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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일정의 두 번째 날인 오늘, 스님은 새벽 4시에 법당으로 내려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5시부터는 법사님들, 최말순님, 그리고 미주 정토회관 상주대중들과 함께 예불을 한 뒤 내일부터 진행될 깨달음의 장 수련을 위해 LA로 출발하는 묘당 법사님과 인사를 하고 나서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오늘은 조찬 모임이 있어 아침식사는 하지 않고 6시 40분에 회관을 출발했습니다. 출근 시간과 겹쳐 약속 시간인 8시가 다 되어서야 행사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조찬 모임은 스님과 오랜 친분이 있는 디트라니 대사님의 초대로 INSA에서 열렸습니다. INSA(The Intelligence National Security Alliance : 정보 및 국가 안보 연합)는 민, 관, 학계의 정보 및 안보 전문가들이 모인 비영리, 비정파적인 단체로 미국 내 보수적인 입장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 북한과의 9.19 합의를 이끌어 내었던 디트라니 대사님이 소장으로 있는 곳입니다.
▲ 디트라니 전 대사
디트라니 대사님은 참가자들에게 스님을 소개했고 이 모임의 의장인 밥 조제프 대사님부터 서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소개를 하였습니다. 오늘 미팅 참가자들은 INSA 소속 아시아 태평양 태스크포스 소속 구성원들로 전 국무부 차관을 포함하여 모두 국무부, 정보국, 국방부 출신의 전직 고위 정부 관료들이었습니다.
▲ 스님에게 인사하는 밥 조제프 INSA 아시아·태평양 TF팀 의장
아시아 태평양 태스크포스는 아태 지역의 정책과 전략을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정책, 국방, 경제에 관해 포괄적인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스님에게 인권, 인도적 지원, 정치 상황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세력균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 밥 조제프 의장과 디트라니 전 대사
“국무부나 의회에 가면 항상 현안만 얘기해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 과거 미국 정부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담당하셨고 앞으로도 기여하실 분들이라 오늘 저에게는 좋은 만남입니다. 우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디트라니 대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10년 전 9.19 합의가 이뤄졌을 때 그 날이 한국의 추석날 아침이었습니다. 전 아직도 한반도 해결에 있어서는 그 방법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 먼저 발표하고 뒤이어 어제의 다른 미팅들처럼 북한의 식량상황, 북한의 가뭄, 홍수피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 등을 간단히 얘기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 전원이 전직 고위관료들이라 스님이 무슨 말씀을 하는지 금방 이해를 했고, 다양하고 예리한 질문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 중 한·미·일 관계에 대한 스님의 답변 중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일본의 진지한 반성 없이는 한일 관계는 군사적으로까지 가까워지기 어렵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생각해 볼 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중요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근대의 일본만 알기 때문에 일본을 높이 평가하잖아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점이 서양 사람들은 이해가 잘 안되잖아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은 근세에 와서 잠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 그 전에는 일본이 훨씬 후진 문화국이었어요. 400년 전에 일본이 침공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도 왕이 도망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백성들이 일어나서 왜군을 막았어요. 이런 정서를 미국은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과 일본 관계를 군사적으로 더 가깝게 하라는 건 한국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당분간 미국은 군사적인 면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따로 따로 동맹 관계를 맺어가는 게 더 좋습니다. 통일된 이후에는 일본과의 군사 협력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 자기 민족을 상대로 해서 식민 지배를 한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을 잡으라고 하는 것은 한국민의 정서 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군사력 확장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 과거에 같은 피해자인 중국과 그 정서가 더 가깝습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할 때 많은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혹은 국민당 아래에서 혹은 공산당 아래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중국 항일 전투부대 안에 한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미국이 지금 북핵 문제 해결에만 너무 포커스를 맞추어 대북 봉쇄 정책을 펴며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하도록 하는 무시 전략 말고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장기적 전략에 포커스를 맞추어 한반도 통일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을, 그럴려면 북한과의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참석한 분들은 모두들 스님의 말씀에 동의하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스님과의 대화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모두들 “오늘 좋은 시간을 가졌다”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2시간 동안 워낙 심도있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훌쩍 지나갔습니다.
디트라니 대사님도 이번 조찬 모임에 크게 만족해 했습니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서 두 분은 대화를 더 이어갔습니다. 스님이 INSA 대표로써 이렇게 초청해준 디트라니 대사님과 INSA 부대표님,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테스크포스팀의 의장인 밥조셉 대사님에게 영문책 ‘깨달음’을 선물하니 모두들 무척 기뻐했습니다. 특히 부대표님은 작년에 이어서 이렇게 다시 방문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스님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대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와 다음 미팅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식당에 가서 요기를 했습니다. 아침에 차가 막히는 바람에 식사할 여유도 없었는 데다 스님은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느라 준비된 식사도 제대로 먹지 못해 함께한 일행들도 오랜만에 맛있게 빵과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스님은 다음 미팅에 필요한 자료를 읽었습니다.
▲ 미팅에 필요한 자료들을 읽고 있는 스님
다음 약속 장소는 미 하원 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워싱턴DC 동남쪽의 레이번 빌딩이었습니다. 여유있게 도착했지만 건물로 들어가기 전 짐 검사와 신분증 검사를 받기 위한 줄이 건물 바깥까지 늘어서 있었습니다. 다행히 오늘 만나기로 한 찰스 랭글 의원님도 이전 회의가 조금 늦게 끝나서 서로 많이 기다리지는 않을 수 있었습니다.
찰스 랭글 민주당 의원님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의원님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로서 한반도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은 분입니다. 미 하원 흑인 의원 모임의 창립 멤버이며 현재 23번째 임기 중인 원로급 의원으로서 저소득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수 인종과 소수 민족의 권익을 옹호하는 법안을 많이 발의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과 한미 관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이며 최근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련한 의회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하였습니다. 2013년도에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권장하는 결의안을 상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이산가족상봉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결의안을 지지하였고, 최근에는 한반도에 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세(재정)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였던 분입니다.
▲ 롱워스 하원 빌딩
먼저 레이번 빌딩의 의원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보좌관의 안내를 받아 롱워스 빌딩 안에 자리한 조세위원회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에는 의원님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습니다. 서로 처음 만났지만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 찰스 랭글 미국 민주당 의원
의원님은 “지난 3일 동안 교황님께서 미국 및 국회를 방문하였는데 오늘 또 이렇게 스님을 만나게 되니 저는 아주 복이 많고 영적으로 풍부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스님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도 이렇게 의원님이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해서 꾸준히 활동하고 결의안을 만들어서 환기를 시켜주는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원님은 이번에 준비 중인 한반도의 전쟁 종식 선언 발의안을 한국 국민들과 미국계 한국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동국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 축하를 드렸더니 불교 학교에서 주는 박사 학위라서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북한 상황 및 한반도의 평화와 종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북한주민들의 식량상황, 경제사정 등을 말씀해 주었습니다. 의원님은 스님 같은 분을 만나서 본인이 아주 은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스님도 “의원님은 목사님, 신부님과 같은 정신적인 지도자들 보다 더 영적인 말씀을 해주신다”고 하면서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의원님은 “은퇴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이 땅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보자”고 하면서 예정된 미팅 시간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을 늘려서 얘기를 이어나갔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스님은 랭글 의원님에게 영문 번역책 ‘깨달음’을 선물했습니다.
▲ 깨달음 책을 선물받은 찰스 랭글 의원
그리고 랭글 의원님과의 미팅을 주선한 한인 보좌관 김해나씨에게도 영문 번역책 ‘깨달음’을 선물하였습니다.
▲ 랭글 의원님과의 미팅을 주선한 김해나씨
예정보다 미팅을 늦게 마쳐서 부랴부랴 다음 일정이 있는 국무부로 향했습니다. 국무부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주한 미 대사를 역임하고 다시 북한 관련 특사로 부임한 성김 대사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아태과에 도착하니 성김 대사가 입구로 마중을 나와서 스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 성김 대사와의 미팅
두 분은 이전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이번 대화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특히 스님은 오전에 INSA에서 디트라니 대사를 비롯해 원로 분들과 미팅을 가졌던 얘기를 나눠주면서 미국의 전략적인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성김 대사도 스님이 오전에 많은 분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였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스님은 성김 대사님에게도 영문 번역책 ‘깨달음’을 선물하였습니다.
이어서 한국과로 자리를 옮겨서 한국과의 북한데스크 담당자 및 직원, 그리고 관련 부서 직원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모두들 “이렇게 늘 국무부를 찾아주시고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로 스님의 방문에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스님은 다른 미팅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북한 식량사정, 북한 가뭄 및 홍수피해 등 북한의 상황 전반에 대해서 말씀을 하고, 농업 개혁 등을 포함하여 북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부임한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님이 급한 일로 다른 건물로 출타를 하여 스님을 못뵙게 되었는데, 마침 미팅을 마치고 나오니 램버트 과장님이 급히 들어오면서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 미 국무부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
램버트 과장님은 “맨스필드 프랭크 자뉴찌 소장과 친구인데 스님을 만나라고 한 것을 전달받았는데 다른 업무가 미리 잡혀 있어서 미팅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면서 “다음 번에는 꼭 시간을 내어서 스님에게 한반도 문제 전체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워싱턴DC에서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어제부터 습도가 높고 무더웠는데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통역 봉사를 해 준 제이슨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한 후 헤어졌습니다.
저녁에는 워싱턴DC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와 번영 포럼(PNP)에서 법륜 스님의 워싱턴DC 방문을 기념하여 통일 강연을 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조촐한 통일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은 오후 7시부터 워싱턴DC 지역의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100년을 여는 법륜 스님의 통일이야기’라는 주제로 ‘버지니아 성공회 성십자가 교회’에서 열렸습니다.
강연 전에 PNP포럼 대표인 윤흥로 박사님과 희망연대의 이재수님 부부, 김마리님 등과 같이 행사장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여 식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스님은 차량 뒷자리에 누워서 식당으로 가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고 교통사고도 많이 나서 함께 식사하기로 한 윤흥로 박사님은 바로 행사장으로 가고, 대신에 이재수 선생님 부부가 스님 일행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여 함께 저녁을 먹고 바로 행사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스님은 식사를 대접한 이재수님 부부에게 ‘지금 여기 깨어있기’ 책을 선물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워싱턴정토회 식구들이 비를 맞으면서 주차 안내 봉사를 하며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정말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PNP포럼의 대표인 윤흥로 박사님이 나와 법륜 스님을 초청한 이유를 소개해 주었고, 이어서 사무총장으로 있는 홍덕진 목사님이 법륜 스님을 소개하자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로 걸어나왔습니다.
▲ 스님을 소개하는 윤흥로 박사님
스님은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참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한 후 초청해준 PNP포럼 대표 윤흥로 박사님과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스님은 첫줄에 청소년 삼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자 자발적으로 왔는지, 엄마따라 왔는지 묻기도 하면서 정겹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 삼형제에게 정겹게 인사를 건내는 스님
총 9명이 마이크 앞에 나와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14살된 한 청소년은 조금 서투른 한국말로 “엄마가 스님의 유튜브 즉문즉설을 매일 보고 있는 덕분에 아버지도 없는 가운데 우리를 잘 키워주고 있는 것 같다”며 “스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나왔다”고 인사를 했는데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청소년
특히 오늘은 통일 강연이라서 통일에 대한 질문들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남성 분은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데 과연 우리가 통일을 할 수 있는지, 정부가 통일에 소극적인데 민간이 노력한다고 과연 통일이 될 수 있는지 물었고, 한 어머니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탈북자들을 도우면서 통일에 기여하고 싶어하는데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은지,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 한반도의 통일에 도움이 될지 물었습니다.
다른 분은 한국 사회는 분열이 되어 있는데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기 보다는 스위스처럼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 좋지 않는지, 일본이 군사 대국화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물었고, 또 다른 남성 분은 앞으로 북한과 경제 공동체를 이루어나가야 하는데 지금 북한의 경제 사정은 어떠한지, 남북 경협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지 물었고, 한 여성 분은 어떻게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통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한 어머니는 새로운 100년 책을 읽고 나서 가슴이 뛰었는데 아이들은 그저 그런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 물었고, 연세가 있는 남성 분은 보수 언론이 통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물었고, 젊은 청년 한 명은 한국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사는 것이 많이 힘든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미국 시민권자로서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오늘 강연에 오신 분들 중에는 비록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남북의 통일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미국 시민권자이니까 미국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만약 삼성 주식을 조금 갖고 있으면 삼성에 전화를 해서 ‘내가 주주인데 너희가 경영을 좀 똑바로 해라’ 얘기할 수 있듯이 내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미국 정부나 내가 살고있는 지역의 상원이나 하원에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해서 ‘한반도가 통일될 수 있도록 너희가 역할을 좀 하라’고 건의를 할 수 있겠죠.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미국이 도와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한국이 이렇게 분단이 된 것은 미국의 책임도 동시에 있다. 한국 국민들은 간절히 통일을 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반도의 통일에 기여를 좀 해달라’
이런 건의를 계속 보내고, 선거할 때도 질문자는 의료보험을 얼마나 내는지 이런 것보다는 한반도 정책이 통일에 기여하는 쪽인지 아닌지를 보고 투표를 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다 통일 운동입니다. 이런 작은 티끌들을 모아야 변화가 옵니다. 미국에 있는 시민권자 100만명이 전부 이런 생각을 하도록 한다면 엄청난 정치적 파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들끼리는 조금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큰 방향으로는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잖아요.
적어도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모두 동의를 한다면 미국이 휴전 당사국이니까 종전 선언을 하는 데에 앞장서라고 요구를 할 수 있겠죠. 통일은 우선 내버려 두고서라도 한반도에 적어도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미국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저도 미국까지 와서 영어도 안 되는데 통역까지 대동해서 하루에 여섯 팀을 만나가면서 ‘왜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어제도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을 만나서 이런 얘기를 나누었어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첫째 성공하기도 어렵고, 둘째 성공을 해도 나중에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데 과연 이것이 잘하는 것이냐. 오히려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북한이 이런 점을 우려하니까 그 문제를 미국이 해결해주면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것이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서 미국이 주도한 통일이 되면 통일된 한국이 미국 영향권에 있게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볼 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미국에게 이롭지 않느냐.
만약 북한을 중국이 컨트롤하도록 해주면, 즉 북한이 버티다가 중국 쪽으로 넘어지게 되면, 남쪽은 미국이 관할하게 되고, 북쪽은 중국이 관할하게 되니까 이것은 결과적으로는 제3의 카스라테프트 협약이 되지 않느냐. 필리핀은 미국이 가져가고, 한반도는 일본이 가져가는 제1카스라테프트 협약에 이어서 38선을 기준으로 남북을 소련과 미국이 나눠갖는 제2카스라테프트 협약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북한 핵문제만 해결하면 북한을 중국이 가져가도 좋다는 제3의 협약을 또다시 하려고 하느냐. 그것이 미국에게 과연 이익이 되겠느냐.
미국이 전선을 휴전선에 두겠다고 하는데, 한국이 지금까지 미국에게 의존하고 산 이유는 미국이 북한을 막아주니까 그런 것인데, 이제 북한을 중국이 컨트롤하면 우리가 미국에게 안보적으로 의지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느냐. 지금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교류가 2배가 넘는데 여기에 안보까지 중국이 컨트롤해 준다고 하면 우리가 통일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협상을 해야 된다. 그래서 중국과 협상해서 통일을 하게 되면 결국 통일된 나라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나라가 될 것 아니냐. 왜냐하면 통일을 하려면 한국은 중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니까. 그러면 전선이 대한해협으로 가게 된다. 어떤 것이 너희들에게 이익인지 잘 좀 생각해 봐라.‘
이렇게 미국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너희는 왜 너희 이익만 생각하냐?’ 이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자기 이익을 위하며 사는데 그걸 나무라면 안 되죠. 자기 이익도 못 챙겨먹는 사람이 바보죠. 이렇게 미국의 보수 세력이 설득되어야 한반도 정책도 바뀌는 것 아니겠어요? 한국에 사는 저도 이렇게 미국까지 와서 설득을 하는데 질문자는 미국 시민권자이니까 영어도 할 줄 알고 직접 설득할 수 있잖아요. 저는 통역을 늘 데리고 다녀야 하거든요.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의 이익도 보장하고 한국의 이익도 보장해주는 방안을 찾아서 미국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괜히 한국에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 갖지 말고,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미국이 한반도 정책을 통일 쪽으로 바꾸도록 힘을 쏟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질문자는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큰 소리로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많은 분들이 스님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제는 통일하지 않으면 미·중 사이에서 남한은 미국의 아래에서 북한은 중국의 아래에서 또 다시 지난 100년처럼 분단된 채로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통일을 한다면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서 균형자 역할을 함으로 인해 동아시아 평화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갈등의 중심이 될 것인지, 동아시아 평화의 중심이 될 것인지 그 키는 통일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어떤 대통령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성장은 어렵습니다. 이것은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의 장기 불황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 가고 있습니다. 그 돌파구는 통일 밖에 없습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포용해서 그 양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면 안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남한 사회가 갖고 있는 양극화 문제도 해소해야 합니다. 성장이 안 되는 상태에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많이 가진 사람들의 것을 뺏어야 하는데, 많이 가진 사람들은 내어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부 갈등이 엄청나게 심해집니다. 그러나 성장을 해나가면서 분배 문제를 풀면 지금 가진 것을 내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가질 것을 내어놓으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항이 좀 적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분배 문제도 성장을 하는 과정 속에서 풀어나가야 분배가 용이합니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분배 문제를 다루면 사회적 갈등이 굉장히 심해집니다. 그래서 남한의 발전을 위해서도 통일이 필요하고, 북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통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좋지만 주변국이 손해보는 통일은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용납이 안 됩니다. 우리의 통일이 일본에게도 유리하고, 미국에게도 유리하고, 중국에게도 유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즉 동독과 서독이 유럽 통합의 큰 틀 속에서 통일을 추구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지 주변국에 위협이 되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제 폐쇄적 민족주의는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정체성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웃과 협력 관계로 가는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야지 한미 동맹을 반미로 가져가면 통일은 실현 불가능합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까지 치뤘지만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그런 미국과도 손을 잡고 자주성을 지키려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한미 동맹을 반미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만 우리가 어려운 시기일 때 맺은 한미 동맹은 종속적 한미 동맹이에요. 이제 우리가 어느 정도 커졌으면 자주적 한미 동맹으로 바꾸어야 ?니다. 즉 미국에 대해서 종속적 한미 동맹을 자주적 한미 동맹으로 바꿔나가는 것과 반미를 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것입니다. 한미 동맹은 견고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이제 종속적인 관계를 자주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자주적이냐 종석적이냐의 핵심은 적어도 한미 동맹에 있어서 한반도에서의 이해는 한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중심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는 것으로만 잡아버리면 그것은 한국의 이익과 맞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을 미국에 관철시켜야 하고, 다른 세계 문제는 우리가 미국의 이익에 협력하는 새로운 한미 관계를 적립해 가야 합니다.
그럴려면 남한의 지도자가 자기 정체성과 자주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남한의 지도자는 그 점이 부족합니다. 반면 북한의 지도자는 배타적인 것이 문제죠. 그래서 이제는 융합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굉장히 희망이 있습니다. 그 첫발이 통일코리아를 이룩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통일코리아가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성하는 중심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21세기 말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오게 되고, 그 문명의 중심에 한국이 서 있는 꿈을 우리가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서 한국 사람으로서 기죽고 살지 마세요. 5천년 역사 중에 대륙의 변방에 떨어진 것은 발해 멸망 이후에 딱 천년 밖에 안 됩니다. 지난 4천년 동안은 우리가 동아시아의 중심국가였습니다. 그래서 통일은 이 천년의 한을 푸는 것도 됩니다. 이것은 한국 사람들에게 부족한 자기 정체성을 갖게 해줄 것이며 외국 사람들을 대할 때도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줄 것입니다. 통일을 해야만 이런 열등의식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통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21세기 말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에 한국이 서 있게 되는 꿈을 그려보자는 말씀에 청중들도 가슴이 뛰었는지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많은 분들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습니다.
오늘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있는 날은 스님도 그렇고 스님을 모시고 일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도 모두 힘이 듭니다. 도시를 옮겨가면서 강연을 할 경우에는 차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할 수 있는데 워싱턴DC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 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미팅이 잡히다보니 오늘도 16시간 동안의 일정을 소화하였습니다. 오늘도 휴식 시간이 거의 없이 일정을 보냈기 때문에 강연을 시작하자 마자 스님의 목소리가 탁해지고 갈라졌습니다. 그래도 마이크를 잡자 스님은 다시 기운을 내어 무사히 2시간의 강연을 관중들과 호흡하면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미주 정토회관에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운전 중에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차선도 보이지 않고 정말 위험하였습니다. 회관에 복귀한 후에는 내일 일정을 잠시 공유하고 바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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