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3 (저녁) 통일열린마당 인사말,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 동안 진행되는 통일열린마당의 제1강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후 평화재단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 특강을 해주었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7시부터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미팅과 회의를 가졌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오후 3시에는 문인협회가 수여하는 ‘한국 문학상’을 김홍신 작가님이 받게 되어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 시상식이 열리는 대한민국예술인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김홍신 작가님은 통일의병의 고문이시며, 매일 아침 천일결사 정진도 하고 있는 정토행자입니다. 평소에 스님의 다양한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셔서 특별히 시간을 낸 것입니다. 

 


▲ 2015년 한국 문학상을 수상한 김홍신 작가님

 

스님은 김홍신 작가님에게 축하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었습니다. 이에 김 작가님은 “그동안 살펴주시고 성원해주신 덕으로 영광을 얻게 되었으니 세세생생 곱게 보답하기 위해 더 정진하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나눠주었습니다. 

 

시상식에 다녀와서는 서울 정토회관에 머물며 원고 교정을 하다가 저녁 7시 30분부터 정토회관에서 열린 ‘통일열린마당’의 제1강에 참석해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지난 8월 27일에 평화 통일을 위한 1000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합의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00일 동안 남북 관계가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쪽으로는 실천적인 행동을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천지신명과 불보살이 감응하도록 정성을 기울여 기도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 더불어 오늘을 제1강으로 해서 1000일 동안 매주 한번씩 ‘통일열린마당’을 열기로 했습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 통일열린마당 제1강을 듣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을 찾은 시민들

 

그래서 오늘은 1000일 동안 진행되는 ‘통일열린마당’의 그 첫 번재 시간입니다. 첫 번째 시간의 강사로는 중용의 철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고, 평화재단의 통일 정책 연구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 최상용 교수님이 맡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님이 맡아 주었습니다. 

 

최상용 교수님은 대한민국의 학자를 넘어 세계적인 학자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장기간 교수직을 역임했지만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석좌교수를 지냈고, 주일대사도 지냈습니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게 아니라 일본에서 가장 유명다는 동경대학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하버드 대학에서도 연구를 했기 때문에 연구한 논문들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 학계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1월 초에는 일본에서 출판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해서 출판기념회를 한다고도 합니다. 

 

조한범 박사님은 평화재단에서 많은 통일담론을 주재하고 계신 분인데 이번 통일열린마당의 사회자 역할도 기꺼이 맡아 주었습니다. 

 

첫 번째 시간이다 보니 많은 대중들이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정토회관을 찾았습니다. 약 200여 명의 대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평화 명상과 함께 통일열린마당이 시작되었습니다. 

 


▲ 1000일 연속 통일열린마당 중 그 첫번째 시간

 

오늘이 첫 시간인데다 저명하신 최상용 교수님이 그 강사로 나와주셨기에 특별히 스님이 인사 말씀과 함께 강사 소개도 직접 해주었습니다. 

 

“궂은 날씨에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들은 하셨어요? 그 동안 육신을 위한 저녁은 많이 먹었으니까 오늘 하루는 굶으면 건강에도 좋아요. 그리고 그 동안 굶었던 마음의 양식을 오늘 교수님으로부터 듬뿍 받아 먹어서 균형을 잡아 가시길 바랍니다. (청중 웃음)

 


 

최상용 교수님은 첫째, 평화사상가라고 말할 수 있고, 두 번째, 대표적으로 연구한 게 중용입니다. 즉 평화로 가는 길은 중용의 입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용의 입장에서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갖되 이웃 민족과 함께 하는 열린 민족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은 다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렇게 인류적인 보편성 위에 평화사상이나 중용 같은 사상을 연구해 확산시키고 계십니다. 특히 중용에 대해서라면 공자의 중용 사상만 연구하거나 플라톤의 중용 사상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부처님의 중도 사상까지 포함해서 중도의 정신을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중도를 수행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면, 최교수님은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의미에서의 중용을 특히 잘 설명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의 평정, 즉 마음의 평화에 도달하기 위해 중도적인 수행을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사회적 평화도 중용의 관점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를 공부하는 저로서는 매우 유사한 관점이어서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이런 최교수님을 모셔서 수준 높고 품격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여러분께 인사도 드릴 겸, 또 첫 강의이기도 해서 이렇게 제가 아는 수준에서 소개를 간단히 드렸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스님의 설명을 듣고 대중들은 첫시간부터 품격 있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며 오늘 강연을 주재한 스님에게 기쁜 표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최 교수님과 조 박사님이 테이블 위로 걸어나오자 스님은 기립박수로 정중히 두 분을 환영했습니다. 

 


▲ 최상용 교수님과 조한범 박사님을 기립박수로 환영해주고 있는 스님과 청중들. 

 

본격적으로 대화마당이 시작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스님은 법당을 나왔습니다. 

 


▲ 조한범 박사님(왼쪽)과 최상용 교수님(오른쪽)

 

이어서 저녁 8시부터는 평화재단에서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에 참가해 졸업생을 위한 격려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제13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지난 9월 17일에 개강해서 오늘 12월 3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총 12주 간의 일정으로 사회 저명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으며, 또 입학워크샵과 경주워크샵 등 주말 숙박프로그램을 가지며 통일 한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인데요. 먼저 졸업장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평화연구원 조민 원장님이 모든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해 주었고, 이어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다 들은 사람들에게는 스님이 직접 개근상과 함께 새책 ‘야단법석’을 사인해서 주었습니다. 

 


▲ 개근상을 수여하고 있는 법륜 스님

 

개근상을 받는 사람들에게 다른 졸업생들은 축하의 박수를 쳐주면서도 모두 너무나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 개근상을 받은 분들을 위해 스님은 기념사진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개근상을 받은 한 분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아카데미를 듣기 전에는 나 자신의 사익 추구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나서는 공공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게 되었다” 면서 “자녀들이나 손자들에게 일절 유산을 물려주지 않고 남은 여생은 평화 통일과 같은 공익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 제13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

 

이어서 스님은 졸업 축하 메시지와 더불어 졸업 이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선 합리적인 판단을 하가 위해서 최소한 6가지 종류의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하면서 융합의 시대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 창조력이 생길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3개월간 다니느라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졸업하고 나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선 여러분들은 지난 3개월간 여기를 다니면서 대학 졸업 이후에 잊어버리고 있던 공부하는 재미를 누렸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의사 선생님은 치료만 생각하고 변호사 선생님은 법률만 생각하는 것처럼 그 동안에는 자기 전공분야밖에 생각을 안 하다가 노동, 정치, 경제, 문화, 역사, 통일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들로부터 들을 수 있어서 식견이 좀 넓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번에 제가 고등학교 학생들한테 강의를 갔더니 공부하기 힘들다고 해요. 공부하기 힘들어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꼭 대학 가거나 1등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삶을 살아보니까 앞으로 직업이 뭐든, 예컨대 종교인이 되든, 농부가 되든, 누구나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과정 정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요. 그랬더니 ‘시간이 있다면 어떤 책을 더 읽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하기에, 제가 6가지 종류의 책은 꼭 읽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첫째, 우주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다룬 책, 즉 우주의 시원과 물질의 시원을 다룬 책을 읽어야 합니다. 우주의 시원과 물질의 시원은 동일합니다. 

 

둘째, 생명의 시원과 생물의 구조, 즉 ‘무엇이 생명이냐’라는 문제를 다루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의 진화 과정을 알아야 해요. 우주의 시원에서 지금까지 오는 물질의 변화 과정을 알아야 하듯이, 그 물질을 기초로 해서 형성된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고 무엇을 생명이라고 하며 그 생명이 여기까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아야 해요. 

 

셋째, 인간의 진화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그 생명 가운데 인간 종이 언제 어떻게 출현했는지, 생명을 기초로 소위 정신 작용이라는 게 형성됐는데 그 정신 작용이 어떻게 다시 진화해오게 됐는지 인간의 진화 과정을 알아야 해요. 

 


 

넷째, 문명사를 알아야 합니다. 이집트 문명이 쇠락하면서 에게 문명으로, 에게 문명이 쇠락하면서 그리스 문명으로, 그리스 문명이 쇠락하면서 로마 문명으로, 로마 문명이 쇠락하면서 오늘의 유럽 문명으로 이동하고, 또 유럽 안에서도 문명이 또 어떻게 변방으로 이동해가게 되는가? 왜 앞섰던 문명이 정체되어 쇠락하고 그 변방에서 다시 새로운 문명이 일어나는가? 역사를 문명사적인 단위, 즉 민족을 넘어서서 한 문명의 흥망성쇠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문명의 충돌’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런 인류 문화사를 알아야 합니다. 

 

다섯째, 우리 민족사를 알아야 해요. 인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도대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공부해야 합니다. 

 

여섯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특히 나의 정신 작용, 즉 정신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정신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며, 정신 작용 중 생각과 마음의 차이가 무엇이며,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는 어떤가? 우리의 행복과 자유라는 문제는 이 정신 작용 현상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정신 작용 현상을 알아야 해요. 

 

굉장히 전문적인 책이 아니라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책, 즉 기본서를 통해 이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 정도는 알아야 자기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 있고 세상에 대해서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치를 하든 종교를 하든 어떤 주장을 하든 편협하게 되지 않는다는 거죠. 정신만 연구하다 보면 물질을 무시한다든지, 육신만 연구하다 보니 정신현상까지도 물질로만 규정하려 한다든지 이런 문제로 인해 편협될 수 있는 걸 극복해야 하거든요. 

 


 

미래 학문의 핵심은 융합입니다. 마치 우리의 육신이 진화해 오다가 정신작용이 급속도로 발전해온 것과 같습니다. 최근의 만년 동안은 육신이 진화해 온 시기가 아니에요. 진화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그 시간에 정신작용이 급속도로 변화 발전해왔습니다. 그런 변화발전이 일어났듯이 지금 우리의 정신작용도 이제는 신체 내부에 정보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서 신체 밖 컴퓨터에 정보를 축적하는 시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시대에 진입해 있습니다. 기존의 물질 속에서 새로운 물질을 융합해서 만들 수 있고, 종도 유전자를 조작해 없는 종을 생성시킬 수 있고 나아가서는 우리들의 정신작용을 변형시킬 수도 있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의 초입에 들어와 있어요. 융합은 이처럼 획기적인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입니다. 

 

이런 융합의 시대에는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종교도 불교만 본다거나 불교 안에서도 한 종파밖에 모른다거나 하면 안 돼요. 불교와 기독교가 융합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종교와 과학이 융합해야 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융합해야 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갖되 한국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융합하고, 한국과 중국이 융합하고, 동양과 서양이 융합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융합하는 거예요. 중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융합이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사회주의는 계획경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인데 사회주의 시스템에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니 이것도 일종의 융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잡스가 만든 아이폰도 융합의 산물이에요. 아예 없던 기술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탄생시켰어요. 이런 새로운 시대의 창조적 인간이 되려면 아까 이야기한 기본 학습이 필요해요. 그런 기본 정보가 없으면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꼭 무슨 대학 가서 전공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공부는 필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현재의 남북문제도 ‘대결’로 보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융합해서 보는 눈이 필요해요. 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교사상으로 표현하면 ‘공(空)’ 혹은 ‘중도(中道)’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교수님이 이야기하신 중용도 마찬가지예요. 반대되는 두 가지를 융합하려면 중용적 관점을 기본으로 취해야 하거든요. 정치도 반대되는 정치인 둘이 대결해서 어느 하나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반대되는 것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리콜라스 베르그루엔 아시죠? 지난번에 내한 했을 때는 여기 평화재단에서 3시간에 걸쳐 저와 대담을 했습니다. 그 분의 관심은 정치 문제에 있어서 동서양의 융합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중국의 왕도정치의 융합이에요. 미국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는 장점도 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문제도 있어요. 중국의 관료제, 다시 말해 정통적으로 내려오는 왕도정치는 전문성을 갖지만 부정부패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 둘을 융합해 장점만을 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식 시스템에서의 문제는 대통령이 전문성이 없다는 거예요. 포퓰리즘이 만연하다 보니 영화배우 하다가도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반면 중국의 정치 지도자는 아주 바닥에서부터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쳐서 올라옵니다. 대신 여기는 관료주의다 보니까 부정부패를 막을 길이 없어요. 미국은 포퓰리즘을 막을 길이 없고요. 이 둘을 어떻게 융합해서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만들 거냐는 문제입니다. 

 

이런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단순히 남북통일을 분단된 나라가 하나 되는 정도로 생각하면 19~20세기의 통일론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둘을 어떻게 융합해서 그 융합을 더 큰 융합으로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해요. 남북의 융합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쌓는 한편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주변국가와 다시 연대하고, 다시 동서양을 뛰어넘어 동서양이 융합한 새로운 문명의 꽃을 피워야 하는데, 그 꽃이 어디서 피겠어요? 미국은 서양 중심이어서 동서양의 융합을 이룰 곳은 못 됩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대립되는 온갖 것들이 다 있지만 융합을 이룬 사례도 많습니다. 기독교도 그래요. 자기 전통을 굳건히 갖고 있는 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와서 주류 사회가 된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인도에 기독교가 들어와서 300년이 됐는데도 기독교인은 전체의 2%, 일본에 기독교가 들어와서 400년이 됐는데도 기독교인은 1% 미만이에요. 구교와 신교를 모두 합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천주교가 들어온 지 200년, 개신교가 들어온 지는 100년 밖에 안되었는데도 종교인의 절반 이상이 기독교인이에요. 사회적 영향력은 종교들 중에서는 기독교가 주류라고 볼 수 있어요. 

 

북한은 사회주의가 들어와서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나라에요. 마치 중국에서 주자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뿌리를 내려서 독특한 조선시대 정치를 이룬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약간 기형이죠. 그런데 다시 살펴보면, 그런 외래의 것을 들여왔는데도 그 핵심 내용은 또 가족주의에 의해 세습을 합니다. 남한도 그래요. 교회마저도 가족세습제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끌고 가는 핵심세력이 재벌입니다. 한국 기업 중 지금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는 게 삼성, 현대 같은 재벌인데 이것도 살펴보면 가족주의이고 세습이에요. 정치 역시 세습이 되어서 지금은 남북 모두가 세습제처럼 되었습니다. (청중 웃음) 

 


 

급속도로 발전한 측면도 있지만, 급속도로 기형적으로 발전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런 것도 융합하면 창조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창조까지는 못 가고 모방만 하다 보니 좀 기형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정상화시킬지가 과제예요.

 

우리가 이런 한국의 문제를 푼다면 세계 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빈부 격차 문제, 평화 문제, 종교 갈등 문제 등 전 세계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한국은 거의 다 가지고 있어요. 다른 나라는 일부만 가지고 있는 문제를 우리는 다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약에 환경문제를 푼다고 하면, 중국은 환경문제가 갈수록 심각한데 우리의 답이 중국의 답이 된다면 중국은 공짜로 해법을 취할 수 있잖아요. 대신 우리의 문명이 앞서간다는 이야기죠. 중국은 따라배우게 되는 거고요. 이런 것들에 대한 과제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제들을 푸는 핵심 키가 바로 통일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쁘게 보면 ‘지금 우리가 너무 모순이 많다, 쓰레기더미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쓰레기더미를 잘 발효시키면 가장 좋은 거름이 됩니다. 필요 없는 게 쓰레기이고 필요한 게 거름인데 그게 사실은 양면의 모습입니다. 이걸 철학적으로 말하면 ‘번뇌가 곧 보리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오늘날 남북 갈등, 한국 안의 양극화, 지역주의 같은 온갖 것들을 괴로움의 원인으로 보지 말아야 합니다. ‘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어떻게 양질의 비료를 생산하느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통일의 문제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또 한국의 통일은 세계의 통일이고 한국 문제의 극복은 세계 문제 극복의 실마리를 마련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우리는 6천년의 역사 중에서 지난 1000년 동안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특히 최근 100년 동안은 많은 시련을 겪었는데 지난 50년 동안은 그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1000년의 한을 풀 수 있는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 기초를 잘 살려 지금의 기회를 잡는다면 지난 1000년의 한을 풀고 과거 인류 문명의 선두에 섰던 선조들의 유산을 계승해 미래에 다가올 아시아 시대에 새로운 등불로 우리가 일어설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분단이 지속화되어 과거 100년과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전공을 버리지 말고 잘 살리십시오. 그러나 개인의 삶이나 자기 전공에만 빠지면 안 됩니다. 민족의 정체성을 갖되 배타적 민족주의는 피해야 하듯이, 동양의 정체성을 갖되 배타적 동양주의만 가지면 안 됩니다.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서양을 모방만 한다거나 자기 민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4대 강국을 추종한다면 이건 모방에 불과할 뿐, 거기에서 창조와 융합은 나오지 않습니다. 자기 정체성을 갖되 바깥 것을 배타해도 안 되고, 자기 것을 버려도 안 되고, 그 둘을 주체적으로 융합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졸업은 끝이 아니에요. 이제 겨우 한 발 뗀 것에 불과합니다. 한 발 겨우 뗐으니 이제는 걸어야죠. 좀 걷다가 다음으로는 달려야 해요. 졸업은 그런 출발이니까 공부 다 했다며 집에 졸업장만 걸어놓지 말고 잘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모두 웃음) 

 


 

여기 계신 분들이 통일의병에 다 100% 동의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곳은 통일의병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이제 여기에서 좀 더 시각을 넓혀 큰 문제들을 내다보면 일차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통일의병 운동입니다. 통일의병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동문회에 참여하셔서 다른 방식으로도 활동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통일문제를 이렇게 의논해서 극복해 나가듯이 다른 분야에도 우리가 극복하고 창조해야 될 과제가 많습니다. 

 

저는 저대로 제 선에서 일을 해나가는 거고, 여러분들은 통일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를 맡아주세요. 이런 건 제가 할 일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해야 하는 일이에요. 여러분들이 하도 자기 직분을 안 하니까 제가 약간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걸 저더러 자꾸 하라고 하면 안 돼요. (청중 웃음) 

 


 

저는 융합은 하지만, 그건 제 전공이 아닙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사는 세상을 여러분들이 좀 적극적으로, 주인이자 책임자의 자세를 갖고 가꾸어나가시기 바랍니다. 방관자가 되어 비판하고 비난만 하지 말고 내가 이 사회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즉 헌법에 보장된 나라의 주인으로서 책임의식을 좀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 오늘 마지막으로 얼굴 비추지 말고 또 오세요. 눈도장 다 찍어놨으니 스님 눈도장을 벗어나면 극락에 못 간다고 생각하시고 계속 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 동문회에서 또 만납시다.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청중 박수)

 

스님이 이야기 하는 내내 졸업생들은 볼펜으로 메모를 해가며 집중하는 모습이였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주옥 같은 격려 말씀에 환한 웃음을 보이며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스님이 자주 강조하시곤 하는 6가지 종류의 책에 대해서는 정말 꼭 시간을 내어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융합의 시대에 남북의 융합을 더 큰 융합으로 만들어내 세계 문명의 꽃을 피우자는 말씀은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13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생들은 그동안 소중한 가르침을 준 법륜 스님과 조민 평화교육원장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스님에게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회색 내의를 선물해 스님도 아주 만족해 했습니다. 스님은 선물을 받고 나서 “왜 빨간색으로 된 걸 안 줘요?” 하면서 농담을 던져 모두를 웃게 해주었습니다. 

 


▲ 졸업생들로부터 회색 내의를 선물 받은 스님

 

졸업 특강을 마친 후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13기 파이팅!”을 외치며 통일 운동에 대한 굳은 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을 마치고 이어서 밤 11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며 시작한 1000일 기도 중 100일째 날을 맞이하여 기념 법회와 정진이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카카오톡으로 '법륜 스님의 하루'를 매일 받아보세요. 아래 배너를 누르고 친구 추가!


전체댓글 36

0/200

신나영

6가지 분야별 책 추천부탁드립니다. 읽고 싶은데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2016-02-19 09:40:20

한영해

스님 안녕하세요. 늘 바쁘신데 제가 염치 불구하고 부탁 드릴께 있었어요. 문자를 드립니다.스님께서 누구나 꼭 읽었으면하고 권하는 6종류의 책을 구입하고 싶은데 제가 워낙 책을 잘 몰라 어떤걸 구입해야 할지 몰라 스님께서 고등학생 수준의 책으로 제목 출판사 작가를 추천해 주싶사하고 문자를 드립니다.

2015-12-10 16:48:05

조수진

스님.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15-12-07 15:32:5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