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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울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제 제주 시민들을 위해 오전과 저녁 두 번의 강의를 마친 후 제주도에서 하룻밤을 지낸 스님은 오전에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을 산책했습니다.
▲ 한라산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한라산 동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데, 온대, 난대, 한대 수종이 다양하게 분포된 울창한 삼나무림과 해송림, 천연림 등 자연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어 편안하게 자연의 향기와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스님은 매일 이어지는 빡빡한 강연 일정 속에서 시원한 녹음을 만끽하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지냈습니다. 해맞이 숲길을 걸은 후 잠시 정자에 앉아 보온병에 챙겨 온 차를 한잔 마셨는데, 스님은 갑자기 주어진 여유 시간이 어색했는지 “아이고, 세상에 이렇게 정자에 앉아 잡담을 떨 수 있는 시간도 생기다니...” 하며 함박 웃음을 보였습니다.
상잣성 숲길을 내려와 어제 강연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던 강재연 제주정토회 총무님 부부에게 새책 ‘야단법석’ 책을 선물하며 악수를 건네고 격려를 해준 후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 도로를 달리다보면 곳곳에 보이는 감귤 농장
공항으로 가기 전 잠시 약천사와 천제사를 들렀습니다. 약천사는 혜인 큰스님과 인연이 있어서 잠시 인사를 드릴려고 들렸는데 큰스님이 출타 중이여서 법당만 참배했습니다. 약천사는 그 규모 면에서 단일 사찰로는 동양 최대라고 하는데, 특히 소원을 비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 약천사
천제사는 중문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암자인데 주지인 연담 스님과의 인연이 있어 잠시 들러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안 계셔서 새책 ‘야단법석’을 전한 후 법당만 참배하고 나왔습니다.
▲ 천제사
제주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오후 4시 30분에 김해공항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통일이야기 강연이 열리는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는지 차가 계속 막혀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예정된 사전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울산 강연이 열리는 곳은 근로자종합복지회관입니다. 1층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파란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환한 표정으로 강연을 들으러 오는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 울산시 근로자종합복지회관
입구 한 쪽에는 울산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 예전 대불련 활동을 하셨거나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분들이 통일의병에 관심을 갖고 스님과 차담을 하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은 교통 체증 때문에 늦은 걸 미안해 하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듣고 통일운동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 울산 지역 통일의병들과의 간담회
오늘 도로 체증이 심해 6시 반이 되어도 좌석이 많이 차지 않아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강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어느덧 350석 좌석이 거의 찼습니다. 일찍 오신 분들은 스님의 소개 영상을 재밌게 보거나 접수할 때 받은 통일시민학교 신청서와 통일의병 소개서를 유심히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 울산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통일의병들
예정보다 10분 늦게 강연이 시작되고 통일의병의 백왕순 사무총장이 인사말로 강연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통일운동가로서의 법륜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청중들의 힘찬 박수 속에서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요즘 가을철의 멋진 풍경을 소재로 말문을 연 스님은 오늘 강연 주최가 통일의병임을 상기시켜 주며 인생 상담 뿐 아니라 통일에 대한 대화를 함께 해보자며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평소에는 정토회에서 강연을 주관해서 인생 고민 상담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강사는 같지만 주관 단체가 ‘통일의병’입니다. 임진왜란 때 관군이 외적을 막아내지 못하니까 일반백성들이 일어나서 나라를 지키고자 헌신했잖아요. 그런 의병들처럼 나라의 독립과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나서서 평화통일을 이루겠노라 뜻을 모아 만들어진 단체가 ‘통일의병’ 이예요. 통일의병이 주최가 되어 오늘 행사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통일 이야기를 좀 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스님만 보면 인생상담 하고 싶죠? 오늘은 통일, 평화, 민족 문제에 대해 물어보라고 자리를 마련했지만 아마 마이크 잡으면 또 아이 문제나 가족 문제를 물어볼 거예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하하. (스님 웃음)
개인적인 문제를 좀 물어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만 묻지는 마세요. 그러면 행사를 주최한 통일의병 측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잖아요. 그런 걸 묻는 사람은 반드시 통일의병학교에 입학해야 해요.” (청중 웃음)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24살 여성은 아버지가 너무 보수적이라 이성교제를 상상도 못하는 반면에 남동생의 이성교제엔 아무 말씀 안 하시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하였고, 고3, 중3 딸 둘을 기르는 엄마는 작은애는 비교적 잘 하는데 첫 애는 더 애정을 갖고 키웠는데도 고1때부터 공부에서 손을 떼고 검정고시를 보고 메이크업 공부를 하고 해서 대학에도 합격을 했지만 애가 비뚤어지는데도 지도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았고, 한 40대 남자는 정권교체를 위해 선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통일에 관심이 없었는데 스님의 통일강연을 듣고 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40대 여성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큰 갈등 즉 진보와 보수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새터민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보다 통일이 우선인지 질문했고 40대 남자분은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와 스님은 이미 통일된 세상에서 살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50대 남자 분은 국정교과서가 통일을 요원하게 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을 도와주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질문했는데 스님은 각 질문자에 맞게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어떻게 선거를 잘 할 수 있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주어진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어제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대거 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의당이나 진보당이 잘되면 좋겠지만 그건 이상일 테니, 현실적으로는 대안세력인 민주당이 당선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대안세력이 나서서 정권이 한번 정도 바뀌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저와 같은 직장인들이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될까요? 심지어 제 아내조차 제 말을 안 듣고 보수 정당에 투표했거든요.”
“기독교인은 다 기독교 믿으면 좋겠다, 불교인은 다 불교 믿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 서울대 가면 좋겠다, 선거 이기면 좋겠다, 이런 생각만으로는 다 너무 막연해요. 선거를 하려면 첫째, 울산 시민 중 선거권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봐야 해요.
예컨대 질문자가 대선이든 뭐든 어떤 선거에서 현재의 집권당 말고 누구든 반대세력이 되길 바란다고 합시다. 그러면 질문자가 그걸 실현할 권리가 우선 헌법에 있는지를 보세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고 나와 있어요. ‘공화국’이란 말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질문자가 소위 대한민국의 주주라는 겁니다. 다음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대통령도, 시장도 아닌 질문자 같은 국민이 주인입니다.
그런데 국민은 혼자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이니 나 혼자가 아닌 5천만 국민이 주인이에요. 그런데 지금 법 체계에서는 그냥 5천만 중 몇 명이 동의했다 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2천 5백만 명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표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선거에서 예컨대 49대 51로 이겨서 당선이 되었다면 51이 다 먹는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방식이 아니라 51은 51만큼 먹고 49는 49만큼 먹도록 헌법을 개정하면 좋겠지요. 독일의 선거법은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독일은 예컨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표가 51퍼센트, 야당 표가 49퍼센트 나왔다면 의원석을 51 대 49로 배정해요. 그런데 우리는 모든 선거구에 예컨대 51 대 49의 결과가 나와서 여당이 당선 되었다면 야당은 한 명도 안 되고 여당만 다 될 수 있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는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니까 바꾸는 것이 좋겠죠. 그런데 이걸 바꾸려면 선거법을 고쳐야 해요. 법을 고치기 전에는 이 법에 따라 내가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내 성질대로 하겠다면 그건 독재예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울산시에 선거권을 가진 성인들, 즉 선거권자가 70만명이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시장 선거에서 뽑히려면 35만표에다가 1표라도 더 얻어야 하잖아요. 선거권자들을 대상으로 지지율을 조사해보면 여당 지지층이 45퍼센트, 야당 지지층이 35퍼센트, 무당층이 20%, 이런 식으로 결과가 나오겠죠. 야당 지지층은 그 중에서도 노동당 지지층이 얼마고 민주당 지지층이 얼마라는 식으로 갈리고요.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이렇게 시민 전체의 의견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파악하는 거예요.
그런데 선거는 투표율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에 질문자는 어제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다 진 걸 보고 분개했다지만, 제가 보기엔 처음부터 야당이 질 수밖에 없었어요. 시의원, 구의원, 군의원 선거할 때는 사람들이 투표하러 잘 안 가잖아요. 그럴 때 주로 가서 투표하는 사람들은 주로 노인들입니다. 예를 들어 야당 지지율이 60퍼센트, 여당 지지율이 40퍼센트라고 해도 야당은 지지자들 중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30퍼센트이고 여당은 지지자들 중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80퍼센트라면 실제 투표함을 열어봤을 때 여당이 이길 거예요. 노인층이 반드시 여당을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예를 들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연령에 따른 차이가 더 큰데, 나이가 많으면 일단 보수 쪽을 많이 지지하잖아요. 지금은 지역적 불균형보다도 세대적 불균형이 크단 말이에요. 현 정부의 지지율을 보면 30대, 40대에서는 반대가 거의 70퍼센트에 가깝지만 60대 이상은 찬성이 70~80퍼센트란 말이에요. 이렇다 보니 선거 결과는 해보나 마나 이미 나 있는 셈인데, 그걸 아침에 신문에서 보고 분개했다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말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이걸 딱 살펴서 제일 먼저 인구 분포에 따른 여론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야권 지지층이 40퍼센트, 여권 지지층이 50퍼센트, 무소속 지지층이 10퍼센트라고 합시다. 그런데 야권은 분열되어 있잖아요. 진보당 계열도 있고 정의당 계열도 있고 민주당 계열도 있어요. 분열해서 각기 출마하면 100퍼센트 실패예요. 처음부터 못 이길 승부입니다. 합친다면 어떨까요? 야권 전부를 합쳐도 40 대 50이니까 안 돼요. 단순히 합쳐도 이기기 어렵다면, 합친다는 전제 하에 표를 어디서 더 가져올지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게 두 번째예요.
지지 성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으니까 상대편 지지층의 표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럴려면 후보를 통해서 표를 가져와야죠. 그러면 후보를 누구로 내세워야 할까요? 여당 또는 보수 성향의 후보를 내세워야 겠지요. 그래야 여당표가 분산될 게 아니에요.
그런데 승리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우리 진보세력이 어느 정도 지지층이 있느냐를 보여주자’ 이렇다면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고 그냥 한번 해보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승리를 목표로 삼는다면 방금 전 말한 것 같이 전략적으로 모색해야 하고요. 이런 관점을 가져야 그게 과학적인 접근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도 그렇게 안 되잖아요. 안 되는 건 내내 해봤자 안 돼요. 그런데 시민들을 보고 화를 내면 어떡해요? 야권이 똘똘 뭉치면 평소에 별로 지지 안 했던 사람들까지도 ‘쟤들이 요새 정신 좀 차렸나보다’ 해서 지지가 확 늘 수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안 하잖아요. 여당이 분열되고 야당이 통합되어야 승리가 가능할 텐데, 지금 구조를 보면 여당은 싸우다가도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통합되고, 야당은 열 명이면 열 명 다 자기 잘났다고만 하니까 국민들이 보기에는 어때요? 말로는 혁신한다고 하지만 정작 혁신의 이미지가 아니라 분열의 이미지가 인상에 남아요. 현 정부를 보면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든지 여당을 혼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경상도에도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훨씬 낫겠다는 아무런 확신이 없으니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투표하러 안 가는 거예요. 저쪽 지지층은 투표하러 가는데 이쪽 지지층은 ‘에이,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 투표하기 싫다, 정치도 싫다’ 이렇게 되니까 맨날 지는 겁니다.
그리고 대주주는 서너 명만 힘을 합치면 51퍼센트를 쉽게 장악하지만 소액주주는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해요. 지금의 여당 지지층에서는 질문자의 이야기를 듣고 동조할 사람이 없어요. 아내조차 질문자의 말을 안 듣잖아요. 아내의 한 표라도 확보하려면 질문자가 평소에 집에서 아내한테 잘 해야 해요.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평소에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말도 잘 받아줘서 ‘아, 우리 남편 괜찮네’ 이렇게 되어야죠. 그래야 선거할 때 ‘여보, 내가 이것 때문에 요즘 머리 아픈데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이러면 부인이 조금이라도 동조해줄 가능성이 있잖아요.
친구들이 여당 일색으로 지지하더라도 그거 갖고 싸우지 말고 그냥 잘 해주세요. 싸우면 성질 더럽다는 소리밖에 못 듣습니다. ‘그래그래,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 커피나 한 잔 하자. 내가 살게.’ 이렇게 하다가 나중에 때가 오면 슬쩍 이야기해보세요. 그렇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행동을 해야죠. 아까 질문자 발언하는 걸 보니까 그 말 듣고 찍어줄 사람이 여기 하나도 없겠어요.” (청중 웃음, 박수)
“스님의 명쾌한 답변 잘 들었습니다.” (모두 웃음, 박수)
스님의 명쾌한 조언에 질문자도 아주 만족해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은 함께 자리한 청중들을 위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까 조금 더 주인 의식을 갖고 참여해 보면 좋겠다고 하면서 덧붙여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질문자가 분노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흔히 충청도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멍청도’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충청도 사람들이 진짜 똑똑한 사람들이에요. 경상도 사람은 무조건 이쪽 하나만 찍고, 전라도 사람은 무조건 저쪽 하나만 찍잖아요. 그러니 보수 쪽이 집권할 때는 경상도는 집토끼여서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쪽은 아무리 애써도 어차피 안 잡히는 산토끼라서 아예 처음부터 신경을 안 써요. 야당 쪽이 집권해도 지역만 바뀔 뿐 똑같아요. 그러다보니 승패를 항상 수도권과 충청도에 걸게 됩니다.
수도권과 충청도는 늘 지지율이 반반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며 때에 따라 한쪽으로 몰아줍니다. 이렇게 유동성이 있으니까 이쪽도 저쪽도 전부 거기에 신경을 쓰잖아요. 그러니까 수도권과 충청도까지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천을 받았다고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어요. 공천을 받으면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지, 당선 보장은 전혀 안 되니까 주민들에게 선거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서비스도 잘 합니다. 주민들에게 못 보이면 당선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경상도와 전라도는 선거에 당선되고 안 되고를 시민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의 공천자가 결정하는 셈입니다. 공천만 받으면 그냥 되는데 다만 요식행위로 선거를 할 뿐이에요. 여러분은 사실상 민주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저 윗동네와 똑같이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에요. (청중 웃음)
그나마 전라도는 이제 반란이 좀 생겼어요. 지난번에 무소속 후보를 하나 당선시켜놨더니 전라도 전체가 흔들리잖아요. 이제 민주당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너도 나도 나와서 새 당들을 만들겠다 하잖아요. 얼핏 보면 분열 같지만, 분열이 나쁜 것만 아니에요. 국민은 선택권이 넓어지니 좋아요. 그런데 여기 경상도는 선택권이 없어요. 미우나 고우나 찍을 곳이 한군데뿐이잖아요.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다고 민주당을 찍어주기는 지역감정 때문에 싫으니까 늘 똑같이 되어버리죠.
그러니 이것은 새누리당이 좋다, 민주당이 좋다를 떠나서 생각할 문제입니다. 시민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서 선거를 치르려면 여러분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선택권이 없는 상태예요. 내 지역 사람을 찍고 내 지역을 좋아하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고등학교 선배 찍어주고 친구를 찍어주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에요. 그러나 무조건 찍는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똑같으니까 그나마 같은 학교, 같은 고향 사람 찍어준다는 마음은 이해가 돼요. 확연히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부부지간에도 표가 갈릴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 정치에 옛날처럼 갑자기 걸출한 사람이 나오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시민으로서 권리 행사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역주의에 너무 편중되어서 ‘우리가 남이가’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올바른 태도는 아닙니다. 자기 지역을 더 사랑해서 동향 사람을 미는 게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울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여러분들이 많이 찍겠죠? 울산고등학교 출신이 나오면 동문들이 다 밀어줄 거예요. 이것 자체를 나쁘다고 하면 안 돼요. 그건 사람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해요. 그러나 지금 이런 고질적인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양당 구조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분명히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이걸 한번 흔들어버리세요. 시민들이 그런 각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질문자처럼 정치의식이 좀 있는 사람은 이런 정치 현실을 인정하고 그 조건 속에서 어떻게 전략과 전술을 세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라면 이렇게 점증하는 반대세력을 어떻게 제어하고 재집권할지 머리를 써야 하고, 반대세력이라면 이걸 어떻게 극복해서 역전을 한번 시켜볼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기려면 뒤집기를 한번 해야 하고, 뒤집기를 하려면 머리를 쓰고 기술을 개발해야죠. 부처님한테 빈다고 질문자 소원이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청중 웃음)
여러분들이 다음 선거 때 어느 쪽이든 본때를 한번 보여주세요. 분열해서 내부 다툼에 정신이 없는 야당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고, 너무 독재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는 여당에게 본때를 좀 보여주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국민의 생각이 다 다른데 독재시대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통제하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노력해서 다수로 만드는 게 경쟁입니다. 이걸 폭력적으로 하면 안 돼요. 법에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확보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의 자상한 설명에 모두들 감탄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의 강연을 듣고 나니 정말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목표를 분명히 하고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스님이 개인상담이나 하지 왜 사회 이야기를 하냐’ 혹은 ‘통일 이야기를 좀 해주지 왜 인생상담만 하냐’ 하는데 저는 개인의 인생사든 사회 문제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남북한이 서로 싸우는 것이나 부부간의 갈등이나 똑같아요. 부부도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생판 남인 변호사한테 돈을 더 줘가면서 그동안 자기와 함께 살았던 배우자의 돈을 조금이라도 더 빼앗으려 들잖아요. 남북관계가 안 좋을 때 우리도 북한 괴롭히려고 중국이나 미국 같은 외세를 이용하려 들잖아요. 감정이야 이해는 되지만, 제가 보기에 현명하지는 않아요.
누구든지 다 감정은 우리가 이해해야 합니다. 욕할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혹은 막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성질내지 말고 지금부터 자기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고, 실패하면 술 마시며 한탄하지 말고 다시 해야 합니다. 올해 못 하면 내년에 하고 5년 만에 못 하면 10년 후까지 해야 해요. 이걸 불교용어로 ‘원력’이라고 해요. 성질을 내는 것은 수행이 안 된 거예요. 또 자기만 편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보디사트바, 즉 보살이 아닙니다.
남북도 손 잡고 하나가 되자고 하는 판에, 우리 안의 보수 세력이나 진보 세력을 용납 못한다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 국민 중에 친일파의 자손이 있다고 해서 죽일 놈이라며 날뛰면 어떻게 남북 통일을 해요? 앞으로 거대한 중국에 대응하려면 일본하고도 협력해야 해요. 현재의 군국주의 일본하고는 협력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지만, 일본 안에도 평화세력이 있어요. 이번에 헌법 지키기 운동도 했잖아요. 일본 안의 그런 사람들하고 협력하려면 너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로만 나가면 안 돼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건 좋지만 남의 민족도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진보끼리만 똘똘 뭉쳐 있으면 영원히 소수로 전락해요. 세가 불리하면 보수, 중도보수 정도와는 손잡아서 극보수를 견제해야죠. 그게 전략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본이 쳐들어올 때는 깡패도 좀 독립군에 넣어줘야 해요. 싸우기는 깡패가 더 잘 싸우니까요. 예전 의병들을 보면 주요한 전투력이 포수들입니다. 포수는 양반이 볼 때는 상놈이지만 나라를 지킬 때는 그 사람들이 굉장히 효과적이에요. 그런데 저 놈은 상놈이라고 빼고 저 놈은 뭐라고 해서 빼면 나설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조금 지혜롭게 대응하십시오. 목표가 분명하면 통합이 됩니다. 뭘 목표로 할 거냐 이것이 분명하면 견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지만, 목표가 없이 감정을 앞세우면 부부조차도 통합이 안 돼요. 그러니 조금 더 큰 목표를 향해서 우리의 작은 차이를 뛰어넘읍시다. 그럴 때 국민통합이 되는 것이지, 어떤 게 먼저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통일의병은 이런 운동을 하는 단체예요. 우리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이 시대의 새로운 의병이 되어보자는 것이지, 무슨 반정부 운동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반정부 운동을 하면 의병이 아닌 반군이 되잖아요. 우리는 정부 밑에 붙어 있는 관군도 아니고 정부와 무조건 싸우는 반군도 아니고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민병입니다. 그걸 의병이라고 해요. 그런 운동이니 여러분도 적극적으로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좁은 시야를 벗어나 크고 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스님의 열정적인 강연에 모두들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함께한 청중들 모두가 일어서서 서로 손을 맞잡고 오늘의 감동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의 소원’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던 통일 노래였는데 스님의 강연을 듣고 나서 다시 불러보니 통일이 더 간절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석한 울산 시민들은 통일을 위해 작은 기여라도 할 것을 다짐하며 모두들 큰 박수로 오늘의 통일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강연장을 나가는 길에는 통일시민학교에 대한 홍보가 한창이었습니다. 11월 14일과 15일 양일 간 울산에서도 통일시민학교가 열리는데 이곳에서는 역사적 관점과 외교적 관점에서 통일이 왜 필요한지,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욱더 구체적인 강연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오늘 강연이 감명 깊었는지 통일시민학교에 신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책 사인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장소를 대관해 준 쪽에서 운영 규정상 책 사인회를 하지 못하도록 해서 아쉽게도 시민들이 스님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책 사인회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오늘 강연 준비를 위해 많은 수고를 해준 통일의병 자원봉사자들과는 기념 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통일 의병!”을 힘차게 외치는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부산 사상구청 강당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 2시에는 롯데백화점 문화홀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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