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4 새터민과 함께하는 통일체육축전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남북한 동포가 함께하는 ‘통일체육축전’에 참가하여 추석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한 새터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대중들보다 30분 일찍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치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새벽 예불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아침 7시에 평화재단으로 이동하여 찾아온 손님들과 조찬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 후에는 남북한 동포가 함께하는 ‘통일체육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양강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아침 10시 무렵 양강초등학교에 스님이 도착하자 오랜만에 스님 얼굴을 뵌 많은 새터민들과 좋은벗들의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도 환한 웃음을 보이며 본무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오늘 통일체육축전은 서울과 울산 두 군데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서울에서는 총 1200여명이 참석했고, 울산에서는 6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 양강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새터민들과 좋은벗들 회원들

 

먼저 사회를 맡은 ‘좋은벗들’의 회원이자 방송인인 김병조씨가 “윗동네, 아랫동네 여러분! 그 동안 건강하게 무사히 잘 지내셨나요?” 하며 큰 목소리로 행사에 참여한 새터민들과 좋은벗들 회원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윗동네와 아랫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잔치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13년이 되었습니다. 윗동네에서 오신 분들은 낯선 남쪽 땅에 정착하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고단함을 잊고 즐겁고 당당하게 즐기라고 사단법인 좋은벗들에서 해마다 추석 명절 즈음에 여는 행사가 바로 ‘통일체육축전’입니다. 올해로 벌써 13번째를 맞이하는 행사이다 보니 해가 갈수록 더욱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한가위 큰 명절이었습니다. 한가위는 한해의 추수로 풍성한 수확과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족 친지 이웃 분들과 함께 나누는 날인데요. 풍성한 남쪽 분위기와는 달리 많은 새터민들이 고향에 가지 못하고 애닯은 마음을 속으로만 삭혀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체육축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새터민들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합동차례를 지냈습니다. 

 


▲ 추석맞이 합동차례

 

오늘 행사에는 지역 인사 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이 지역의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길정우님, 새정치연합 양천을 위원장 이용선님, 양천구청장 김수영님, 전 하나원 원장인 고경빈님, 정토회 대표 이기혜님, 서울정토회 대표 마경숙님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먼저 제례를 올렸습니다. 

 

내외빈들의 차례가 끝나고 나서는 함경북도 온성이 고향이고 좋은벗들의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이길웅 선생님이 나와 축문을 낭독했습니다. 축문에 이어서 새터민들이 무대로 나와서 제례를 올렸습니다. 

 


▲ 고향을 생각하며 큰 절을 올리는 새터민들

 

새터민들은 술잔을 올리며 북녘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목이 메어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가운데 큰 절을 올리며 고향에 계신 가족과 친척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또 기원했습니다. 

 


▲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눈물을 훔치고 있는 새터민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좋은벗들 회원들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새터민들이 해마다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지 않아도 되도록 하루 빨리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세상이 오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이어서 좋은벗들의 이사장인 법륜 스님이 무대로 올라와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안녕하세요. 추석 잘 지내셨습니까?”라고 말문을 열자, 새터민들은 “네!” 하고 환호하듯이 대답했습니다. 

 


 

스님은 고향을 떠나 이주해서 살면 기가 죽기 마련이라고 하면서 통일에 대한 꿈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것을 당부해 주었습니다. 

 

“추석날 달이 밝으면 고향 생각이 나게 마련이에요. 그러니 고향 가서 차례를 지내는 게 제일 좋은데,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고향 가서 차례를 지내지 못해서 섭섭했을 것 같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다 자기 고향 가듯이 북쪽 분들도 추석 때나 설 때만이라도 휴전선이 열려서 5일씩만이라도 다녀올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새터민들 환호와 박수) 

 


 

통일되면 더 좋지만 통일되기 전까지만이라도, 평상시에도 열리면 더 좋지만 최소한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나 설에라도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문을 열고 서로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은 그런 일도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추석을 맞아서 고향을 생각하는 이런 통일체육축전을 열고 있어요.

 

현재 한국에서 태어나서 외국에 가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제 시대와 그 전까지 다 계산하면 한 700만 명 정도 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간 사람들만 해도 한 400만 명 정도 됩니다. 제가 미국에 가 보면 처음에 이민가서는 살기 바빠서 다른 생각을 못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향이 그리워진대요. 그래서 늘 추석 전후로 ‘한국의 날’이라는 걸 마련해서 공원을 빌려가지고 이런 축제를 해요. 거기 가보면 송편 빚어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엿장수가 엿판도 들고 다니고, 지게도 만들어서 지고 다니고, 우리 노래도 부릅니다. 어릴 때 고향에서 했던 온갖 것들을 다시 되살려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행사예요. 제가 그걸 보면서 ‘북쪽에서 와서 남쪽에 사는 분들에게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이주해서 살다 보면 다소 기가 죽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죽지 말고 오늘만큼은 고향에서 즐기던 것을 이 자리에서 즐겨보자는 취지입니다. 북쪽 노래도 부르고, 거기서 추던 춤이 있다면 춤도 추고, 거기서 먹던 음식도 만들어 먹으면서 즐겨봅시다. 

 

인간이 태어남에 의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태어나보니 여자인데 여자라고 차별받으면 안 되고, 태어나보니 북쪽에서 태어났는데 북쪽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차별받아서도 안 되고, 태어나보니까 몸에 장애가 있을 뿐인데 이걸 이유로 차별받아서도 안 됩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태어나보니까 성적 취향이 소수자에 속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지으심인데 그걸 개인이 어떻게 하겠어요? 이런 걸 가지고 차별을 해서는 안 돼요. 그래서 피부색이나 고향이나 종교로 차별하지 말자고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같은 민족인데도 단지 태어난 고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여기 살면서 보이지 않게 많은 차별을 받게 됩니다. 이런 것을 좀 뛰어넘어서 하나로 어울려보자 해서 이 축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만큼은 그런 모든 것들을 잊고 마음껏 기쁘고 즐겁게 놀아봅시다.

 

그리고 앞으로 이걸 조금 더 발전시켜서 여러분들이 이날만큼은 남쪽을 흉내내기보다는 북쪽에서 가지고 온 좋은 것들을 함께 즐겨보면 좋겠습니다. 북쪽이라고 나쁜 점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점도 많잖아요. 고향에서 먹던 음식도 각자 마련해 와서 나누어 먹고, 어릴 때 좋은 추억거리로 남은 것이 있으면 여기에서 시연하면서 우선 위로를 좀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서 계속 살아도 좋지만, 교류가 되고 통일이 되면 고향에 돌아가서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꿈을 갖고 남쪽의 생활은 그걸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기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스님의 반가운 인사와 격려 말씀에 새터민들도 기쁜 마음이 되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이 얼마나 새터민들의 아픔을 잘 헤아리고 있는지 애정이 듬뿍 담긴 말씀 속에서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꿈을 갖고 그 준비 기간으로 지금의 남쪽 생활을 받아들여 보라는 말씀은 가슴 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새터민들의 통일을 향한 이 열망이 스님이 지금 하고 있는 통일운동에도 보태어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어서 전 하나원 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서 통일 관련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고경빈 이사님이 나와 환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내외빈 중에서 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님, 이용선 새민련 양천을 위원장님, 김수영 양천구청장님이 차례로 나와 새터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합동 차례를 모두 마치고 즐거운 운동회와 점심식사, 분산놀이, 부스체험, 대동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새터민들은 맛난 음식도 먹고 그동안 못 보았던 고향 분들도 만나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 환영 인사를 하러 온 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님(사진 위)과 김수영 양천구청장님과 이용선 새민련 양천을 위원장님(사진 아래)

 

스님은 참석한 내외빈들 한분 한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특히 이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님에게는 이번에 통일체육축전 행사 장소를 구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는 봉사자들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내년에는 이런 좋은 취지의 행사를 잘 도와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운동장 구석 구석을 한바퀴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새터민들과 좋은벗들 봉사자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 구석구석을 돌며 새터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스님

 

새터민들은 스님에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과일을 건네기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며 모두들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은 스님을 보자 넙죽 바닥에 엎드리며 큰절을 올렸는데, 스님은 감사히 절을 받고 나서 “너무 그러면 광신도라는 소릴 들어요” 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 스님을 보자마자 넙죽 큰절을 하는 분

 

많은 분들이 스님과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 하였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오랫동안 운동장에 머무를 수가 없어 양해를 구하고 스님은 다시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 새터민들이 고향 친구를 찾을 수 있게 ‘친구찾기’ 이벤트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과 함께

 

스님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통일체육축전은 신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연이어 계속 이어졌습니다. 백두, 한라, 평화, 통일 4개 팀으로 나뉘어져 단체 게임도 신나게 하고, 운동장 곳곳에 나뉘어져 전통놀이를 즐겼습니다. 

 

이 외에도 만두, 시루떡을 나눠주는 코너, 북한낱말퀴즈를 열어 상품을 주는 코너, 팔씨름을 겨뤄 이기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는 코너, 음향 측정기로 목소리 크기를 겨루는 게임, 제기 차기, 그림으로 심리 치료를 해주는 부스, 법률 상담을 해주는 변호사들, 의료 상담을 해주는 의사들, 제기 차기 등 민속놀이 코너, ‘이대로 통일해도 괜찮을까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코너 등 정말 다양한 게임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새터민들은 하루종일 웃으며 신나게 놀 수 있었습니다. 

 


▲ 만두를 시식하는 코너

 


▲ 북한말퀴즈 코너

 


▲ 설문조사 코너

 


▲ 각종 민속 놀이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는 노래자랑 대회였습니다. 남한 노래, 북한 노래가 연이어 불러지며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리고 좋은벗들 회원들로부터 많은 상품들이 기부되어서 바자회에서 아주 값싸게 나눠지기도 하였고, 집으로 돌아가는 새터민들에게는 양손 가득이 선물 상자가 한 개씩 선물되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오늘 하루 새터민들은 풍성한 하루를 즐겼습니다. 

 

오후 3시에 다시 평화재단에 도착한 스님은 집무실에 머물며 밀린 보고서와 서류들을 검토하고, 다음주에 출간되는 신간 ‘야단법석’ 책의 원고 교정 등의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6시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9시까지 회의를 한 후 연이어 9시부터는 정토회 법사단과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였습니다. 

 

내일은 2015년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의 하반기 첫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성남 시민들을 위해, 저녁 7시에는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컨퍼런스홀에서 안산 시민들을 위해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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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사람들이 다 자기 고향 가듯이 북쪽 분들도 추석 때나 설 때만이라도 휴전선이 열려서 5일씩만이라도 다녀올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스님 참 기발한 생각도 다 하시네요^^*통일체육축전 사진을 볼 때마다 합동차례가 참 인상적입니다~얼마나 좋으실까 싶어요^^*

2015-11-16 01:56:56

강향년

스님 고맙습니다
항상감동적입니다

2015-10-07 18:04:58

정근환

잘 보았읍니다.역사가 있군요.통일.그날을 우리가 만들어야겠읍니다.

2015-10-07 1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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