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9.9 강릉 통일의병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강릉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릉문화예술관에서 강연했습니다. 

 

어젯밤 새벽 2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새벽 4시에 대중들보다 일찍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6시 30분에는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가졌고, 오후 3시에는 서울을 출발하여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강연이 열리는 강릉문화예술관에는 오후 6시가 다 되어 도착했습니다. 

 


▲ 오늘 강연이 열린 강릉문화예술관

 

스님은 입구에서부터 안내 푯말을 들고 있는 봉사자부터 시작해 한 명 한 명에게 환한 웃음으로 악수를 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6시 30분부터는 대기실에서 강릉 지역 통일의병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일의병’ 모임은 전국적으로 확대가 되고 있는데 강릉에서도 처음으로 통일의병 모임이 생긴 것입니다. 이번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난 분들인데, 단순히 자원봉사만 할 것이 아니라 스님과 간담회를 가지는 것이 더 의미있겠다 싶어서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 강릉 지역 통일의병들과의 간담회

 

먼저 스님은 통일의병 모임을 만든 이유와 오늘 강연의 취지에 대해 소개한 후 무엇보다 지금 이 시기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한국 국민들이 통일 지향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 운동을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묻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통일은 국민들의 행복에 직결되는 문제인데, 결국 통일운동은 통일 노래 부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공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행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통일이라는 것 자체의 성격이 정치적이고 군사적이고 외교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정부가 하는 것이지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예요. 민간에서 제가 지난 20년간 해보니까 그래요. 미국 가서 민간 외교도 해보고 일본 전문가들과도 대화해 봤지만 결국에는 정부가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이 통일운동에 ‘의병’이란 말이 붙은 데는 그런 이유도 좀 있습니다. 일반 시민단체의 수준으로는 안 돼요. 정치적이고 군사적이고 경제적이고 외교적인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지금 우리 주변에서 통일을 가장 원하는 게 누구일까요? 미국일까요? 제가 미국에 가서 토론해보니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지금 한국 통일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견제할 거냐에 관심이 있어요. 중국은 자기들의 힘에 걸맞는 외교적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심이 있지, 한국 통일 문제에 관심이 있지는 않습니다. 일본은 패전국가로서의 멍에를 이참에 어떻게 벗어던지고 정상국가화 하느냐, 온통 여기에 관심이 쏠려 있어요. 러시아는 자기들의 잃어버린 패권을 그나마 어떻게 좀 회복해서 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냐에 관심이 있어요. 북한은 입으로는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지금 체제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자기 체제를 지켜내느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동아시아 주변국들 중에서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서 정말 관심을 가지고 또 통일을 추진할만한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할 능력은 되는데 통일할 의향이 없어요. 국민이든 정치인이든 통일이 중요하다고 자각해서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여요. 그래서 지금 정부의 외교도 좀 갈팡질팡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정부를 강력하게 견인해서 그런 역할을 하게 하든지, 다른 하나는 그게 도저히 현 정부에서 안 된다면 다음 정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정부로 구성을 해야 합니다. 그때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적인 판단, 여니 야니 하는 판단을 넘어서서 통일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적격자가 현실적으로 누구이며 어떤 세력이냐를 우리 국민들이 가장 큰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통일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갖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설명을 들으니 스님이 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렇게 통일 강연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가 더욱더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강릉 지역 통일의병들이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했습니다. 한 분은 통일의병이 되면 언제부터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아주 간단한 운동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통일의병 모집 기간이에요. 오늘 강연이 끝나면 강릉에서도 통일시민학교가 열리는데 이걸 수료하면 통일의병이 될 수 있어요. 통일의병이 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통일 앞에는 반드시 ‘평화적’이라는 말을 붙여야 합니다. 평화적이지 않은 통일을 가끔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래서 평화와 통일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확산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확산된 것이 결집되는 것은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을 뽑을 때 반통일 세력을 뽑지 말고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무소속이든 이런 건 따지지 말고 누가 가장 통일을 추진할 사람인지를 보고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분명히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왕이 통치하는 국가의 신민이 아니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재민의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책임의식을 좀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운동은 독립운동처럼 총 들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민주화운동처럼 화염병 들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손가락만 들고 여기 찍을거냐 저기 찍을거냐만 잘 하도록 해서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손가락만 잘 들면 되는 운동이라는 말씀에 모두들 웃음을 띠었습니다. 질의응답을 계속 주고 받다가 강연 시작 시간인 7시가 다 되어 다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에 이어서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강연장 뒤쪽에는 빈자리가 많이 있었는데, 스님은 빈자리를 보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즉문즉설을 하면 강당이 미어터지는데, 통일 이야기라는 주제를 붙였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안 와요? 그만큼 우리 개인의 인생이 고달프다는 이야기겠죠. 개인의 문제에 너무 빠져 있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적거리는 즉문즉설 강연장과 많이 대비되기는 했지만 스님은 웃음을 띠며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와준 사람들을 위해 더욱더 애정을 갖고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승려의 직분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여러분들 개인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개인을 넘어서서 지금 우리 나라가 처한 현실을 힘을 합쳐서 좀 바꾸게 된다면 개인들의 문제도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오늘은 주로 그런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주관하는 단체가 정토회였지만, 오늘은 주관하는 단체가 통일의병입니다. 질문하시는 분들이야 이 단체가 주관했든 저 단체가 주관했든 상관없이 자기 물을 거 물으면 되지만 오늘은 저를 초청한 단체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반영해서 나라의 문제, 민족의 문제, 우리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좀 더 비중을 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이해해주시고 질문을 해주십시오.”

 

사회 문제에 대해 비중을 두고 질문을 해달라는 제안만 간단히 하고, 평소와는 달리 여는 이야기는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어떤 여성분은 사람들은 왜 단체로 모여서 서로 어울려 살아야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한 청년은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싸우고 헤어졌는데 여자친구가 지금도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이 걱정되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고민이라고 물었고, 또 다른 청년은 출가를 하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주위의 반대가 심해서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물었고, 한 남성 분은 앞으로 성공을 못할 것 같고 고립이 될 것 같고 모든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물었고, 자살 예방 강연을 다니고 있다는 남성분은 통일이 되면 더 많은 낙오자가 생길텐데 통일 이후에 이런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한 남성 분은 통일이 되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고, 소시민들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통일이 되면 남북한 주민들 간의 정서적인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개인의 수행적 관점 뿐만 아니라 사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까지 함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까 벌써 통일이 내일이라도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동서 갈등도 심한 상태인데 통일이 되고 나면 남북 간의 정서적인 갈등도 엄청날 것 같아요. 저는 가끔 해외여행을 하다가 북한 말씨 쓰는 분들을 한 번씩 만나면 무서운 느낌을 받습니다. 미국이나 아프리카 사람도 두렵지 않은데 정작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이 무섭고, 말도 못 걸겠어요. 통일이 되면 자주 왕래하게 될 텐데 북한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까요? 무조건 포용하고 화합할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만나지 않을 수도 없잖아요. 이렇게 정서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외동이에요, 형제가 있어요?”

 

“형제가 많아요. 언니도 있고요.”

 

“자랄 때 한 집 한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어요, 없었어요?”

 

“많았죠.”

 

“그래요. 한 집에 살아도 갈등이 있듯이, 남한 안에도 전라도, 경상도 갈등이 있고 수도권, 비수도권 갈등이 있지요. 결혼하셨죠? 다른 집에서 자란 남자와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어때요? 형제 간의 정서적인 갈등과 남편과의 정서적 갈등 중 어느 게 더 해결하는데 쉽거나 어려웠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요.”

 


 

“남편이 더 어려웠어요.”

 

“당연하지요. 한 집에서 자란 사람과도 갈등이 있는데, 다른 집에서 자란 사람과는 당연히 갈등이 더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결혼해요? 결혼하면 갈등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결혼하면 실패합니다. 한집에서 자란 형제 간에도 갈등이 있는데, 남의 집에서 자란 남자나 여자와 같이 살면서 어떻게 갈등이 없겠어요? 그런데도 왜 결혼합니까? 갈등이 없는 결혼을 원해서가 아닙니다. 갈등이 있긴 해도 그 갈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갈등이 겁이 나서 결혼을 안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것처럼 남북 간에는 당연히 통일하면 갈등이 있습니다. 지금 경상도, 전라도 사이의 갈등보다 더 클 거예요. 그러나 그것이 통일을 안 할 이유는 아니에요. 그것은 극복 대상이죠.”

 

“그렇긴 한데요, 좀 더 우리가 지혜롭게 극복하려면...”

 

“갈등이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덜 하면 낫겠지요? 갈등을 줄이는 방법은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 자란 사람의 성질, 기호, 취미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갈등이 좀 적어지고, 반대로 그걸 전부 내 식대로 하려고 하면 갈등이 증폭됩니다. 그래서 제가 법문할 때 늘 ‘고치려 들지 말고 인정하고 살아라. 그러면 갈등이 좀 줄어든다’고 하잖아요. 

 

남북 간에도 이게 필요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요. 한국도 지역 갈등이 심한 이유가 지금 모든 권력을 중앙이 다 쥐고 있어서 그래요. 돈도 마찬가지고요. 전라도 사람이 중앙 권력을 잡으면 전라도가 이익이 되고, 경상도 사람이 중앙 권력을 잡으면 경상도의 이익이 되니까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죠. 여기 강원도처럼 인구가 얼마 안 되는 곳은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하잖아요. (청중들 웃음) 

 


 

그러니 이 권력을 지방으로 ‘너희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나누어 주자는 거예요. 충청도 사람, 경상도 사람, 강원도 사람에게 줘버리자는 겁니다. 중앙 권력은 외교, 안보, 국방, 통일만 중앙에서 관장하고 나머지 권력은 모두 지방에 나눠주는 거예요. 지금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어떻게 돼요? 군이든 도든 자립도가 별로 크지 않아요. 세금을 모두 중앙정부가 거둬서 나눠주니까, 도지사든 시장이든 중앙 정부에 가서 늘 고개 숙이고 빌고 로비해서 가져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부정부패가 생기는 거예요. 

 

이런 조세정책을 바꾸어서 이러저러한 세금은 지방에서 걷도록 권한을 넘겨주면 돼요. 준 연방제 수준까지 되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조례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는 주법(州法)이라는 게 있어요. 예컨대 강원도는 강원도 사람끼리 모여서 도의 법률을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 제정할 권한을 주는 거예요. 

 


 

이렇게 해보면 어떤 지방은 발전하는 곳이 있고 어떤 지방은 좀 처지는 데가 있겠죠? 그러면 중앙정부가 중앙의 세금을 가지고 처지는 쪽을 조금 도와주면 돼요. 이게 균형발전이에요. 그런데 지금 정부가 생각하는 균형발전은 모든 권한을 중앙이 쥐고 중앙이 돈을 지방으로 배분해주는 것 같아요. ‘한국전력은 광주로 가라’, ‘뭐는 강원도로 가라’ 이런 식이 되니까 서로 가져가려고 물고 차며 싸우잖아요. 돈이 다 중앙에 있기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옛날에 남자가 첩을 두셋씩 두면 왜 여자들이 서로 질투했겠어요? 남자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니 그래요. 여성이라는 신체 구조나 특성 때문에 질투가 생기는 게 아니에요. 내 운명을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왕을 두고 신하들 사이에 서로 질투하는 이야기를 많이 봤잖아요. 왕에게 잘 보여야 되니까요. 

 

그런데 권한을 나눠 줘버리면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없어요. 전라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결정하면 되고, 싸우더라도 자기들끼리 싸우니까 지역과 지역 간의 갈등까지는 가지 않잖아요. 여기서도 시장 뽑으려면 면끼리, 혹은 읍끼리 싸우잖아요. 도지사를 뽑으려면 군끼리, 혹은 시끼리 싸우잖아요. 대통령을 뽑으려면 지방끼리 싸우는 것처럼요. 이건 누구에게나 다 있는 일이에요. 그걸 나쁘다고 보면 안 돼요. 인간 존재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자치권을 강화시켜버리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자치권 강화는 통일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좋아요. 북한과 남한이라는 두 덩어리를 합치면 북한은 남한의 이등국민이 되어버리지만, 남한을 이렇게 연방제처럼 만들어버리면 북한이 앞으로 통일코리아에 들어올 때 북한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함경도가 들어오고 황해도가 들어오고 평안도가 들어오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그 권한을 줘버린다고 생각해봐요. 국가적인 것 빼고는 권한을 다 줘서, 자기들끼리 정당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해결 보도록 하면 돼요. 분단되어 있는 강원도만 하나로 합쳐서 통일강원도를 만드는 게 문제겠지요. (대중들 웃음) 다른 곳은 굳이 하나를 만들 필요 없어요. 

 


 

이렇게 권리를 내어주고 통합을 하면 이 갈등이 훨씬 완화되고, 북한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훨씬 적어집니다. 

 

그래서 통일은 남북연방제가 아니라 다연방제, 8도연방제 방향으로 가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남한 안에 민주주의도 심화시킬 수 있고 통일도 훨씬 쉬워져요.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통일 자금이 많이 든다고 해서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금이 들기는 듭니다. 그런데 이건 소비 자금이 아니라 투자 자금이에요. 철도 놓고 시설 세우는 건 모두 투자예요. 투자는 돈이 모자라면 빌려와도 돼요. 해외에 돈 많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통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통일을 반대한다는 건 통일 못하게끔 겁주는 거예요. 그건 다 투자 자금이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북한 사람들 먹여 살릴 양식 주려면 돈이 든다고 하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인건비를 100만원, 200만원을 줘야 할 때 북한 사람은 15만원 줘도 된다면 이 값싼 노동력은 어마어마한 재산이에요. 북한의 지하자원이나 값싼 노동력 이런 것들 자체가 어마어마한 자산입니다. 이렇게 통일이 되면 우리의 국력이 확 달라져요. 

 


 

그런데 문제는 남쪽의 권력자는 북쪽을 굴복시켜서 통일하고 싶어 하고, 북쪽은 굴복당하기 싫어 한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거꾸로 북쪽이 남쪽을 굴복시키려 했고 남쪽이 죽어도 굴복하기 싫어했잖아요. 이렇게 권력이 너무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이걸 서로 차지하려고 둘이 싸우니까 통일이 어려운 거예요. 이걸 없애버리면 통일이 훨씬 쉬워져요.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민주주의도 심화하고, 경제 민주화며 공정사회도 이루어나가려면 정치적으로도 분권이 필요해요. 

 

다음으로는 다당제가 되어야 해요. 다시 말해 권력이 분산되어야 해요. 대통령 혼자 권력을 다 갖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안 돼요. 총리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장관들이 자기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하면 큰 사고가 났을 때 장관만 바꾸면 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이 너무 작아요. 대통령이 왕이나 다름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헌법을 바꿔서 국가 시스템을 재편해줘야 해요. 어떤 개인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제도가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헌법 개정을 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하니까 지금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길이 있는데, 절대 권력을 가진 남북의 두 집단이 어떻게 합의해서 통일할 거냐를 놓고 겨루면서 서로 안 지려고 드니까 문제예요. 만약 우리 대통령이 조금만 양보하면 남쪽에서는 북한한테 끌려다닌다고 난리가 나요. 북쪽도 남쪽에 약간 기가 죽는다 싶으면 북한 내부에서 난리가 나겠죠. ‘젊은 놈이 영 패기가 없다’고 불만을 살 거예요. 그러니 더 세게 나가야 되는 거예요. 한번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잘라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저만하면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건 그렇게 싸울만한 일이 아니에요. 지난 번에 금방이라도 전쟁을 할 듯이 갔던 이유는 누구도 물러서면 자기 쪽에서 지지받기가 어려우니까 그래요. 그 사이에서 백성만 죽어나는 겁니다. 이런 것이 분단의 폐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야 합니다. 통일이 그냥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란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통일이 우리와는 관계없는 문제인 양 생각해요. 

 


 

그러니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다음 선거 때 투표기준을 잘 잡아주십시오. 여기 강원도에 뭘 유치해주고 뭘 해주고 이런 데 너무 현혹되지 마시고, 그것보다 통일 정책이 가장 중요해요.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정책을 갖는다면 경제도 성장할 거예요. 통일 빼고 경제를 얘기하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렇게는 성장이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 평화적 통일 정책을 좀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아달라, 이것을 확산시키는 운동을 하자, 이게 통일의병의 취지입니다. 

 

오늘 강의를 듣고 ‘아, 과연 통일이 중요하구나’ 해도 제 말만 듣고 금방 활동할 수는 없잖아요. 좀 더 자세히 공부해야 하겠죠? 그래서 통일시민학교가 열리니까 참가해서 공부를 한번 해보세요.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됩니다. ‘이게 정말 중요하구나. 정말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통일이 필요하구나’ 이렇게 공감하면 여러분도 통일의병이 되어주시고요. 독립군은 총 들고 싸웠고 민주투사는 돌멩이 들고 싸웠지만 통일의병은 손가락만 들고 나가면 됩니다. 이쪽 찍을지 저쪽 찍을지를 잘 결정해서 손가락 잘 움직이는 게 통일운동이에요. 얼마나 쉬워요?” 

 


 

청중들도 스님이 일러준 쉬운 방법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배울 수 있었고, 또 하나 크게 배운 것은 사회제도적으로 지방 자치권을 강화시키거나 다당제를 도입하거나 8도 연방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의 수행과 사회 제도의 변화를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개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는 나라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셔서 부디 관심을 함께 가져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를 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강릉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사회자가 나와서 9월 19일과 20일에 진행될 예정인 강릉 통일시민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강연 중 스님도 꼭 한번 들어보라고 강조를 한 덕분에 강연장을 나가는 길에 많은 분들이 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9월 19일과 20일에 열릴 예정인 강릉 통일시민학교 

 

그리고 통일의병 봉사자들이 다함께 앞으로 나와 스님과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며 오늘 강연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오늘 강릉 시민들을 위한 강연이 통일을 이루는데 작은 한걸음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강연장 입구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께 사인을 받으며 오늘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 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나서는 강연장 곳곳에서 역할을 맡아 오늘 강연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게 해준 통일의병 봉사자들 모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 의병! 의병! 의병!” 하는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니 곧 강릉 지역에서도 통일의병 모임이 아주 활성화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을 나오면서도 봉사자 한 분 한 분의 손을 꼭 잡아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밤 10시 30분 무렵 강릉을 출발해 새벽 1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실무자들과 회의가 있을 예정이고, 오후에는 전주로 이동해 저녁 7시부터 김제동씨와 함께하는 청춘콘서트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2015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이 펼쳐집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하시고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아래 배너를 누르고 사전 신청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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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자치권 강화는 통일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좋아요. 북한과 남한이라는 두 덩어리를 합치면 북한은 남한의 이등국민이 되어버리지만, 남한을 이렇게 연방제처럼 만들어버리면 북한이 앞으로 통일코리아에 들어올 때 북한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함경도가 들어오고 황해도가 들어오고 평안도가 들어오는 것이 됩니다&gt; &lt;그래서 통일은 남북연방제가 아니라 다연방제, 8도연방제 방향으로 가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남한 안에 민주주의도 심화시킬 수 있고 통일도 훨씬 쉬워져요.&gt; &lt;그리고 통일 자금이 많이 든다고 해서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금이 들기는 듭니다. 그런데 이건 소비 자금이 아니라 투자 자금이에요. 철도 놓고 시설 세우는 건 모두 투자예요. 투자는 돈이 모자라면 빌려와도 돼요. 해외에 돈 많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통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통일을 반대한다는 건 통일 못하게끔 겁주는 거예요.&gt; &lt; 북한의 지하자원이나 값싼 노동력 이런 것들 자체가 어마어마한 자산입니다. &lt;&lt;이렇게 통일이 되면 우리의 국력이 확 달라져요.&gt;&gt; &gt;<br />

2015-09-22 04:40:44

방경임

감사합니다.

2015-09-12 19:44:09

정근환

잘 듣고 읽었읍니다.오늘 통일강연은 좀 짧은것같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제가 피곤했나봅니다. 감사드림니다.

2015-09-11 21: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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