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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해외정토회 명상수련 마지막 날입니다. 스님은 수련 일정에 맞춰 새벽 4시에 기상하여 4시 30분부터 수련생들과 함께 새벽 명상을 을 한 뒤 5시 30분부터 예불을 드리고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 중에는 수련을 잘 마친 수련생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4박 5일간의 명상수련은 새벽 4시 반부터 밤 10시 넘어 까지 새벽 예불과 기도 시간, 그리고 공양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일 명상과 휴식이 반복되는 집중적인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수련생들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며 명상 지도를 해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중 정진을 마치면 저녁에는 각각 다른 주제로 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수련생들은 매일 저녁 명상에 대한 법문, 12연기에 대한 법문, 명상에 관한 즉문즉설 등을 들으며 빡빡한 수련 일정에 힘든 몸과 마음을 위로받기도 하고 차분하고 맑아진 마음가짐으로 지혜를 얻기도 했습니다.
감각에 깨어있기 위해 아주 적은 양의 식사만 하는 수련생들과 마찬가지로 스님은 반주먹 크기의 찰밥과 강된장, 야채 조금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수련 마지막 날이라 4일 만에 자유배식을 하며 묵언을 풀고 주위 사람들과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각자 느낀 점을 나누는 소감문 공유 시간은 차분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 유타 주에서 오신 제럿 힐리스님의 소감문 발표
맨하탄 법당에서 온 한인 2세 참가자는 영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소감문을 읽었습니다.
▲ 영어로 소감문을 말하고 있는 한인 2세 참가자
스님은 수련 일정 동안 수고해준 바라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 명상수련 바라지 분들. 앞줄 왼쪽부터 현지 실무지원 총괄 임금이님, 사진촬영 임선희님, 명상수련 전체진행 덕생 법사님, 뒷줄 왼쪽부터 공양바라지 묘덕 법사님, 준비지원 김요셉님, 공양바라지 무변심 법사님, 공양팀장 차효순 뉴욕 정토회 대표님, 음향 담당 김명님, 공양바라지 최말순님, 실무총괄 이정인님, 준비지원 및 음향 지원 강희승님. 사진에는 빠졌지만 공양바라지 김명호님과 진행 돕는이 김지현님도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어진 회향식에서 스님은 대념처경의 마지막 결요 부분을 읽고 회향법문을 시작했습니다.
"7년을 못하면 6년, 6년을 못하면 5년, 한 달을 못하면 보름, 보름을 못하면 7일이라도 수행을 하면 열반의 경지에 증득할 수도 있다고 대념처경에 적혀 있죠. 그러니 우리는 이번에 4일쯤 했으니 열반을 증득하지 못했다고 섭섭해 할 필요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날짜가 모자랐어요. (대중들 큰 웃음)
어떤 사람은 7일 해서도 되고, 어떤 사람은 보름, 어떤 사람은 7년을 해서 증득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면허증처럼 일단 따면 한 번에 딴 사람이든 일곱번 만에 딴 사람이든 따고 나면 똑같아요. 다른 이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가 좋을까요? 여러 번 만에 따는 게 좋겠지요. 왜냐하면 왜 안 되는지를 잘 아니까요. 그러니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 할 수가 없어요. 스님은 지진아니까 이렇게 잘 가르칩니다. 왜 안 되는 지를 잘 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알아요. (대중들 웃음)
이렇게 만 4일이 채 못되는 시간 동안 정진을 했습니다. 이제 정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정진을 꾸준히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는 거에요. 아예 중간에 가버린 그런 사람 빼고는 어쨌든 시작부터 끝까지 안 빠지고 했다면 내내 다리만 아팠다고 해도 그것으로 공덕이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휴식이 되었습니다. 손가락도 까딱 안하고 있었잖아요? 누워서도 자고 앉아서도 자고 푹 쉬었어요. 보통 휴가 기간이 되면 등산, 해수욕, 카지노, 술, 담배 등을 하면서 중노동을 하는데, 명상수련 하면서는 음식은 적게 먹지, 잠은 실컷 자지, 휴식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어요. 아무 것도 못했다 하더라도 충분한 휴식이 되었습니다.
둘째, 조금이라도 해봤습니다. 흉내라도 내보니 ‘수행하고 명상하니까 머리가 가벼워질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더라’, ‘다리가 엄청나게 아프더라’, ‘명상 포스터 보면 이렇게 앉아 있는게 보기 좋은데 보기 좋은 게 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 이런 걸 알았어요. 명상을 해보니까 이렇게 앉아만 있는 것보다는 숫제 일하는 게 낫죠? 그래서 체득한 것은 ‘일하는 걸 겁낼 필요가 없다’ 이거에요.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가 아플 때는 앉아 있는 것보다 절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죠. 앉아 있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잖아요. 그러니 ‘일하는 게 꼭 나쁜 게 아니고 신선놀음이 꼭 좋은 게 아니다’, ‘천당보다 어쩌면 이 세상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남 보기에 좋은 것과 실제로 좋은 것은 다르다’ 이런 것만 알아도 큰 깨달음이에요.
셋째, 일단 기초는 배웠어요. 즉, 앉아 있다고 명상이 아닙니다. 서두르거나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해야 합니다. 멍청한 상태가 아니라 또렷이 깨어있어야 합니다. 영화를 보듯 머리 속에서 망상을 피우는데 영화만 보면서 살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건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일과 오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는 게 뭐에요? 우리는 부모 때문에, 남편 때문에, 아내 때문에, 세상 때문에 살거나, 바쁘게 쫓기면서 삽니다. 사실은 쫓길 것도 없고 내 인생을 내가 살아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수처작주라고 합니다. 어디에 처하든지 자기 중심이 서야 합니다. 예수님은 세 가지 비유를 드셨죠.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라', '겉옷을 내달라면 속옷까지 내줘라',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뺨까지 내밀어라'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서 주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인생을 남을 위해서 산다고 생각하는데 남을 위하는 것이 아니에요. 남을 위하는 것이 사실은 나를 위한 것입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삶 말고 진정 내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을 위한다고 너무 애쓸 것도 없어요. 결과가 이뤄지고 안 이뤄지고, 내가 해주고 못해주고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태어나서 살고 있다면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게 좋고, 남을 해치기 보단 남을 도와주고 사는 게 나에게 이롭습니다.
이제 기본은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니 집에 가서도 틈틈이 하세요.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하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욕심이에요. 수련에서 보다 더 잘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까먹느냐에요. 집에 돌아가서 아주 잘하면 이걸 현재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을 정도에요. 그러나 이걸 다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을 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니 50%쯤 유지하고 내년에 다시 하면 150%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정진을 하세요.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제일 좋아요. 매일 기도할 때 10분 명상을 20분에서 30분까지 늘여본다. 아니면 눈 뜨자마자 명상을 먼저 하고 기도를 하든지 그렇게 꾸준히 해 나가면 좋습니다. 주말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한 시간 정도 하면 좋고요.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상이 되도록 하면 좋습니다. 명상한다고 일부러 법복 바지 사서 입고 그러지 말고요. 옷이나 장식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회사생활 하면서 머리 복잡하고 짜증이 나면 억누르지 말고 자리를 옮겨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호흡을 알아차리면서 가야 합니다. 여기도 저기도 너도 나도 아니고 호흡만 존재하는 걸 경험하는 거에요. 저 사람이 저렇게 하는 것도 저 사람의 업이에요. 나를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게 그 사람의 성질이에요. 다람쥐 보듯이 보자. 마음을 안정시켜서 업무에 복귀하고, 안정시켜서 또 업무에 복귀하고, 고치려고 하면 계속 더 일어나거든요. 먼지 없앤다고 계속 빗자루질 하면 먼지가 더 일어나듯이 해결이 잘 안되면 잠시 돌아앉아서 진정시켜가며 하면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내려가서 어떡하냐 걱정들이 있는데 수련 마치고 나가면서 그 동안 잘 못 먹었다고 햄버거 큰 거 사먹고 그러면 그건 뭘 말하는 거에요? 욕구를 억압했기 때문에 용수철처럼 튀면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적게 먹으니 좋잖아요. 평소 먹는 것의 절반 정도 먹었어요. 평소 하던 것 만큼 군것질을 안 했으니 절반 정도 먹었을 거에요. 평소 양의 절반 정도 먹으면 좋습니다. 소식이 건강에 좋아요. 내려가서 한꺼번에 식사양을 늘리지 말고 일주일쯤 진정시켜서 해봅니다. 혼자서라도 해야 합니다. 명상할 때 죽비 친다고 다리를 확 풀면 그동안 참았던 것 밖에 안 됩니다. 다리를 풀어도 되지만 30초쯤 있다가 푸는 게 좋고, 음식을 먹어도 되지만 좀 진정했다 먹는 게 좋습니다.
명상도 수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첫날은 집에 가면 잠이 잘 안 와요. 그렇다고 밤새 일하고 그러면 안 됩니다. 잠이 안 와도 자줘야 합니다. 잠이 안 오면 와선을 하고, 잠들면 자야지 과로를 하면 안 됩니다. 과로를 하면 비효율적이에요. 과로하지 않고 건강 유지를 잘 하도록 하세요. 그럼 내년에 또 만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스님의 자비로운 법문이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회향식 마친 수련생들은 한층 밝아진 얼굴로 스님에게 인사를 했고 스님도 악수를 해주며 세계 각지로 귀가하는 수련생들을 배웅했습니다.
이상 명상수련 일정을 마치고 불교대학 수계식과 졸업식, 그리고 해외정토행자대회 전야제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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