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1 (오전) 경전반 특강수련 및 저녁부 담당자 즉문즉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6시에 경전반 봄학기 특강수련 참가자 200여명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아침 10시에는 정토회 저녁부 자원활동가 250여명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어젯밤 12시에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곧바로 새벽 6시부터 경전반 특강수련 참가자 200여명과 함께 3시간 동안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 문경 정토수련원 대수련장

 

특강 수련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경전반 봄학기 학생들은 스님에게 그동안 경전반 수업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들을 마음껏 묻고 명쾌한 대답을 들으며 기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님은 새벽 6시에 시작하는 강연이라 사람들이 많이 졸릴 수 있을 것을 염려했는지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강연을 하며 경전반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언급하며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잘 주무셨어요? 날씨가 춥죠? 여름에 오면 문경이 참 좋은데, 겨울에 오면 조금 불편해요. 제일 좋은 건 화장실에 가면 엉덩이가 시원하다는 거 하나예요. (웃음) 

 


 

날씨가 따뜻하면 좋아하는 마음과 날씨가 추우면 싫어하는 마음은 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날씨가 더우면 옷 하나 벗고, 날씨가 춥든지 덥든지 나는 거기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을 해탈이라고 말해요. 수행자는 천국이 아니라 해탈을 원합니다. ‘추워져라’ 하면 추워지고, ‘더워져라’ 하면 더워지는 등 내 마음대로 세상이 이리 되고 저리 되는 게 천국 혹은 천당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없다. 더우려면 더워라, 추우려면 추워라’ 이렇게 구애받지 않는 것이 해탈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모두 천국을 원해요. 남편이며 아이며 부모며 세상이 이러저러하기를 늘 원하는데 내 뜻대로 안 되니까 괴로운 거예요. 내 힘만으로는 부족하니까 하느님, 부처님 힘까지 빌려서 내 뜻대로 한 번 해보려고 하잖아요. 힘 있는 자에게 의탁해서 내 뜻대로 해보려고 하니까 힘 있는 자에게 비굴하게 굴어야 해요. 

 

수행의 목표는 해탈이기 때문에 내가 주인이에요. ‘비가 오려면 와라, 우산 쓰고 가면 되지. 해가 나려면 나라, 양산 쓰고 가면 되지.’ 이렇게 누구에게 비굴하게 굴 것도 없고, 내가 주인인 자세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종 되려고 왔어요? 주인 되려고 왔어요?”

 

“주인 되려고 왔어요.”

 

“말이야 잘 하죠. (모두 웃음) 어디 가서 듣고, 주인이 종보다 낫다 싶어서 말은 그렇게 해요. 그런데 실제로 여러분들은 주인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 종 되기를 원합니다. 

 


 

두 사람이 밭에서 일을 하는데 그냥 봐서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동자인지 몰라요. 그런데 끝날 때 A가 B 보고 ‘오늘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하면 누가 주인이에요? 인사하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수고하셨습니다’ 하면서 돈을 5만원 주면 돈 주는 사람이 주인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잖아요. 말로는 인사 듣는 사람이 아니라 인사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지만 실제로는 안 그래요. 인사 듣는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랑 받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이해 받는 사람이 되고 싶잖아요. 종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늘 인생을 이렇게 비굴하게 사는 거예요. 

 

내가 인사하는 사람, 주는 사람, 베푸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주인입니다. 내가 의지처가 되어주고, 내가 용서를 해주면 늘 자기가 주인이에요. 부처님, 하느님은 늘 베풀기 때문에 주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도와달라고 갈구합니다. 주인이 되려고 하는데 주인이 못 되는 게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이 말이에요. 그래서 주인이 못 되는 겁니다.”

 

우리는 주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졸린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대중이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1박을 하다 보니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 잠자리 등이 집 보다는 불편한 것이 많은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주인된 자세로 마음을 돌이키니 금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즉문즉설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특강 수련에 참가한 경전반 봄학기 학생들은 상반기에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좌와 반야심경 강좌를 모두 수강한 후 지금은 육조단경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의문들을 허심탄회하게 질문했습니다. 

 

총 1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1번 질문자는 반야심경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종국에는 그 없음도 없다고 하는데 그 마지막의 없다는 뜻이 알 듯 모를 듯 하다며 공 사상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질문했고, 2번 질문자는 법성게에서 시간의 개념에 대한 스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인간이 규정지은 시간의 진실에 대해 알고 싶다고 물었고, 3번 질문자는 보왕삼매론에서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고 했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 물었고, 4번 질문자는 수행을 잘못하면 업식이 강화된다고 하는데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고, 5번 질문자는 금강경에 나오는 4개의 사구게와 그 뜻이 무엇인지 물었고, 6번 질문자는 개가 되고 소가 되는 윤회관은 힌두교에서 온 것이라고 하는데 법문 중에 내생, 전생 하는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었고, 7번 질문자는 제법무아의 설명을 듣고 윤회의 주체가 없음을 이해했는데 용성조사님이 환성 지안조사의 후신이라는 것과 부처님의 전생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물었고, 8번 질문자는 앞서 나왔던 질문과 비슷한 내용으로 불교 교리에 윤회는 없다고 하셨는데 윤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 경전반 학생들이 써낸 질문을 읽어주고 있는 스님

 

이렇게 9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고 나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2시간 동안 다리도 펴지 못하고 곧곧이 앉아 있었던 대중들을 위해 잠시 다리를 펴고 기지개를 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 스님이 “누가 앞에 나와서 노래 한곡 해보세요” 라고 하자 한 분이 앞으로 나와 ‘또 만났네’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러주었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반가운 스님을 또 만났네’ 라고 개사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자 대중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 잠을 깨우기 위해 '또 만났네' 노래를 멋드러지게 부르고 있는 경전반 수강생

 

대중들 사이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고 아우성이 되니까 스님은 “방금 전까지 그렇게 종이 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또 종이 되려고 하고 있어요?” 라고 하면서 “시켜서 나가면 내가 을이 되지만 내가 좋아서 나오면 갑이 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해 주었습니다. 스님이 2시간 동안 주인이 되라고 강조했건만 정말 우리들은 입만 벙긋하면 종이 되는 중생인가 봅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이 계속 되었습니다. 9번 질문자는 경전반 수업을 들으며 많이 행복해졌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한 것 같다고 물었고, 10번 질문자는 석가여래 부촉법과 계대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고 물었고, 11번 질문자는 인도나 북한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은 무슨 과보를 받은 것인지 물었고, 12번 질문자는 봉사를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불편한 마음이 드는데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지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연구를 해야 하는지 물었고, 13번 질문자는 이제 곧 경전반을 졸업하면 정토회에서 더 이상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 없는 것 같은데 생활 속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물었고, 14번 질문자는 나의 모순을 직면하면 절망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물었고, 15번 질문자는 버스 정류장에 있는 분실물을 보면 어떤 마음을 내어야 하는지 물었고, 16번 질문자는 남편이 암 수술 후에도 술을 계속 마시면서 알코올 중독증으로 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17번 질문자는 아이가 엄마에게 대들 때 남편이 모른 척 해서 서운한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11번째 질문인 가난한 나라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과보를 받아서 그런 것인지 물었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질문을 참 잘했다고 칭찬하며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인도나 북한에 태어나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 영혼은 무슨 과보를 받아서 그렇게 고통을 받는지요?”

 

“이 질문은 잘못된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으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과보를 받냐’라고 말하죠? 이 말은 장애가 징벌이라는 뜻이에요. 이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에요. 이건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입니다. 장애가 있거나 여자로 태어났거나 키가 작은 게 왜 징벌입니까? 동성애자로 태어난 게 왜 징벌입니까? 내 마음에 안 드는 것,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 벌이에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불교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제가 힌두교라고 하는 거예요. 힌두교를 폄하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옛날에 권선징악적 전통 신앙이라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자로 태어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장애아로 태어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얼굴이 검게 태어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인간으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피부 빛깔로 그 사람을 차별하거나 징벌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엉뚱하게들 생각해요. 사람이 태풍에 휘말려서 죽었다면 ‘저 사람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태풍에 휘말려 죽었냐’ 이렇게 접근하는 게 징벌적 사고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나를 보호하고 내 가족을 보호하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태풍을 당하거나 기근을 당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내 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이라도 도와야 해요. 내 친척이 아닌 이웃 사람이라도 돕고, 내 나라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라도 돌보라고 한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에요. 바람이 부는 게 왜 징벌이고, 비가 안 오는 게 왜 징벌이에요? 그건 다 옛날의 권선징악적인, 징벌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벌을 준다’는 개념에서 나온 거예요.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을 징벌적으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왕으로 태어났다’ 이렇게 말하니까 왕권의 부당함을 지적하지 못하잖아요. ‘전생에 죄가 많아서 종으로 태어났다’고 하니까 그게 자연의 질서라고 생각해서 신분 혁명을 못 일으키잖아요. 부처님은 그래서 계급제도를 부정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위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지 않고 원시적인 신앙에 기초한 자연 보복적인 사고, 다수가 아닌 소수면 무조건 벌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에 젖어 있어요. 

 

그러니 장애아를 낳았을 때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아이를 낳았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장애를 가진 이 아이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이 아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걸 내가 도울 수 있을 만큼 도울 뿐이에요. 이건 갖다 버릴 대상도 아니고, 붙들고 평생 울 대상도 아닙니다. 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나지만 이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을 불행하게 살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내가 부족하면 사회에 도움을 청해 협력해서 해결하면 됩니다. 시설에 맡겨야 한다, 안 맡겨야 한다, 이게 문제가 아니에요. 시설이 이 아이를 더 잘 돌볼 수 있다면 아이와 떨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시설에 보내야 하고, 내가 힘들더라도 집에서 돌보는 것이 이 아이에게 더 행복하다면 내가 돌봐야 합니다. 돌보는 것이 왜 나에게 불행이에요? 불교식으로 말하면 복 짓는 일인데요. 과거에 진 빚을 갚는다는 사고보다는 복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불교 신자들이 불법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상한 믿음을 불교랍시고 믿고 돌아다니니까 세상에서 불교의 값어치가 떨어져 보이는 거예요. 사회적인 진보 사상보다 더 앞선 것이 불교인데도 늘 사회적으로 근대 사회의 진행방향보다도 뒤떨어지고,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뒤쳐지고, 인권의 신장에도 뒤떨어져서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니 똑똑한 사람이 불교를 믿으면 타 종교인들이 이를 보고 ‘너 같은 엘리트가 어떻게 그런 저급한 종교를 믿냐?’ 이러잖아요. 이런 말을 해외 교포들은 많이 듣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생각을 좀 바꾸셔야 해요. 

 

<금강경>과 <육조단경>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태풍이 불고 사람이 죽었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무지를 깨치느냐? 사물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볼 거냐?’ 이런 이야기만 있어요. 피부색이 검기도 하고 희기도 한데, 왜 검은 건 나쁘고, 흰 건 좋아요? 그건 백인 우월주의에서 나온 거예요. 그냥 색깔일 뿐입니다. 눈은 보라고 있는 기관이예요. 그러니 보는 기능만 잘 하면 되는데, 왜 꼭 눈 모양이 동그래야 좋은 눈이에요? 그래봤자 먼지만 많이 들어가요. (대중 웃음) 

 


 

숨 쉬라고 있는 코가 이만큼 커야 좋다고 하니까 엉덩이 살을 베어 붙여서 코를 크게 만들어요. 검은 색이 좋다, 흰 색이 좋다, 동그란 눈이 좋다는 건 개인 취향이니까 괜찮지만 그걸 두고 ‘전생에 죄가 많아 그렇게 되었다’거나 ‘하늘의 벌을 받아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면 안 돼요. 사람의 생겨남은 전생의 죄나 하늘의 징벌과는 관계없이 그냥 유전인자에 따라 생겨난 거예요. 사람에 따라 이런 얼굴 저런 얼굴을 좋아하는 건 개인 취향이니까 우리가 어쩔 수 없어요. 누가 나보고 못 생겼다 해도 그걸 가지고 시비할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이 보기에 그 사람의 취향에 안 맞는다는 뜻일 뿐이에요. ‘그건 네 취향이지. 나도 너 같은 생김새는 내 취향에 없어.’ 이러면 되죠. 이제 좀 이해가 됩니까? 좀 자유로워져요?” 

 

“네.” 

 

“여러분은 다 부처가 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존재들이에요. 그런데 왜 세상 사람이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서 헐떡거리고 살아야 해요? 내가 아버지 없이 태어난 게 무슨 죄예요? 아이는 꼭 부모가 결혼을 해야만 태어나는 게 아니라 남자 여자가 만나면 태어나요. 10년을 만나도 애가 안 생길 수도 있고, 하루 만났는데 생길 수도 있어요. 지나가던 남자가 강제로 관계를 하고 가도 생길 수 있어요. 그냥 생물학적 원리에 따라 태어난 아이가 전생의 죄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그걸 엄마가 괴로워하니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사람은 다 똑같은데 주변에서 어릴 때부터 ‘왕자님, 왕자님’ 해주니까 자기가 왕자인 줄 착각하고 살고, 주변에서 ‘너는 천민이다, 종이다’ 하니까 종인 줄 알고 살잖아요. 존재에 무슨 왕자와 천민이 따로 있겠어요? 어린 아이를 찾아가서 ‘너는 달라이라마다’ 하고 계속 세뇌를 하니까 달라이라마가 되고, ‘너는 하층민이다’ 하니까 하층민이 되잖아요. 환생을 한다고 인정을 하더라도 어떻게 전부 남자로만 환생을 합니까? 티베트에서는 린포체의 환생자가 3천 명 정도 된다는데, 그 중 여자가 한 명도 없어요. 신앙으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교리로 따지면 그게 무슨 불교예요? 7살짜리 린포체를 데려왔다고 50~60살 된 어른들이 그 앞에 가서 절을 하고 난리를 피워요. 티베트 사람이 그러는 건 이해됩니다. ‘저 사람들 신앙이 저렇구나’ 하면 되는데, 한국 사람들이 왜 거기에 현혹되어서 날뛰어요? 

 

 

물론 신앙으로서는 존중해야 합니다. 자기가 믿겠다는데 그걸 어떡해요? 인도에 가면 쥐를 신으로 섬기는 쥐 사원이 있어요. 가보면 쥐가 바글바글합니다. 정성껏 준비한 공양물을 가져가서 쥐한테 올려요. 인도에는 뱀을 신으로 섬기는 것도 있어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던 우루벨라 가섭도 원래 뱀을 신으로 섬겼잖아요. 뱀을 신으로 섬기는 것이 용 신앙이에요. 하느님 다음에 두 번째가 용왕님이잖아요. 경주에 가보면 곳곳에 용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그러니까 남의 신앙을 비난하면 안 돼요. 쥐를 섬기는 신앙도 존중하는데, 어린아이를 섬긴다고 비난하면 안 돼요. 무당도 동자신을 받드는 경우가 있잖아요. 무슨 신앙이든 그 사람들의 신앙은 존중해야 해요. 자기가 믿겠다는데 어떡할 거예요? 그러나 법의 차원에서는 그렇지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17개의 모든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나니 3시간이 흘렀습니다. 스님은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꼼작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일정이 워낙 바쁘다보니 새벽 시간까지 할애해서 법문을 해 준 스님에게 경전반 학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를 다시 한 번 보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 시간을 마무리하며 주어진 모든 질문에 답변을 다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면서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즉문즉설을 그동안 해오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모든 질문에 다 답을 해준 건 제 평생에 처음입니다. (모두 환호와 박수) 

 


 

늘 3분의 1도 못했어요. 그런데 어제 어떤 분이 ‘스님, 요즘은 3분 30초가 넘어가는 영상은 사람들이 잘 안 봅니다. 5분도 길어요.’ 이래요.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볼까?’ 했어요. 그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제가 한 질문 당 3분 30초 안에 답을 못 하고 있었어요. 30분씩도 막 하잖아요. 그래서 ‘내일부터는 실험을 한 번 해보자. 내일 아침에 올라오는 질문부터 다 한번 답변해 볼게.’라고 했더니 옆에서 ‘과연 될까요?’ 이러고들 놀렸어요. 그런데 오늘 다 했습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정진 열심히 하세요. 저는 지금 또 총알 같이 달려가서 문경새재에서 불교대학과 경전반 저녁반 담당자들을 만나야 해요. 주간반 담당자들을 위해서는 법문을 해주었는데 왜 저녁반을 위해서는 법문을 안 해주냐고 해서 오늘 오전 10시로 법문 시간을 잡았습니다. 저녁에는 서울 시청에서 청춘콘서트가 있고요. 그러니 이렇게 3시간 동안 대화한 것만 해도 좋게 생각하세요. ‘얼굴만 싹 보여주고 가버렸다’ 이러지 말고요. 뭐든지 자꾸 좋게 생각하세요. 감사합니다.”

 

오후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좋게 생각하라는 이야기에 모두들 “네” 하고 크게 대답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곧바로 전국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자들과 모둠장들이 수련을 하고 있는 문경새재 유스호스텔로 향했습니다. 

 


▲ 문경새재 유스호스텔

 

문경새재 유스호스텔에는 전국에서 250여명의 담당자들과 모둠장들이 모여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갖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도착한 스님이 연단에 앉자 곧바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가볍게 인사를 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속된 말로 아침부터 한 탕 하고 왔어요.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질문을 한 스무개 가까이 받고 다 대답해 주고 왔어요. 어제는 하루 종일 야외에서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경주를 안내해 주느라 얼굴이 햇볕에 타서 벌겋습니다. 가을 날씨가 참 좋죠?”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자는 가을 불대 담당을 맡고 통일의병학교도 맡으면서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수행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는 수행 단체라고 하셨는데 법당에 영가단이 있고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 납득이 안 가서 왜 그런지 물었고, 세번째 질문자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그만 두는 성향이 강하지만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는데 가정 일이 겹치면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물었고, 네번째 질문자는 미래사회의 대안을 만든다는 정토회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고,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진로를 상담하는 교사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경전반 담당을 병행하는 게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다섯번째 질문자는 정토회 활동을 남편이 반대하고 있는데, 남편의 비위를 맞춰주어야 할지 아니면 한번은 양보하고 한번은 활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고, 여섯번째 질문자는 이번 가을 불교대학에 5명이 입학해 다들 개인 사정이 생겨 이제 2명만 남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일곱번째 질문자는 정토회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맡고 있는데 몸에 무리가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여덟번째 질문자는 기도를 할 때 관세음보살을 되내이다 보니 기도문에 잘 집중이 안 되어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2시간 동안 각각의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어 저녁반 자원활동가들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그 중에서 다섯 번째 질문자 물었던 남편의 정토회 활동 반대에 대해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엄마가 수술하고 입원해 계시는데 옆에 계신 분들에게 간병을 부탁하고 여길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입니다. 수련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니까 남편이 어제는 유난히 역정을 많이 내더라고요. 가정을 가진 여자가 도대체 어딜 가서 무엇을 하냐며 말을 좀 심하게 했어요. 그래서 제가 실실 웃으면서 ‘내 문제 다 해결해놓고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 2년 대학원 공부라 생각하고 좀 봐줘’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아주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길래 또 웃으면서 ‘그러면 같이 도와줄 여자가 필요하겠다’ 했더니 ‘그렇게 자꾸 웃으면서 이야기하지 말고’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아침에 나올 채비를 하는데 남편은 찬바람이 쌩쌩 났습니다. 오늘 돌아가면 이혼하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마음을 굽히면 된다는 걸 알긴 하지만, 그럴 때 조금 물러나야 하는지, 아니면 비위를 맞춰서 오늘은 남편과 같이 있어주고 다음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오고 싶어요. 남편하고는 재미없거든요. 제가 여기 다니는 것을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고, 친정 엄마도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는데 남편은 정말 싫어합니다. 제가 없으면 자기가 불편하거든요. 저는 계속 정토회에 다닐 생각입니다. 그런데 오늘 당장 돌아가서는 남편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로 남편하고 살고 싶지가 않나 보네요.” (청중 웃음)

 


 

“네. 살고 싶지 않은데, 그 남편이 있어서 제가 부처님 법과 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살든지 말든지는 질문자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제가 함께 사는 게 좋다는 주장을 할 거면 저부터 결혼해서 살지 왜 혼자 살겠어요? 무엇 때문에 남의 가정사에 관여하겠어요? 저는 같이 사는 게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혼자 살잖아요. 질문자가 원하지 않으면 같이 안 살아도 돼요. 또 이미 한번 같이 살아봤잖아요. 다만 아이들은 고려를 해봐야 합니다. 아이가 몇 살이에요?”

 

“27살, 22살, 20살입니다. 애들은 다 컸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살고 안 살고를 질문자 마음대로 결정해도 됩니다. 그런데 이럴 때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남편은 이혼하자고 하고 질문자는 안 하자고 하는 거예요.”

 

“남편은 평생 이혼하자는 말을 안 꺼낸 사람이에요. 저는 이혼을 해달라고 요청을 한 쪽이었고요. 그런데 사실 이혼은 안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이혼하지 말자고 해야 해요.”

 

“왜냐하면 남편도 부처님 법을 알게 하고 싶거든요. 하하.” (청중 웃음)

 


 

“그런 건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일단은 ‘이혼 안 하는 게 좋다’라고 생각하세요. 이혼을 당하는 건 괜찮지만, 이혼을 하는 건 안 좋아요. 남편이 자기를 위해서 이혼해 달라고 하면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혼을 해줄 수는 있어요. 그러나 내가 나를 위해서 이혼하는 것은 수행자로서는 별로 안 좋습니다. 수행자는 자기 욕심대로 다 하는 게 아니라 욕심을 좀 내려놔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돌아가서 ‘당신이 가지 말라는데 다녀와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세요. 이혼하자고 하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내가 부족합니다.’ 하세요. ‘그러면 다음엔 안 갈 테냐?’ 하면 ‘갈 때는 가고 안 갈 때는 안 가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청중 웃음) 

 


 

거짓말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혼은 안 하겠습니다’ 하고요. ‘너는 내 말도 안 들으면서 왜 이혼은 안 하려고 하냐?’ 하면 ‘나도 내 인생이 있어서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되지 뭐가 어려워요? 끝까지 이혼은 안 된다고 해야 해요. 그래야 변호사도 남편이 구하고 조건도 남편이 제시합니다. 조건이 다 갖춰지면 나중에 승낙하고 사인해주면 돼요. (청중 웃음)

 

현명한 사람은 차여야 해요. 차는 것은 안 좋습니다. 성질대로 하면 차이는 것보다는 차게 됩니다. 그러나 조금 냉정해져서, 차여야 해요. 차이는 것은 상대에게 아무런 피해를 안 줬으니 괜찮아요. 차이는 쪽이 기분은 좀 나쁠지 몰라도, 나중을 보면 이게 내 신앙에도 맞고 수행에도 맞아요. 그렇게 굽히고 사는 게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굽혀도 상대가 차고 가는 건 자기 인생이니까 내가 그것까지는 어떻게 못 해요. 자식도, 부모도, 형제도, 남편도, 내가 남의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좀 맞춰주세요. 내 인생을 포기하고 맞춰주라는 게 아닙니다. 실실 웃지 말고 ‘죄송합니다, 내일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러고 다녀오는 게 낫죠. 남편이 성질을 버럭 내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렇게요. 비웃듯이 실실 웃으면 안 돼요. 

 

상대가 이혼이라는 카드를 내세울 때는 이혼하려는 게 아니라 굴복시키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굴복을 좀 해주세요. 이혼장이라는 카드를 딱 내밀 때 ‘아이고 무서워라,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좀 교감이 되지, ‘그래, 하자!’ 이렇게 나가면 안 돼요. 칼을 빼들고 성질내서 설치는데 웃통 벗고 ‘찔러라, 찔러! 네가 찌를 용기나 있냐?’ 이렇게 나가면 진짜 찔러버려요. 그러니 ‘아이고, 무서워라.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살려 주세요’ 이러고 넘어가줘야 해요. 그건 비굴한 게 아니에요. 남편한테 뭐 비굴할 게 있겠어요? 

 


 

남편의 지금 속내는 내 앞에 ‘무릎 꿇어라. 잘못했다는 소리 좀 해라’ 이거예요. 그 본심을 보고 ‘당신이 그렇게까지 화가 났었군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딱 굽혀 주세요. 일단 오늘은 굽혀주고 내일 또 나오고, 모레 또 한 번 굽혀주면서 계속 나오면 돼요. 상대에게 굽혀주기도 해야겠지만,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 하잖아요. 나이가 그 정도나 되어서 남의 종 노릇을 하고 살 이유가 없어요. 그러나 같이 사는 사람에게 대들어서 이기는 것은 수행자가 아니에요. 굽혀줘야 합니다. 협박을 맞받아치면 안 돼요. 숙여주고, 잘못했다고 빌어주고요. 그렇다고 내 인생을 포기하고 비굴하게 살라는 것은 아니에요. 나는 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요. 다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꼭 잘 하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느라고 당신을 다 못 돌봐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살아야죠.

 

오늘 집에 갔을 때 남편이 설령 한 대 때리더라도 ‘이유 없이 때리냐?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이제 막 가네’ 이러지 말고 ‘죄송합니다’ 하고 맞아주세요. 그래서 교회 좀 다니라는 거예요.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 뺨도 대주라잖아요. 이 말은 받아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그런데 술 마시고 들어와서 폭행을 버릇으로 하는 것은 맞아주는 게 아니라 신고해야 합니다. 남편이든 자식이든 그러면 신고해야 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신고해서 잡아가면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쫓아가 싹싹 빌고 다시 꺼내오면 안 됩니다. 그러나 신고해서 잡아가더라도 면회는 가야 해요. 그 사람을 위해서 신고해주는 거예요. 우리는 누구든 때릴 권리가 없기 때문에 때리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아내나 부모로서 면회는 가고, 돌봐는 줘야 합니다. 이걸 구분하기가 좀 어려워요. 그러나 그걸 같이 해야 합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질문자도 환한 웃음으로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참석한 대중들 중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박수 소리가 아주 컸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니 약속된 2시간이 모두 끝났습니다. 약간 시간 여유가 생겨서 스님이 “혹시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라고 묻자 아무도 없었습니다. 스님은 “역시 담당자들이여서 그런지 훌륭하시네요” 하면서 마지막으로 담당자들이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불교대학 학생들이 볼 때는 부처님이나 법륜 스님보다 담당자가 먼저 보입니다.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고 ‘불교가 좋구나’ 해서 왔는데 보이기는 부처님도 안 보이고, 법륜스님도 안 보이고, 담당자가 보여요. 담당자가 성질을 부리면 담당자 꼴 보기 싫어서 안 와요. 

 


 

여러분들이 집에 가서든 어디서든 개인적으로는 수준 낮은 수행자이거나 개인이어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다르게 살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담당하는 시간에는 개인 아무개가 아니라 법륜 스님의 분신이에요. 법륜 스님을 대신해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니까 법륜 스님 흉내를 좀 내야 해요. 불대생의 눈에는 담당자가 법륜 스님처럼 보이기 때문이에요. 평상시에도 그렇게 다 하려면 힘드니까, 불교대학 진행할 때만 그렇게 하세요. 

 

스님도 혼자 있을 때야 바로 서든 거꾸로 서든 관계없지만 여러분들을 만나서 법문할 때는 부처님의 분신이라는 마음이 있어야겠죠. 여기서도 막 성질내고 욕심내며 살면 여러분들이 실망할 거 아니에요? 부처님이 아니라 법륜스님 꼴 보기 싫어서 절에 안 오게 돼요. 우리나라 불교의 현실이 지금 이렇잖아요. 그러니 담당자 꼴 보기 싫어서 절에 안 온다는 소리는 안 들어야겠죠. 스님이 천백억 화신을 해서 법당마다 직접 몸을 나툴 수 있으면 여러분들이 없어도 되는데, 제 수준이 아직 그만큼 안 돼서 제 대신 좀 해달라고 여러분들의 도움을 얻는 거예요. 그러니 제가 여러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합니다. 제 대신 한다고 애를 많이 쓰시는데, 이왕 하는 거니까 좀 비슷하게 해주세요. 하하. (웃음)

 


 

성질이 나도 좀 누르고, 인상 쓰지 말고, 얼굴도 좀 밝게 해보세요. 잔소리는 많이 하지 말고 조금만 하고요. 담당하는 동안 만큼은 자기 성질 내지 말고, 자기 식대로 하지 말고, ‘법륜 스님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계속 하라면 부담이 되니까 딱 그 담당할 때만 그렇게 하고 나머지는 자기 성질대로 살아도 돼요. 그것만 딱 기억하고 다른 건 다 잊어버려도 돼요. 

 

불교대생들을 만나는 동안에는 내가 개인 아무개가 아니라 법륜 스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법륜 스님이 한번 되어보는 거예요. 옷도 빌려 줄까요? (모두 웃음) 그 때만 딱 해보고, 지나면 자기 본래대로 돌아오고, 이렇게 해보세요. 

 

그리고 불대생들이 개인 사정으로 안 나오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런 걸 갖고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그렇다고 남은 사람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남은 사람한테는 피해가 가도록 해서도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한 명 남았다면 그 한 명을 끝까지 데라고 가든지, 아니면 양해를 구해야 해요. 그러나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불이익이 가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아직 이런 사례가 없다 보니 이게 안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질문자가 일단 처리하세요. 질문자는 불대생을 대할 때 질문자 개인이 아니라 법륜 스님 분신이잖아요. 하하. (모두 웃음) 

 


 

법륜 스님의 분신이 된 죄로 맡아서 처리를 해주고, 억울하다 싶으면 스님한테 청구를 하세요. 제도를 좀 바꿔야겠다 싶으면 건의를 하세요. 옛날에 몇 명 안 될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정토회가 커지면서 생긴 새로운 사례니까 이건 참고해서 대의원 대회에 올리도록 하세요. 새로운 사례가 금방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건의가 대의원 대회까지 올라가서 의제로 채택되고, 거기서 필요하다면 회칙을 개정하거나 불교대학 운용규칙을 바꾸자는 결정을 내린 뒤에야 비로소 결정된 내용대로 시행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학기 정도는 금방 개선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정토회가 문제다!’ 이러지 말고 조용히 자기가 껴안고 가는 거예요.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되면 법륜 스님한테 청구를 하세요. 그러면 제가 살펴보고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좋은 나들이가 되길 바랍니다.”

 

참석한 자원활동가들은 법륜 스님의 분신이 되어서 역할을 해달라는 스님의 당부에 모두 공감을 하면서 큰 박수로 그렇게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강연을 마치고 유스호스텔을 나와 문경새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대중들 뒤로 가을 단풍이 아주 멋들어지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김치!”를 외치는 대중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모두들 담당자와 모둠장 역할을 하느라 나름대로 부담도 되고 힘든 사정이 많았을 터인데 오늘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많이들 가벼워진 표정이었습니다. 스님은 담당자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각 지부별로 기념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스님은 대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에 문경을 출발한 스님은 오후 3시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로 가는 길에는 잠시 휴게소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하면서 틈틈이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6시부터는 서울 시청광장 특설무대에서 올 한해 14개 도시에서 진행된 청춘콘서트를 마무리하는 피날레 행사인 ‘행복의 나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스님은 김제동씨와 함께 시청광장에 모인 3천여명의 청년들을 위해 즉문즉살 강연을 해줄 예정입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사전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전체댓글 25

0/200

정근환

잘 들었읍니다.

2015-11-05 15:16:16

김미형

늘 스님의 하루를 읽는것이 저의 낙입니다. 법륜스님의 분신으로서 늘 각 법당에서 수고 해주시는 담당자님들에게 감사드리며 스님의 하루 담당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2015-11-04 22:58:06

해탈월

이미 천불화신같으신 우리 법륜스님~~~
감사합니다.
부처님법 전하는 정토행자로 살다가 기꺼이 죽겠습니다~~

2015-11-03 19: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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