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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성남시청에서 성남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고, 저녁에는 한양대 ERICA 캠퍼스에서 안산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먼저 성남 즉문즉설 강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새벽 예불
아침 7시에는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조찬 모임을 가진 후 9시에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성남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어젯밤에도 미국에서 귀국한 시차 적응 때문에 밤을 샌 스님은 차를 타자 마자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 성남시청
성남시청에 도착하자 이재명 성남시장님이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시장님이 목 기브스를 하고 안대를 차고 나타나자 스님은 “신문에서 소식은 들었는데 많이 다쳤나 보네요” 라며 걱정을 내비쳤습니다. 시장님은 “동 체육대회를 방문했다가 승진 누락에 불만을 품은 시청 직원으로부터 피습 봉변을 당했다” 며 “몰골이 이래서 강연장까지 배웅을 못해줘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님
스님과 시장님은 예산 절약을 통한 복지 혜택 확대, 기본권 보장을 위한 청년 지원 정책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시 30분이 다 되어 시장님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곧바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2015년 하반기 첫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열렸습니다. 일찍 서둘러 오신 분 중에는 책 판매 부스와 환경상품 부스, 또 JTS부스가 차려진 곳을 둘러보며 스님의 책을 미리 구매하시는 분, 환경상품을 구매하시 분들이 많았고 봉사자들은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강연 시작 10분 전에 좌석은 가득 메워졌고, 늦게 온 분들은 계단에 앉은 가운데 900여명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성남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대에 올라온 스님은 먼저 똑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사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며 여러 가지 비유를 들며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대부분 괴로운 이유는 매사에 부정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에요. 저도 물론 부정적 사고를 할 때도 있지만 여러분보다는 긍정적 사고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혼자 사는 걸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나이가 63살인데도 아직 장가도 못 가보고...’ 이러면 부정적 사고예요. 그런데 중이 된 입장에서 보면 63살 될 때까지 장가를 안 간 것은 잘 한 거예요. 게다가 키울 자식이 있나, 바가지 긁는 마누라가 있나, 홀가분하죠. 결혼이나 자식 키우는 것 때문에 힘든 문제로 여러분과 상담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혼자 더 잘 살 수 있었어요. 여러분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아이고, 나는 정말 잘 선택했다’ 하는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런데 개개인은 그렇게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하지만,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해요. 제가 한 사람한텐 만원을 주고 다른 사람한테는 10만원 줬다고 해 봅시다. ‘왜 저한테는 적게 주고 저 사람한테는 많이 줍니까?’ 이렇게 항의를 할 때 제가 ‘공짜로 주는데 주는 대로 받을 것이지, 시끄럽다. 얼마를 주든 그건 내 마음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요. 인간의 심리가 이렇게 작용하니까 베푸는 사람은 아주 똑같이는 못 주더라도 가능한 한 격차를 줄여줘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것은 절대적 빈곤이에요. 내가 만원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10만원 가지고 있어서 내가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 빈곤이에요. 북한은 지금 절대적 빈곤이에요. 우리는 상대적 빈곤입니다. 지금 상대적 빈곤 때문에 여러분이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거예요. 이런 것은 제도적으로 개선해 주어야 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통해서 제도가 변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제도 개선을 통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이 두가지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특히 스님이 “현재 자살률이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이고 그것도 20대 사망원인의 50%가 자살이며 국민 행복도는 세계 117위”라고 하자 대중들은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사물의 전모를 살펴볼 줄 알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즉문즉설이 어떤 원리에서 이루어지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질문자가 어떤 사물의 앞만 보고 ‘이렇다’ 주장했는데 제가 ‘뒤는 어때요?’ 하고 뒤도 보도록 해주고, 왼쪽을 보고 ‘어떻다’ 했는데 ‘오른쪽은 어때요?’ 하고, 위만 보고 뭐라고 하는데 ‘아래는 어때요?’ 했어요. 그래서 앞만 보던 것을 뒤와 옆과 위와 아래까지 다 봤어요. 사물의 전체 모습을 본 거예요. 전체 모습을 보는 것을 통찰력이라고 해요. 이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남편에게 불만이 가득했던 분이 저와 대화를 하는 중에 남편의 전체 모습을 보게 되는 거예요. ‘나한테 돈 안 준다’는 한 면만 보고 부정적으로 봤는데, 이것도 보고 저것도 다 살펴보니까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러면 괴로움이 사라지지요. 제가 괴로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가 통찰력(지혜)이 생기니까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저는 ‘결혼했으니 이혼하지 마라’ 하는 이야기를 안 합니다. 살든지 말든지 자기 문제지, 혼자 사는 제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청중 웃음)
제가 해결책을 주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지혜의 눈을 떠야 합니다. 지혜의 눈을 뜨려면 한쪽만 보지 말고 다른 쪽도 같이 봐야 합니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고, 위만 보지 말고 아래도 보고,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보면 ‘아, 이게 별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알게 돼요. 이 괴로움은 나로부터 생긴 거예요. 나의 무지, 나의 편견으로부터 생긴 겁니다.“
한 면만 보지 말고 다른 면도 볼 줄 알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고 보니 모든 즉문즉설이 이런 관점에서 설해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또 스님은 우리가 그러려니 하는 것에 무지가 있다고 하며 탐구를 해서 문제의 원인을 잘 살펴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탐구를 좀 해야 해요.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하는 분 예를 들어봅시다. 제가 볼 때는 좀 이상하잖아요. 남편이 말을 안 듣는 것은 이해가 돼요. 남의 집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자랐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는 자기가 낳고 키우면서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했잖아요. 그런데 자기 말을 안 듣는다면 누구 문제일까요? (청중 웃음)
정말로 따져보면 누구한테도 덤터기 씌울 수 없어요. 그런데 애 보고 ‘저희 할아버지 닮았다, 삼촌 닮았다’ 이럽니다. 탐구를 하면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어요. 얼마 전 워싱턴 DC에서 기자들, 특파원들 하고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북한하고 미국 문제며 미국 국내 정치적인 문제 같은 걸 주로 묻고 이야기하는데, 기자 중 한 사람이 유튜브에서 즉문즉설 동영상을 봤나 봐요. ‘스님은 결혼도 안 해보고 애도 안 키워봤는데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그냥 조금 아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꿰뚫어 아시던데.’ 하고 물었어요. ‘스님이 저걸 어떻게 알까?’ 이렇게 묻는 뜻은 두 가지입니다. ‘저게 몰래 해 본 거 아닌가?’ 아니면 ‘저거 완전히 뻥 아니냐?’ (모두 웃음)
자기가 해보고 자기가 탐구해봤다면 여러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 알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탐구를 안 해요. 탐구를 안 하는 건 인생이 게으르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자기 인생에 게을러요. 자기에게 관심이 없어요. 남한테는 관심이 그렇게나 많으면서 자기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왜 이런 마음이 일어나지?’ 관심을 갖고 탐구를 해봐야 해요. 탐구를 하면 ‘아, 이래서 이랬구나. 그래서 미움이 생겼구나.’ 이렇게 원인이 밝혀져요. 그걸 딱 시정하면 해소되잖아요. 원인을 알았지만 당장 해결이 안 된다 해도 조금 연습을 하면 해결이 되고요.
그래서 수행은 탐구입니다. 믿음이 아니라 탐구예요. 과학자처럼 아주 깊이 탐구하면 딱 원인이 밝혀집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고 했어요. 그게 인과입니다. 불교의 핵심사상이 인과설입니다.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생겨요. 돈을 빌렸으면 나중에 갚아야 하고, 갚기 싫으면 빌리지 말아야 해요. 그걸 알면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정하기는 쉽습니다. 돈을 빌렸다가 갚자니 힘들었다면 ‘다음부터는 빌리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딱 결론이 나니까 인생길이 열리죠. 그런데 여러분들은 ‘부처님, 돈 좀 빌리게 해주세요. 그리고 안 갚아도 되도록 해주세요.’ 이러잖아요. 이것은 인과설과 완전히 어긋나요.
자기는 온갖 못된 짓을 해놓고 뭐라고 기도해요? ‘하나님, 죄는 다 용서해주시고 하늘로 보내주세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시비를 가려서 벌 주세요.’ 자기 건 다 눈감아주길 바라고 남은 없는 죄도 만들어주길 바래요. 자기 심보가 얼마나 더러운지를 지금 봐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조금만 탐구하면 인생은 어렵지 않습니다. 산에 가서 다람쥐 보면 잘 살잖아요. 다람쥐가 괴롭다고 자살하는 거 봤어요? (청중 웃음) 그런데 여러분들은 다람쥐보다 못해요. 다람쥐가 힘들어 해도 사람은 괜찮아야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죠. 얼마나 사람이 잘 못 살면 다람쥐며 산짐승이며 하늘의 새를 보고 ‘너는 좋겠다’ 하고 부러워 합니까? 탐구를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수행은 탐구이며 조금만 탐구하면 인생이 어렵지 않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여는 이야기 속에서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어 주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의 풍성한 이야기가 끝나고 대중들의 큰 박수소리와 함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즉문즉설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관계로 8명의 질문자 중 2명의 질문만 받았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분노, 화, 짜증이 나에게 생긴 것 같아 아버지가 원망스러워 힘들다는 40대 여성분, 장성한 자녀 둘이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결혼 시킬 수 있게 스님에게 기도문을 얻고 싶다는 어르신, 이렇게 2명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심으로 힘들어하는 40대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할 때는 어두운 표정이었던 질문자는 스님의 답변을 듣고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저는 맞벌이 부부이고, 초등학생인 딸이 둘 있고, 친정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굉장히 무섭고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부모가 돼서 자식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서 아버지가 더 싫어졌어요. 이제는 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아버지 때문에 제 성격이 이렇게 분노와 화, 짜증이 많아져서 괴롭다고 여겨져서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어 힘들어요. 감사기도, 참회기도를 하려고 해도 화만 나고 ‘자식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으니까 마음에 상처가 되고요. 부모를 좋게 생각해야 제 자존감이 높아져서 괴롭지 않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너무 힘들어서 스님께 말씀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하는데요?”
“옛날에는 화내고 혼내고 욕하고 그랬죠.”
“지금은요?”
“지금은 서로 말을 안 하니까...”
“그럼 따로 살면 되잖아요.”
“따로 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버지 때문에 내 성격이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원망스러워요. 그 원망을 떨쳐버리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러면 그 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요.” (청중 웃음)
“자꾸 생각이 나는 걸 어떻게 해요?”
“술을 자꾸 마시니까 건강이 안 좋아진다고 하면 술을 안 마시면 되고, 담배를 피우니까 폐가 안 좋아진다고 하면 담배를 안 피우면 되듯이, 그 생각을 해서 자꾸 괴로우면 그 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요. 질문자는 그게 재미있으니까 자꾸 보는 거예요. 약간의 고통이 있어야 쾌감을 느끼는 매저키즘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영화를 틀어서 괴롭다면 그 영화를 안 틀면 돼요. 아버지가 지금 화내는 것도 아닌데 옛날에 야단맞았던 기억을 지금 혼자서 영화처럼 계속 틀고 있는 거예요. 기억을 한다는 건 영상을 트는 거예요. 그만 틀면 됩니다. 봐서 슬프다면 안 봐야죠. 그런데 또 틀어놓고 보면서 또 울고, 저한테 와서 ‘그것만 보면 슬픈데요’ 이러고 있어요. ‘그러면 보지 마라’ 하니까 ‘보고 싶은데 어떡해요’ 이러니까 저도 ‘그럼 봐라’ 이러죠. (청중 웃음)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이 난다면 이 생각이 딱 들 때, 그러니까 영화가 틀어질 때 ‘아, 이러면 또 괴로워지겠구나’ 하고 알아차려서 영화를 꺼야죠. 내가 켜려고 해서 켜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켜진다 해도 보는 즉시 꺼버리면 되죠.“
“그러면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영상을 꺼버리는데 원망할 게 뭐 있어요? 그걸 볼 때 원망하는 게 나오지, 아버지 생각을 안 하는데 왜 원망이 일어요? 그걸 굳이 보니까 화가 나는 거죠. 생각한다는 것은 영화를 틀어서 본다는 거예요. 틀어서 보니까 화가 나고 원망이 생기는데, 그걸 아예 틀지 말라는 거예요. ‘내가 틀고 싶어서 트는 게 아니라 저절로 틀어지는데 어떡해요?’ 그러는데 틀어지는 즉시 딱 끄라는 거예요. 트는 건 내 마음대로 못 해도 틀어지는 즉시 끄는 건 할 수 있잖아요. 고개 딱 흔들어버리고 밖에 나가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든지 108배 절을 하든지 해서 그걸 끊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절하면서도 그걸 또 틀어서 보겠죠, 뭐. (청중 웃음)
죽고 죽이는 영화도 재미있다고 자꾸 보는 사람들이 있듯이, 울면서도 또 보고 울면서도 또 보잖아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영상을 돌려놓고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거예요. 아버지가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아버지는 옛날에 나를 괴롭혔다면, 그 영상을 지금 계속 틀어서 자기를 괴롭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예요. 그러니까 영상을 끄세요. 자동으로 틀어져서 딱 보일 때마다 ‘어!’ 하고 고개를 확 돌려버려서 생각을 바꾸세요. 벌떡 일어나든지 다른 걸 보든지 해서 생각을 바꾸면 돼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동으로 틀어질 때 끄는 방법은 영화 테이프는 그대로 두는 거예요. 가능하면 테이프를 지워버리는 게 더 좋겠죠. 그러면 안 틀어질 거 아니에요? 테이프를 지우는 방법은 우선 아버지를 이해하는 거예요. 나를 야단칠 때 아버지는 몇 살쯤 되었을까요?”
“30대 중반이요.”
“질문자는 지금 나이가 얼마예요?”
“45살이요.”
“그럼 질문자보다 10살이나 어린 남자잖아요. (청중 큰 웃음) 35살의 인간이란 건 내가 어릴 때 보면 굉장한 어른 같지만 커서 보면 완성된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존재예요. 질문자 어머니는 어때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고분고분하고 잘 했어요? 어머니가 고집이 좀 셌어요?”
“어머니는 굉장히 인자하신 편이세요...”
“인자한데 어떻게 아버지가 화를 내겠어요, 아이고 참. (청중 큰 웃음) 여자가 착해도 말을 했을 때 상냥하게 ‘네, 여보.’ 하지 않고 입 꾹 다문 채 대답을 안 하면 답답해서 성질이 나요.(청중 웃음) 질문자도 애 키워보면 그렇잖아요. 야단쳤을 때 대들어도 화가 나지만, 엄마가 뭐라 하는데도 아무런 대꾸를 않고 방에 팩 들어가 버리면 더 성질나잖아요. 그런 것처럼 35살 때의 아버지는 아직 인격도 덜 성숙했고 뭔가 사업이 안 풀리거나 부부 갈등이 있거나 해서 자기 성질을 부린 것 뿐이지, 질문자를 일부러 괴롭히려고 한 건 아니에요. 질문자가 거기에 상처를 입은 거예요. 이제 다 컸으니 이해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고, 뉘 집 아들인지 몰라도 결혼해서 그 나이에 참 힘들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별 거 아니에요. 어리다는 건 어리석다는 이야기거든요.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해서 상처 입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이젠 다 컸으니 ‘아버지도 그때 참 힘들었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을까’하고 이해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다음은 감사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버리지 않고 키워준 건 고맙잖아요. 법륜 스님은 질문자에게 화는 안 냈지만 질문자를 키워주진 않았잖아요. (질문자 웃음)
아버지는 화를 벌컥벌컥 내긴 했어도 재워주고 먹여주고 키워줬잖아요. 옛날 며느리들도 그래요. 맏며느리는 부모를 모시고 살지만 나머지 며느리는 명절 때만 오잖아요. 명절 때만 와서 하루 있다 가니까 시어머니한테 잘 해줘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이걸 몰라요. 그래서 둘째, 셋째 며느리는 착하게 여기고 맏며느리는 욕합니다. 사실은 일상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 제일 효자예요. 불평도 좀 하고 성질도 좀 내지만 그 사람이 제일 효자예요. 배우자가 성질 버럭버럭 내고 좀 골치 아파도 이혼하고 보면 그만한 인간이 없어요. (청중 웃음)
어떤 사람이 돈 벌어주고, 어떤 사람이 밥해주겠어요? 세상 일이 뭐든지 다 내 마음대로는 될 수가 없어요. 그걸 고치려 들지 말고 ‘그래, 내가 원하는 대로 100퍼센트는 안 되지만 그래도 돈 벌어주는 사람, 밥 해주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잖아. 내가 아파서 병원 가면 걱정해주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지’ 이렇게 생각하세요. 내가 여기까지 오도록 키워준 사람이 성질은 좀 버럭거릴지언정 그 사람밖에 없단 말이에요. 법륜 스님은 겉으론 좋아보여도 질문자가 자라는 데 털끝 하나 보태준 게 없는데, 왜 그걸 다 보태준 아버지는 미워하고 해준 것도 없는 법륜 스님은 좋아해요? (청중 웃음과 박수)
영화 테이프를 지우는 방법은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때의 아버지 나이를 생각하면서 ‘아버지가 그때 참 힘들었나 보다’ 하고 이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를 키워줘서 감사하다’ 하고 고맙게 여기는 것입니다. 물론 화 안 내고 잘 해줬다면 더 좋았겠지요. 그러나 세상이 다 내 원하는 대로 만은 안 돼요. 내 원하는 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살아 계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 돌아가시고 나면 뭘 어떻게 해드리고 싶어도 해드릴 수가 없잖아요. 살아 있으니까 그래도 뭔가 해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부모님 계신 것을 고맙게 생각하세요. 돌아가시면 또 후회합니다. 사람 심리가 희한해요. 있을 때는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없으면 또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불효자가 많이 운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죽은 뒤에 울지 말고, 살아 있을 때 고맙게 여기세요. 최소한 미워는 하지 말아야죠. 저는 효도하란 이야기는 절대로 안 합니다. 그런데 미워는 하지 마세요. 부모가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지 나한테 손해 끼친 게 없으니까요. 야단친 건 ‘야단은 쳤지만 먹여줬다’고 생각해야 해요. 질문자는 야단치고 먹여주는 사람이 나아요? 야단은 안 쳐도 굶겨 죽이는 사람이 나아요? (청중 웃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절을 하면서 ‘아, 아버지도 힘들었겠다’ 하고 이해하는 것이 하나이고 ‘그래도 나를 이렇게 키워주셨다’ 하고 감사하는 것이 둘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좋아져요. 그리고 자꾸 생각나면 생각날 때마다 빨리빨리 전원을 끄세요. 리모콘을 하나 사 줄까요?” (스님 웃음)
“네, 고맙습니다.”
질문자는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화를 내던 아버지는 그 당시엔 35살의 불완전한 사람이지 않았느냐’, ‘야단은 쳐도 먹여주고 키워주지 않았느냐’ 는 말씀에 질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눈물이 맺힌 질문자에게 청중들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살아있다는 기적이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고 하면서 “아, 오늘도 살았네” 라는 기도문을 주면서 2시간 동안의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질문을 하지 못한 분들은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오늘은 스님의 여는 말씀 속에 많은 가르침이 설해졌기 때문에 강연장을 나가는 대중들 모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며 가벼운 발걸음이었습니다.
강연 직후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준비된 책이 모두 팔려서 책을 못 산 분들이 많았고, 책 판매를 담당한 봉사자들도 책을 더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에 많이 미안해 했습니다.
▲ 책 사인회
책 사인회를 마치고 나서는 분당정토회 산하에 속한 4개 법당의 봉사자들과 함께 각 법당별로 기념 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스님을 보고 너무나 기뻐하는 봉사자들의 표정을 보니 봉사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모든 일을 놓고 스님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바로 이 시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 봉사자들과 기념 사진 촬영
오전에는 이렇게 분당정토회의 80여명의 봉사자들이 한 마음으로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성황리에 강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스님은 다시 이재명 성남시장님의 초대로 시청 구내 식당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시청사를 나왔습니다.
다시 평화재단으로 와서 오후 2시부터는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한 후 오후 5시에는 저녁 강연이 열리는 안산시의 한양대 ERICA 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저녁 강연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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