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8 (오전) 청년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특강 수련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6시부터 청년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입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 1시 30분에는 저녁반 자원활동가들을 위해 강연을, 저녁 7시 30분에는 문경 정토수련원의 행자원 수행법회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먼저 문경 정토수련원의 대수련장에서 청년 정토불교대학 가을학기 특강수련에 참가한 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시간을 새벽 6시부터 가졌습니다. 스님은 새벽부터 16명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며 3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불교대학생들을 위한 특강수련 즉문즉설은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주말마다 계속 일정이 잡혀 있는데 왜냐하면 지난 상반기 때 메르스 때문에 취소된 일정이 하반기에 모두 다시 잡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님의 스케쥴이 워낙 바쁘다보니 새벽 6시에 강연 일정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이렇게 일찍 일어나 본 경험도 매우 드물고, 새벽에 강연이 이뤄지니 무척 졸릴 법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 잠을 깨우기도 하면서 열심히 강연을 들었습니다. 

 

200여명의 청년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은 새벽 예불과 기도 후 명상을 하며 스님을 기다렸습니다. 스님이 법상에 오르자 죽비 삼성과 함께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원래 의문이 날 때 바로 묻고 답할 수 있으면 좋은데 현재 여건상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학습이라는 것은 공부할 때 의문이 나면 그 자리에서 물어야 학습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능력이 제 몸을 여러분들에게 나투는 것까지는 되지만, 여러분들을 제 앞에 그때그때 나투게 하는 기술이 없어요. (모두 웃음) 

 

조금 더 기다리면 쌍방 교신이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의 의문을 모아서 이렇게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곧바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1번 질문자는 명상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는지 물었고, 2번 질문자는 불살생 계율에 대해 배웠는데 잠자기 전에 모기를 죽이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물었고, 3번 질문자는 스님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받는다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시는지 물었고, 4번 질문자는 오계를 어겨서 나를 나쁘게 대한 사람도 용서를 해주어야 하는지 물었고, 5번 질문자는 모기를 죽이면 안 되는지 물었고, 6번 질문자는 보왕삼매론에서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서 마음의 장애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물었고, 7번 질문자는 천일결사 수행은 꼭 새벽 5시에 해야 하는 것인지, 잠자기 전에 하면 안 되는지 물었고, 8번 질문자는 매순간 끊임없이 감정이 올라오지만 억누르고 살기 때문에 나중에 폭발하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물었습니다. 

 


 

9번 질문자는 불교대학에서 고와 락이 없는 잔잔한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러면 인생이 너무 재미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물었고, 10번 질문자는 열정이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열정을 가질 수 있는지 물었고, 11번 질문자는 직장 상사의 꼼수와 이기적인 모습 때문에 괴로운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물었고, 12번 질문자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동료들과 식사를 많이 하는데 내 몫은 남김 없이 먹지만 반찬은 항상 남겨서 고민이 된다고 물었고, 13번 질문자는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물었고, 14번 질문자는 불교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고, 15번 질문자는 스님이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그 계기가 무엇이고, 우주의 어떤 점에 대해 궁금한지 물었고, 16번 질문자는 각종 행사 공지와 알림이 너무 일방적인 것 같다고 개선을 건의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여덟 번째로 질문한 감정을 억누르며 참고 살아서 괴롭다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 소중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순간 끊임없이 올라오는 마음 속에 수만 가지 감정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질투심, 화, 짜증, 혹은 절망과 같은 마음이 올라오면 ‘이러지 말아야지, 이러지 않고 싶다’는 마음에 제 마음 속의 감정들을 억누르고 참습니다. 이렇게 자기 감정을 참으며 다른 이들을 대하는 제 모습을 보면 가식적으로 느껴져 괴롭고, 억누르다 보면 오래가지 않아 터져버릴까 두렵습니다.” 

 

“인간이라는 게 다 그래요. 혼자 방에 있거나 아주 친한 사람 몇몇과 있을 때와 많은 대중 앞에 있을 때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똑같지 않고 조금씩 달라요. 가까운 사람 두셋과 있을 때는 성질대로 안 되면 ‘야 인마, 그만둬’ 하고 짜증도 내지만 여러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점잔을 빼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 차이의 폭을 점점 좁혀나가는 것이 수행이에요. 차이를 없애버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누구나 질투심도 있고 화도 있고 짜증도 있고 절망도 있어요. 그러나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질투를 하면 상대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첫째, 내가 괴롭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나는 이러고 싶지 않다. 마음이 이러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된다’고 하는데 조금 분석해보면 안 그래요. 이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마음은 그 생각에 따르기 싫어해요. 우리에게는 의식이 있고 무의식이 있습니다. 생각은 의식이에요. 무의식은 습관화되어 있는 것이어서 우리가 인지를 못 해요. 무의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 마음이에요. 마음은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갖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이러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는 건 일어나기 싫다는 말이에요. 이럴 때 마음과 생각이 오래 싸우면 생각이 마음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지 못해요. 그래서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이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버려야 합니다. 일어나버리면 더 이상 ‘일어나야지’ 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 즉 우리들의 이성적 판단이 무의식의 감성을 이기려면 행동을 빨리 해버려야 해요. 그래야 이겨지지, 시간을 끌면 자동으로 무의식이 이기게 되어 있어요. 시간을 끈다는 것은 무의식의 작용이 더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첫째는 누구나 다 이런 갈등이 있다는 겁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래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 마음을, 즉 좋거나 싫은 것을 조금 억제하고 가능하면 사람들 앞에서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해요.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다 해버리면 부작용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억누르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세 번 참다가 결국에는 확 터져버려요.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지만, 스트레스 푼다고 확 성질대로 해버리면 스트레스는 풀릴지 몰라도 부작용이 너무 많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참으면 부작용도 안 생기고 남에게는 ‘아이고 착하다. 너는 짜증도 안 내네’ 이렇게 좋은 소리를 듣지만,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너무 힘들어요. 그러다 가끔 터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평소에 기껏 점수 많이 따놨다가 한꺼번에 확 말아먹어버려요. ‘쟤 건드리지 마라, 언제 터질지 모른다. 성질 더럽다’ 이런 소리만 듣습니다. (청중 웃음)

 


 

해결책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성질대로 하는 게 최하수입니다. 둘째, 참는 게 중수예요. 스트레스를 좀 받더라도 좀 참아줘야 이 세상이 이대로 움직이잖아요. 부부지간에도 각기 성질대로 하면 같이 못 살아요. 그래도 참아줘야 움직이는데, 무조건 참는 건 부부생활에 스트레스가 되어서 너무너무 힘드니까 나중에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하고 이혼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상수는 알아차리는 겁니다. ‘아, 화가 나는구나,’ ‘질투심이 일어나네,’ ‘짜증이 나네,’ 이렇게 알아차리는 거예요. 알아차리기를 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안 해야지,’ ‘화를 참아야지’ 하고 누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지금 화가 나려고 한다’, ‘화를 내고 있다’, 이렇게 자기 알아차리기를 해야 합니다. 이건 소크라테스에 비견할 만큼 굉장히 높은 수준이에요. 여러분들은 그게 별 거 아니라 생각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 가운데 한 분이에요. 이렇게 자기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려서 소크라테스 수준은 되어야 해요.

 


 

우리는 자기 생각은 알지만 자기 마음은 모릅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세상의 온갖 것을 다 알아도 내가 나를 모른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나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진아(眞我)가 뭐냐?’ 이런 고상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알아차리기란 그런 게 아니라 화날 때 화나는 줄 알아차리고, 초조할 때 초조한 줄 알아차리고, 들뜰 때 들뜨는 줄 알아차리고, 욕심낼 때 욕심내는 줄 알아차리는 거예요.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상태를 알아차리라는 것입니다. 알아차린다고 금방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차리면 증폭되는 속도가 줄어듭니다. 모르면 확 올라올 것도 알아차리면 그때부터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어서 언젠가는 멈춰요. 못 알아차리면 확 올라와서 뻥 터집니다. 아니면 뒤늦게 알아차려서 누르려 해봤자 아무리 눌러도 안 내려가요. 빨리 알아차릴수록 쉬워요. 빨리 알아차리면 올라오다가도 내려갑니다. 

 

그러니 가장 첫 관건은 알아차리기입니다. 처음에는 터진 후에라도 알아차려야 해요. 터지기 전에 알아차려야 하고,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더 빨리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일어날 때 알아차리는 게 최고예요. 딱 일어나려고 할 때 바로 알아차려 버리면 조금 올라오다가도 쏙 내려가 버려요. 

 

그러면 남이 나를 보고 ‘야, 도인이다. 너는 욕심도 없고 질투심도 없고 화도 안 내는구나’ 하죠. 그런데 사실 나한테 화는 아직 있어요. 범부중생은 ‘야, 너 성질 더럽다’ 하면 ‘내가 뭐가 문젠데?’ 합니다.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자기만 몰라요. (청중 웃음) 친구지간에는 ‘야, 쟤는 성질 더럽다,’ ‘쟤는 화를 잘 낸다,’ ‘쟤 욕심 많다’ 하고 다 알지만 본인만 몰라요. 

 


 

그런데 이제 조금 공부하면, 누가 ‘너 화 잘 낸다’ 하면 ‘그렇지? 내가 화가 좀 많아’ 이렇게 남이 아는 만큼 자기도 알게 됩니다. 이게 중간 경지인 현인(賢人)이에요. 이 정도만 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어요. 부부지간에 살면서 화도 내고 뭐라고 해도, 아내가 ‘당신 또 짜증낸다’ 이러면 ‘내가 언제 짜증냈냐!’ 이러는 게 아니라 ‘아이고, 그래. 내가 짜증을 좀 냈지?’ 이렇게 이야기하면 짜증을 안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 만해요. 이게 두 번째입니다.

 

세 번째는 이거예요. 화가 일어나는 줄을 빨리 알아차려서 화를 내지 않는 것입니다. 남들은 이 사실을 몰라요. 그러니 그저 사람 좋다고만 합니다. 그런데 자기는 자기를 알기 때문에, 남이 나를 보고 ‘너는 화도 안 내네’ 하면 ‘무슨 소리야? 화 안 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화가 나.’라고 대답합니다. ‘너는 욕심이 없네.’ 하면 ‘아이고,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욕심이 있어.’ 라고 대답합니다. 이렇게 자기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주변에서는 ‘야, 그 사람은 겸손하기까지 하더라’ 이래요. 그러니 거기까지 가는 걸 목표로 삼으세요. (청중 웃음) 

 


 

그런데 이런 게 재미없어요? 이렇게 공부하면 저는 아주 재미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안 하려고 해요? 이게 커피 마시는 것보다 재미있지 않아요?”  

 

“재미있어요.”

 

이렇게 자신을 알아차리는 마음 공부가 재미있지 않느냐는 스님의 물음에 청년들도 모두 공감을 하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16명의 질문에 모두 답을 하고 나니 3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긴 시간 동안 앉아 있느라 무척 힘들었을 법도 한데 청년들은 잠을 깨기 위해 번쩍 일어서서 머리를 흔드는 등 마지막까지 집중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마지막 질문이었던 청년 정토불교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행사 공지가 너무 일방적인 것 같다는 건의사항에 대해 답을 해주며 어떤 마음으로 개선점을 건의하면 좋은지를 주제로 마지막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직장생활이나 사회 운동도 이런 마음으로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는 이걸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 정토회도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가야 할 길은 쌍방소통이고 현재 놓여 있는 환경은 일방소통인데, 우리는 지금 일방소통에서 쌍방소통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완전한 경지에 이른 게 아니에요. 알았죠? 그래서 여러분들이 그런 개선점이 있다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개선점을 이야기할 때 자기를 항상 살펴봐야 해요.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거나 안 좋은 소리가 자꾸 나오려고 한다면 그건 수행의 과제이지, 결코 개선의 동력이 아닙니다. 그런데 ‘부족하고 어려운 점이 있지만 정토회가 참 좋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건 좀 개선하면 더 좋겠다. 이런 걸 개선하면 정토회가 더 발전하지 않겠는가?’ 이런 마음으로 하는 건 혁신의 정열입니다. 그러니 불평불만 속에서 괴로워하지 말고, 혁신의 정열을 가져야 합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대한민국은 헬조선’ 이러지 말고 ‘그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야. 그러나 이러저러한 것은 개선하면 더 좋은 나라가 되겠다’ 이런 생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개선해 나가려면 좀 집중해야 해요. 필요하다면 희생도 각오해야 해요. 이런 자세가 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주식을 팔아버리고 미국 주식이나 호주 주식 사려고 하지 마세요. 주주다운 자세로 ‘CEO를 갈아치우자’ 이렇게 생각을 해야지, 자꾸 주식 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청중 웃음) CEO가 마음에 들면 괜찮지만 마음에 안 들면 힘을 합쳐서 CEO를 바꾸고 경영을 정상화시켜야죠. 생각을 이렇게 가져야 해요.”

 

주인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에 청년들도 환호를 하며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또 새벽부터 3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연이어 다시 한 번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청년 정토불교대학 학생들 모두와 기념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청년, 파이팅!”을 외치는 청년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렇게 특강수련 법문을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문경 정토수련원의 자비장으로 이동해 전국에서 청년 정토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담당자들과 함께 조촐한 간담회 자리를 가졌습니다. 원래 주간반과 저녁반의 경우 불교대학 담당자들과 함께 매학기 마다 하루 종일 가을 나들이 겸 즉문즉설 시간을 갖는데 청년들은 시간이 허락지 않아 40분 정도의 간담회만 갖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청년정토회는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에 불교대학을 개설했는지, 각 교실 별로 몇 명 정도가 수업을 듣고 있는지 등을 간단히 파악한 후 불교대학 담당자는 어떤 마음 자세로 봉사를 하면 좋은지 몇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불대 담당을 하는 한, 불대생들 앞에서는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그것도 법륜 스님을 대신하는 사람들이에요. 이 생각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내가 이 역할을 하는 동안은 법륜 스님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분이 법륜 스님 대신이잖아요. 그러니 어쨌든 법륜 스님 흉내를 좀 내야 해요. 가르치려 드는 흉내를 내라는 게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고 뭘 묻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수용해주라는 겁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다면 그 사람이 저한테 문제를 제기하지, 여러분에게 제기하지 않을 거잖아요. 제가 없으니까 여러분에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보기에는 여러분들이 정토회의 얼굴이고 법륜 스님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힘들 게 없어요. 그냥 잠시 절에 와서 불대를 담당하는 두어 시간 동안 스님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수준이 안 되는데도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해야지, ‘힘들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렇게 연구를 좀 하세요. 성질이 좀 나더라도 참고, 얼굴이 찡그려지더라도 펴고, 목소리에 좀 날이 서려고 해도 부드럽게 이야기해야죠. 그런데 그걸 ‘나한테 문제 제기를 했다’고 생각하면 참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항의하는 건 나한테 하는 게 아니라 법륜 스님한테 하는 거예요. 내가 법륜 스님을 대신하고 있는 동안에만 받아주는 것 뿐이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에요. 저 사람들이 나보고 항의할 이유도 없고 욕할 이유도 없잖아요. 내가 법륜 스님의 분신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 왜 굳이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하겠어요? 그러니 그 사람들이 스님한테 이야기하듯이 따지면 법륜 스님의 분신으로서 받아주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다면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할 거예요. 물론 여러분들이 항의를 들었을 때 ‘이게 왜 내 일이냐? 나도 학생인데!’ 이런 마음이 들 거예요. 그럴 때 자신이 법륜 스님의 분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상기해보세요. 스님 분신 좀 해보면 재밌잖아요. (청중 웃음) 

 


 

그런 마음으로 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남 역할을 맡아서 매일 하려면 힘들어요. 이건 일주일에 두 시간이면 두 시간, 세 시간이면 세 시간만 하면 돼요. 무대에 올라가서 잠시 스님 역할을 해본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해보세요. ‘스님도 쉽지 않겠구나’ 생각하면서 해보세요. ‘스님 역할을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걸 갖고 의논해보면 ‘아, 스님이라면 이런 경우에 이렇게 하겠다’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학생을 가르치려 들거나, 질문할 때 자기가 답하려 드는 건 안 해도 됩니다. ‘아, 제가 잠시 맡은 역할입니다. 이건 스님한테 여쭤보세요. 이건 총무님한테 여쭤보세요’ 이렇게 안내해주되 태도는 주인 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잘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르치는 건 제가 하고, 그 사람들이 저한테 요구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대신 맡아서 하는 거예요. ‘내가 법륜 스님 분신이니까 가르치는 것도 내가 하고 받는 것도 내가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여러분들은 지금 반쪽이란 말이에요. 제가 영상 분신을 통해서 가르치는 쪽 반쪽을 하고, 그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반쪽은 여러분들이 저의 분신이 돼서 하는 거예요. 영상이 쌍방소통이 된다면 제가 다 받아주겠지만, 그렇게 안 되니까 여러분들이 저의 분신인 양 반쪽의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가르치는 역할까지 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러면 ‘알지도 못하는 게 아는 척 한다, 교만하다’는 말을 듣고 밉상이 됩니다. (청중 웃음) 

 


 

아까도 질문하는 것 봤잖아요. 맨날 ‘뭐 해라, 뭐 해라’ 하는 지시사항만 내린다고 불만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이야기할 때 지시사항이라도 지시사항이 아닌 것처럼 부드럽게 이야기해줘야 해요. ‘청소해라’ 해도 여러분들은 ‘우리 청소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전해주세요. 하하. (웃음) 

 

물론 공지가 내려갈 때도 부드럽게 해서 내려가야 하지만, 현장에서도 그렇게 전해주셔야 해요. ‘대중들하고 의논해서 청소를 좀 해주면 좋겠어요’ 이렇게 내려가도 여러분들이 딱 보고 ‘아, 청소하라는 이야기구나’ 하고는 ‘청소해!’ 이렇게 해버리면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그런 자세만 가지면 무난하게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요청이 많죠? (모두 웃음) 불교대학과 깨달음의 장에서 내가 배운 불법을 내가 나눠 갖는다는 자세로 하면 됩니다. 너무 계산적으로 하면 힘들어요.”

 

스님의 당부에 청년 불교대학 담당자들도 모두 공감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각 교실에서 스님을 대신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담당자들과 기념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그리고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청년들은 스님의 환한 웃음과 악수에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청년 정토불교대학 학생들, 담당자들과의 시간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저녁반 자원활동가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문경새재 유스호스텔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정토회 저녁반 자원활동가의 즉문즉설 강연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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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남

스님 말대로, 대한민국에 대해 ‘대한민국은 헬조선’ 이러지 말고 ‘그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야. 그러나 이러저러한 것은 개선하면 더 좋은 나라가 되겠다’ 이런 생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텐데.. 아직도 다들 헬조선이라 하는 사람이 많으니 안타갑네요.. 특히 누리꾼이나 젊은사람들이 그러고, 단편적인것만 본주제에 그렇게 성급한 일반화를 해대니...

2015-11-15 20:09:14

여일

잘 읽었습니다 못 마땅해서 하는 건의가 아니라 청토회
발전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혁신을 건의 하라는 가르침과
정토행자는 스님의 반 분신 역활해 달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공유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5-11-10 07:27:02

곽노진

담당자들이라도 모두 청년들인데 앞에서 끌고가기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스님을 대신 하니 관세음 보살의 화신이 된다고 봅니다.

2015-11-10 00: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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