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8 (저녁) 문경 정토수련원 행자원 수행법회


 

오늘 스님은 새벽 6시에 정토불교대학 특강수련에 이어 오후 1시 30분에 저녁반 자원활동가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후 저녁 7시 30분부터는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수행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행자들을 위해 수행법회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수행법회에는 백일 출가 프로그램에 입재해서 수행하고 있는 분들, 백일 출가를 마치고 2학기 과정에 있는 분들, 행자대학원 과정에 입학해서 행자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 등 80여명이 함께 참석해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우리는 모두 고뇌가 있기 마련이라고 하면서 수행은 너무 욕심을 내어서 하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단박에 되려고 하지 말고 현실에 두발을 딱 딛고 서서 이상을 향해서 꾸준히 한발 한발 나가야 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되, 능력밖에 욕심을 내서 초조 불안해 하지 말고, 또 할 수 있는 데도 게으름을 피워서 안주 하지 말고, 꾸준히 하는 데까지 해 나가면 됩니다. 이것을 ‘다만 할 뿐이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공부가 잘 되니 안 되니 수행이 잘 되니 안 되니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져요. 이 현실에서 내가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남이 뭐라고 평가하든 나는 어제보다는 오늘이,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입재하기 전보다는 입재한 후가 나아지고 있어요. 물론 두 발 갔다가 한발 뒤로 가고, 세 발 갔다가 두발 뒤로 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나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후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관점을 가지고 여러분들이 정진을 해나간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여러분들은 정진을 너무 어렵게 생각해요. 그건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또 수행자인데 수행의 본분을 놓치고 살아요. 여기까지 들어와서 그냥 세상 살 때의 버릇으로 똑같이 살아요. 그건 수행자라는 본분을 잊어버린 거에요. 또 너무 조급해 하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것은 욕심을 내기 때문에 그래요. 나가더라도 여기서 배운 것의 유익함에 대해 감사해 하고, ‘세상에 나가서도 꾸준히 정진을 이어나가야 되겠다. 틈틈이 여기로 돌아와서 점검하면서 가야되겠다.’ 이런 자세가 필요한 거예요. 욕심을 내기 때문에 여기서도 무리하게 되고, 지쳐서 나가떨어지면 도망가듯이 나가게 되고, 그래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게 되고, 정진도 안 하게 되고 하는데 이건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에요. 자유를 속박 받을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내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는 이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씀을 서두로 언급하면서 스님은 행자님들에게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으면 한번 얘기해 보라며 질문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백일출가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데 한 분이 결정된 사항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깝깝하다며 어떻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행자원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다수가 뭉치고 한 사람이 왕따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관점을 잡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살림팀을 맡고 있는데 팀원들과 마음을 나누기 보다는 일을 우선해서 자꾸 대하게 되어서 고민이라고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3년째 백일출가 스텝을 하고 있는데 백일출가가 초기보다 참가 인원이 많이 줄어들고 있어서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어떻게 하면 팀장 소임을 잘 할 수 있을지 물었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리더십을 가지려면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팀장 소임을 한지 약 8개월 정도 됐는데요. 이제 업무파악은 어느 정도 되었는데 제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팀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고 그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져요. 살아온 패턴 자체도 누구한테 별로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많이 접하지 않고 살아왔다 보니까 팀장으로써 팀원들의 습성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일을 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을 이해하면 더 일이 효과적으로 됐을 텐데 일이 먼저 우선적으로 보이는 그런 경험들이 많았어요. 일은 잘 처리를 하되, ‘같이 일하는 상대의 마음을 더 이해하면서 처리를 하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팀원들에게 어떻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요? 

 

또 한편으로는 저도 사람인지라 ‘아, 나도 힘든데.’ 이런 마음도 있고 ‘그래도 일은 처리해야 되지 않나.’ 이런 마음이 자꾸 듭니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백 프로 받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일을 마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부분을 제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의 말씀 중에 ‘수처작주’ 라는 것이 있어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주어진 조건에서 주인 된 자세를 가져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인 된 자세를 갖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면 제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어떤 절에 갔어요. 미국은 절의 문을 다 잠궈 놓아요. 치안이 안 좋아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게 안 되어 있어요. 제가 문을 막 두들기는데 문을 안 열어주는 거예요. 밖에서 한참 동안 벨을 울리고 두들기고 했는데도 문을 안 열어주니까 사람이란 게 짜증이 나잖아요. 계속 안 열어줬으면 괜찮았는데 갈려고 하는데 누가 문을 여는 거예요. 그러니까 짜증이 그 사람한테 탁 쏠린 거에요. ‘아니 안에 있으면서 도대체 뭐하는 거예요. 벨소리도 못 들었어요? 문 좀 빨리 열어주면 안돼요?’ 제가 이런 식으로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나도 오늘 여기 처음 온 사람이에요.’ 이러는 거예요. 

 

여기서 제가 크게 착각한 것이 10분 먼저 왔든, 1시간 먼저 왔든, 하루 먼저 왔든, 한달 먼저 왔든, 그 절을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그 절 안에 있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였어요. 저는 객이고요. 우리들의 심리가 그래요.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여기 오늘 왔기 때문에 절의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벨을 아무리 눌러도 그건 자기 일이 아닌 거에요. ‘뭐, 누가 열어주겠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벨소리를 들어도 신경 안 쓰고 자기는 자기 볼일 보다가 계속 문을 두드리니까 자기가 객이지만 ‘어떻게 된 건가’ 싶어서 문을 열어 준 거예요. 자기는 잘한다고 한 건데 문을 열자마자 그냥 야단을 치니까 기분 나쁠 거 아니에요. 이게 우리 인생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게 전화 받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정토회에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딱 담당자가 전화를 받으면 ‘네, 무슨 일이시죠?’ 이렇게 되는데 여러분들이 담당자도 아닌데 정토회에 놀러 와 있다가 전화벨이 울렸는데 아무도 안 받아서 슬쩍 받았어요. ‘여보세요.’ 하니까 상대는 전화를 한참 안 받았으니까 화가 나서 뭐라 그러면 여러분들이 뭐라고 그래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늦게 받았습니다.’ 이런 사람 거의 없잖아요. ‘저도 오늘 처음 왔어요. 제가 담당 아니에요. 전화를 하도 안 받아서 그냥 받아 본 거에요.’ 이렇게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럼 이건 주인 된 자세가 아니라 객의 자세에요. 주인이란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스님이라면 어떨까요? 그게 어떤 전화든 저는 주인으로 받겠지요. 그런데 자기 부서가 아니면 다 객으로 전화를 받아요. 누가 어떤 추궁을 하면 ‘난 몰라요.’ 이렇게 얘기해요. ‘아, 네네. 무슨 일이시죠? 메모 남겨주시면 담당이 오면 바로 전달해서 연락해 드릴게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주인 된 자세에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팀장이라면 팀원들은 다 팀장이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질문할 게 있으면 다 팀장한테 묻는데 팀장은 자기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별로 없는 거예요. 정토수련원의 주인은 원장님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보통은 ‘나도 여기 와서 뼈 빠지게 일해주고 있는데...’,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나한테 시비야.’ 이렇게 나오기가 쉽다는 거예요. 이게 문제에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는 주인 의식과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가 주인으로써 책임 의식을 가져야 되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약 수행자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막 흥분해서 대통령을 욕하면 덩달아 욕만 하지 말고 그 분노와 비난에 대해서 우리도 책임 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야 되요. 그들이 원하는 행정적인 처리는 못해 주더라도요. 

 

제가 청춘콘서트 시작한 동기도 카이스트 대학교에서 학생이 자살을 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럼 그것은 누구 책임이에요? 사회에서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어요. 대통령도 책임 안지고, 교육부 장관도 책임 안지고, 대학 총장도 책임 안 지고, 담당교수도 책임 안 져요. 그러니까 누군가는 그 부모의 아픔도 어루만져 줘야 되고, 이 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누군가가 ‘제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얘기해줘야 되는데 우리 사회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이 문제에 대해서 기성세대로써, 특히 종교인으로써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살하지 마라 얘기한다고 해서 자살을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청춘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대학을 다니면서 청춘콘서트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의병’이라고 하는 것도 어때요? 바로 국가에 대한 책임 의식이에요. 실제로는 국민들이 뭐 때문에 책임이 있겠어요? 지도자들이 책임져야 되는 것이죠. 그런데 임금도 도망가고 관군도 도망가니까 농사짓던 백성들이 ‘우리가 책임을 지자.’ 이렇게 일어난 것이 의병이란 말이에요. 

 


 

질문자는 이런 주인 의식과 책임 의식이 부족한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이 정토수련원의 책임자가 아니다. 여기 와서 봉사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도 힘들어서 내 수행하러 왔는데 밥 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내 차례도 아닌데... 지금 나도 힘들어서 겨우 맡고 있는데... 어디 나한테 자꾸 그러나?’ 

 

그럼 밑에 있는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요? ‘어쨌든 너가 팀장이니까 네가 알아서 우리를 다 감싸줘야 되지 않느냐? 너가 내 힘든 거 봐줘야 되지 않느냐. 일 좀 똑바로 분류해줘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이 사람들은 요구하는 거예요. 우리가 못한 것은 네가 다 감싸줘야 되고, 잘못한 건 다 네가 책임져줘야 되고요. 

 

우리가 지금 정치 지도자한테 요구하는 게 항상 그 두 가지입니다. 잘못한 책임은 당신이 져줘야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책임을 위에서 안 져주니까 지금 문제가 되는 거예요. 또 잘하는 게 있으면 성과를 팀장이 다 가져가면 안 돼요. 팀원들은 ‘내가 잘한 걸 왜 네가 가로채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또 힘들면 팀장 보고 다 보듬어 달라고 해요. 이런 팀원들의 요구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스님한테 요구하는 것도 항상 이중적으로 요구합니다. ‘스님은 우리하고 달라야 한다. 우리보다 뭐든지 잘해야 된다.’고 해요. 그런데 달라야 된다고 하면서 또 ‘니나 내나 다 인간 아니냐. 똑같지 않냐. 니는 왜 목에 힘주고 다니노.’ 라고 합니다. 이렇게 또 똑같이 대우를 받고싶어 하면서 술 먹고 고기 먹을 때는 또 자기들끼리 먹어요. (청중 웃음) 

 


 

그러면서 다른 일을 할 때는 또 ‘왜 니는 목에 힘주고 다니냐? 똑같은 인간인데.’ 이렇게 요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들이 마음을 가집니다. 부부지간에도 아내들은 주로 남편한테 ‘니가 가장이니까 돈은 니가 벌어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남녀가 평등한데 설거지도 네가 절반은 해라, 밥도 절반은 니가 지어라.’ 이렇게 권리를 똑같이 요구합니다. 의무에 대해서는 ‘니가 가장이잖아. 니가 벌어야지.’ 이렇게 생각해요. 남편이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아내가 사는 건 남편이나 그 누구도 문제를 안 삼는데 아내는 내가 벌어서 남자가 먹는 건 탁 기분이 나빠요. 여러분들도 결혼하면 이게 문제에요. 

 

그런데 이것이 일반인의 특성이에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돼요. 팀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다 자기가 책임져줘야 돼요. 자기가 팀장이니까요. ‘그 사람 잘못을 왜 내가 책임지는가’ 하는데 군대에서 병사가 사고를 치면 누가 책임져요? 사단장이 책임지잖아요. 그것처럼 팀장이 책임을 져주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성과는 팀원들의 것이라고 해줘야 돼요. 그러니까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것이 바로 리더십입니다. 팀장이라면 리더십이 있어야 해요. 이런 속성을 알아서 사람들을 움직여야 돼요. 팀원들이 모르는 게 있으면 자세히 가르쳐주고 잘못한 게 있으면 ‘아이고, 제가 잘못 했습니다.’ 이래야 되는데 ‘얘가 문제라서 이렇잖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예요. ‘아이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관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렇게 얘기 하되, ‘그런데 왜 관리를 못 했나?’ 물으면 ‘멤버 중에 한사람 이런 사람이 있어서 사실은 제가 주의를 했는데도 제대로 안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자기가 져줘야 돼요. 

 

또 성과가 있을 때는 법사님이 ‘아이고, 이번에 큰일했네.’ 하면 ‘아닙니다. 사실은 팀원들이 다 노력을 해서 이렇게 잘 됐습니다. 부서원들에게 칭찬 좀 해주세요.’ 이렇게 할 수 있으면 바로 리더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못하면 리더가 안 되는 거예요. 자기 혼자는 일을 잘하는데 리더십은 없는 거예요. 여러 명을 데리고 일은 못하는 거예요. 

 


 

여러 명을 데리고 일을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일을 잘 나눠줘야 되고, 또 수렴해줘야 되고, 성과는 나눠줘야 되고, 책임은 대신 져줘야 되고 이렇게 해야 팀워크가 형성됩니다. 옛날에 훌륭한 장군들은 전리품이 생기면 부하들에게 나눠주고, 부하가 잘못되면 자기가 대신 나서서 책임을 져줍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 사이에 신뢰가 생겨요. 그런데 리더십이 없는 장군들은 전리품이 오면 자기 혼자 독식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지금 리더라고 생각을 안 하고 있네요. ‘나는 리더 아니다. 나도 온지 얼마 안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팀원들이 볼 때 자기는 정토회의 책임자에요. 질문자를 보고 정토회를 평가하는 이런 수준이 된 거예요. 

 

자기 일 밖에 할 줄 모르면 팀장을 하면 안 돼요. 회계를 혼자 한다든지, 자기 혼자만 해도 되는 업무를 맡아야지요. 그래서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은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자기 일은 굉장히 책임지고 잘하는데 팀원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있고,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기도 잘하는데 자기는 일을 안 하는 사람이 있어요. 후자와 같은 사람과 같이 일해 보면 나중에 사람들의 불만이 많아요.반대로 자기는 죽어라 열심히 일하는데, 사람들 관리도 못하고, 일을 시킬 줄도 모르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모든 과정이 다 훈련이에요. 나도 일을 열심히 해야 되지만 팀장이나 리더가 되면 내가 일하는 것을 좀 줄여야 되요. 대신 내가 하기 보다는 대중들이 하도록 해줘야 되고, 그 결과를 수렴해줘야 합니다. 자기 일에 폭 빠져버리는 스타일은 전체 관리를 잘 못하게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스님이 왜 질문자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지 콕 집어서 이야기해 주자 질문자는 스님에게 본심을 들킨 듯 박장대소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주인 의식과 책임 의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함께 자리한 행자님들도 공감이 많이 되었는지 큰 박수로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네 명의 질문에 모두 답을 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법회를 마치면서 백일 출가 행자님들을 위해서 어떤 자세로 백일을 보내면 좋을지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 깨어있을 것을 당부했습니다. 

 

“백일 입재를 했을 때 처음에는 굉장할 것 같다가 한 50일 넘어가니까 남은 날만 손꼽고 있어요? (스님 웃음) 

 


 

‘50일 남았다.’, ‘45일 남았다.’ 이렇게 날짜를 세면 이런 고생을 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어요. 끝나는 날까지 첫 입재한 날과 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되요. ‘끝나고 나서 뭐할까.’ 이런 생각을 할 필요 없어요. 그건 끝난 뒤에 생각하세요. 그래야 이 백일이 소중하지요. 100일 동안 시간을 내기가 어렵잖아요. 어럽게 백일 동안 시간을 내어 놓고 여기 앉아서 계속 ‘끝나면 뭐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낭비에요?

 

그러니까 이 기간에는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만 해야 돼요. 나머지는 다 나가서 할 수 있잖아요. 그럼 그때 가서 하면 되요. 나가면 또 ‘아, 그때 내가 기도를 좀 바짝 할 걸’, ‘봉사 좀 바짝 할 걸’, ‘일 좀 열심히 할 걸.’ 또 이런 생각을 해요. 군대에 갔으면 군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여기 있을 때는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요. 여기에 두 번 세 번 입재하기는 어렵잖아요. 오히려 나가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나갈 생각하지 말고, 딱 여기서 ‘내 평생에 이런 기회가 어딨나.’ 이렇게 마음을 먹고 딱 집중해야 되는데 현실은 안 그래요.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는 거예요. 여기서는 계속 밖을 생각하고, 나가면 또 여기를 생각해요. 이것은 마치 밥 먹으면서 똥 생각하고 똥 누면서 밥 생각하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도’란 뭘까요? 밥 먹을 땐 밥만 먹고 똥눌 땐 똥만 누는 거예요.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지금 여기 깨어있기’ 가 됩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어야지 늘 지나간 과거와 미래의 구상에 머물러 있으면 그 사람은 꿈 속에서 사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날짜 세지 말고 여기 주어진 일에 탁 집중하는 것이 미래의 나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겁니다. 

 

좀 힘들어요? 왜 이렇게 표정이 멍해요. (웃음) 눈에서 총기가 나야지요. 재미가 없나봐요. 수행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일 하는 게 재미가 있어야 해요. 나무에 감을 따도 재미있고, 풀을 베어도 재미있어요. 재미있게 임해 봅니다. 알았죠?”  

 

“네.”

 

스님이 재미있게 임해 보라고 기운을 불어넣어주자 행자님들 모두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스님에게 정말 기운을 듬뿍 받은 듯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행자원 수행법회는 밤 10시가 다 되어 끝이 났습니다. 법회를 마친 뒤 스님은 곧바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늘은 새벽 6시부터 3시간씩 3번이나 연달아 강연을 했기 때문에 스님도 평소와는 달리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목이 붓고, 입안이 헐고, 목소리도 많이 갈라졌습니다.  

 

내일은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서울로 이동해 오전 10시 30분에는 시흥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 3시에는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리는 새책 야단법석 북콘서트에 참석한 후, 저녁 7시에는 인천시 계양구청에서 청년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내일도 스님은 오늘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낼 것 같습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33

0/200

유재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2015-11-16 09:57:34

자비화

주인의식, 책임의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졌습니다.부처님법이 진리임을 압니다.~~^^

2015-11-13 10:42:59

김홍주

우리와 더불어
살아계시는 부처님~~~

감사합니다

2015-11-11 20: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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