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25 (저녁) 경주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스님은 1200여명의 정토불교대학생들과 함께 하루 종일 경주 남산 순례를 한 후 저녁 7시부터는 경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유명한 경주는 인구가 26만여 명인 관광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경주의 남산은 하루 종일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는 경주 남산 순례를 하기 위해 3천여명의 정토회 대중들이 경주를 찾았습니다.

 

오늘의 경주 강연을 위해 경주정토회의 불교대학 신입생 저녁반 회원들은 남산 순례 일정을 하루 앞당겨 어제 주간반과 함께 순례를 마치고 오늘은 강연 준비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불교대학생들까지 포함해 총 69명의 봉사자들이 오후 1시부터 서라벌문화회관에 모여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했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경주정토회 불교대학과 경전반 학생들

 

경주 서라벌 문화회관에 6시 30분에 도착한 스님은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봉사자들이 서라벌 문화회관 로비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고 “청중보다 어찌 봉사자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하면서 격려와 더불어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접수를 맡고 있는 한 불교대학 학생은 “처음으로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어제 남산 순례를 다녀와서 몸이 조금 피곤하지만 마음은 너무 설렌다.”면서 환하게 웃었고, 또 다른 봉사자들은 스님의 신간 야단법석 홍보 플랭카드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스님은 대기실에서 잠시 머물면서 찾아온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의 고향이 경주이다보니 지역 인사분들, 중고등학교 동기 동창 등 많은 분들이 스님을 뵙고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또 어떤 스님은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하게 되었다며 직접 인사를 하러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하게되었다며 인사를 하러 온 스님

 

저녁 7시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선착순 입장이기에 5시부터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경주 시민들의 얼굴에는 스님을 꼭 만나 보고 싶은 바램이 그대로 전해졌으며 스님의 신간 “야단법석”은 일찌감치 매진되어 찾는 이들의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7시가 가까워 오자 객석은 1층과 2층이 모두 만석이 되었고, 7시 정각이 되자 7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우레와 같은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 경주 서라벌문화회관

 

스님은 “고향에 왔다고 이렇게 박수를 많이 쳐 주는 것이냐”며 가벼운 웃음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목사가 성경 이야기를 하거나 스님들이 불교 경전을 얘기 하거나 또 그것을 해석해주고 생활에 적용해 주는 것이 설법이고 설교입니다. 하늘 얘기를 땅으로 끌어내려서 우리들의 인간세계에 적용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즉문즉설은 그런 게 아니고 우리들 인간 세계의 얘기를 먼저 하는 거에요. 내가 고뇌 하는 것, 내가 의문을 갖는 것, 내 문제, 그리고 저기 문제가 아니고 여기 문제, 옛날 얘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지금, 그러니까 지금 여기 나, 이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식 때문에 괴롭든, 남편 때문에 괴롭든, 의심이 나든, 세상 문제든, 역사 문제든 뭐든지 이 문제를 가지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점점 하늘로 올라가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즉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야기 방식이 즉문즉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뇌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한테도 말 못할 의문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대화의 소재로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자기 의문이나 자기 고민이 아닌 남의 얘기, 책에 있는 얘기는 요즘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그것은 집에 가서 혼자 찾아보시고 오늘은 어디에도 검색이 안 되는 그런 얘기를 우리가 같이 해보자, 이게 취지입니다. 이렇게 그동안 답답했던 얘기들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아셨죠?” 

 

청중들이 큰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스님이 “질문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결혼한 지 19년이 된 주부는 남편이 술 먹고 행패 부리는데 가정만은 지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고, 죽을 때  고통 없이 편안히 갈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 하는 40대 여성, 결혼을 할 때 약간의 빚과 몇 차례 아버지에게 마이너스 대출을 해 준 사실을 아내에게 숨겼는데 뒤늦게 알고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남자분, 잘못을 저지른 지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패배 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불교의 인연과보에 비춰 설명을 해 달라는 30대 여성, 언니들과 달리 받은 게 별로 없는데도 계속 자기에게만 돈을 달라고 손 내미는 엄마가 이해 안 된다는 30대 여자분, 자존감이 낮은데 높일 수 있는 방법과 마음을 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여대생, 살을 16Kg를 뺐는데 아직도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 해결 방안을 묻는 여학생, 술을 먹으면 유리를 깨는 등 폭력적으로 변해서 절대 자식한테 이런 습관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 26살 남자 대학생 등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의 명확한 답변에도 자꾸 자기 얘기만 반복하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몇 번을 되묻고 울먹이고 다시 묻고를 반복하는데도 스님은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자를 위해 때로는 쉽게, 때로는 단호하게, 다시 묻기를 반복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오고 갔지만 그 중에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1남 3녀 중에 셋째로 태어났고요. 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 언니 두 명이 사립대를 가서 저는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해서 10년 동안 직장을 다녔어요. 그리고 언니도 지금 취업을 했는데 저보다 훨씬 좋은 직장에서 다니고 있음에도 부모님은... 부모님도 지금 살만하신데 저희 언니랑 똑같이 저한테 ‘김치냉장고 사 달라’, ‘해외 보내 달라’, ‘용돈 달라’, 이렇게 요구하시거든요. 저는 스무살 때부터 도와드렸는데 언니는 대학교도 갔으니까 더 많이 도와줘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자꾸 부모님이 저한테도 언니랑 똑같이 바라는 게 밉습니다. 저한테 미안하지도 않는지 아니면 약간 양심이 없는건가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물론 부모님이 잘해주신 것 맞지만 물질적으로 따졌을 때 저는 19살 이후부터는 부모님 돈을 받은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 자꾸 저한테 물질적으로 바라니까 부모님이 밉게 되고 자꾸 돈을 따지게 되거든요.” 

 

“여기 A집이 있고 B집이 있는데 내가 돈을 빌리러 가면 A집은 잘 빌려주고 B집은 안 빌려줘요. 그러면 자기는 곤궁할 때 A집에 가서 빌려달라 그러겠어요? B집에 가서 빌려달라 그러겠어요?”

 

“A집이요.”

    

“그래요. 그러니 어릴 때부터 늘 자신을 도와 준 사람한테 엄마는 도와달라 그러는 것이지요. 도와주지 않았던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럼 스님 말씀은 제가 만만하니까 그렇다는 거잖아요.”

 


 

“만만한 게 아니라 이게 습관이라는 거예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우리는 늘 누구한테 받으면 받는 습관이 들어요. 늘 주면 주는 습관이 들어요. 그래서 돈 벌어가지고 부모한테 용돈 주는 아들 따로 있고, 부모가 그 용돈 받아서 사고치는 아들한테 주는 거 따로 있어요. 그래서 부모는 사고치는 아들한테 계속 돈을 주고요. 옆에서 보면 ‘그냥 안주면 될 것 아니가’ 하지만 그렇게 안 됩니다. 그런데 또 돈을 주는 아들도 ‘부모한테 안 주면 될 것 아니가’ 그러는데 이 아들도 또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안 주고는 못 배겨요. 아시겠어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자기가 안 주고는 못 배겨서 주는 것이지요. 엄마가 달라고 해도 안 주면 되는 겁니다.”

 

“아니에요. 제가 안 주면 언니가 난리 나요. N분의 1로 무조건 달라고 요구하거든요.”

 

“그래도 안 주면 되지요.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선택 사항에 들어가요. 즉, 좋은 일은 의무가 아니고 선택에 들어가요.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예요. 그러나 나쁜 일은 금기, 즉 의무에 들어가요. 하면 절대로 안 되고, 안 하면 그만인 일이예요. 즉, 자식을 낳아놓고선 제대로 안 키우면 이것은 나쁜 행위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자식을 알뜰히 돌봤다 해도 그것은 선이 아닙니다.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면, 내가 부모를 돌본 것은 선행에 들어가요. 그러나 내가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악행에 안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질문자가 지금 부모님을 돌보는 건 좋은 일이예요. 그런데 안 해도 그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예요.”

 

“그런데 자꾸 해달라는 부모님이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아니지요. 그건 부모의 마음이 그런데 어떡해요? 남의 마음까지 자기가 컨트롤 하려고 그래요? 그것은 자기가 나쁜 거예요. 자기가 부모한테 안 해 주는 건 자기의 자유이지만 부모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 말라는 건 부모의 성질을 뜯어 고치려는 거잖아요. 그건 불효에 들어가요. 제 말이 잘 이해가 안 가요?” 

 

“네, 스님 말씀에 수긍이 안 가요.”

 

“부모님이 나한테 돈 달라 할 때 안 주는 것은 나의 자유에 속해요. 주고 안 주고는 내 선택에 속하는데 부모님에게 ‘그런 요구를 하지 마세요’ 하는 것은 불효에 해당합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의 생각과 마음을 자식이 감히 고치려고 하잖아요. 어떤 사람이 스님에게 이래라 할 때 그걸 안하는 건 내 자유에 속하지만 그 사람에게 ‘그런 말 하지마라’ 하는 것은 남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불교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자기 이야기를 해보세요. 뭐가 어렵다는 거예요? 부모님이 돈 달라고 하면 주고 싶으면 주고, 안 주고 싶으면 안 주면 됩니다. 언니가 N분의 1로 하자 했을 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언니와 사이도 틀어지고, 부모님과의 사이도 안 좋아지잖아요...”

 

“상대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당연히 사이가 틀어지지요. 틀어지는 걸 감수해야지요. 사이가 틀어지는 게 싫으면 질문자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돈으로 때워야지요.” (청중 웃음) 

 


 

“부모님이 저한테 잘못을 저지를 땐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야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부모님은 잘못한 게 없어요. 부모님은 자기 나름대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지 내 맘에 안 든다고 잘못된 것이 아니예요. 화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화내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자기가 괴로워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엄마가 아무리 얘기해도 자기가 계속 안 해버리면 엄마가 자기한테 요구를 더이상 안 해요. 대신에 엄마의 따뜻한 사랑은 못 받지요. 욕을 좀 얻어먹지 그래요? 그런데 자기는 그 욕 얻어먹는 건 또 싫잖아요. 그러면 그 욕을 뭘로 갚는다고요? 돈을 줘서 무마를 하는 수밖에 없는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청중 박수)

 


 

“여러분들은 질문자가 참 착해 보이죠?”

 

(대중들 다함께) “네.”

 

“스님이 보기엔 절대로 착한 게 아니에요. 질문자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어요. 부모한테 돈은 주기 싫고, 욕은 안 얻어먹고 싶기 때문에 ‘돈은 조금 주면서 칭찬은 어떻게 많이 들을 수 있을까’ 이런 잔머리를 굴리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상대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비난이 오는 거에요.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 하는데 내가 그 돈이 아까우면 욕을 얻어먹어야 되고, 욕을 얻어먹기 싫으면 돈을 줘야 되는 거에요. 

 

그런데 저한테 이렇게 고민을 얘기하는 이유는 뭘까요? 돈도 안 주고 욕도 안 얻어먹는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지요. 방법은 하나 있어요. 부적을 하나 그려주면 되는데 그 부적 값이 엄마가 달라는 그 돈보다 더 비싸요. (청중 웃음)

 


 

즉, 그런 방법은 없다 이 말이에요. 인연과보라는 것은 이걸 선택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고, 저걸 선택하면 저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분들이 복을 비는 행위는 인연과보의 법칙에 어긋나는 거에요.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데 복도 안 지어놓고 복을 달라 그러잖아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돼요. 그런데 벌을 안 받겠다 하잖아요. 이것은 전혀 인연과보의 법칙에 안 맞는 거에요. 그래서 부처님이 이런 허황된 인간의 마음을 깨우쳐서 바르게 인도한 거에요. 

 

‘너 돈 빌리고 싶니? 그럼 갚을 각오를 해라.’ 

‘갚기 싫니? 그럼 빌리지 마라.’ 

‘너가 죄를 지었니? 그럼 과보를 받아라.’ 

 

그런데 과보를 안 받겠다고 하잖아요. 말 몇 마디 해서 신뢰를 회복하려고 그러잖아요. 상대는 완전히 속이 뒤집어져 있는데 몇 마디 말을 해서 어떻게 면피해 보려고 하고, 면피가 안 되니까 상대 보고 고집이 세다고 그러잖아요. 자기 생각대로 안 되면 무조건 고집이 세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자기 생각밖에 안 하는 거에요. 잘못을 했으면 과보를 기꺼이 받아야 된다 이 말이에요. 제 대답을 듣고 질문자는 무엇을 느꼈어요?”

 


 

“그러면 스님이 저희 부모님한테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질문자의 부모님한테 제가 해줄 말은 ‘딸 한테서 본전을 뽑아라’ 입니다.” (대중 웃음)

 

 

“저희 부모님은 이미 저한테서 본전을 다 뽑은 것 같은데요.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었고, 고등학교는 장학금 받아서 다녔고, 고3 때 부터는 취업을 했으니까요.”

 

“부모님이 자기를 낳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키울 때도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질문자는 이미 다 큰 것만 생각하는데 어릴 때 키워준 것은 돈으로 환산이 안 돼요.” 

 

“그런데 엄마가 애 키우는 건 스님이 의무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엄마가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되는 거예요. 지금처럼 질문자가 자꾸 따지니까 엄마도 질문자에게 그렇게 따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님께서 저희 엄마한테 조언을 해주세요.”

 

“질문자가 이렇게 따지니까 저도 질문자의 엄마한테 ‘당신도 딸한테 따져서 받을 건 받아라.’ 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누가 딸이 엄마한테 그렇게 따져요? 고3때 취업을 했고,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었고, 뭐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따지는 딸이 어디 있어요? (대중 웃음) 

 


 

그러니까 어떤 경우에도 엄마를 원망하면 안 됩니다. 그건 불효예요. 그런데 스무 살이 넘었으니까 엄마 말 안 듣는 건 자유예요. 그냥 안 들으면 되지 원망은 하지 마라 이 말이에요. 그래도 아직 이해가 안 돼요?”

 

“아니요. 알아들었어요.”

 

“엄마한테 그런 요구를 하지 마라는 겁니다. 그건 불효라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건 엄마의 자유에 속하는 거예요. 엄마의 자유를 막지 마세요. 엄마는 요구할 자유도 있고, 요청할 자유도 있고, 말할 자유도 있습니다. 질문자가 엄마 말을 안 들으면 되지 엄마를 원망하지는 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저한테 그럴 권리가 있나라는 생각이..”

 

“그렇게 말할 자유가 있다니까요. 아따, 고집 세네요. (대중 웃음) 엄마가 나한테 어떤 말을 하든 엄마한테는 말할 자유가 있는 겁니다. 이해하시겠어요? 그럼 나한테는 무슨 자유가 있다고요? 하고 안 하고는 내 자유에요. 그런데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마라고 할 권리는 나에게 없어요. 언론의 자유가 있잖아요. 

 

질문자가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네요. 그럼 강연 끝나고 질문자가 집에 가기 전에 누가 좀 깨우쳐 주세요.” (웃음)

 


 

문답이 계속 오고갔지만 질문자는 아직도 납득이 안 된다는 눈치였습니다. 결국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대화를 더 주고 받을 수는 없었지만, 다음 사람의 질문과 대답이 계속 이어지면서 그제서야 질문자도 스님의 대답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강연 끝나고 책 사인회를 하고 있는 스님을 찾아와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어떤 어려움을 겪었든 지금 살아있다면 누구나 다 행복할 수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제 말의 요지는 이거에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경우를 당하지 않습니까. 태어날 때 사생아로 태어났다, 엄마가 나를 고아원에 가져다 맡겼다, 태어날 때 입양을 시켰다,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다, 신체장애다, 결혼에 속았다, 연애하다가 실패했다, 사업이 망했다, 어떤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현재 살아있다면 그는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즉, 지금 살아있다면 그는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행복하지 못 한 이유는 항상 과거를 핑계 대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 이런 일을 겪어서. 엄마가 이렇게 해서, 나를 돌보지 않아서, 나를 대학을 안 보내줘서, 남편이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해서, 그래서 제가 ‘그게 뭐가 문젠데?’ 그러면 ‘그게 왜 문제가 아니에요?’ 이럽니다. 이 말은 ‘나는 안 괴로울 수가 없는 인간이다.’ 하는 것이죠.  

 

괴로워해야 하는 것들을 정해놓고 ‘나는 이러이러해서 괴롭다’ 이렇게 움켜쥐고 있으니 제가 ‘너 안 괴로워해도 된다’ 그러면 ‘아니에요, 저는 괴로워야 되요’ 하고 막 아우성을 쳐요. 이것은 ‘너 부처다’ 하는데 ‘아니에요, 난 중생이에요’ 이렇게 아우성을 치는 것과 똑같아요. 부처님이 ‘일체 중생은 다 불성이 있다’고 하셨던 그 말은 부처가 될 씨앗이 모두에게 있다는 말이잖아요. 이 말은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다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 수가 있다’, ‘누구나 다 자유로운 삶인 해탈을 증득할 수가 있다’ 하는 것을 부처님께서 증명해 준 거에요. 

 

사람을 99명을 죽인 살인자 앙굴리말라, 아들이 죽어서 미친 여자, 천민들 등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거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붓다를 만나 행복해졌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자꾸 괴로움을 합리화하지 마세요. ‘세상이 이래서’, ‘엄마가 이래서’, ‘나는 어릴 때 이래서’ 다들 그러는데, 그 모든 조건 속에서도 지금 안 죽고 살았다는 이 사실이 제일 중요해요. 그 어떤 과정을 겪었든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이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에요?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냥 행복할 수가 있는 거에요. 노력해서 행복한 게 아니에요. 그냥 지금 바로 행복할 수가 있는 거에요. 머리가 자꾸 과거 필름을 돌리면 그 화면을 좀 꺼야 돼요. 옛날 영화만 너무 보지 마세요. 그렇게 해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다 행복할 수가 있다는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스님은 2시간 30분 동안 질문을 했던 모든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했던 한 분은 “역사 의식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계신 스님의 법문이 너무 감동적이다. 잘 알지 못했던 나의 잘못된 가치관, 선입관을 교정해서 내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질문의 기회를 가지게 되어 너무 좋았다.”며 환한 웃음을 내비쳤습니다. 

 

강연을 마치자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스님은 끝까지 웃음을 띄면서 일일이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 책 사인회

 

사인회를 다 마친 후에는 강연을 위해 수고한 불교대학 학생들과 경전반 학생들을 불러 모아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들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뻐했습니다. 

 


 

단체 사진 촬영 후 스님은 “모두 수고했어요.”라며 인사를 건네며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은 뒷정리를 재빠르게 한 후 봉사하면서 느낀 점을 서로 나누면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드러내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강연장을 찾아온 진병길 신라문화원 원장님, 김구석 경주남산연구소 소장님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두 분과는 용성 조사님의 유훈 10사목 중에 하나인 경주 남산의 천룡사와 중생사를 잘 가꾸어라는 것과 황룡사지에서 사천왕사지에 이르는 통일 순례길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김구석 남산연구소 소장님(왼쪽)과 진병길 신라문화원 원장님(오른쪽)

 

이 외에도 스님의 학창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몇몇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새책 ‘야단법석’을 선물한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경주 시내를 빠져나와 밤 11시가 다 되어 울산 두북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탑곡 정토수련원으로 올라가 농사일을 한 후 오후 3시부터는 스님의 모교인 경주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후배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2015년 한해 동안 전국을 순회하였던 청춘콘서트가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갖습니다. 11월1일(일) 16시 서울 시청광장으로 오시면 김제동과 법륜 스님으로부터 듣는 행복 메시지를 비롯해 청년 인디밴드들의 다채로운 뮤직과 함께 신나는 페스티벌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행복의나라 페스티벌 in 서울광장' : [참가 신청하기]

 


 

* 자세한 사항은 http://청춘콘서트.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 청춘콘서트와는 달리 2030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능합니다.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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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명

변화를준비중이면서근심걱정이많았는데....스님의말씀에두려움을기대심으로바뀝니다감사합니다

2015-10-31 16:53:01

평정심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이해와 통찰력이 조금씩 커져가는걸 느낌니다. 물론 습이 습인지라 자꾸 올라오고 다른길로 가고있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바로든 나중이든 참회합니다. 모두 스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감사합니다.

2015-10-29 02:23:44

이규원

항상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스님의 귀한 행복에 법문
제주변모든것이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스님 건강하세요~^^

2015-10-28 1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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