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6 (오전) 대구 달성군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대구 달성군청에서 달성군 군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식사 후 채소 밭에 물을 주는 등 농사일을 한 후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 아침 일찍 채소 밭에 물을 주고 있는 스님

 

아침 8시 30분에 울산 두북을 출발하여 10시 무렵 오늘 강연이 열리는 달성군청에 도착했습니다. 뿌연 가을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내리쬐니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달서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은 아침 7시부터 하나둘 씩 모여들어 길바닥과 계단에 화살표를 붙이고 주변을 정리하며 군민들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 강연 준비를 위해 달성군청에 모인 달서정토회 봉사자들

 

강연장에는 할머니 한 분이 첫 관객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딸이 출근하는 길에 태워 주었다면서 여기까지 스님이 오시는 것에 감사해 했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은 주로 도시에 강연을 하기 마련인데 스님이 이곳 달성군까지 강연을 와주니 군민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강연장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도시에서 뚝 떨어진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 오늘 강연이 열린 대구 달성군청 비슬홀

 

입구에 들어서니 양쪽으로 봉사자들이 줄지어 서 있고, 설문조사와 소개 전단지를 받아 든 사람들이 속속들이 들어섭니다. 이 땅에 기아, 질병, 문맹을 퇴치하려고 힘쓰는 JTS부스 앞에는 이미 천 원짜리 몇 장이 들어 있습니다. 

 


 

불교대학에 다닌다는 한 봉사자는 이런 행사에 처음 참여했다고 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힘을 모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면서 “봉사는 할수록 신이 난다”고 합니다. 주변의 몇몇 봉사자는 아직 사람들이 오지 않은 틈을 타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신나지만 들뜨지 않고 적극적이지만 분주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점점 봉사자 수보다 관객이 불어나 어느새 공연장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깔개 하나씩 받아들고 계단에도 많은 사람들이 앉았습니다. 그 가운데 20대 청년은 너무 힘이 들어 질문을 간절히 하고 싶어 쫓아왔는데 몹시 떨린다고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입구에 들어서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환한 웃음으로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 봉사자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스님

 

10시 30분이 되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섰습니다. 

 


 

스님은 추웠다 더웠다 하는 가을 날씨를 예로 들며 무엇이든 처음을 잘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날씨가 쌀쌀했습니까? 지난주에는 좀 추웠는데 이번 주에는 많이 따뜻해졌어요. 어제는 기온이 20도가 넘게 올라갔다고 하네요. 

 


 

이렇게 기후도 좋았다 나빴다 좋았다 나빴다 이러잖아요. 그처럼 우리 인생도 좋아진다고 한꺼번에 확 좋아지는 게 아니라 좋았다 나빴다 좋았다 나빴다 하면서 좋아지고요. 나쁠 때도 그냥 나빠지는 게 아니고 좋았다 나빴다 좋았다 나빴다 하면서 나빠지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수행을 하면 금방 좋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씨앗을 심으면 금방 쑥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 맺히는 게 아니고 땅 속에서 나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죽었나 하다가 보면 빠끔히 나오고, 어릴 때는 자라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서 ‘아이고, 이렇게 해서 농사가  되겠나?’ 싶은데 갑자기 쑥쑥 자라지요. 

 

그것처럼 뭐든지 처음이 좀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는 조급해서 그 처음을 잘 못 견뎌요. 백일기도를 해도 3~4일 하다가 관둬버리고 천일기도를 하다가 백일도 못하고 관둬버리고 그래서 옛날부터 작심삼일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을 잘 이겨내야 돼요.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된다.’ 정해진 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라.’라고 할 말도 없고요. 다만 잘 못 살았을 때는 원인을 규명하여 개선할 수 있어요. 어떤 것이 잘 못 산 걸까요? 결과가 자기 의도한 바와 거꾸로 나왔을 때, 즉 쥐가 쥐약을 먹듯이, 물고기가 낚싯밥을 물듯이. 자기는 살려고 먹었는데 결과가 죽게 되었다면 괴롭잖아요. 그래서 같이 좀 살펴보면 ‘아. 이게 괴로워할 일이 아니구나. 다음부터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쥐약은 먹지 말아야지. 내 맘에 딱 드는 게 낚싯밥일 확률이 높구나.’ 이런 걸 점점 알 수 있어요. 

 

사기를 당할 때는 모르는데 사기 당해놓고 나중에 돌아보면 사기꾼들의 특색이 있어요. 첫째, 인물이 잘생겼어요. 옷을 잘 입어요. 말을 잘해요. 친절해요. 그리고 차 마실 때 차값 탁 내고, 밥 먹을 때 밥값 내고, 술 마실 때 술값 내고 이렇게 서비스가 아주 좋아요. 차는 좋은 것을 타요. 사무실에 가보면 삐까뻔쩍 해요. 요게 사기꾼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갖추면 안 좋아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야. 이게 웬 떡이고.’ 할 정도로 횡재를 만났다면 바로 그게 사기꾼입니다. (청중 웃음)

 


 

물고기가 볼 때는 낚싯밥에 걸린 그 음식이야 말로 자기가 바라던 제일 좋은 음식이에요. 그래서 웬 떡이고 할 때가 쥐약이고 낚싯밥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나를 낚으려고 속인 것도 문제지만 나를 낚을 때 항상 내가 혹할 만한 것을 미끼로 거는 거예요. 그래서 귀에다 대고 ‘사랑해. 너밖에 없어.’ 이렇게 속삭이면 사기꾼일 확률이 높습니다. (청중 웃음)

 

그러니까 사랑해 소리도 못하고, 성질이나 팍 내고, 성격도 급하고, 아주 멋대가리 없는 그런 사람은 절대로 사기를 안 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만난 남편들은 대부분 사기꾼이 아니에요. 왜요? 멋대가리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청중 웃음)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그런 거예요. 자, 그래서 여러분들 얘기를 한번 들어봅시다. 또 어떤 사기꾼한테 당해서 괴로워 하는지, 무슨 쥐약을 먹고 또 죽겠다고 하는지요.”

 

여러분들이 만난 남편들은 사기꾼이 아닌 장점이 있다고 하자 시작부터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이렇게 스님이 재미있게 강연의 시작을 알리자 곳곳에서 스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50대 남자분은 고1 큰딸이 유방암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으라 했지만 면역력 위주의 자연치유를 선택해서 3주째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지. 그리고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듯이 능력 밖의 이상을 추구하고 살아가다 보니 하는 일마다 힘이 드는데 어떡해야 하는지 물었고, 30대 여자분은 기가 센 사람이 무섭고, 믿고 의지하던 선배가 고민을 해결해 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실망이 커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었고, 37살의 미혼여성은 연애를 하려면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거절당할까봐 주저하는 마음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물었고, 30대 여자 분은 자영업을 하는데 언제 안정이 될지, 너무 조급증이 난다며 마음 다스리는 법을 물었고, 20대 청년은 성격이 너무 어리숙해서 친구나 엄마와는 대화가 잘 안 되어서 힘들다며 해결책을 물었고, 30대 여자 분은 아이가 셋인데 대인관계가 힘들고, 상대방의 의도가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초조하며, 감정기복이 심해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질문자들의 아프고 힘든 사연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은 대중의 모습을 보니 이미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고 격려하고 있었습니다. 공간을 꽉 채운 웃음과 공감의 열기가 마음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연애를 하고 싶지만 거절당할까봐 주저하게 되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법륜 스님의 연애론에 모두들 박장대소하고 웃으며 공감했습니다. 

 


 

“연애를 하려고 하면 가까이 다가가서 발전을 시켜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호감 가는 사람이 있어서 다가가 고백을 하면 거절을 당하거나 아니면 제가 고백할 시점에 다른 여자 분이 생겨서 연인으로 발전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의 상처가 한 번, 두 번 생기다 보니까 제가 마음에 가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말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고백을 하면 지레 거절을 당할까봐, 아니면 ‘저분 주위에 또 관심을 가진 여자가 있어서 나보다 먼저 둘이 연인으로 발전해서 사귀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말을 못하겠어요. 

 

이런 제 마음을 제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웃음) 나이가 많으니까 선이나 소개팅을 많이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게 목적이 있고, 나이도 있고 하니까 딱딱하고 좀 재미도 없고 그래서 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하려고 하는데 이게 참 잘 안돼서 질문을 드립니다.”

 

“소개팅을 하든, 연애를 하든, 어떤 사람이 호감이 간다 할 때 딱 분석을 해보면 나보다 나은 사람이에요. 첫째, 인물이 괜찮든지, 인물이 좀 덜 하면 신체가 건강하든지, 아니면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있든지, 이런 외형적인 어떤 요건이 조금 괜찮은 사람에게 탁 첫 인상에 호감이 가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결혼을 할 때 사진을 먼저 줘보잖아요. 사진을 보고 호감이 가야 그 다음에 만나잖아요. 만날지 안 만날지 사진을 보고 결정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인물이 먼저인 거에요.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특히 결혼이나 연애를 할 때는 자기보다 조금 나은 사람을 만나려고 그래요. 여자만 그런 게 아니라 남자도 그렇다 이 말이에요. 그래서 모두 다 결혼을 원하고, 연애를 원하는데 왜 안 이루어지냐 하면 내 수준이 이 정도 선이면 그 선에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더 높은 거를 찾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내가 찾은 수준의 사람은 그 사람도 자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람을 찾는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사람의 눈에는 내가 안보여요. 나는 이 사람이 보이는데 이 사람 눈에는 내가 안 보인다는 거예요. 또 내 밑에서 약간 위에 쳐다보고 나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 내 눈에는 이 사람이 또 안 보여요. 남이 나보고 좋다 할 때는 내 눈에 안차고, 내가 좋다 하면 상대가 또 거절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전생에 죄가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둘이 궁합이 안 맞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의 욕심이 이렇게 서로 안 맞도록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서로가 맞을 때도 가끔 있지 않느냐? 있어요. 그 때는 서로 보는 눈의 관점이 달라서 그래요. 여자가 인물이 예쁜데 남자를 볼 때 경제력을 보고, 남자는 경제력은 있는데 여자의 인물을 주로 보게 되면 이게 탁 맞아 떨어져서 서로 호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보면 기대를 약간 높여서 서로 보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거예요. 이렇기 때문에 옛날부터 사실대로 말을 하면 중매가 성립이 안 됩니다. 어떤 한 사람이 결혼 상대자를 이러한 조건으로 구하는데 여기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면 이번에는 이 사람이 또 만족을 못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밑에 있는 사람을 끌어올려서 이 사람 눈에 보이도록 해줘야 됩니다. 이걸 끌어올리려니까 학벌을 고등학교 나왔으면 대학 나왔다 그러고, 대학 나왔으면 석사 했다 그러는 거에요. 그러니까 선보러 갈 때 키가 좀 작으면 뒤축이 높은 걸 신고 가서 키를 끌어올린다든지, 화장을 하고 가서 얼굴을 예쁘게 보인다든지, 남자는 돈을 좀 호주머니에 두둑하게 넣어서 잘 보인다든지, 직장을 약간 끌어올린다든지, 집안을 좀 끌어올린다든지, 아버지가 운전을 하면 ‘우리 아버지 운수업 한다.’ 이렇게 끌어올린단 말이에요. (청중 웃음)

 

그래서 결혼을 막상 해놓고 보면 ‘전부 다 속았다.’ 그래요. 그리고 나를 속였다고 계속 상대를 나무래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나를 속였기 때문에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상대가 나를 안 속였으면 나는 결혼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얼마나 고마워요. 나 결혼하라고 상대가 약간 무늬를 좀 좋게 만들어서 만나게 된 거란 말이에요. (청중 웃음) 

 


 

이런 원리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거나 호감이 가는 남자들의 대부분이 나를 싫다고 하거나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하는 이유도 자기 눈이 좀 높기 때문이에요. 자기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여자도 좋아할 남자를 자기가 주로 선택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 내가 눈을 확 낮춰서 남자를 선택하면 100% 성공할 수 있어요. 내가 좋다고 하면 상대가 ‘웬 떡인고’ 하면서 딱 달라붙고, 옆에 있는 여자도 버리고 나한테로 온다는 거예요. 얼마나 쉬워요? (청중 박수)

 


 

어떤 아주머니가 저에게 ‘스님. 제가 건물이 하나 있는데 안 팔려서요.’ 이래요. 그래서 무슨 기도를 하면 팔리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정도 갖고 기도할 것까지 뭐가 있어요? 그건 금방 팔 수 있어요. 어떻게요? 값을 한 절반으로 낮추면 금방 팔려요.’ 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빨리 팔려면 값을 낮춰야 되고 자기가 원하는 값에 팔려면 시간을 길게 잡아야 돼요. 우리가 살 때도 마찬가지에요. 싸게 사려면 첫째 많이 봐야 되고, 두 번째 시간을 좀 길게 잡아야 돼요. 반대로 빨리 사려면 값을 좀 높이 쳐주면 되요. 값을 높이 쳐주면 안 팔 것도 팔거든요. 이게 원리에요.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자기가 팔 때는 비싸게 팔려고 하고 남의 것을 살 때는 싸게 사려고 하고, 그래서 이게 안 맞아 떨어지는 거예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혼자 살았으면 혼자 살았지 낮춰가지고는 못 산다 이렇게 자꾸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도 저처럼 이렇게 꾸준히 나이 육십이 넘도록 기다릴 각오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는 결혼 때문에 절대 조급해하지 않잖아요. (청중 웃음) 

 

질문자도 그렇게 당당하게 자기 기준을 딱 가지고 살든지, 조급하면 기준을 낮추어서 아무나 잡든지 해야지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렇지만 눈이 높은 사람에게 호감이 가면 좀 표현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표현을 잘 못해서 답답해 하는 편이라...” 

 

“표현을 하면 당연히 거절당하지요. (청중 웃음) 그럼 만약 여기에 어떤 보살님이 저보고 ‘스님, 나하고 결혼합시다’ 하면 당연히 거절이 되듯이요.”

 

“저는 그런 것이 좀 상처가 되는데 어떻게 좀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요? 저 나름대로는 그게 상처가 아니라고 되뇌이기는 합니다만...”

 

“상처라고 할 게 따로 없어요. 거절 안 당하기를 원하니까 말을 못하지요. 당연히 거절당하는 겁니다. 자기보다 눈 높은 사람을 잡겠다는데 상대가 거절할 확률이 90%에요. 그러니까 거절할 걸 각오하고 말을 하면 상처가 안 되지요. 그러다가 또 정신이 삔 사람이 있어서 또 승낙하면 다행이고요. 그러니 거절 할 걸 각오하고 얘기를 하면 됩니다.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요. 

 

기다려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되잖아요. 거절할 건 빨리 빨리 거절해주는 게 좋잖아요. 그래야 다른 사람을 선택하지 확인을 안 하면 나는 감나무에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데 상대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괜히 말도 한번 못 붙여보고 놓치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빨리 확인하는 건 좋아요. 그러나 꼭 성사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말을 못하지요. 그건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거예요. 선택권은 나한테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한테 있는 겁니다. 그러니 빨리빨리 확인을 하세요. 호감이 딱 가면 금방 확인을 하세요. 그래서 많이 보고 많이 시도해 보세요. 그러면 그 중에 눈이 삔 게 하나 걸려요. (청중 웃음)

 

건물도 괜찮고 위치도 괜찮고 값도 싸고 이런 조건을 찾으려면 많이 봐야 돼요. 이게 부동산 하는 사람의 기본 원칙이예요. 그것처럼 많이 보다보면 엉뚱한 게 하나 나와요. 내가 원하는 사람은 백명 중에 한 명도 안 되기 때문에 많이 봐야 그런 사람이 걸린단 말이에요. 

 

호감이 가면 빨리 빨리 확인을 해보든지 아니면 속도를 내서 많이 보든지 그래야 합니다. 사실은 자기가 37살이면 27살 때보다 눈을 낮춰야 돼요. 그런데 실제로는 눈이 높아집니다. 노처녀가 될수록 눈이 높아져요. 전에 봤던 수준이면 딱 결정을 못내리는 이유는 ‘내가 이런 수준하고 결혼하려고 했으면 5년 전에 했지.’ 이런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수준을 5년 기다린 게 억울하기 때문에 5년 기다렸으니까 이보다는 좀 더 나은 것을 만나야 되는 거에요. 

 

그러니 자기는 길이 딱 나와있어요. 괜찮다 싶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 사람은 중고에요. (청중 웃음) 

 


 

중고 중에도 잘 고르면 새것보다 나은 것이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중고를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되는 거에요. 왜 중고가 될 수밖에 없느냐면 사회적 지위도 있어야지, 인물도 있어야지, 이런 사람들 중에 내 나이에 맞는 사람을 고르려면 이미 벌써 남의 손을 한 번 거쳤어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까지 선택의 폭을 넒혀야 됩니다. 연령도 위로 한 10년, 아래로도 한 10년으로 폭을 넓히고요. 아래위로 폭을 넒히고 새것이냐 중고냐 따지지 말고 폭을 넓혀야 가능성이 높지요. 자기 같이 제한을 둬서 나이는 몇 살 차이 나야 되고, 키는 얼마야 되야 하고, 뭐는 어때야 되고, 이렇게 폭을 탁 좁혀버려서 고르면 컴퓨터에서 검색을 해도 그런 사람은 없다고 나와요.”

 

“예, 알겠습니다.”                

 

“질문자가 ‘알겠습니다’ 그랬는데 눈치를 보니까 진짜 알아서 그런 게 아니고 ‘아이고, 역시 스님하고는 얘기할 게 못 된다’ 그런 것 같네요. 뭐 비법이라도 하나 있나 싶어 물어봤더니 스님하고 얘기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된다 이런 표정이에요.” (스님 웃음)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질문자도 웃고, 청중들도 계속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아, 내가 욕심이 많은 것이구나’, ‘내 기대가 높은 것이구나’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마음은 점점 더 편안해졌습니다. 

 

용기있게 질문한 여성분에게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었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다보니 금방 2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스님은 청중들에게 “재미있었어요? 유익했어요?” 라고 물어보며 긍정적인 마음이 예쁜 얼굴을 만들어준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지속 가능한 행복을 참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느끼는 행복은 일시적 행복이에요. 집을 샀다며 기분좋아 하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기분이 나빠져요. 이렇게 일시적입니다. 그래서 고락이 윤회하는 거예요. 즐거웠다 괴로웠다 즐거웠다 괴로웠다 반복하는 이것을 윤회라고 그래요. 해탈은 윤회하지 않는 걸 말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욕구를 가지고 뭐가 됐다고 기분좋아하는 이런 기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족할 줄 아는 자세,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되면 항상 긍정적 에너지가 나오고, 또 긍정적 사고를 하면 몸에서 좋은 호르몬이 분비 되어서 얼굴도 펴집니다. 화장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화장발이 좋습니다. 건강에도 아주 좋아요. 심리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라 육체 건강에도 좋아요. 그렇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환한 웃음으로 강연을 마무리해준 스님에게 청중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새책 야단법석은 순식간에 완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준비한 책이 모자라 봉사자들이 샀던 책까지 다시 내놓았지만 못 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구불구불 한 긴 줄이 생겼고, 스님은 정성들여 사인을 하고 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와 감동의 여운은 긴 줄 만큼이나 길었습니다. 

 


 


▲ 책 사인회

 

긴 줄 끝에 선 사람은 “내가 직접 질문하지 않았지만 모두 내 이야기 같았다”며 “인생의 답을 얻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습니다. 

 

질문했던 분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한 질문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용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더 잘 살아야겠어요. 주변 분들 격려를 받으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그럽니다. 강연장을 찾은 800여명이 꼭 한 가족처럼 훈훈했습니다. 

 

사인회가 끝나고 송현 정토법당, 성서 정토법당, 달성 정토법당에서 온 달서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이 차례로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를 따르기보다 함께 깨달음의 길로 가자고 항상 강조하는 스님이지만 그래도 모두들 스님이 너무 좋은가 봅니다. 스님을 가까이 한 봉사자들의 얼굴은 행복에 들떠 보였습니다. 

 


 

70여명의 봉사자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울긋불긋 물든 단풍처럼 각자의 소임을 완수하며 오늘 강연을 멋지게 이뤄내었습니다. 한바탕 야단법석이 큰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끝났습니다.

 


▲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을 나가는 달성군민들

 

“모두들 수고 했어요!” 인사를 하며 스님은 사뿐한 걸음으로 달성군청을 나왔습니다. 곧바로 대구정토회로 이동한 후 찾아온 손님과 1시간 동안 미팅을 가졌습니다. 미팅 후에는 원고 교정 업무와 각종 보고서 확인 등을 하며 업무를 보다가 오후 5시에 저녁 강연이 열리는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안동 KBS홀에서는 저녁 7시부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36

0/200

최학식

스님 그 노 처녀 시집 좀 보내주세요^^

2015-11-08 13:35:58

허수정

저도 생각이 좀 많은편이라 쉽게 결정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칠때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서 아쉬울때가 있었는데..지금도 그런편이지만, 이번에 즉문즉설보고는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5-11-08 12:29:35

이규원

스님의 법문은 언제들어도 다시들어도 행복에 엔돌핀이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늘 고맙습니다.

2015-11-08 10: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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