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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오전에 부산 사상구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오후 2시부터는 부산 중구 구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부산 중구 남포동의 롯데백화점 광복점 문화홀에는 스님의 강연을 듣고자 모여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이곳은 부산의 중구, 영도구, 서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백화점이라 시민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문화홀
강연 3시간 전부터 40명이 넘는 봉사자들은 일사천리로 강연장 세팅부터 무대, 조명 및 여러 가지를 점검하여 준비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서면정토회 경전반에서 공부 중인 한 봉사자는 “스님 강연에 꼭 봉사를 하고 싶어서 한달 전부터 직장에서 일정 조정을 하며 겨우 시간을 빼서 왔는데, 함께 하면서 봉사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또 오늘 참가한 분들 중에는 대전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제일 처음 강연장의 문을 연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그저 스님의 얼굴 뵙고 강연 듣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허리굽혀 인사를 했고, 긴시간 동안 아랑곳 않고 조용히 강연을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2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분들, 점심을 급하게 먹고 오시는 분들, 준비된 좌석이 자리가 다 차자 급기야 무대 위에라도 앉아서 스님의 강연을 듣겠다는 분들 등 강연장은 만원을 이루어 스님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좌석이 매진이 된 관계로 결국 70명이 넘는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 분들
오후 2시가 되자 드디어 스님이 무대 위에 오르고 롯데백화점 문화홀을 가득 메운 600여명의 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이 비좁아 다소 불편하게 앉은 분들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한 후 즉문즉설은 어떤 강연인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 고뇌들을 친구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하게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바로 즉문즉설이라며 누구든지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이야기 해 보자고 덧붙이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성질이 더러워 자신의 성질을 고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60대 여자분, 26살 아들이 있는데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서 매우 힘이 든다는 분, 결혼 14년 동안 서로 기싸움을 하며 갈등이 많아 이혼하였다는 분, 새로운 백년을 읽고 통일에 대하여 궁금한 분, 40세 된 딸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 걱정이 많다는 분, 혼자 살고 있는데 외로움을 떨쳐버릴 좋은 방법이 없겠냐며 질문하는 분 등 오늘도 참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펼쳐졌습니다.
6명의 질문자들과 문답을 주고 받는 가운데 대중들은 자신의 일은 아니지만 마치 자신의 일인 듯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스님의 대답에서 답답한 속이 뻥 뚫린 듯 가벼운 얼굴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에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어떤 분들도 나중에는 환한 얼굴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성질을 고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던 61세 아주머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61살입니다. 지금껏 살림만 하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좀 착하고 순하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착해지면 옆 사람도 편해지고 주변에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성질을 내고 나중에 ‘왜 그랬을까’ 후회를 해요. 생각은 항상 하는데 꼭 닥치면 안 돼요.”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죠.” (모두 큰 웃음)
“예, 제가 성질이 엄청 더러워요. 그 성질을 어떻게 하면 좀 착해질까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들어봤죠? 어릴 때 성질은 죽을 때까지 못 고쳐요. (청중 웃음) 생긴 대로 사세요.”
“생긴 대로 살려니 옆 사람이 저 때문에 너무 괴로워 보여요. 영감이 첫째고요. 자식, 형제도 그렇죠.”
“자식들은 나이 들면 독립하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엄마 옆에 붙어 있는 건 얻어먹을 게 있어서 붙어 있는 거니까, 자기가 답답하면 떠날 거예요. 자식도 신경 쓸 필요 없는데 형제 신경 쓸 건 또 뭐 있겠어요? 영감은 좀 문제긴 문제네요. 질문자가 성질이 더러우니 성질부릴 때 영감이 질문자를 야단치거나 폭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는데 영감이 착한가 봐요.” (모두 웃음)
“남들은 착하다는데 제 눈에는 안 그래요. 사는 방식이 저랑 안 맞아요.”
“아니에요, 질문자는 성질이 더럽고 영감은 착한 거예요. 어떤 남자들은 성질 더러운 마누라를 때리기도 해요. 그래도 질문자는 안 맞고 살았잖아요?”
“예, 맞지는 않았습니다.” (청중 웃음)
“그러면 착한 거죠. 질문자가 보기에는 영감이 착한 게 아니라 답답하고 바보 같아요?”
“예. 바보 같은 게 아니라 바보예요.” (모두 웃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질문자가 성질이 더러우니 그 정도 영감이라도 있는 게 복이라고 생각해야죠. 성질 더러워서 시집도 못 갈 걸 가서 아이까지 낳고 사니 그 정도면 되었잖아요. 질문자 복에 만나도 얼마나 더 좋은 영감을 만나겠어요?”
“제가 7대 종부고 부모님 다 모시고 한 집에서 살다 보니 겉으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어요. 그 결과 어디를 가든 제 자리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버려야 하는데 그걸 못 떼는 거예요. 나는 내 할 거 다 했는데 자꾸 성질이 먼저 나와서...”
“내 할 거 다 했다고 질문자가 자신하니까 어디 가서 큰소리를 치죠. ‘나는 나 할 일을 다 했다’라고 생각하니까 성질이 나오는 겁니다.”
“예, 그걸 버려야 하는데 그걸 못 버리겠어요. 그걸 버리는 방법을 좀 알고 싶어가지고요. ‘내가 다 했다’ 하는 거요.”
“다 한 게 사실이잖아요. 다 해놓고 안 했다 하면 어떡해요? 질문자가 다 했다면서요?”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청중 웃음) 마음이 안 편하니까요. 나를 주장하고 다니기는 하는데 마음이 안 편해요.”
“천성은 못 고친다는 말 들어봤죠? ‘천성이 변하는 걸 보니 죽을 때가 됐나보다’라는 말도 들어봤죠? 질문자는 그럼 지금 죽고 싶다는 거예요?” (청중 웃음)
“아니오, 그걸 자꾸 바꾸고 싶어요.”
“바뀌기를 자꾸 원한다는 건 죽고 싶다는 거잖아요.”
“안 그래도 어제는 ‘내가 왜 이리 변하려고 하지, 죽으려고 그러나’ 했습니다.” (모두 웃음)
“그러니 제가 이야기하잖아요. 더러운 성질대로 살래요? 고치고 죽을래요?”
“더러운 성질이라도 살고 싶어요.” (모두 큰 웃음)
“그래요. 그러니 그냥 사세요. 제가 들어보니 아무 문제없어요.”
“이게 어떻게 문제가 아니에요?”
“아무 문제없어요. 스님 말을 못 믿어요? 믿지도 않으면서 묻긴 왜 물어요? 물었으니까 제가 ‘괜찮습니다, 그냥 사세요’ 하고 대답하잖아요. 그러면 그냥 ‘알았습니다’ 하면 되지 왜 자꾸 자기가 못됐다 그래요. 맏며느리로 와서 평생 그 고생을 했으면 그 정도 성질부리고 살 권리가 있어요. 괜찮아요.
질문자에게 한번 물어볼 테니 대답해보세요. 술 마시고 비틀거리는 걸 보고 옆에서 ‘너 술 취했다’ 하고 말했을 때 ‘뭐? 내가 술 취했다고? 소주 한 병 가지고 무슨 술이 취해?’ 이런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너 술 취했다’ 했을 때 ‘어, 좀 취했나? 안 그래도 소주 한 병 마셨는데 조금 알딸딸하다’ 이렇게 답하는 사람이 있어요. ‘내가 이 정도에 취할 사람이냐!’ 이러는 사람과 ‘어, 좀 취했나보다’ 이러는 사람 중 누가 더 취했을까요?“
“전자요. 안 취했다고 하는 사람이 더 취했어요.”
“그건 잘 아네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성질이 더러운 것은 맞아요. 그런데 자기 성질 더러운 줄은 아는 사람이니까 질문자는 술 마시고 취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에요? 안 취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에요?”
“취했다고 애기하는 사람이요.”
“예, 그러니까 사실은 덜 취한 거예요. 성질이 그 정도면 덜 더러운 편이라고요. ‘내 성질이 어때서! 어떤 여자든 맏며느리로 평생 살면 이 정도도 안 돼서 어떡해!’ 이렇게 하는 걸 진짜 성질이 더럽다고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내가 성질이 좀 더러워서요’ 이러니까 그 정도는 그냥 살 만하다는 거예요. 스님이 일부러 격려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첫 말을 딱 들어보니 자기 성질 더러운 줄 알기는 아는구나. 그러니 그냥 살아도 되겠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스님, 만날 이렇게 후회하고 살아도 괜찮습니까?”
“후회를 하지 말라니까요. (청중 웃음) 후회한다고 고쳐져요? 안 고쳐져요?”
“다시는 안 그래야지 해도 3일이 안 넘어가요.”
“원래 3일 못 넘어가니까 작심삼일이라고들 하잖아요. 괜찮아요 ‘다시는 안 그래야지’ 그걸 하지 말라니까요. (청중 웃음) ‘다시는 안 그래야지’ 하니까 오히려 또 하게 되고 또 하게 돼요. 안 고쳐진다는 걸 알아버리면 다시는 안 하겠다는 말을 안 하잖아요. 그러니 성질 한번 벌컥 내버리면 ‘아이고, 미안합니다. 내 성질이 더러워서요.’ 이렇게 하세요. ‘맨날 말만 그러지!’ 하면 ‘아이고, 성질이 더러운 걸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이러고, ‘다음부터 안 할게요’ 이런 소리는 하지 말란 말이에요. 어차피 그 약속은 못 지키니까요. 그러니 늘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엄마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다,’ 남편에게도 ‘여보, 성질 더러운 나와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스님, 저는 제 스스로는 성질이 못되고 더럽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나 가족이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다’ 하면 또 성질이 나요. ‘내 성질이 뭐가 더럽냐?’ 이러거든요.” (청중 웃음)
“저도 제 성질이 좀 더러운 줄 알지만 남이 더럽다고 말하면 기분 나빠요. (모두 웃음) 우리나라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다가도 일본 놈이 동조해서 같이 욕을 하면 기분 나빠요. 원래 그래요. 내가 하면 괜찮은데 남이 하면 싫어요.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천하 사람이 다 그래요.”
“스님, 그러면 제가 정상입니까?”
“지극히 정상이에요. (청중 웃음) 그러니 오늘부터 정상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사세요. 성질이 나면 버럭 내고, 대신에 누가 뭐라고 하면 ‘죄송합니다.’ 해야 해요. ‘죄송합니다, 내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습니다’라고 하고, ‘아이고, 성질 더러운 줄 알긴 아네’ 하면 ‘그러니까 소크라테스 정도 수준은 됩니다’ 이렇게 대답하세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어요. 질문자는 자기 성질 더러운 줄 아니까 자기 자신을 알잖아요.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누구 수준은 된다고요?”
“소크라테스 수준이요...” (질문자가 기뻐하며 크게 웃음)
“예, 굉장합니다. (청중 박수) 나이 들어서는 성질을 못 고쳐요. 젊을 때 물었으면 고칠 수 있게 조언을 해드렸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돼요. 환갑 정도면 살 만큼 살았어요. 내일 죽어도 되는 나이인데 하루하루 더 사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옛날에는 예순 넘으면 죽어도 되었어요. 질문자도 예순 넘었기 때문에 죽어도 되는데 안 죽고 사니까 감사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있는 것만도 감사하다. 이건 덤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섭도 좀 덜하게 돼요.”
“그런데 제가 성질만 부리면 마음이 안 좋아서요. 그것만 딱 고치면 좋겠는데...”
“일본 수상 아무개도, 북한의 김 아무개도 그 성질만 고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동아시아 전체가 얼마나 조용하겠어요? 성질은 못 고쳐요. 그래도 어떤 지도자는 눈 한번 흘기면 주변에서 오줌을 지리는데, 질문자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괜찮아요. 그런 사람들도 나라 지도자라고 앉아 있는데 질문자 성질 정도를 갖고 뭘 그래요. 아무 문제없어요. (청중 박수) 절에 다녀요? 교회 다녀요?”
“아무 데도 안 다닙니다.”
“그러면 조상님께 감사 기도를 하세요. ‘조상님, 감사합니다. 환갑이 되도록 큰 분란 없이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요. 영감이 나와 살아주는 것도 고맙고, 애들도 잘 커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자꾸 ‘고맙다, 고맙다’ 하면 성질이 조금 죽어요. 문제 제기 하지 말고, 무조건 이것도 고맙고 저것도 고맙다고 하세요.”
“문제 제기를 안 하려니 살림에 너무 많이 손해가 나요.”
“예순이 되었으니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세요. 살림도 살아 있어야 필요한 거지, 죽어버렸으면 살림이 뭐 중요해요? 어느 정도로 고맙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냐면 이따 나가다가 넘어져서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 해도 ‘스님 법문 듣고 재수가 없어 다리가 부러졌네’ 이러는 대신 안 부러진 다리를 붙들고 ‘오늘 법문 안 들었으면 두 다리 다 부러질 뻔했는데 한 쪽 다리만 부러져서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이럴 정도가 되어야 해요. (청중 웃음) 그 정도로 ‘고맙다, 고맙다’ 하고 살면 성질이 조금 가라앉아요. 그래도 그 정도 성질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으니 괜찮아요.”
“예, 스님. 고맙십니데이”
스님의 명쾌한 답변과 아주머니의 맞장구가 재미있게 이어지며 연신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고, 본인의 상태를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크라테스 수준은 된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기뻐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마음이 가벼워져 버린 것이죠. 청중들은 마음이 가벼워진 아주머니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2시간이 넘어 스님이 마무리 인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지금까지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하면서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엄마인 나부터 웃고 나부터 행복해져야 한다고 강조해 주었습니다.
“살다 보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고아가 될 수도 있고, 큰집에 맡겨져 자랄 수도 있고, 어릴 때 성추행 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주어진 거예요. 게다가 이미 다 지나간 일입니다. ‘나는 이러저러해서 힘들다’ 이러지 말고 ‘그럼에도 안 죽고 아직 살았다’라고 생각하세요. 죽어버린 사람들 많잖아요. 이런 경험 저런 경험, 이런 일 저런 일을 당했지만 아직도 안 죽고 살았다는 건 대성공한 인생이에요.
그러니 살아있는 것을 감사해 할 줄 알아야 해요. 아침에 눈 딱 뜨자마자 ‘아이고, 오늘도 살았네!’ 이렇게 감사해야 해요. 스님은 혼자 살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은 결혼해서 살잖아요. ‘이혼해서 힘들다’가 아니라 ‘나는 그래도 결혼 한번 해봤다,’ ‘애 키우기 힘들다’가 아니라 ‘그래도 나는 애라도 하나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스님보다 내가 낫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무 것도 없는 스님도 웃고 사는데 여러분이 웃고 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흔 일곱까지도 결혼을 못했다고 고민이라지만 저는 예순 셋까지도 결혼 못하고 살고 있어요. (청중 웃음) 그걸 저한테 고민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해요? 자식이 결혼 못 했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 말고 ‘그래도 우리 아이가 큰 사고 안 나고 사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늦은 나이까지 혼자 사는 게 나아요? 스님 되는 게 나아요? 성질 날 때는 ‘그럴 바엔 스님이나 돼라!’ 하겠죠. 막상 스님 된다고 하면 또 말립니다.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세상이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너무 간섭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살게끔 해주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절에 들어와서 살았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나 말 안 듣는 아이였겠어요? 벌써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 말을 안 듣고 이렇게 살아온 제가 무슨 낯짝으로 남의 집 아이한테 부모 말 들으라고 이야기하겠어요? 그래도 다 자기 삶을 독립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식이 20살 넘었으면 신경을 끄세요.
신경을 끄라는 말은 집착을 놓으라는 뜻인데 자꾸 쫓아내려고 또 생각들을 해요. (청중 웃음) ‘스님이 쫓아내라고 했다’ 하고 자식한테 협박용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이 저 때문에 죽겠다고 해요. 무슨 이야기만 하면 엄마가 무조건 ‘내 말 안 들으려면 집나가라’ 한대요. 아이가 ‘엄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라고 물으면 부모들이 ‘법륜 스님 유튜브 보면 무조건 20살 넘으면 쫓아내라더라.’ 이런다고 해요. (청중 웃음)
우리는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경험을 겪었거나, 지금 힘들어 하고 있는 분들도 그것 때문에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감사할 줄 알면 행복해집니다. 그러니 자꾸 울며 살지 마세요. 딸 걱정하고 손자 걱정하면서 울면 3대가 우울증에 걸려요. 우는 것 자체가 우울증인데 그게 내림이 됩니다. 나부터 밝아져야 내 얼굴을 보는 딸도 밝아지고, 딸이 밝아져야 손자도 밝아집니다. 나는 울면서 정작 아이에게는 ‘엄마는 이리 살지만 너는 밝아져라’ 아무리 해본들 안 돼요. 그러니 나부터 웃고, 나부터 밝게 살고, 나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괴로워해야 할 이유를 자꾸 대지 말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게 사시기 바란다는 밝은 목소리와 함께 2시간 동안의 열정적인 강연을 마친 스님에게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 갈채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곧이어 스님의 책 사인회가 무대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의 새책 ‘야단법석’이 인기리에 판매가 되어 스님의 사인을 받고자 하는 줄이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 책 사인회
스님은 책 사인을 한 후 한 분 한 분 얼굴을 보며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사인을 받으며 “오늘 스님 법문을 듣고 가슴이 뻥 뚫렸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주고 받은 61세 아주머니를 만나 스님의 답변을 듣고 어떠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고쳐지지 않는 내 성질 때문에 괴로웠는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이만하면 괜찮다 하는 마음이 생겨 가벼워져서 좋아요.” 라며 입가에 미소를 보였습니다. 강연 전 긴장하던 질문자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밝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또 책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오늘 강연이 어떠했는지 물었더니 “명확하고 긍정적인 스님의 답변이 시원시원해서 좋다” 며 웃음을 터뜨리는 여자 분도 있었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강연준비를 위해 수고한 봉사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수고했어요”라는 말씀으로 봉사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부산울산 지부에서 준비한 강연 중에서는 마지막 강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고생한 봉사자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자축하며 그리고 매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중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는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서면정토회에서는 조촐한 축하 이벤트를 했습니다. 한 봉사자가 직접 만들어 온 장미꽃 떡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봉자자 모두가 다함께 ‘스승의 은혜’를 합창했습니다. 스님을 빙 둘러싸고 합창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에서 기쁨이 묻어났습니다.
▲ 2015년 부산 울산 지역 강연을 모두 마치며 축하 이벤트
곧이어 단체 사진 촬영이 있었습니다. “서면정토회, 화이팅!” 이라는 봉사자들의 외침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부산 서면정토회 자원봉사자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스님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봉사자들과 간담회를 30분 동안 가졌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린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부산 중구 남포동에 위치해 있는데, 강연을 총괄한 서면정토회 총무님이 “이곳 남포동에도 정토법당이 하나 마련되면 많은 시민들이 스님의 가르침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하자 스님도 “불사라는 것은 신심이 우러나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법의 혜택을 얻었으니까 우리가 십시일반 해서 소외된 이쪽 지역에도 법당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 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들이 기운을 불어 넣어달라고 하자 스님이 “얍!” 하고 기압을 넣어주니 모두들 “와아~” 하며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습니다.
서면정토회에서는 이곳에 스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기 위해 주위에 있는 영도구를 포함하여 기획법회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이번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의 강연은 그래서 더욱 의미 깊은 행사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연일 무리한 강연 일정으로 몸에 기운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도 강연을 힘차게 해준 후 또 다른 일정을 하기 위해 떠나는 스님을 배웅했습니다. 스님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법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라는 명심문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부산을 출발한 스님은 곧바로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강연을 했더니 기운이 없으신지 차 안에서 곧바로 쓰러져 주무셨습니다. 두북에 도착해서는 12월에 새로 출간할 책의 원고 교정 업무를 계속 보다가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해 경주역사기행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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