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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김제동씨와 함께 인천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청춘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어젯밤 미국에서 귀국한 후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오늘부터 다시 본격적인 강연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울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발우공양에 참석해 공양을 드셨습니다.
▲ 발우공양
공양을 마치고 나서 먼저 지난 2주일 동안의 미국 방문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단히 공유를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대중공사 시간에는 대중들이 업무 때문에 규칙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참회하는 내용들을 경청한 후 바쁜 업무 속에서도 수행의 자세를 놓치지 않으려면 어떤 마음 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출장도 자주 가고, 아침에 조찬이 있어서 발우공양도 빠지고, 저녁 예불이며 법회며 심지어 포살까지 빠질 때도 있는 것 같네요. 문경에서처럼 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 생활할 때는 모든 것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며 생활하다 보면 규칙이 흐트러지고 자연히 방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수행이란 것은 때와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여일하게 해야 합니다. 환경이 조용해서 마음을 조용히 갖고, 부딪힐 일이 없어서 분별심이 없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위 환경이 소란스러우면 마음이 산란해지고 주위 환경이 조용하면 마음도 조용해져요. 특별히 수행하지 않아도 우리의 정신적, 신체적 구조가 자연히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주위 환경이 조용한데도 정신적으로 번뇌가 많다면 비정상이에요. 이렇게 보면 사람은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주위가 조용한데도 정신이 산만하거나 몸이 아프면 환자에 속합니다. 주위 환경이 조용하면 마음도 조용하고 환경이 산란하면 마음도 산란하다면 보통 사람입니다, 주위 환경이 조용하든 산란하든 규칙적이든 불규칙적이든 구애됨이 없이 항상 고요한 마음과 자기의 원을 유지해 나가고, 번다한 환경 속에서도 정해진 목표를 향해 규칙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간다면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대다수를 보면 이동하느라, 혹은 다른 곳에 여행 가느라 뭘 빼먹었다, 일회용을 썼다, 비닐에 든 음식을 먹었다, 때 아닐 때 먹었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나 다 환경에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을 때 스스로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담배를 안 피운다면 내가 굳이 담배를 피울 일이 없지만,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권하면 나도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아지죠. 마약이나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담배 피우고 마약을 하더라도 나는 안 피우고 안 하고,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도 나는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취하지 않도록 자기를 조절하고, 다른 사람이 과식하더라도 나는 과식을 하지 않을 때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직되게 하라는 게 아니라, 인연을 따라서 거기에 맞게끔 하되 방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부처님도 매일매일 이동하며 사셨어요. 1년 중 3개월만 한 군데에 정착해서 살고 나머지는 원래 삶 자체가 유행이었습니다. 자는 곳도 매일 달라지고 먹는 것도 매일 얻어먹는 집이 달라지고 그렇게 매일 이동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일함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자의 목표입니다. 오히려 한 곳에 머물면 집착하고 안주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경계가 바뀌면 마음도 경계에 따라 흔들려서 수행자의 본분을 잃어버립니다. 문경에 가서 고요한 환경 속에 놓이면 규칙적으로 수행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방심하지요. 특히 추석이나 설을 맞아 집에 가면 이 사람이 수행자인지 보통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집에 가서 명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속에서도 수행자의 본분을 조용히 지켜나갈 때 나중에 가족으로부터 더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표를 내지 않고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가서 노는 모양이 다른 식구와 똑같으니까 오히려 안쓰럽게 보여요. 퍼질러 자고 맛있는 거 탐내어 먹는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 불쌍하게 여깁니다. 불쌍하게 여겨지면 동정을 받고 돈을 몇 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거지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고 노력하라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사람들 보기에 저절로 존경심이 나도록 생활해야 하는 것이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로서의 본분과 품위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특히 가을에는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느라 이동이 많으니 그런 가운데서도 늘 수행자의 본분을 잘 지켜나가도록 유의해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이 많고 번다한 환경 속에서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수행자의 본분을 지켜나가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스님의 애정어린 말씀을 들으며 대중들은 주위 환경을 핑계 삼아 계율을 어기는 것을 합리화 해오지는 않았는지 깊이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환절기에 행여 감기 환자가 생길 것까지 세심히 챙겨 주었습니다.
“건강에도 유의해야겠습니다. 환절기라서 덥다가 춥다가 하다 보니, 덥다고 이불 걷어차고 자다가 아침 되면 추워서 감기 걸리기 쉽습니다.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몸을 함부로 하다가 건강을 해쳐서 일이나 정진에 장애되는 일이 없도록 자기 건강도 잘 챙겨 나가길 바랍니다.”
아침 일찍부터 스님의 소중한 가르침을 듣고 나니 한결 정갈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아침 7시 30분부터 하루 종일 연이어 회의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특히 오후 2시에는 최근 새롭게 통합되어 서로 손발을 맞추어 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컨텐츠사업국과 평화재단, JTS의 실무자들과 함께 하반기 활동 계획에 대해 실무 점검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컨텐츠사업국, JTS,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회의
조만간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내용을 담은 새책을 출간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컨텐츠사업국에서는 어떤 것이 준비되고 있는지, 또 얼마전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 정진을 시작하면서 3년 동안 매주 한번씩 통일 강좌를 열기로 했는데 전체 기획을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 등에 대해 실무자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스님의 조언도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은 미국에 다녀온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쉼없이 미팅과 회의가 이어진 까닭에 조금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각 부서 사업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대중부 행정처와 하반기 사업에 대해 회의 시간을 더 가진 후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5시에 평화재단을 출발하여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송도 국제도시에 위치한 인천대학교 대강당에서 김제동씨와 함께하는 청춘콘서트에 참석했습니다. 장소가 인천시의 중심가에서 많이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객석에 빈자리가 많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는데 다행히 7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 인천대학교 대강당
청춘콘서트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신나는 노래 공연에 이어 사회자가 법륜 스님을 소개하자 큰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나왔습니다.
스님은 먼저 추석 안부 인사를 건내며 말문을 연 후 지난 2주 동안 미국 방문 때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잘 보냈습니까? 올해는 슈퍼 문이라고 특별히 달이 컸다던데, 저는 미국에 있느라 달도 못 보고 송편도 못 얻어먹고 어젯밤에야 들어왔습니다. 미국에서는 교민들을 위해 명상수련을 지도하고 워싱턴 DC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여러 싱크탱크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 국무성 관계자를 비롯한 대사 및 관리들과 만나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해서 좋은 일 좀 같이 하자고 했어요.
‘한미 동맹이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이익을 먼저 보장해야 합니다. 나머지 세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미국의 입장에 협력할 테니까 한반도 문제는 너무 미국의 입장에서만 추진하지 말아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국민들에게 반미 감정이 생겨 장기적으로 미국에 손해가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후세인이나 카다피가 문제가 있긴 했지만 후세인과 카다피를 제거한 결과가 지금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단기적으로만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대응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어요. 오늘날 유럽의 난민 사태도 다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바아에 대한 공격과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일은 미국이 저지르고 난민 사태는 유럽이 덮어 쓴 셈이잖아요.
우리도 우리 문제를 좀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으로만 따지면 북한과 한 판 붙어서 혼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 전쟁이 나고 원자력발전소가 미사일 폭격을 당해 방사능 오염사태가 발생해서 피난 보따리 들고 다니게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중동 난민들도 제 땅에서 잘 살다가 전쟁이 나고 장기전이 된 탓에 난민이 되었잖아요. 내전은 장기전이 되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그 삶이 얼마나 고달픕니까? 이렇듯 내 개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의 유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우리 공동체의 발전을 위하는 길도 생각해야 해요. 장기적으로 평화가 정착되고 우리가 발전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긴 해도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렇게 잘 사는 가운데서도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야 합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따끈따끈한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며 노력을 기울이는 스님의 노고가 고스런히 전해져서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평소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어려움에 대해 누구든지 이야기하고 싶은 분은 손을 드세요.” 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총 4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한 남학생은 최근에 북한의 대남 도발이 있었는데 스님은 지금도 평화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어떻게 평화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다른 남학생은 아빠가 북한에서 연탄을 수입하는 무역업을 하다가 남북관계 때문에 갑자기 망한 적이 있는데 통일이 되는 쪽으로 교류협력이 잘 이루어지다가 갑자기 어긋나면 결국 북한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물었습니다. 또 30대 아이 엄마는 딸아이가 손톱을 무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각각에 대해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건망증이 심하고 덜렁대는 성격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특히 명상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준 부분이 많은 유익함을 주었습니다.
“사회생활에 어리버리해서 고민입니다. 건망증이 심하고 덜렁대는 통에 필요한 것들을 잘 빠뜨리고 상대방의 말을 잘못 이해해서 일을 그르칠 때가 잦습니다. 숫자에도 약해서 숫자 관련 작업은 검토를 여러 번 하느라 마감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저 때문에 동료들도 불편을 겪을 때가 많고요. 이런 성격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고칠 수는 있을까요?”
“와,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런 걸 고치는 기술이 있으면 제가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요. 그건 병원에 가 봐야죠. (모두 웃음)
화를 낸다거나 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기억력이 부족한 걸 제가 어떻게 해주겠어요? 저도 못 고치고 있는데요. 하하하. 저는 누가 와서 인사하면 항상 ‘누구세요?’하고 물어봐요. 그리고 제 전화번호도 수첩에 안 적어놓으면 몰라요. 저랑 비슷하네요. 내 병도 못 고치는데 남의 병을 어떻게 고치겠어요? 그냥 그런 대로 사세요. 저도 잘 살잖아요. (청중들 크게 웃음)
특별한 방법은 없고, 조금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알려드릴게요. 명상을 좀 하면 좋아요. 명상은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냥 앉아만 있으면 명상이 아니라 나무토막이고 꿔다놓은 보릿자루예요.
첫째, 마음이 편안해야 돼요. 마음이 불안해서 들뜨면 안 됩니다. 마음이 긴장되어도 안 돼요. ‘잘 해야지’ 하면 긴장하는 겁니다. 뭘 해야겠다는 의도가 들어가면 안 돼요. 아무 할 일 없이 편안하게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가지되, 들뜨거나 불안해하거나 긴장하지 않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어느 한 군데에 딱 집중해야 해요. 가장 쉬운 게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다들 눈을 감고 자기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집중시켜 보세요.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알겠어요?”
스님의 안내에 따라 청중들도 눈을 감고 명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장에는 순식간에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 스님의 안내에 따라 명상을 해보는 청년들
“알아차려지는 사람들은 손 들어봐요. 내가 숨 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 손 들어봐요. 이 사람들은 강시예요. 중국 귀신 강시 아시죠? (청중 웃음)
살아 있는 사람 치고 숨 안 쉬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내가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평소에 자각을 못 해요. 조금만 딱 집중해보면 숨을 쉬고 있는 줄 알게 됩니다.
셋째, 알아차림이 있어야 해요. 숨을 쉰다는 건 숨이 들어가고 나온다는 거예요. 그런데 호흡 관찰 명상을 수식관이라고 부른다 해서 수를 헤아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안 돼요. 수식관은 숨이 들어갈 때 들어가는 줄 알고, 숨이 나올 때 나오는 줄 아는 거예요. 숨이 가쁘면 가쁜 줄 알고, 숨이 고요하면 고요한 줄 아는 거예요. 숨을 빨리, 천천히, 혹은 깊이 쉬어야겠다며 어떤 의도를 하는 게 아니라 숨을 내버려 두는 겁니다. 숨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알아서 쉬어지잖아요. 바쁘게 뛰어다니거나 흥분하면 빨리 쉬어집니다. 빨리 쉬어졌다가, 천천히 쉬어졌다가, 규칙적이었다가, 불규칙적이었다가... 알아서 저절로 바뀌는데 그걸 ‘숨을 편안하게 쉬겠다, 고르게 쉬겠다’ 하며 의도하면 피곤합니다. 명상은 피곤하면 안 돼요.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코 끝에 마음을 딱 집중해보면 ‘숨 쉬고 있구나’ 알아집니다. 숨이 빨리 드나드는지, 천천히 드나드는지, 규칙적으로 드나드는지, 불규칙적으로 드나드는지는 상관 할 필요 없어요. 그 상태를 내가 알아차리는 겁니다. 알아차림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보통은 눈 감은 상태에서 편안하고 고요하면 3분 이내로 잠이 오죠. (청중 웃음) 잠이 올 때는 또렷하게 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멍청한 상태가 돼요. 고요하면 금방 멍청해져 버립니다. 그래서 안 자려고 정신을 차려서 ‘호흡을 알아차려야지’ 하고 코끝에 딱 집중하면 애쓰는 게 됩니다. 긴장해버리는 거예요. 정신을 차리려 들면 긴장되어서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조건에 어긋납니다.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면 졸아서 멍청해져버립니다. 졸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을 해요. ‘어제 누가 뭐라고 했더라’,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다’, ‘내일 뭐 해야지’ 이렇게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생각으로 오락가락하느라 호흡을 놓쳐버립니다.
편안하면 졸리거나 망상을 피워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면 긴장합니다. 이 둘을 다 뛰어넘어야 해요. 첫 번째, 편안하고 고요한 가운데, 두 번째, 마음을 코끝에 딱 집중해서, 세 번째, 들숨과 날숨을 분명히 알아차려야 합니다. 들숨을 들숨인 줄 알고 날숨을 날숨인 줄 알아야 해요. 길면 긴 줄 알고 짧으면 짧은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훈련을 명상이라고 하고, 이렇게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명상법을 수식관이라고 합니다. 관이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는 뜻이에요. 수식관은 가장 보편적인 명상법입니다. 단전호흡이나 복식호흡과는 다릅니다. 단전호흡이나 복식호흡은 의도적으로 숨을 길게 들이쉬어서 횡격막을 내리고 잠시 참았다가 천천히 내쉬는 것으로 수련에 속합니다. 기를 한쪽에 모았다가 큰 힘을 내는 거예요. 그러나 수행은 수련이 아닙니다. 의도를 일으키면 안 돼요. 모든 의도를 내려놓고, 고요하고 편안한 가운데 코끝에 딱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뚜렷이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뚜렷이 알아차림이 유지돼야 합니다. 아주 맑아야 해요. 번뇌가 막 일어나도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호흡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돼요. 질문자처럼 그렇게 멍청한 상태에 있으면 더 안 돼요. (청중 웃음)
이렇게 계속 연습하면 집중력이 키워집니다. 옛날에 활 쏘는 사람들 보면 30미터 앞에 솔방울을 매달아놓고, 활을 바로 쏘지 않고 노려봅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열흘, 한 달 보면서 솔방울이 북만큼 커져 보일 때까지 계속 집중하는 거예요. 드디어 솔방울이 커다랗게 보일 때 활을 딱 쏘면 조그만 솔방울에 화살이 딱 맞습니다. 그렇게 집중력을 키워주는 연습방법 중 제일 쉬운 게 자기 호흡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호흡은 항상 있어서 화장실 갈 때, 목욕할 때, 잘 때도 쉬지 않잖아요. 24시간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 그래서 ‘목숨’이라고들 그래요. 살아 있는 한은 늘 호흡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딱 집중해서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면 조금은 나아져요. 저도 원래 멍청했는데 조금 개선이 되었어요.” (청중들 웃음)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들 박수)
짧은 순간이었지만 스님의 안내에 따라 명상을 해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조금 더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자상하게 명상의 원리와 방법을 설명해준 스님에게 질문자와 청중들은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연달아 통일 문제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지자 통일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줄 희망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70분 동안의 즉문즉설이 끝나고 다음은 김제동씨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나왔습니다.
김제동씨는 부모와 갈등없이 잘 지내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통일 한국을 꼭 이룩해내야 한다는 점, 역사의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한 의병들의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들려주며 70분 내내 청중들을 웃고 울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의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감명을 주기도 했습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때 무조건 이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딱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게 있었어요. 바로 의병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노비들이, 백정들이, 백성들이 일어났어요. 관리들은 다 도망가고 임금도 도망갔는데, 탄압받고 살던 사람들은 나라를 지켰습니다. 선조 임금은 도망갈 때도 가마를 타고 도망갔습니다. 그래서 ‘왜 백성을 두고 도망가십니까’ 했더니 ‘나는 죽더라도 천자의 나라에 가서 죽겠다’라고 했어요. 죽더라도 중국에 가서 죽겠다는 거예요. 그런 인간을 믿고, 그래도 내 나라라고, 백성들이 모두 일어나 나라를 지켰습니다. (청중 탄식)
그렇게 그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뒤 나라에서 한 일이 뭔지 아십니까? 평민 출신 의병장들은 공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지금 이 나라가 그 때의 조선과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르긴 다르죠. 앞에 ‘헬’자가 붙었어요. 그 때의 조선과는 완전히 달라져서 이제는 헬조선입니다. 국호가 바뀌었어요. (청중 웃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조선하고 비교하는 게 말이 되냐? 지금은 그래도 민주공화국 아니냐?’ 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환상이에요. 제가 봤을 때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병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김제동씨는 국회의원이나 대사, 정치인 이런 사람들이 세월호에 타서 똑같은 사고를 당했다면 과연 국가의 대응이 똑같을지 반문했습니다. 잊혀져 가고 있던 세월호 이야기를 상기시켜주자 순간 강연장은 숙연함이 흘렀습니다. 70분 동안 진행된 김제동씨의 열정적인 강연에도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김제동씨가 함께 무대 위에 올라와 오늘의 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두 분에게 질문했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강연장 밖을 나가면 또다시 막막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나가면 어떡하겠느냐고들 하는데, 저는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과정도 소중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20대인 여러분들, 지금 힘들지요? 학생은 공부하느라 힘들고 직장인은 직장 다니느라 힘들고 결혼 못한 사람은 결혼 못해서 힘들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30대, 40대, 50대를 지나 저처럼 나이가 들어서 20대를 보면 좋아 보여요. 밥 먹고 공부만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학생이 부러워요. 결혼한 사람들이 보면 처녀 총각이 부럽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가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당시에는 그때가 좋은 줄 모릅니다.
작은 셋방을 얻은 신혼부부가 전세방을 얻으려고 열심히 돈을 아끼고, 전세 살던 사람이 10평짜리라도 자기 집을 마련하려고 아끼고 노력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좀 궁해 보여요. 그런데 그렇게 돈을 아끼면서 서로를 위하는 게 행복입니다. 남편이 결혼기념일이라고 외식하자는데 ‘여보, 그 돈 나 줘’ 해서 절반의 돈으로 재료 사와서 집에서 요리해 먹고 나머지 절반은 저축하는 모습은 일견 궁색해보이지만, 그래도 지난 뒤에 보면 그때가 행복이에요.
행복이라는 것은 어떤 결과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그 과정이 참 행복이에요.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을 돌아보면 그게 다 내 인생에 경험을 축적해가는 과정이에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지, 인생이 따로 있고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꿈이 있다면 그 꿈이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행복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서 우리가 노력해가는 이 삶의 과정, 넘어지고 자빠지는 그 삶의 과정이 다 행복이라는 거예요. 이걸 ‘유심정토’라고 합니다. 저 편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정토는 ‘타방정토’라고 해요. 그 타방정토를 가기 위해서, 혹은 미래정토를 이루기 위해서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지금의 내 마음이 보람으로 충만한 것을 ‘유심정토’라 해요.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과정이 힘들지만 엄마에게 기쁨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밖에 나가서도 이런 관점만 분명히 갖는다면 문제가 없어요. 너무 결과 지향적으로만 가지 않고 항상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사는 청년들, 그런 기쁨을 갖는 청년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청중 박수)
과정이 곧 행복임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스님의 이 말씀이 감명 깊었는지 여러 사람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모두 이 구절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김제동씨도 스님의 이야기에 덧붙여 청년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사실 잘 안 될 때가 많지요. 잘 안 되는 것은 저희들끼리 여기서 털어놓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말도 있잖아요. ‘너도 안 괜찮고 나도 안 괜찮다. 그래서 괜찮은가 보다.’ (청중들 웃음)
스님 말씀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여행갈 때를 보면 여행 다니는 순간도 좋지만 제일 좋을 때는 표 끊어놓고 예약하고 단톡방 들어가서 그날 기다리지 않게 일찍 오라고 서로 얘기하고, 여기저기 정보를 공유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날들입니다. 막상 여행 가보면 고생길인데, 그렇게 준비하면서 기대하는 순간들이 여행의 반을 차지하잖아요. 그런 것이 우리의 유심정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기독교 말씀대로 하면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시는 것, 성모님의 은총이 이 땅에 내리는 것입니다. (청중들 웃음).
기쁨도 중요하지만 슬픔도 함께 나누는 여러분들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들 마음 속에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생각들이 다 행복의 씨앗이 되리라고 감히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웃음을 안겨주는 김제동씨에게 청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울고 웃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행복의 나라로 떠난 여행의 마지막은 노래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와 오늘 콘서트를 준비한 평화재단 청년포럼 스텝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스님과 김제동씨와 함께 손을 맞잡고 ‘행복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음껏 웃고 꿈꾸고 사랑하자”는 후렴구 가사가 잔잔하게 울려퍼지자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모두가 하나가 된 듯 다같이 양손을 좌우로 펄럭이며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스님도 환한 웃음을 머금으며 양손을 함께 흔들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나와 행복으로 가는 꿀팁 2가지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하나는 10월9일~11일 2박3일 동안 예정된 ‘법륜스님 김제동과 함께하는 행복의 나라 청춘캠프’이고, 다른 하나는 11월1일에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2015 청춘콘서트 피날레 무대 ‘행복의 나라 페스티발’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지역으로 찾아가는 콘서트였는데, 두 행사는 전국에서 한 곳으로 모이는 콘서트여서 더욱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강연장 입구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청년들은 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스님, 건강하세요” 라고 인사하자 스님도 환한 웃음으로 “고마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 책 사인회
그러면서도 스님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이 사인은 받아서 어디에 쓸려고 다들 그러노?” 라며 반문했는데, 청년들이 아무 대답을 안하자 “하긴 100년 동안 보관할 수 있으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며 다시 웃었습니다.
이어서 오늘 콘서트를 위해 수고한 서포터즈 봉사자들이 모두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행복의 나라로 놀러와!”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아주 우렁찼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꼭 잡아주며 격려해 주었고, 김제동씨도 한 명 한 명을 꼭 안아주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은 김제동씨에게 “그럼 10월 9일 청춘캠프 때 경주에서 봐요” 하며 인사를 건낸 후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밤 11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미국에서 귀국한 시차를 극복해보고자 곧바로 잠자리에 들려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잠이 계속 오지 않아서 밤새 보고서와 서류들을 읽었습니다. 스님이 시차 적응을 마치려면 아마 몇 일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내일은 충북 금산에서 평화재단 통일의병들이 결집하는 통일의병대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과 김제동이 함께하는 2015 청춘콘서트가 10월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티켓을 사전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티켓 사전 신청하기>
우리 지역 콘서트 일정을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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