 정열을 바쳐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독립운동을 하거나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직장 생활하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요. 그러나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세상이 변하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서는 변하지 않잖아요.
극단적인 사람들의 장점은 행동한다는 겁니다. 죽기 살기로 싸우든지, 인터넷에 댓글 다는데 목을 매든지, 데모를 하든지 하는데, 합리적인 사람들은 사람만 신사이지 행동을 잘 안하니까 역사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안 돼요. 그러니 우리는 행동하는 신사가 되어야 합니다. 행동하는 중도, 행동하는 합리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행동할 수 있어야 시민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민에 불과한 거죠. 그래서 여러분들은 행동하는 시민이 되기를 바랍니다.”
행동하는 시민이 되어달라는 당부 말씀에 모두들 힘찬 박수로 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은 통일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봉고차 한 대에 짐을 싣고 유랑극단처럼 전국을 누비고 다닌 ‘즉통팀’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은 한마디 속에 그동안 수고로움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 20회 강연을 하는 동안 봉고차 한 대에 짐을 싣고 전국을 누빈 '즉통팀'
“통일을 알리는 일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우리가 뿌린 이 씨앗을 잘 가꾸어서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내년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평생 못해본 현수막 아줌마, 전단지 아줌마도 해보면서 덕분에 세상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가슴 속에 통일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년에도 스타렉스에 몸을 맡기고 전국을 누비고 싶습니다.”
특별히 고생한 ‘즉통팀’을 위해 모두들 더 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스님도 소감 한 마디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면서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이어서 숫자 ‘20’ 이 꽂혀 있는 케익이 무대 가운데에 자리했습니다. ‘20’은 올 한해 진행된 통일 강연 20회를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박수와 함성 속에서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이 함께 ‘후~’하고 촛불을 끈 후 케익 컷팅을 했습니다.
▲ 20회 강연 마치며 기념 케익을 자르는 스님과 김홍신 작가님
이어서 통일의병 노래팀인 ‘학수고대’가 20회 강연을 원만히 마친 것을 기념하여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노래를 열창해 주었습니다.
▲ 통일의병 노래팀 '학수고대'의 축하 공연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기타 반주에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불러주며 그동안 수고했던 서로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언젠가 학수고대가 노래를 잘 하면 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스님께 노래를 들은 소감을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통일이 다 되어 간다” 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웃으며 쫑파티를 마무리한 후 다함께 오늘의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일의병들은 글자 하나씩을 들고 “통일이야기 20강 완수. 의병아~ 통일 해버리자!” 는 문장을 만든 후 환한 웃음을 머금으며 “통일 의병”을 외쳤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니 내년에는 정말 통일로 성큼 다가서게 해줄 기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포크로 케익을 서로 먹여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며 스님은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스님은 관악구청을 나와 서울 정토회관에 밤 10시가 넘어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울산 두북에 들렀다가 오후 3시 30분에 영남대병원에서 초청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진주교대에서 청년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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