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22 (오전)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특강수련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6시부터 가을 경전반 수강생들을 위한 특강수련에 참가해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108배 정진으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5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한 후 6시부터 정토불교대학 특강수련에 참가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그런지 특강수련이 열리는 문경 정토수련원의 대수련장은 겨울 추위 마냥 찬기운이 팽팽했고, 호호 불면 입김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불교대학 수강생들은 평소 집에 있었다면 늦잠을 늘어지게 잤을 일요일 아침이지만 오늘은 새벽 4시에 기상해서 108배 기도와 10분 명상, 경전 독송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300여 명의 불교대학 학생들이 명상을 하며 즉문즉설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새벽 6시가 되자 대수련장 법상 위에 스님이 앉았습니다. 일요일 새벽이 아니면 강연 일정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 12월 중순까지는 매주 일요일마다 이렇게 새벽에 강연이 잡혀 있습니다. 

 


 

먼저 스님은 다들 간밤에 잘 주무셨는지 안부를 물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스님을 바라보는 불교대학생들의 잠을 깨우기 위해 스님은 시작부터 농담을 던져가며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였습니다. 

 

“다들 잘 주무셨어요? 자기 방에서 혼자 자다가 이렇게 여럿이 자니 좋죠? 코 고는 소리가 여기저기 이어져 자장가처럼 들리잖아요. 날씨가 추울 때 문경 수련원에서 제일 좋은 게 무엇인지 아세요? 화장실이에요. 여러분들은 양변기를 쓰기 때문에 재래식 화장실이 좀 불편할 거에요. 그러나 겨울에 화장실에 가면 엉덩이가 시원해요. 밑에서 에어콘이 막 나오는 것 같아요. (웃음)

 


 

우리가 이렇게 1박2일 수련한 경비를 화폐로 계산하면 얼마 안 나와요. 그런데 만약에 300여명이 호텔에 가서 1박2일 연수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1인당 숙식비 10만원, 거기다가 식사비 3만원 이렇게 계산하면 굉장하겠죠. 그러니까 GDP 계산할 때 화폐수치로 나타내는 것이 삶의 질과 어쩌면 그렇게 관계가 없어요. 우리 정토회도 그렇게 계산해서 1년 예산이 얼마다 이렇게 하는 것과 달리 지금처럼 이렇게 생활하면 예산이 식재료값과 기름값 밖에 안 들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약간 불편하겠지만,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 수행 아닙니까. 이렇게 수행을 하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고 또 인류를 살리는 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살리고 죽이는 것이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싹이 조그맣게 텄을 때 오줌을 주면 말라 죽어버려요. 비료를 줘도 말라 죽어버립니다. 그런데 곡식이 컸을 때 오줌이나 비료를 주면 잘 자라죠. 그러니까 산에 가서 오줌 눌 때 오줌 줄기가 어느 방향이냐에 따라서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해요. 살리는 쪽으로 오줌을 누는 것이 도(道)예요. 죽이는 쪽으로 오줌을 누면 악이 되요. 그래서 우리가 생활하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이런 작은 것에 도가 있는 것이지 일상생활을 함부로 하고 도를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에요. 

 


 

그런데도 진리라는 이름으로, 도라는 이름으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까? 자기와 믿음이 다르다고 마녀라고 규정짓고 화형 시키고 또 자기들 나름의 윤리나 도덕의 잣대로 상대를 죄악시해서 고통에 빠뜨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러니 진리라고 주장한다고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에게 가까이 적용하면 불교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불교가 아니다 이런 얘기에요. 

 

자, 그러면 여러분들이 평소에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불편을 감내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곧 수행이고 지구를 살리는 길도 된다는 말씀에 불교대학생들은 어제의 불편을 가볍게 훌훌 털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불교대학생들이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을 적어서 제출한 것을 하나씩 읽어가며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새벽이라 조는 사람이 많이 생길 것을 대비해 스님은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더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면서 계속해서 수강생들이 웃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요일 새벽마다 진행되는 특강수련 법문이 늘 가장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총 14명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1번 질문자는 불교 용어가 너무 어렵다고 하면서 쉬운 한글로 바꿔서 배울 수 있게 하면 안 되는지 물었고, 2번 질문자는 불교에서는 욕구를 버리라고 했는데 깨달음을 얻겠다는 욕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3번 질문자는 고요한 선정에 들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 생활에서는 상당한 긴장이 필요해서 어떻게 선정에 이를 수 있는지 물었고, 4번 질문자는 한 생각 돌이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는데 생각과 마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물었고, 5번 질문자는 네팔에 갔더니 부처님오신날이 우리와 달랐는데 왜 그런 것인지 물었고, 6번 질문자는 천일결사 기도를 할 때 광명진언이나 신묘장구대다라니 같은 것을 함께 읽어도 되는지 물었고, 7번 질문자는 보왕삼매론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하는 구절이 또 다른 책에는 ‘성인께서 말씀하시되’ 라고 되어 있어서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 글을 쓴 묘협스님은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인지 물었고, 8번 질문자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보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결혼, 육아, 직장생활에 대해 그것도 심지어 목소리까지 흉내내면서 명쾌한 답변을 주시는데 평소에 어떤 훈련을 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9번 질문자는 산에 자주 다니다 보니 만나는 스님들이 저보고 객사를 한다고 가끔 말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었고, 10번 질문자는 아침 정진을 매일 하기로 시작한지 몇 일 되었는데 벌써부터 하기 싫고 불교대학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어떡하면 좋은지 물었고, 11번 질문자는 어제 기도를 마칠 때 평소와 달리 의식이 있으나 몸은 없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 후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물었고, 12번 질문자는 회사가 합병 되면서 고용이 불안정해졌는데 미래가 계속 걱정되어서 회사를 지금이라도 빨리 나오는 게 맞는지 물었고, 13번 질문자는 자동차 제조업을 하면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청소를 너무 안 해서 답답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시간 여유가 생겨서 직접 손을 들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뒤쪽에서 손을 번쩍 든 한 분은 평소에 정말 궁금했다고 하면서 “불교에는 관세음보살, 보현보살, 지장보살 등 보살이라고 부르는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는 여자가 그렇게 많았던 것인지?” 라고 물었습니다. 스님과 청중들은 뜻 밖의 질문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경전에 등장하는 ‘보살’과 절에서 여성 불자들을 지칭하며 부르는 ‘보살’은 같은 의미가 아닌데 질문자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겁니다. 불교대학에 다니는 분들 중 상당수가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거의 없는 사람들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참 재미있는 질문이라고 하면서 친절하게 그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스님은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고선 어떻게 즉문즉설을 그렇게 잘 할 수가 있는지 그 방법을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재치있는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가 보면 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답변을 하실 때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즉 스님이 겪지 않으신 결혼생활, 자녀양육, 직장생활 등에 대해서 심지어 목소리 흉내까지 내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답변할 수 있는지요? 책이나 간접 경험으로는 도저히 그런 답변을 하실 수 없을 것 같은데 평소에 어떤 공부와 수행을 하시길래 그런 혜안과 통찰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의심이 두 가지가 있는 걸 저도 알아요. 하나는 ‘스님이 직접 해봤나?’ 이렇게 의심을 하고, 다른 하나는 ‘스님이 책만 보고 저렇게 아는 소리를 겁도 없이 하나’ 이렇게 의심을 합니다. 그런데 중도라는 것은 이 둘을 다 떠나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둘 중에 하나겠지.’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중도는 뭐라고요? 둘을 다 떠나야 됩니다. 둘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하지마라 이런 얘기에요. 더 설명이 필요하나요?" (청중 웃음) 

 

“네.” 

 

 

“그런데 제 육신의 나이는 63세이지만 사실은 한 300세 쯤 됩니다. 여러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잠자고, 옷 사러 다니는 시간 다 빼면 실제로 무엇인가에 연구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 안 되잖아요. 옷 입는 것만 해도 옷장 열고 이거 입을까, 저거 입을까 고민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옷이 똑같은 색깔에 한 가지 모양이라 고민 않고 그냥 꺼내 입으면 끝이에요. 잠도 적게 자고, 먹는 것도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있는 대로 먹고요. 남들처럼 신경 써서 갈등 일으킬 일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하루에 어떤 것을 연구하는 시간이 여러분보다 몇 배로 많아요. 

 

여러분들이 똑같은 걸 반복하며 멍하게 보내는 시간에 저는 늘 연구합니다. TV를 봐도, 만화를 봐도, 넘어져도 연구해요. 화를 내도 무엇이 문제가 되어서 짜증이 났는지 연구하고, 단식을 해도 단식을 하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합니다. 이렇게 연구하기 때문에 그냥 밖에서 볼 때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하는 것과는 수준이 달라요. 저는 모든 게 연구대상이에요. 잘하고 못하고는 관계 없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해외 100강을 115일 동안 했습니다. 하루에 여덟 명씩 115일 동안 1,000여 명의 인생 고민을 들었으니 정보와 경험 면에서 여러분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감옥에도 있어 보았고, 고문도 당해봤고,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경험도 있고, 경끼를 일으켜 죽을 뻔도 해봤어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에도 가서 살아봤어요. 전쟁터에도 가보고, 고산지대도 가보고, 열대지방에도 가보고, 민다나오에 가서 원주민들도 만났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안 그랬잖아요. 그러면서 공짜로 먹으려고 하니 욕심이 많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 고생을 좀 많이 해야 해요. 편안하게 있을 때보다 고생하면 배우는 게 많아요. 호텔에서 잘 때보다 길거리에서 잘 때 배우는 게 훨씬 많아요. 집에서 내내 TV 보고 앉아서 편안하게 보내면 그저 평소와 똑같은 주말 하룻밤이지만, 여기 와서 이렇게 이야기도 듣고 절도 해보고 시원한 화장실에서 엉덩이에 바람도 쐬면 몸이 좀 피곤하더라도 머리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똑같은 하루가 아니라는 거예요. 깨달음의 장 5일 동안 자각하는 양이 아마 10년 살면서 겪는 경험보다 많을 거예요. 그러니 깨달음의 장을 꼭 다녀오시고, 불교대학 강의도 잘 들으세요. 원래 불교대학생들은 깨달음의 장 참가가 의무였어요. 지금은 다 갈 수가 없으니까 의무에서 해지해 놓은 것이지, 안 가도 된다고 해지해놓은 게 아니에요. 반드시 신청해서 가고, 직접 한번 해봐야 해요.

 

그러니 신체 나이를 갖고 자꾸 스님과 비교하려 하면 안 돼요. ‘스님은 1,000살이다. 아무리 못되어도 300살은 된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저는 시골에서 자랐기에 또 옛날 일에 대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제가 자란 시골에는 농사도 짓고, 길쌈도 하고, 도시 사는 사람들은 100년 전에도 못 봤던 일을 실제로 다 경험했어요. 거기서부터 현대의 초과학적인 현상까지 다 경험하고 있고, 매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고생도 많이 했고요. 또 스승님이나 남이 해주는 걸 얻어먹거나 부모에게 물려받아서 먹고 살지 않고, 털끝만한 것 하나도 다 직접 개척해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그러니 제가 결혼해서 살게 되면 여러분들의 결혼 생활과는 성격이 좀 다를 거에요. 저는 결혼해서 살면 사흘을 살아도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연구할 사람이에요. ‘사람 심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결혼 생활이 이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하고 그런 문제가 생겼구나.’ 이렇게 연구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맹하게 살잖아요. 20년 같이 산 남자가 바람을 피웠을 때 저라면 무슨 이유로 저런 행동이 나오는지를 연구할 것 같아요. 그래서 남편하고 인터뷰를 해서 원인을 알아봐야 해요. 인터뷰해보니 술 마시고 저지른 단순한 실수라면 문제 삼을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연구를 해보니까 ‘어릴 때 심리적으로 억압되어 있다가 나에게서 충족이 안 되니 그랬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그러면 그게 어떤 욕구인지, 예를 들면 섹시함에 대한 욕구인지 모성애에 대한 욕구인지를 더 알아봐야 해요. 남편만 인터뷰해서는 잘 모르겠다면 상대편 여자를 만나서 또 인터뷰를 해야 해요. (청중 박장대소) 

 


 

선물도 좀 주고 잘 구슬러서 인터뷰를 해보고 어떤 문제가 원인이 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이 남자가 행복하려면 오히려 저 여자하고 사는 게 낫겠다’ 그러면 보내줄 수도 있어야 해요. ‘내가 조금 변하면 되겠다’ 하면 나를 바꿔야 하고요. 모성애가 좀 부족하다면 내가 부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엄마 역할도 조금 해줘야 해요. 밤에 섹시함이 좀 부족하다 하면 밤에는 그런 쪽으로 좀 더 신경써주고요. 남편도 마찬가지겠지요.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못 하는 것은 역할 분담을 하든지 해서 조정을 해야 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말을 안 듣고 사춘기 때 갑자기 변했다면 아이를 인터뷰하고 그날부터 행동을 관찰하면서 연구를 해야 해요. 잘했니 못 했니 시비하지 말고요. 그러면 ‘우리 아이, 사춘기의 삶’ 이런 책 한 권이 나와요.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좋은 소재를 어려분들은 안 써요. 착실하게 자란 아이는 소재가 안 돼요. 말썽을 더 일으켜야 소재가 됩니다. 남편에 대해서도 ‘늦바람난 남편 길들이기’ 이런 책을 낼 수 있어요. (모두 웃음) 

 


 

이렇게 연구를 해야 되는데 도대체 연구를 안 하고 맹하게 살아요. 정치하는 사람도 나라를 연구해야 하는데 저보다 더 연구를 안 해요.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국민들 생활에 대해서도 저보다도 더 모를 때가 많아요. 저는 평소에 연구를 하니까 법회를 가도 늘 새로운 것을 배워요. 예를 들면 용인 법회를 가면 잠깐이라도 시장을 만나서 경전철 문제는 어떻게 됐는지, 적자 처리는 어찌 되는지 물어보니까 상대방이 제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잖아요. ‘적자도 문제지만 안전이 위험합니다.’ 전문적인 철도청에서 관리를 해도 안전 사고가 나는데 기초자치 단체가 철도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면 적자가 나니 안전 전문가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고, 인원도 많이 배정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 이야기 듣는 순간에 ‘아, 재정문제보다 더 위험한 게 안전이구나’ 하고 알게 되죠. 그러면 이 문제는 가능하면 정부가 인수를 해서 전문 철도청으로 넘기고 그 적자폭을 어떻게든 줄이든지 해야 합니다. 시작은 지자체가 잘못했지만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서줄 필요가 있어요. 이런 문제가 용인뿐 아니라 김해며 의정부에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어도 배울 게 있어요. 아이를 만나도 배울 게 있고, 어른을 만나도 배울 게 있고, 술주정꾼을 만나도 배울 게 있고, 말썽을 피워도 배울 게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안 듣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예요. 그런데 고집이 세다고 다 나쁜 건 아니에요. 사물에는 모두 양면성이 있다는 겁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고, 착한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착하다는 사람들은 귀가 얇아서 압력에 쉽게 넘어가거든요. 때로는 남의 말 안 듣는 것도 이로운 점이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는 항상 균형 있게 종합적으로 봐야 해요. 비판할 때는 비판하더라도 두둔할 때는 두둔해줘야 합니다. 무조건 잘못했다거나 무조건 옳다고 하면 안 돼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실은 얼마이고 공은 얼마나 있는지 두루 살펴야 합니다. 

 


 

일제 시대 때 아부하고 친일한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자고 하면 안 돼요. 친일행위는 나쁘지만, 그래도 친일한다고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배워온 기술이 있잖아요. 그건 버리지 않고 써야 해요. 북한의 경우에는 그 사람들을 다 숙청해 버려서 기술 발전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남한은 그 기술이 좋다고 활용하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민족정기가 확립이 안 되었어요. 그러니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것처럼 정권이 바뀌더라도 상대편 정부에서 했던 정책을 싹 다 없애버리는 건 잘못된 거예요. 예컨대 앞대의 진보 정권이 한 것 중에 남북 문제를 풀려고 한 노력은 계승해주고, 부족한 것은 메꾸는 식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뭐든지 다 O, X로만 사물을 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스님의 지혜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이 평소에 정말 궁금했는데,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모든 것은 인연과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라도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고, 늘 연구하며, 또 온갖 풍파를 겪었으며, 한쪽 측면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등 이런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법륜 스님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들도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부지런히 정진하며 사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려 14명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다 보니 법문을 3시간 동안이나 계속 되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다리가 절일 법도 해서 스님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리를 펴고 기지개를 하는 사이 “노래 한 곡 불러줄 사람 있어요?” 라고 하자 한 분이 번쩍 손을 들고 달려나와 멋들어지게 노래도 불러주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은 새벽부터 졸리운 가운데 끝까지 집중을 해준 대중들을 칭찬해 주면서 이제는 공부 뿐만 아니라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벽 6시부터 졸리운 가운데 잘 견뎠어요?” 

 

“네.”

 

“스님도 잠 깨워 가면서 가르치려니 법문하랴 재롱떨랴 힘들었어요. 도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새벽 6시가 아니라 3시라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하나라도 놓칠 새라 집중할 텐데 다들 멍하네요. (모두 웃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잘 하는 거예요.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공부 한번 해보겠다고 주말에 놀러 안 가고 여기 와서 불편하게 침낭에서 자는 사람이 몇 명 없어요.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졸더라도 법문 듣겠다고 하는 건 굉장한 일이에요. (모두 박수) 

 

이렇게 공부한 인연으로 죽을 사람 살 기회가 열리고, 병들 사람 병 안들 기회가 열리고, 재앙 받을 사람 재앙 안 받을 기회가 열립니다. 눈에 보이는 이득만 복이 아니라, 일어날 손실이 안 일어나는 것도 큰 복이에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모르는 복이 굉장히 많아요. 여러분들은 꼭 자기 눈에 보이고 자기 손에 잡혀야만 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이렇게 1박2일 수행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복을 한량없이 얻은 거예요. 그러니 열심히들 하세요. 알았죠?”

 

“네.” (모두 우렁찬 대답)

 


 

“지금까지는 공부하는 데에만 초점을 뒀는데, 이 특강수련 끝나고부터는 봉사를 해야 합니다. 봉사를 해야 진짜 보살이 돼요. 우리는 이 몸을 다 돈 받고 팔아먹습니다. 그런데 죽어라 일만 하고 임금을 못 받으면 강제노역, 즉 노예노동이에요. 그러나 내가 돈을 받고 일하면 임금노동이에요. 그런데 내가 돈을 내거나 돈을 안 받고 일하면 주인으로서 일하는 것이 돼요. 이것을 자원봉사라고 합니다. 

 

자원봉사는 사랑과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제 사랑을 좀 하세요. 춤과 노래를 파는 기생이 자기 애인에게는 돈 안 받고 춤 춰주고 노래를 불러줍니다. 그 애인을 기둥서방이라고 불러요. 다른 사람이 보면 그 좋은 재주를 왜 바보같이 돈도 안 받고 그냥 해주나 싶죠. 그래서 그 남자가 여자를 뜯어먹고 사는 인간처럼 보여요. 그러나 기둥서방은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라 기생의 애인이에요. 몸을 팔고 살 수밖에 없는 기생에게도 사랑이 있는 거에요. 여러분들이 이 세상에서 돈을 받고 노동을 팔 수밖에 없지만 여러분에게도 사랑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정토회라는 기둥서방을 새로 만났으니 사랑 연습을 해야 돼요. (모두 웃음) 

 


 

오늘부터는 법당에 오면 방석도 깔고, 끝나면 청소도 하세요. 갖다 주는 떡만 받아먹지 말고, 주말이며 연말에는 모금도 나가고요. 돈 많은 사람, 지위 높은 사람, 연예인들은 이 봉사 때문에 정토회에 못 와요. 이 사람들은 옆에서 다 챙겨주는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에 봉사할 줄을 몰라요. 길거리에 가서 모금하라고 하면 자기 돈 꺼내서 집어넣고 가버립니다. 그런데 길거리에 가서 모금하는 것이 수행에는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 서면 좀 부끄러워요. 자기 돈을 내서 메우고 가버리고 싶겠지만 그러면 안 돼요. 수행 삼아서 모금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앞으로 여러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강제노역이 아니라 자원봉사를 해야 해요. 성추행 당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해야 합니다.”

 

자원봉사는 사랑이며 내가 주인이 되는 길이라는 말씀에 모두들 공감을 하며 큰 박수로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곳곳에서 정토불교대학생들이 봉사활동 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뛸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토불교대학은 실제 삶이 변하도록 해주는 곳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법문을 마치고 스님은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 어제에 이어서 새책 원고 집필 작업을 오후 내내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에 참석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 소식은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48

0/200

공덕화

잘들었습니다.

2015-11-27 19:50:09

박미건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여 스님의 깊은뜻 회향하겠습니다.무탈하시길빕니다.

2015-11-27 13:17:35

박진희

스님 말씀 들을때마다 배우고 실천을 다짐하는데,
어느새 또 슬금슬금 잊고는 다시 그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던
저를 스님법문을 다시 듣는 짬을 낸 그날 알아차리곤 합니다.
미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걸 아는데도 잘 되지가 않습니다.
다시 내맘 다스리는 공부해야겠습니다.
스님말씀에 늘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하십시요~!

2015-11-25 08: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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