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10 발우공양 후 ‘수행자의 본분’에 대한 말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서울공동체의 발우공양에 참석해 ‘수행의 자세’에 대해 법문을 한 후 하루 종일 새 책 원고 집필 업무를 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난 기도를 먼저 마친 스님은 원고 교정 업무를 하다가 새벽 5시가 되자 법당으로 내려와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예불을 올렸습니다. 

 


▲ 새벽 예불과 명상

 

예불을 마치고 나서는 서울 공동체의 발우공양에 참석해서 함께 공양을 드셨습니다.

 


▲ 발우공양

 

발우공양을 마친 후 대중대표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하자 스님은 수행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대중들을 위해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소중한 가르침을 들려주었습니다. 

 


 

먼저 그동안 행사가 많아서 공동체 생활이 많이 흐트러진 점일 지적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 동안 행사가 많다 보니 생활이 규칙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 특히 그랬는데, 불규칙적인 생활도 시간이 오래 경과되면 습관이 됩니다. 아침 기도 빠지는 것도 오래 되면 습관이 되고, 발우공양 빠지는 것도 오래 되면 습관이 되고, 울력에 빠지는 것도 오래 되면 무의식적으로 빠져도 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자꾸 핑계가 생깁니다. 활동 때문에 바쁘셨던 분들도 이제는 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일을 하도록 합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수행자의 대열에서 낙오되기 쉽습니다. 낙오된다는 게 다른 뜻이 아니라, 본인이 괜히 불만이 생기고 생활이 답답해져서 대중생활 때문에 일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번뇌가 생깁니다. 그러니 일과를 잘 챙기고, 바깥에 나가 있을 때도 아침 기도를 하는 걸 놓치지 않도록 합시다. 놓치면 결국은 본인에게 손해가 돼요. 정토회에서 살다가 나간 사람들 중에서도 기도를 계속 챙겨서 하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 살아도 천일기도 입재식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정토회 활동을 꾸준히 함께하는데, 기도를 안 챙기는 사람들은 천일결사에도 참여하지 않고 옛날에 우리가 세웠던 원이 뭔지도 까맣게 잊어버려서 일반회원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기도를 정기적으로 한다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한 힘이 됩니다. 해외 나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기도를 꼬박꼬박 챙기는 사람은 1년이면 1년, 3년이면 3년 정해진 기간을 끝까지 하는데 비해 아무리 똑똑하고 일을 잘 해도 기도를 챙기지 않는 사람들은 꼭 중간에 그만두고 귀국하거나 정토회를 나가거든요. 

 

억지로 하면 기도도 스트레스가 돼요. 기도하는 시간을 내느라 자꾸 뭔가 일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절에서 하는 게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딱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바깥 세상에 사는 사람들도 누구나 직장 다니고, 밥 해먹고, 살림 살고, 부모 모시고, 명절에는 주변을 다 챙기며 삽니다. 그러니 우리가 같이 밥 해먹고 청소하고 아침기도 하는 생활은 기본으로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도 부처님의 일상생활을 앞 부분에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문답이 나오기 전에 부처님의 일상생활을 먼저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옛 선사들도 ‘1장에 부처님의 모든 법문의 내용이 다 들어 있다. 말 없는 가운데 이미 모든 법문이 다 설해졌다.’ 고 했습니다. 수보리가 묻는 부분부터, 즉 우리가 주옥같이 여기는 문답을 오히려 ‘평지풍파를 일으킨 셈이다. 즉 고요한 연못에 공연히 돌을 던져 물결을 일으켰다.’ 라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꾸준히 정진하면서 지켜가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건강도 지켜낼 수 있고 마음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장이라는 건 늘 핑계거리를 만듭니다. 몸이 아프거나 바깥 상황이 바쁘다 해서 기도를 한 번 빠지고 두 번 빠지고 하다 보면 빠지는 게 당연해지고, 기도하는 게 오히려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생활이 흐트러진 사람들은 다시 다잡아서 추스르도록 합니다. 저도 막 돌아다니다 보면 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이 모두 제때를 벗어나 일상이 흐트러집니다. 규칙적으로 안 해주면 힘들잖아요. 일을 계속 해야 하니까 약이라도 먹고 버티는데, 그래도 1년에 두 차례씩 시간을 정해놓고 단식을 해서 몸에 밴 약 기운을 다 빼내서 원상복귀 시켜놓고, 또 하다가 안 되면 약의 도움을 좀 얻지만 그게 또 쌓이면 단식을 해서 빼고 새로 시작합니다. 

 


 

항상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와서 정해진 일과를 규칙적으로 딱 하고, 또 좀 바쁘면 바쁘더라도 조금 흐트러졌다 싶으면 다시 일상을 탁 잡아야 해요. 기본을 잡아서 안정시킨 뒤에 다시 또 좀 흐트러지는 활동을 하더라도 해야 합니다. 이걸 놓쳐버리고 그냥 흐트러진 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리면 수행자로서는 굉장히 큰 마장에 부딪힐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상을 지키는 것을 꼭 잊어버리지 않도록 합시다.”

 

정해진 일과를 규칙적으로 잘 지키는 것이 마장을 극복하게 해주는 큰 힘이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대중들도 바쁜 업무 중에 놓친 점들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임진왜란 때의 승병을 예로 들며 정토행자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서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열심히 하는 건 다 좋지만, 정토행자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저 봉사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우리는 수행을 기초로 하고 수행자로서 봉사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열심히 사회활동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는 수행자로서 어려운 사람도 돕고 환경운동도 하고 통일운동도 하는 것이지 그냥 통일운동가나 환경운동가가 아닙니다. 그런데 하다 보면 자꾸 착각을 하게 돼요. 아무리 효율이 높은 길이 있다고 해도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켜가면서 해야 합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들을 보세요. 전쟁하는 게 스님들이 원래 해야 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전쟁할 때는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는 세속의 업식, 전쟁의 업식을 빼기 위해서 엄청난 정진과 참회를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면 엄청난 자기희생을 했는데 왜 참회를 했을까요? 수행자로서는 참회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상대가 적군이거나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때였다면 수행자들은 그들을 자비로 품어안아서 살려줘야 하는데, 긴급상황이다 보니 죽일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 악심을 전부 참회하고 또 참회해서 수행자의 본분을 잃지 않도록 이어갔어요. 

 

그러나 개중에는 참회가 덜 된 사람도 있었어요.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오는 게 늦거나 제대로 안 된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땡초가 되거나 나중에 사회저항세력의 일원이 되거나 의병에서 반군으로 바뀌어 나가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불교가 임진왜란 이후에 훨씬 더 빨리 근본을 놓쳐버리는 쪽으로 흘러갔어요. 고려 말부터 임진왜란이 있을 때까지는 탄압을 받아도 그래도 그 본분을 지켜가면서 해왔고, 그것은 임진왜란 때 승병으로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바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7년이나 끌면서 수행자가 병사로서 7년을 살아버리니까 이미 그 업이 군인의 업이 되어버렸잖아요. 그걸 딱 끊고 돌아와서 엄청나게 정진을 해야 했는데 그게 부족했던 사람들은 수행자로서 탈락하게 되고, 그 이후에 계율이 급격하게 허물어졌습니다. 말은 수행자라고 하지만 거의 도적떼 비슷하게 가버린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절마다 계율이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다시 그 계율을 새로 세운다고 기도를 하고, 계를 새로 받는 등 복원 작업을 한 겁니다. 왜 용성조사님을 보고 조선불교중흥률 제6조라고 부를까요? 계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하는데 무슨 계율을 지키겠어요? 그것도 1~2년짜리 전쟁도 아니었잖아요. 계가 끊어져버렸기에 새롭게 기도를 해서 복원을 했기 때문에 ‘조선불교중흥률’이라고 부른 겁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특히 정토회는 사회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놓치기가 매우 쉽습니다. 지금은 스님이 버티니까 유지되지만 시간이 좀 흐르면 이 안에서 사회활동을 완전히 빼버리고 명상하고 수행하는 쪽으로만 가는 부류가 생겨날 테고, 아예 사회운동만 하는 부류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행을 기초로 한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행만 해서도 안 돼요. 우리는 수행을 기초로 한 위에 수행자로서 사회활동을 해야하고 대중의 무거운 짐들을 같이 져주는 역할도 해야 하는 겁니다. 어떤 사회활동을 해도 좋아요. 다만 수행자로서 해야 합니다. 정치를 하더라도 수행자다운 사람으로서 해야 합니다. ‘아, 저 사람은 정치만 빼면 수행자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정치를 해야 다른 정치인과 다릅니다. 기업을 운영해도 수행자로서 운영해야 하고, 시민활동을 해도 수행자로서 시민활동을 해야 합니다. 농사를 지어도 수행자로서 농사를 짓는 거지 그냥 단순히 농사꾼이 되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도 이것을 딱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특히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항상 일정하게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와서 수행 생활을 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매년 ‘안거’를 하잖아요. 포교활동을 하더라도 안거 때는 딱 들어와서 수행자로서 본분을 지키는 거예요. 우리는 옛 선배들처럼 그렇게 길게는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스님은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수행자의 본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를 했습니다. 갈라지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더욱 힘을 주어 강조하는 모습 속에서 스님의 대중들에 대한 애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오는 15일이 천일결사 입재식인데 그동안 기도를 빼먹은 사람들은 빼먹은 만큼 하루 날을 잡아서 보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번주 주말인 15일에는 천일결사 입재식이 있으니까 기도를 중간에 빠지고 못 했던 분들은 날을 잡아서 자기가 빠졌던 만큼 합시다. 다른 건 못하더라도 절이라도 하세요. 100일 동안 10번 빠졌다고 하면 500배씩 나눠서 두 번을 하든지 하루 잡아서 1,000배를 하든지 해서 다른 건 못 하더라도 절이라도 빠진 걸 헤아려서 채우고 회향을 하세요. 그리고 새로 입재할 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고요. 자기가 세운 원이잖아요. 그렇게 해야 회향할 때 마무리가 깔끔합니다. 제 시간에 기도를 못하고 빼먹은 것은 참회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참회만 하고 마칠 일이 아니라 그것을 반드시 채워서 부족하나마 그렇게라도 입재자로서 자기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면 법문도 자꾸 빠지잖아요? 다 아는 소리 같지만 법문도 자꾸 빠지다 보면 해이해져요. <금강경>을 한 번 읽으면 될 텐데 왜 500독을 하고 1,000독을 하겠어요? 부처님 법문을 매일 들으면 좋지만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법회를 꼭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그것도 빠진 사람들은 반드시 다음에 챙겨 들읍시다. 

 

이렇게 해서 자기 생활을 자기가 정비해야지, 누구 눈치를 보고 한다든지, 시켜서 하지 마세요. 수행의 가장 핵심은 자발성입니다. 스스로 할 때만 그게 수행이지, 억지로 하면 심리가 억압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반드시 반발심이라고 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 해야 해요. 언제 어디서나 항상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중보다 우리가 더 수행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중보다 더 수행을 안 하고 산다면 우리는 그냥 일꾼이에요. 우리가 수행을 더 해서 수행자로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활동하다 보면 수행은 간 곳없고 그냥 한 사람의 일꾼 혹은 직원으로서 생활하게 됩니다. 이제 연말이 되고 하니 위에서 조직적으로 진행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그렇게 자기 정비를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차분한 가을에 무르익은 오곡을 잘 추수하듯이 1년 동안 이리저리 뛰면서 활동했던 것들을 개인적으로는 내적으로, 또 조직적으로는 각 부서별로 수렴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 생활은 자기가 정비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행은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을 들은 대중들은 그동안 흐트러졌던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대중들은 “오늘 스님 말씀을 듣고 많은 반성이 되었다”, “스님이 왜 수행자의 본분을 강조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스님이 버텨주시니까 그렇지 시간이 흐르면 정말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정진하자” 등 여러 소감을 서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스님의 말씀은 개인과 공동체의 수행 생활에 많은 지침이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다기 기운을 낸 대중들은 각자의 부서로 돌아가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발우공양을 마친 후 스님은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12월에 출간 예정인 새 책 원고 집필 업무를 했습니다. 어제와 그제 연달아 하루에 3번씩 강의를 하느라 입안이 헐고 목이 붓고 편두통이 심했는데, 오늘은 틈틈이 휴식도 취하는 등 건강을 위해 몸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에게 오랜만에 여유 시간이 생겨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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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2020년5월18일인 오늘 네이버에 '정토회 수행자 관점' 검색해봤어요. 수행자 관점에 대해 명심하려구요. 검색된 이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5년다되가는 글이지만 정말 그대로 이네요. 이때 나는 뭐하고 살았나 회고해보니 수행정진하려는 지금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매일하는 기도 정진은 과업이 아니라, 밥먹는 것같은거.

2020-05-18 17:34:21

천수행

스님 감사합니다.^^ 편찮으신데 어서 쾌차하시길 기도합니다 ._()()()_

2015-11-15 15:58:19

김성귀

좋으신 말씀감사합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는데 이심동체일때는 우째야하는지요?^^

2015-11-15 12: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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