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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틀 동안 스님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워싱턴DC의 정계와 학계, 씽크탱크 등에서 일하는 한반도 관련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일정을 갖습니다.
숙소인 워싱턴 미주 정토회관에서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여 5시에 법사님들과 함께 새벽 예불 및 천일결사 기도를 하였습니다. 기도 후에는 원고 교정을 보다가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20분에 바로 워싱턴DC로 출발하였습니다.
▲ 새벽 예불 및 기도
오늘 첫 일정은 9시 30분에 맨스필드 재단 프랭크 쟈뉴찌 소장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출근 시간과 겹치다 보니 길이 많이 막혀 겨우 시간에 맞추어서 미팅 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쟈뉴찌 소장은 스님의 오랜 친구로서 미 국회의 상원에서 조 바이든 의원(현 부통령), 존 케리 의원(현 국무부 장관) 등을 보좌한 민주당의 선임 보좌관이자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전문가입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 및 북핵 문제, 북한의 인도적 지원, 북한 인권 문제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 문제와 관련하여 스님과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 받고 스님에게 자문을 받아 온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 상관이었던 바이든 의원이 부통령이 되고 오바마 2기에 존케리 의원은 국무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국회에서 나와 맨스필드 재단의 소장이 되어서도 스님과 계속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로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만나는 두 분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 프랭크 쟈뉴찌 소장과의 만남
먼저 미국의 대선 분위기 등에 대해 문의를 하고, 현재 미국에서 민주당 쪽에서는 샌더스 의원, 공화당 쪽에서는 트럼프 후보 등이 왜 지지를 받고 있는지, 이런 양극화 현상이 왜 생기는지 등에 대해서 문의하였습니다. 1989년부터 미국의 일반 가정은 임금 상승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어서 국가는 부자가 되었지만 그 부는 상위 1~2%에게로 갔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만스러워하자 공화당과 민주당은 인식은 같이 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른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공화당은 규제를 풀고, 세금을 감면하는 것을 얘기하고, 민주당은 공교육을 강화하고 의료 시설과 복지 분야를 개선하는 것 등 정부한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여서 서민들에게 혜택을 돌리자고 하는데, 원인은 같지만 해결책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이런 얘기들로 대화를 시작해서 미국의 현재 국내 정치상황, 경제상황, 스님이 뉴욕에 도착해서 한국 교민을 만났을 때 교민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경기, 경제 불안감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식량상황, 가뭄피해, 홍수피해, 경제상황, 식량가격변동 등 현재 북한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였습니다.
약 2시간 동안 프랭크 쟈뉴찌 소장과 동북아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 세계의 평화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 미국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미국의 전략에 대해서 스님은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 정부에 계속 압박을 가함으로서 정책을 바꾸거나 정권이 몰락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현 정부가 몰락할 때 어떤 정부가 들어설 것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북한에서는 친중 정권이 들어서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친중 정권이 들어서서 개혁개방 정책을 취하여 경제도 개선되고 인권도 조금 개선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안보 우산과 경제 우산 아래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첫째,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면 중국 해군이 동해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이것은 어쨌든 장기적으로 볼 때 아시아 전체의 안보 문제에 있어서 힘의 균형을 깨거나 갈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중국은 동해로 진출하는 것이 오랜 꿈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나진 선봉에 부두를 하나 장기 임대하여 경제적으로는 길을 하나 뚫었습니다. 현재는 동북 지역에서 나온 석탄을 해로를 통해 상하이로 운반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적인 문제로만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진이 군사 기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이냐를 살펴봐야 합니다. 북한이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면 한국은 더 일본과 미국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첫째,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너무 긴밀히 협력되어 있습니다. 둘째, 지금까지는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막아주었기 때문에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의지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을 콘트롤해 준다면, 한국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점점 더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한국은 어쨌든 계속 통일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통일을 하기 위해 중국과 협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은 통일한국이 중국과 우호관계가 되는 그런 통일한국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한국은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20~30년 뒤를 본다면 이것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올바른 정책이 아닙니다.
저는 미국이 늘 단기적 이익 때문에 장기적 손실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에서 후세인은 물론 독재자입니다. 그러면 후세인을 제거한 지금의 이라크가 그 전보다 얼마나 더 나은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카다피도 독재자입니다. 그러나 카다피가 없는 현재의 리비아가 리비아 국민에게 또 미국에게 더 나은가요? 시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사드 정부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사드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우리는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사실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전체 판을 어그러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무성 관리들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미국 정부에 제안하는 것은 미국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을 포함하지만 핵을 넘어서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핵문제에 있어서는 우선 핵개발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미국과 북한은 충분히 대화가 가능합니다. 일단은 미국이 북한의 체재를 붕괴시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의 집권층은 자기체제만 유지하도록 해주면 오히려 친미세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을 컨트롤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면 통일된 한국이 중국 쪽보다는 비교적 미국 쪽에 근접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처지로 볼 때 일본처럼 한국이 중국에 적대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미국에 근접한 나라로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한반도의 통일 정책은 한국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핵무기는 통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폐기해야 합니다. 현재 상태에서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게 되면 북한의 핵문제는 아직은 큰 위협이 안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핵개발을 계속 방치하게 되면 핵물질의 양과 핵기술이 빠른 속도로 증대되어 위험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현재의 북한 내 민족주의 세력이 계속 북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 저는 위험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중국, 미국, 한국의 삼자가 다 이렇게 북한을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넘어지면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져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중국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80~90퍼센트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중국에 좋은 일을 시켜주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제제에 동참해준다고 좋아합니다. 중국은 미국이 더 강하게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해주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 정책은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며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동아시아 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 특히 한반도 전략에 대해서 수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북한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버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핵문제의 위험이 점점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에 버티지 못하고 변화가 온다면 그것은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친중 정부 쪽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사실은 어느 쪽이 되든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국 쪽은 아마 북한 정부가 개방 쪽으로 정책을 바꾸든지 아니면 체제 변화를 하는 것까지도 염두에 둘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도 북한이 워낙 강경한 세력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정부에게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한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 편을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 중심으로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듯한 태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지금 굉장히 고무되어 있습니다. 중국 정부와 협의를 해서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굉장히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드 배치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드 배치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지만 누구나 다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결정이 되면 한국은 중국과 굉장히 어려운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첫째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 입니다. 둘째는 중국이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중국은 북한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원하는 그런 통일은 훨씬 더 힘들어지게 될 것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쉽게 사드 문제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사드에 대한 경비를 한국 정부가 지불하고 콘트롤은 미국이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여기에 동의하지만 한국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아직은 잘 버텨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압박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한국 안에는 좀 더 민족주의 세력이 강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미사일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을 수 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 압박이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이것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일반 국민들에게 반미 감정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압박을 조금 늦추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이해는 대부분 일치했지만 이런 문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한국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 접근해야지 모든 것을 미국의 이익에만 맞추어서 움직이게 되면 결국에는 한미 관계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일 간의 군사협력도 한국 국민이 흔쾌히 내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한국도 일본도 내 친구이니 너희들도 친구하면 좋겠다는 것인데 현재는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한일은 과거에 원한이 있었던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에 미국은 각자 따로따로 관계를 맺으면서 다르게 접근해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후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통일된 한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됩니다. 그런데 분단된 한국은 분단된 상태에서 과거에 적이었던 일본과 손을 잡고 동족인 북한을 적대하는 것이 미국이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한국 국민의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어렵고, 또한 한국 국민들의 정서상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통일된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미일 동맹 체제에 한국을 집어넣을려고 하는 것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결국 38선이 미국과 중국의 힘의 전선이 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니 압록강-두만강이 전선이 되든지, 대한해협이 전선이 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이 둘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북한을 포용하게 되면 압록강-두만강이 전선이 될것이고, 북한을 중국 쪽으로 밀어주게 되면 전선은 대한해협이 될 것입니다. 38선을 전선으로 잡겠다는 것은 현실 가능성도 없고 한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미국이 조금 더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동아시아 및 한반도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말씀이였습니다. 프랭크 쟈뉴찌 소장도 스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중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아주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스님의 압록강-두만강 또는 대한해협 전선은 미국에 있어서 아주 강력한 주장이 될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 장시간 동안의 회담을 마치면서 다음 번에는 더 나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취해보자고 하였습니다. 이어 스님은 영문으로 번역된 깨달음 책을 선물하고 다음 미팅을 기약하면서 인사를 한 후 다음 미팅 장소인 NCNK(전미북한위원회)에 도착하였습니다.
전미북한위원회(NCNK)에서는 한반도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오찬을 겸한 라운드 테이블 미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행사 시간인 12시에 맞춰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고, 사무총장인 키쓰 루스(Keith Luse)님이 반갑게 스님을 맞이하였습니다. 키쓰 루스 총장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리처드 루거 공화당 상원의원의 동아시아 정책 선임 보좌관을 지낸 아시아 전문가입니다.
지난해 7월에 NCNK의 사무총장이 된 키쓰 루스 님은 "사무총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스님을 모시고 NCNK에서 라운드 테이블 미팅을 가지게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였고 스님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 전미북한위원회(NCNK) 키쓰 루스 사무총장
키쓰 루스 님은 15여년 전에 앤드류 나찌오스 처장님의 소개로 USAID(미 국제개발처)에서 스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스님은 북한의 기아 상태 및 북한의 식량문제를 국제사회로 알리면서 USAID 및 미국 사회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이해가 깊어지도록 하였고, USAID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분이라고 스님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의회에 있을 때 의회, 서울, 베이징 등에서 스님을 만나왔고 오늘 여기에서도 스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미팅에는 약 20여명 정도가 모였는데 국무부 뿐만 아니라 워싱턴DC에 있는 여러 싱크탱크 및 NGO등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하였습니다.
▲ 국무부 및 워싱턴DC에 있는 여러 싱크탱크 및 NGO 관계자들과의 미팅
스님은 초대하여 준 키스 루쓰 사무총장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북한의 농업식량 상황, 최근의 북한 홍수(라진선봉 지역) 피해상황, 가뭄에 의한 황해남북도의 식량사정의 어려움, 식량가격변동 등에 대해 발표한 뒤 인권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 및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를 망라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1시간 30분 동안의 미팅을 마무리하며 스님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화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의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욕설하고 비판하면서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저는 이것은 독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가치관에서 보면 북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상황과 처지에 대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1차적으로 어디까지 타협이 가능한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인권문제를 보면 첫째, 북한도 국제인권선언에 서명했으니 그것에 근거하여 북한의 법률에 어떤 부족함이 있는지를 우리가 정확하게 제기하여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도 하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북한 법에도 인권이 보장되도록 되어있는데 실제로 북한이 법을 적용할 때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때 너희들 법에 규정된 것을 제대로 지켜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니 이것도 대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의 헌법이든, 형법이든 인쇄를 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것을 보게 된다면 법이 현실에서 실행이 안 되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관리에게 항의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검찰이나 경찰이나 범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법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폭력적입니다. 이 사람들을 교양시키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북한과 협의하여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법에 보장된 인권을 지키도록 훈련시키는 프로그램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안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접근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북한인권운동는 북한인권이 열악하다는 것을 북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발전이 안 됩니다. 북한 안에 어떤 변화를 가져 와야 합니다. 안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북한 정부와 인권문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인권을 억압하는 중요한 이유가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입니다. 국가이익, 국가안보라는 측면에서 인권침해를 부당하게 겪고 있으면서도 항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인권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소리친다고 개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북한인권이 개선되도록 먼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인권을 개선할 것인지 스님은 하나하나 문제를 짚어가면서 말해 주었습니다. 참가한 모든 분들이 큰 박수로 스님에게 감사를 표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번 모임을 주최해 준 키쓰 루스 소장님과 프로그램 오피서 댄 워츠 님에게 영문 깨달음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오늘 이 모임에는 비교적 소장파들이 참석을 하였는데 스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면서 몇몇 분들은 스님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곧이어 다음 미팅이 있어서 인사를 하고 바로 나왔습니다.
다음 일정은 WFP(세계식량기구)의 워싱턴 소장으로 있는 존브라우쓰 소장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이전 미팅 장소인 NCNK와 2블럭 정도 떨어져 있어서 워싱턴DC의 가을도 즐길 겸하여 걸어갔습니다. 아직 햇빛이 강렬해 날씨는 덥기까지 했지만 길가 곳곳에 국화가 피어있어 가을 정취가 흠뻑 났습니다.
▲ 워싱턴DC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스님
존 브라우스 소장님은 USAID(미 국제개발처)의 아시아 개발 책임자로서 오랫동안 대북지원 문제에 관여를 해오고 있는 분입니다. 소장님 역시 스님과 오랜 기간 미팅을 가져온 친구로서 스님을 뵙자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 USAID(미 국제개발처) 존 브라우스 소장님
두 분은 먼저 시리아, 예맨, 수단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특히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시리아 난민 문제에서 시작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 이야기 주제는 다른 지리적 공간들로 확장되며 시공간을 아우르는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였고, 브라우스 소장님은 최근 북한 주민들의 경제활동이나 투자 등 주민들의 생활상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들을 했습니다.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일하는 분이다 보니 안보, 인권, 핵문제가 아닌 실제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라고 말하는데 왠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기본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해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가진 두 분의 전문가들이 나누는 깊이 있는 대화에서는 연륜과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미팅을 마치며 영문으로 번역된 스님의 '깨달음' 책을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상황이 좋아지면 평양에 같이 한 번 가자"고 웃으며 제안했고, 소장님은 "그러자"고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오후 3시 15분에 미팅을 마치고 주차장까지 걸어가서 차를 타고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 워싱턴DC의 길거리에 핀 국화
다음은 존스 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교 한미연구소에서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의 동북아 담당 국장이었던 존 메릴 박사님과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존 메릴 박사는 1980년대 후반 레이건 행정부 때 국무부에 들어가 작년에 은퇴했고 스님과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의 비판자이며, 2·29 합의가 북한의 위성 발사로 깨진 뒤에도 미국 정부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이 북한과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스님과 미팅을 한 분들은 모두 오랜 친구 관계인 분들이었습니다. 메릴 박사님도 스님을 만나자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생활이 어떤지 스님이 묻자 워싱턴DC에 있는 몇 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두 분은 현재 미국의 대선 분위기, 한반도 정책, 대 중국 정책,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사드 배치 문제 등 여러 주제에 대해 1시간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존 메릴 박사님이 사찰 음식에 관심을 보이자 스님은 "10월에 한국에 오시면 사찰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문 '깨달음' 책과 '일상에서 깨어있기' 책을 선물하고 다음 미팅을 기약하면서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 존 메릴 박사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의 동북아 담당 국장)
오늘 통역 자원봉사를 한 제이슨을 직장으로 바래다 주고, 다음은 특파원들과의 모임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스님은 미국 방문 시 워싱턴DC 주재 특파원들과의 미팅을 지속적으로 갖고 그 동안의 미국과 한반도의 정치 및 사회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님은 추석 연휴 잘 보냈냐고 하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시진핑 주석과 프란시스코 교황의 미국 방문과 내년 미국 대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년 전 간담회에서 선물로 준 '인생수업' 책이 쉽고 편안하게 잘 읽혔다는 분도 있었고, 정치, 경제, 역사 등 다방면으로 지식과 지혜를 갖고 있는 스님의 통찰력에 놀라워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미국에 나와있는 특파원들을 격려해주면서 “일상에서 깨어있기”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약 14시간 동안의 연속된 미팅 일정을 모두 마치고 워싱턴 미주 정토회관으로 복귀하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내일 아침 일찍 있는 조찬 모임을 위해 바로 휴식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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