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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특강수련을 마친 후 오후에는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에 참석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전에 3시간 동안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수강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해 준 스님은 오후 내내 집무실에서 새책 원고 집필 작업을 했습니다. 늘 바빠서 무거운 원고 뭉치를 바랑에 넣고만 다니다가 봉투가 찢어질 정도가 되었는데, 오늘은 집중해서 원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전국 대의원 회의를 마치는 대의원들을 위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어제 입재 법문에서 다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회향 법문에서 특별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없다고 하면서 “1박 2일 동안의 전국 대의원 회의 내용에 대해서나 정토회 운영 전반에 대해서 의문이 있으면 말씀해보세요.” 라며 대의원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답변을 해주는 방식으로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
먼저 매년 11월에 열리는 전국 대의원 회의에서는 예산 심의와 더불어 사업 계획도 함께 심의하게 되는데, 내년도 사업 계획을 11월 회의에서 최종 통과를 시킬지 2월 회의에서 최종 통과를 시킬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의 관례와 회칙을 두루 고려하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거수로 전체 의견을 파악하여 최종 결론을 내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서는 백일 실천과제가 정해질 때 그 취지에 대해 사전 설명을 해주면서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 속에서 대의원들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소중한 가르침을 들려주었습니다.
“100일마다 실천과제를 하는 이유가 있잖습니까? 일반 사업체에서도 뭘 해야 한다면 왜 해야 하는지 잘 설명하고 내가 거기에 동의가 되면 열심히 하지만, 동의가 되지 않으면 하기는 해도 계속 ‘왜 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전심전력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행공동체이고 각자 선택해서 왔기 때문에 일단 마음의 동의를 얻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실천과제라고 하면서 알려주니까 대중들이 하긴 하는데 ‘왜 하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예, 하고 합니다’ 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있으니까 하라면 무조건 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려면 ‘왜 하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로부터도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항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리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연구해서 하는 게 아니고, 일단 주어지면 허둥지둥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실천과제에 대해서 사전 연구를 좀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정토회 회원들 중에는 저 같은 사람이 적은가 봐요. 저는 어릴 때부터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섰다’ 그래도 ‘어떻게 설 수 있지?’ 이렇게 따지고, 성경에서 ‘성령으로 처녀가 애를 낳았다’ 해도 ‘어떻게 낳을 수 있지?’ 이렇게 의문을 던졌던 사람이거든요. (웃음)
실천과제를 선정하는 집행부가 이걸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정토회의 정회원이 해야 할 일, 일반회원이 할 수 있는 일, 천일결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해요. 그런데 사업계획을 세울 때 이것을 별로 구분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은 마치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 계획을 세울 때 공부 잘하는 아이를 중심으로 두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오면 오고, 말면 말고’ 하는 식으로 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공부 잘하는 아이는 좋아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별로 안 좋아하기 쉬워요. 그래서 선생님이 계획을 세울 때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물론이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까지 배려해서 계획을 세워야 해요.
오늘 아침에 불교대학생들을 상대로 질문을 받았는데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경전을 읽어보면 보살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고, 몇 천, 몇 만 명의 보살이 있었다는데, 부처님 당시 제자 중에는 여자가 많았습니까?’ (대중 큰 웃음)
아주 좋은 질문이었어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런 사람을 다룰 때 여러분과 수준이 같다고 생각하고 다룬다는 겁니다.
또 질문 중에 ‘불교용어가 많아서 어렵습니다’는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일반 절에서 하고 있는 것은 제가 고칠 능력이 안 돼요. 정토회에서는 90%는 쉽게 고쳤지만 아직도 예불, 반야심경, 해탈주를 독송할 때는 어려운 한문 용어를 사용합니다. 만일결사 회향 이후에는 없앨지도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유지할 겁니다. 이건 불교의 진리적 측면이 아니고 문화적인 요소라서, 이것마저도 없으면 우리가 다른 불교인들과 공유할게 없어서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이 또 있습니까?’. 그랬더니 그것 외에는 용어가 어려운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질문자는 ‘어렵다’는 데 딱 부딪친 것입니다. 그 질문자와 같은 사람들은 일단 따라는 하지만 속으로는 어려워해요. 불교대학생 중에 중도하차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중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대중을 대하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져야 해요. 이제 정토회에 오는 사람들은 전에 오던 사람들과 달라요. SNS나 유튜브에서 즉문즉설 동영상을 보고 알게 되어 찾아오기 때문에 불교문화에 대해서는 완전히 까막눈인 사람들이 오는 셈이에요. 부처님 제자들은 전부 여자였냐는 생각이 얼마나 재밌습니까? (대중들 웃음)
옛날에 어떤 어린이가 지장보살은 왜 머리가 새파랗냐고 물었을 때 제가 대답을 못했어요. 10년간 대답을 못하다가 드디어 답을 찾았는데, 위 질문들에 대해서는 오늘 답은 했지만 그런 질문을 할 거라는 예상까지는 미처 못 했습니다.
지난번에 두북에서 깨달음의 장을 진행할 때 울산의 불교대학생들이 돕는이로 왔는데 자기네끼리 이런 이야기를 했데요. 저는 불교대학 커리큘럼 중에서 ‘부처님의 일생’ 편을 공부할 때 많은 학생들이 굉장히 감동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요즘은 그 과정에서 많이 떨어진대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코끼리로 태어났다거나 원숭이로 태어났다고 하는 게 학생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법륜 스님은 지금까지 뭐든지 합리적으로 얘기하다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나?’ 이러면서 그 내용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데요.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서양문화에 젖어서 이런 인도의 문화가 생소한 사람들은 처음 들었을 때 좀 황당하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처님이 코끼리로 태어났다가 원숭이로 태어났다가 한다니까 믿기 힘들겠다. 다음에 이 강의를 하게 되면 전생 이야기 부분을 빼든지 이런 인도 전통 설화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서 우리가 대중들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질문을 안 해 주고 그냥 중도하차해 버리면 사람들이 다들 정토회를 좋아하는 줄 우리가 오해하게 돼요. 그래서 오늘도 제가 질문을 들으면서 ‘와, 저런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1박 2일 동안 절하고, 예불하고, 108배를 하니 정말 대단하다’ 했습니다. 이건 마치 초등학생을 데려다가 무조건 300배를 시키고 예불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걸 고려해야 됩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예를 들어 집행부에서 정회원은 이런 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실천과제를 정했는데, 그것을 그냥 전체 대중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버리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실천과제를 정회원을 중심에 두고 정하니까 나머지가 죽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정회원들의 성과가 더 나는 것은 맞지만, 나머지 토대가 무너진다는 점은 고려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즉 불교대학생을 봉사하게 하려고 첫 시간부터 봉사 활동에 배치를 하거나 보시하는 습관이 들게 해야 한다고 강제로라도 보시를 하게 한다거나 하면 점점 공무원 사회의 문화와 비슷해져요. 회의하는 사람들은 자꾸 자기들의 생각만으로 집행을 하려 드는데, 밑의 사람들은 그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사업이 아니고 집행부가 결정하는 사업이다 보니 이런 결정이 나올 수 있어요. 이럴 때 대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결정에 대한 의견을 내줘야 됩니다. 예컨대 ‘이런 결정은 대중의 일반 정서와 수준에 맞지 않다. 정회원에게는 맞는 이야기지만 일반회원들에게는 적용하기 힘들다’라고 해줘야죠. 둘째, 이렇게 결정된 사업에 대해 대중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 대의원들이 나서서 충분히 설명하고 보충해줘야 합니다. 집행부는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데서 그치기 쉬우니까 대의원들이 다시 충분히 설명하는 작업을 각 지역 단위로 더 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나온 사례 외에도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울 때 공람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천일결사자들이 해야하는 실천과제라면 집행부에서 결정이 난 내용을 전국 총무단이나 대의원회에 보내서 대중들에게 찬반 의견을 묻고, 절대 다수가 반대한다면 수정을 하고, 조금 이견이 있다면 보완을 하고요. 이렇게 대중이 많이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의 의사를 수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주로 우리 필요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예컨대 ‘우리 정토회가 이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하니까 이번에는 이 사업을 밀어야 한다’, ‘법당을 개척해야 되니까 어떤 사업을 밀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돼요. 그러나 이럴 때도 계획만 세우지 말고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은 물론 결정된 것을 대중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법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왜 집행부가 독선적으로 하느냐?’ 이렇게 문제제기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집행부의 의견과 대의원의 의견이 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과서 문제를 우리 정부가 진행하는 것도 그래요. 대통령이 저런 걸 하려고 하면 행정부가 일반 공무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수렴을 해서 먼저 들어보고 진행해야 하는데 그냥 결정을 해서 밀어붙이니까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반대가 많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하세요’ 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
“정토회도 비슷합니다.”
“정토회도 그렇다고요? 이래서 정토회가 어떻게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모범적인 곳이 되겠어요?” (대중들 웃음)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가면 안 된다는 설명을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에 정토회도 그렇다고 하자 모두들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토회는 효율성과 민주성을 모두 갖춘 의사 결정 방식을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부족한 점을 숨기지 않고 서슴없이 공론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원래의 지향대로 잘 가고 있다는 반증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대의원들은 1박 2일 동안 열띤 토론을 하면서 많은 과제들을 찾아내고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오늘 회의를 위해 한달 전부터 밤낮 가리지 않고 수고한 대의원들을 격려해 주면서 중도적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후 법문을 마쳤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회의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진행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의견을 듣고 서로 의논해서 조율하는 것입니다. 항상 관점을 중도(中道)에 두어야 합니다.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조율을 잘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따뜻한 격려에 그동안의 수고가 모두 녹아내리는지 대의원들은 기쁜 표정으로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1박 2일 동안의 전국 대의원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특히 대의원들이 마음껏 회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식사 준비를 도맡아 준 행자님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더 큰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수고한 전국 대의원들 모두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토회가 잘 운영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고민하고 뒷받침해 주는 분들이 바로 대의원들이죠. 드러나진 않지만 바로 이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정토회의 주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행자님들이 가래떡과 달콤한 배를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대의원들은 가래떡을 입에 물고 함박 웃음을 머금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경 정토수련원을 내려갔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밤늦은 시간까지 법사단과 함께 인도성지순례 준비회의를 했습니다. 이번 인도성지순례는 A팀, B팀, C팀 세 팀으로 나눠서 진행되기 때문에 조율할 일이 많아서 늦게까지 회의가 계속 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인천 평생학습관에서 인천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저녁 7시에는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서울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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