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9 (저녁) 인천 청년 즉문즉설 강연


 

오늘 스님은 오전에 시흥 즉문즉설 강연과 오후에 야단법석 북콘서트에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인천시 계양구청 대강당에서 청년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청년정토회의 인천경기서부지부 자원봉사자들은 스님과 청중을 맞이하기 위해 오후 4시부터 계양구청 대강당에 모여 무대를 점검하고 사전 리허설을 했습니다. 

 


▲ 인천 계양구청 

 

저녁 6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청중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봉사자들의 손길도 바빠졌습니다. 봉사자들은 먼 곳에서 찾아오는 청중들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 강연 준비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격려해주고 있는 스님

 

해가 일찍 저물어서 계양구청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스님 강연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지만 청년들뿐만 아니라 연세가 있어 보이는 늙은 청춘 분들도 많이 참석해 주었습니다. 380석의 자리를 꽉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강연장 복도에 앉아야 하는 청중도 많이 보였습니다.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야단법석 북콘서트가 오후 5시 20분에 끝났기 때문에 퇴근길 교통 체증을 감안하면 인천시 계양구청까지 제 시간에 도착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도 못했는데 저녁 식사도 할 여유가 없이 곧바로 강연을 들어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30분 일찍 계양구청에 도착해 구청 앞 식당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강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 스님이 강연장에 들어서자 청중들은 일제히 환호의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은 환한 얼굴로 웃으면서 “저녁은 드시고 오셨는지?”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청년들을 위해 늙은 청년들은 좀 양보하라며, 35세 이하만 질문하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는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의 이런저런 고뇌, 고통, 의문을 아무런 구애 받지 말고 편안하게, 자유롭게 대화하는 자리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도 중생인 줄 알았더니 부처의 씨앗을 갖고 있구나, 부처님이 될 소질이 있구나’ 이런 희망을 갖게 됩니다. 땅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하다보면 ‘아, 우리도 하늘나라로 가고 있구나’ 이렇게 천국 가는 길이 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오늘 어떤 의문과 고뇌를 가지고 질문을 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오늘 질문은 35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있습니다. (청중 웃음) 

 


 

연령제한이 없는 일반인 강연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마이크를 독점해서 늘 아이 키우는 이야기, 부부 싸움하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청년들이 자기들 이야기도 좀 하고 싶다기에 청년들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게 오늘 강연이예요. 늙은 청춘들은 오늘 질문자가 아니라 참관인이 되어 아들딸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들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아시겠죠?”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결혼 4년차 주부였는데 신랑이 같이 술 먹기를 좋아해서 짜증이 나고, 또 신랑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부동산 일을 하려고 해서 걱정이고, 또 신랑보다 남동생에게 더 정신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며 고민을 말했고, 두 번째 질문자는 현재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해서 진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여럿이서 대화할 때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눈물이 자주 나곤 하는데 어떻게 하면 대화법을 개선할 수 있을지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36세 직장 여성이었는데 취업을 못하고 있는 남자 친구 때문에 걱정이고, 결혼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되고, 업무 이해도가 떨어져서 상사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이 고민이라고 물었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지만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혼자 지내는 것이 너무 외롭다며 울먹였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신청했던 질문자들의 질문이 모두 끝나고 시간이 남자 스님은 다른 청년들의 추가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자는 10년 간 여러 남자친구를 만났으나 내가 상대에게 맞춰주기 보다는 쿨하게 헤어지는 것을 반복했는데 어떻게 하면 사랑을 주면서 사람을 사귈 수 있는지 물었고, 일곱 번째 질문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늘 시간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물었고, 여덟 번째 질문자는 선의의 거짓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스님의 재치 있는 답변에 청중들은 때론 배꼽 잡고 웃거나, 때론 깊은 울림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남자 친구 때문에 고민인 직장인 여성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선택 앞에서 망설임이 클 때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6살 직장인입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2년 동안 월급을 안 받고 수학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학원을 그만두려 할 때마다 학원장이 ‘앞으로 국제학교를 열면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가겠다’며 정작 월급도 안 주고 지금까지 부려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제학교로 너를 데려갈 수는 없다’고 하고, 학원도 접은 마당입니다. 더 기가 막힌 건 남자친구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원장에게 또다른 신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전망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원장 때문에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월급도 2년이나 못 받는 등 남은 게 하나도 없는데 아직도 그 원장을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벗어나면 좋겠지만 남자친구는 앞으로도 그 원장과 같이 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종교에 심취한 것처럼 사람도 이상해졌어요.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저는 이제 좀 포기한 상태지만, 모두들 이 남자와 결혼하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립니다. 헤어져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네 알아서 하세요.” (청중 웃음)

 

“처음에는 ‘이 남자가 못 벌면 어떻게든 내가 벌어서 가정을 끌고 가야겠다’ 했는데 고집을 피우고 계속 그 원장을 따르겠다고 하니 무척 답답합니다.”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인데 어쩌겠어요. 질문자가 선택을 해야지 그 사람을 바꾸려 들면 안 되죠. 정토회에도 지금 돈 안 받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부모며 애인들이 다 미쳤다고 해요.” (청중 웃음) 

 


 

“그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정토회에서 봉사활동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니까요. 제 남자친구는 먹고 살아야 하는데 계속 그러니까요. 남자친구가 저보다 10살 어린데 똑똑하지만 고집이 셉니다.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너무 고집이 세서 도저히...”

 

“남자친구가 10살 어리다면 26살이겠네요. 26살이면 아직 자기가 어떤 것을 책임질 생각이 없는 거예요. 학원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원장 말을 믿으면서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보기에는 어리석고 바보 같지만 그 바보 같은 것도 자기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라면 존중해줘야 해요. 친구로만 지내면 상관없잖아요. 결혼을 꼭 하고 싶어요?”

 

“본인은 결혼하고 싶어 하고, 결혼하자고 계속 말도 해요. 그 원장과 신기술을 배우면서 지금부터라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결혼 자금을 모으겠다고는 합니다. 내년 3월에 상견례하고 5월에 결혼하자며 나름 계획도 있지만 2년 동안 해온 걸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정도 어린 남자랑 결혼하면 질문자가 좀 먹여 살려도 안 될까요?” (청중 웃음)

 


 

“그래서 제가 먹여 살리겠다고 했지만 원장과는 인연을 안 끊겠다고 하니까요.”

 

“원장과 인연 끊을 바엔 먹여 살릴 게 뭐 있어요? 자기 알아서 먹고 살지요. 그런 재미로 다니려고 하니 질문자가 후원을 해줘야죠.” 

 

“언제까지요?” (청중 웃음)

 

“언제까지란 건 없어요. 죽을 때까지요.”

 

“저는 일을 너무 오래 해서 지쳤어요. 결혼하면 좀 평온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면 그 남자와는 안 맞죠.” 

 

“그러면 제가 알아서 선택하면 될까요?”

 

“그렇죠.” (청중 웃음)

 

“남자친구가 좀 바보 같진 않아요?”

 

“그 남자는 하나도 바보 같지 않아요. 정토회 다니는 사람들이 다 바보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똑똑해요.” (청중 웃음)

 


 

“그래도 그건 유익한 활동이잖아요. 이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똑같아요. 정토회 회원들도 상당수가 밖에서는 종교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삽니다. 질문자는 이걸 유익하다고 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바보라고들 해요. 숫제 머리를 깎고 중이 되면 모를까 머리를 길러서 승도 속도 아닌 것이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당신 아들은 정토회에서 뭘 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대요. 

 

또 ‘스님이면 스님이지 실무자는 또 뭐냐?’라고 물어요. 실무자라고 해서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기도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애매모호하다고 다들 난리예요. 예전에는 사이비라고 난리였는데 그래도 요즘은 스님이 좀 유명해지니까 ‘사이비는 아닌가보다’ 해줍니다. (청중 웃음) 

 


 

질문자가 가만히 한번 따져보세요. 남자친구가 약간의 미혹에 빠져서, 즉 누구한테 세뇌되어서 저럴 수도 있어요. 어떤 이상한 종교에 세뇌되어서 저렇게 있는 건지 정토회처럼 자기가 좋아서 있는 건지 살펴보세요. 정토회는 세뇌시키는 데는 아니거든요. 여기서 봉사하면 나중에 돈을 많이 번다든지, 여기 와서 봉사하면 죽어서 천국 간다든지, 여기서 수행하면 나중에 좋은 혼처를 얻는다든지 하는 주장을 미끼로 내걸어서 사람을 잡고 있으면 좀 의심해볼만 합니다. 정토회는 그런 아무런 미끼가 없어요. 복도 빌지 말라고 하고, 죽어서 좋은 데 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좋은 일 하면 복 받는다’ 이런 소리도 안 하고 그냥 ‘네가 좋으면 해라’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러니 남자친구와 가만히 대화를 해보세요. 대화해봐서 사고가 정상적이라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자꾸 상대에게 요구하지 말고 내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남자가 마음에 들고 젊기도 해서 다 좋은데 돈을 못 벌어서 불만인 거예요. 요것만 고치면 쓸 만하다 싶죠?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래요. ‘술 만 안 마시면 이 남자 참 괜찮은데,’ ‘시어머니에게만 안 매여 있으면 생활이 다 좋은데’ 이러면 끝이 없어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요. 그러니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냥 두세요. 설령 거기서는 나온다 하더라도 이런 성격이라면 예컨대 정토회에 오면 또 푹 빠져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정토회에 빠지는 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청중 웃음)

 


 

“거기 빠지나 정토회에 빠지나 똑같은데 뭘 그래요. 제 말은 그걸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질문자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사람과 결혼을 하려면 내년 봄까지 어떻게 하고 언제까지 취업하겠다는 계획을 의논해서 정하고 그 시점까지 딱 지키는지 한번 보세요. 그런데 사람이란 게 약속을 안 지켰는데도 또 미련을 갖잖아요. 그냥 무조건 ‘네가 뭘 하든 좋다. 난 널 사랑하니까 결혼하자’ 이렇게 가든지, 아니면 ‘아무리 사랑하지만 서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 내 몫까지 벌어 먹이라는 소린 안 하지만 네 몫은 벌어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의사가 분명하다면 ‘좋다, 약속하자. 언제까지 취직하고 언제까지 뭘 할 거냐?’ 이렇게 딱 정해보고 그때 봐서 안 되면 결정을 내리세요. 

 

제가 보기엔 약속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래도 기회를 한번 주세요. 기한을 정해보고, 그때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래, 너 좋을 대로 살아라’ 하고 정리해야죠. 계속 끌려가면 금방 40살, 50살 넘어가요.” 

 

“결혼이란 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지금 세 번째 남자친구예요.”

 

“그거야 자기 선택이죠. 스님한테 물으면 결혼하라고 하겠어요? (청중 웃음) 결혼하려면 나부터 하지 왜 나는 안 하면서 남보곤 하라고 하겠어요? 엄마한테 물어보면 당연히 ‘해야 한다’ 하는데, 스님한테 물어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결혼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더러 ‘안 해야 한다’ 이런 말은 안 해요. 사실 저는 ‘결혼을 안 하는 게 낫다’라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남의 인생에 간섭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라는 말은 안 하고 그저 ‘네가 알아서 해라’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애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는 뭘 모른다고 하세요.”

 

“맞아요. 그 말은 저도 인정해요.”

 

“그럼 결혼해야 되겠네요.”

 

“질문자의 대화 수준을 보니 결혼하고 싶어 하는 수준이에요.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청중 웃음) 

 

결혼하겠다면 서로 뚜렷하게 자기 입장을 밝히세요. ‘나는 이런 일로 평생 봉사를 하겠다. 네가 좋고 결혼하고 싶지만 경제적으로는 책임을 못 진다. 내 이런 현상을 인정하고 결혼해서 같이 살려면 결혼해보자’ 이렇게 남자가 이야기를 하든지, 아니면 질문자가 ‘언제까지 이러저러하게 한다는 약속을 지키면 결혼하겠다’ 이런 식으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 이야기를 해봐야죠. 계약서까지 분명히 써놓고 결혼해도 결혼하고 나면 약속을 안 지켜요. 그런데 계약서도 없이 말 한마디만 믿고 기다리는 것을 보니 젊은 남자가 좋긴 좋은가 봐요.” (청중 박장대소)

 


 

“결혼하자는 남자가 이 남자밖에 없어서 선택했어요.”

 

“그러니까요. 그 남자가 3년 뒤 취직시켜준다는 유혹에 빠져서 붙어 있듯이 질문자도 결혼하자는 유혹에 빠져서 지금 붙어 있는 거예요. 부모가 보면 질문자야말로 홀린 거예요. 남자보다 자기가 지금 더 빠져 있어요. 거기는 3년이지만 질문자는 평생이에요. (청중 웃음)

 

그런 건 내가 미련이 있기 때문에 빠지는 겁니다. 학원장더러 뭐라 할 필요가 없어요. 남자친구는 뭔가 자기의 욕망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미혹돼 있는 거예요. 질문자도 결혼에 욕망이 있으니까 이리 미혹되는 것이고요. 나중에 지나놓고 객관적으로 보면 영 아니었는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에 그래요. 아무도 결혼하자고 안 하는데 이 남자만 결혼하자고 하니 지금 거기에 미련을 갖는 거예요. 그래도 한번 해보지 그래요? (청중 웃음) 

 

결혼해서 하루 살고 그만둬도 ‘결혼 안한 노처녀’라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되잖아요. 노처녀가 나아요? 이혼녀가 나아요? 저는 이혼녀가 낫겠어요. 하하.” (청중 웃음) 

 


 

스님이 밝게 웃자 질문자도 웃음을 터뜨리며 욕심껏 준비해온 다음 질문을 마저 했습니다. 

 

“한 가지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업종을 전환해서 늦은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는데 선임자인 대리님이 저더러 업무 이해도도 많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안 된다며 무척 답답해하십니다. 입사 3개월이 되었는데도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요. 말이 많은 편이시라서 듣는 저도 피곤하긴 하지만 잘리지만 않는다면 어떤 일도 참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업무 이해도를 높여서 저도 발전하고 대리님도 흡족해하며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그냥 잘릴 때까지 있으면 돼요. ‘내가 나간다’ 이렇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요. 내가 잘리고 안 잘리고는 위의 상사가 결정하는 것이지 내 업무가 아니잖아요. 내가 있기를 원해도 잘릴 수 있고, 나가기를 원해도 안 잘릴 수 있어요. 그건 내 업무가 아니니까 그냥 상사한테 맡기고 현재 나의 업무에 충실하세요. (청중 웃음)

 


 

지금 상사와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고민이라는 거죠? 질문자가 보기에는 상사가 문제예요? 자기가 문제예요?”

 

“둘 다 약간 문제가 있어요. 그 분은 말이 너무 빠르고 많고, 저는 말이 좀 없는 편이에요.”

 

“그 분 말을 질문자가 100퍼센트까지는 이해 못 하는 거예요?”

 

“네.”

 

“그러면 다시 물어보면 되잖아요. 다시 물어보면 말 못 알아듣는다고 화내요?”

 

“그렇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냥 말 안 해도 대충 넘어가고 있어요.”

 

“그런 건 커피를 한잔 사든지 따라다니든지 살갑게 굴든지 해서 ‘제가 조금 둔하니까 천천히 분명하게 말씀 좀 해주세요. 아까 말씀을 대충은 알아들었는데 정확하게는 못 알아들었으니 설명을 다시 해주세요.’ 이렇게 노력을 해야죠. 그냥 대충 넘어가지 말고요. 

 

 

내가 잘 못 알아들었다면 확인 작업을 해야 합니다. 내가 상사라면 이런 부하직원을 답답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해했어? 들은 대로 다시 이야기해 봐’ 이렇게 확인 작업을 해줘야 해요. 내가 부하직원이라면 물어서 확인 작업을 해야 하고요. 상사가 성질을 내더라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살갑게 물어서 자꾸 확인하는 작업을 해주면 이 문제는 극복됩니다. 그런데 ‘에이, 성질 더러운 양반한테 이야기해 뭐 하나. 대충 하자’ 이렇게 되면 계속 갈등이 생깁니다. 확인 작업을 해야 해요. 모르면 물어야 해요. 상대가 성질낸다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알 때까지 집요하게 물어야 해요. 그렇게 물어서 확인 작업을 통해 정확하게 일하는 버릇을 가지면 좋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자기 업무도 그렇게 확인 작업을 하고, 남자 친구도 확인 작업을 하세요. 딱 부러지게 ‘그래, 나하고 결혼하자는 남자는 세상에 태어나서 너밖에 없었다. 내가 밥 먹여줘도 좋으니 결혼하자’ 이렇게 전부 껴안고 하든지, ‘그래도 네가 나와 결혼하려면 네 밥벌이는 네가 해야 하지 않겠니?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이런 생각이 있으면 시한을 정해놓고 계획을 다시 정확하게 의논하세요. 그렇게 지켜보다가 ‘사람은 좋지만 같이 살면 신뢰를 못할 사람이다’ 이러면 아무리 젊거나 인물이 괜찮아도 안 돼요. 같이 살 때는 인물이 아니라 신뢰를 갖고 삽니다.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면 함께 살기 어려워요. 

 

‘며칠까지 취직할래? 사인해.’ 이렇게 해서 안 지키면 아무리 상대가 좋아도 ‘알았다, 너는 거기서 너 좋을 대로 살아라’ 하고 끝내야죠. 이 상사에게도 불평은 좀 접어두고 모르는 건 묻고, 성질내도 따라다니면서 물어요. ‘에이, 제가 좀 둔해서 그러니 한 번 더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농담조로 넘어가고요. 질문자는 사실 둔하지 않고 똑똑하잖아요. 다만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서 그렇죠.(청중 웃음) 확인 작업을 통해 정확하게 하는 걸 노력해서 연습하면 누구나 다 고칠 수 있어요.”

 

 

“대리님에게 계속 질문을 하면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실까 봐서요.”

 

“괜찮아요, ‘바보’ 소리 좀 들으면 되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보 같은데요. 뭘. (청중 웃음)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하면 ‘아니에요, 대리님. 바보 같은 게 아니라 바보예요’ 이렇게 이야기하세요. 그러면 ‘알긴 아네’ 이러면서 분위기가 좀 풀려요. ‘알다 뿐인가요? 제가 소크라테스 수준은 됩니다’라고 하고요. 내가 바보인 줄을 알면 ‘네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 수준이에요. 그걸 심각하게 듣지 말고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면서 자기 걸 챙길 줄 알아야 해요.” (청중 웃음)  

 

“예.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줄곧 뚱한 목소리였는데 마지막엔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감사 인사까지 했습니다.  청중들도 스님의 말을 흔쾌히 알아듣고 환하게 웃는 질문자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어느덧 흘러 9시 20분 경에 강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스님은 강단에서 내려왔습니다. 많은 청중들이 복도를 걸어 나오는 스님의 손을 잡고 악수를 청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봉사자들은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도서구입 부스와 사인회 부스에는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한 청중들의 줄이 길어졌습니다. 스님은 책에 일일이 이름을 적어주며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고자 하는 청중들은 카메라로 스님을 찍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사인회가 이루어지는 동안 오늘 강연을 준비한 몇몇 봉사자들에게 소감을 물어 보았습니다. 오늘 강연 총괄을 맡은 안재호님은 “2년새 청년정토회가 이렇게 커져서 현재 인천경기서부 소속 청년들로만 팀을 꾸려 강연을 준비한 게 뜻깊다” 라고 말했고, 실무 담당인 강유진님은 “이렇게 큰 행사에서 여러 가지로 미숙했던 준비과정이 마음에 걸립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을 체험할 수 있었다” 고 했습니다. 모두 평소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자원봉사도 열심히 하는 청년들인데 강연 준비 과정도 그대로 수행의 과정이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북사인회가 마무리되고 청중들이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스님은 오늘 강연을 준비한 청년정토회의 인천경기서부 지부 봉사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일일이 악수를 해주면서 수고했다고 도닥여 준 후 강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스님의 좋은 법문과 따뜻한 격려 덕분에 청년들도 기운을 듬뿍 받고 마음도 풍성해지는 가을밤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양구청을 출발해 밤 10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스님은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서울 정토회관에 머물며 연일 무리한 강연 일정으로 인해 쌓인 피로를 풀며 휴식도 취하고 새책 원고 교정 업무도 보면서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사전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전체댓글 28

0/200

지혜

감사합니다.. ^^

2015-11-12 13:37:14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5-11-12 10:41:13

이해영

스님~~~건강잘 챙기시길!!!항상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2015-11-12 1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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