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9.2 안산 통일의병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에서 주관한 안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일찍 마친 스님은 오전 7시부터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 머물며 연이어 회의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 새벽 예불

 

오후 5시10분에는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오늘 강연이 예정된 안산으로 향했습니다. 지난달 개원한 안산 JTS 다문화센터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6시 40분에 오늘 강연이 열리는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도착했습니다. 

 


▲ 안산 올림픽기념관 

 

500여명이 가득 자리를 메운 가운데 저녁 7시가 되자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통일의병’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이어서 통일의병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백왕순님이 나와서 통일의병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했습니다. 

 


▲ 통일의병 백왕순 사무총장 

 

“얼마전 휴전선에서 큰 일이 있었죠? 이렇게 전쟁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은 어렵습니다. 저희 통일의병은 남북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일반 국민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지금 전국에서 통일시민학교를 열고 있는데, 안산에서도 9월 7일부터 통일시민학교를 활기차게 열어갈 예정이니 통일에 기여하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9월 7일부터 시작하는 안산 통일시민학교

 

안산에서도 통일의병들이 많이 늘어나서 통일의 열기가 무르익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습니다. 

 

이어서 법륜 스님의 통일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이어서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오늘 강연을 하게 된 안산 지역은 얼마 전 500일이 지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장 큰 아픔과 고통을 겪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스님은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다함께 묵념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지난해 봄에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속시원히 밝혀지지 못함으로 인해서 희생자 가족들의 애달픔은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다. 강연을 하기에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서 숨진 이들의 영가를 위해서 묵념을 하겠습니다. 묵념....” 

 


▲ 강연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는 스님

 

강연장은 순식간에 숙연해졌습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조처로 희생자 가족들의 애달픔이 하루 빨리 누그러지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스님은 즉문즉설은 사물의 전모를 보는 통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원리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의문이 있는 것을 물어도 좋고, 괴로운 것이 있으면 얘기해도 좋고, 무엇이든지 얘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을 한번 바꿔보는 겁니다. 그러면 ‘어, 이렇게 생각할 때는 큰 문제였는데 저렇게 생각하니 별 일이 아니네’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대화를 하다가 ‘아무 일도 아니였네요’ 라고 말합니다. 왜 우리는 아무 일도 아닌 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살까요? 그것을 ‘사로잡힘’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사물의 앞면만 보고 ‘문제다’ 했는데, 제가 ‘뒷면은 어때요?’ 라고 물으니 ‘뒷면은 괜찮아요’ 하는 것입니다. 또 ‘왼쪽이 문제다’ 하는 사람에게는 ‘그럼 오른쪽은 어때요?’ 라고 물으니 ‘오른쪽은 괜찮아요’ 하는 것입니다.  ‘아래가 문제다’ 하는 사람에게는 ‘그럼 위는 어때요?’ 라고 물으니 ‘위는 괜찮아요’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위만 보지 말고 아래로 봐라, 왼쪽만 보지 말고 오른쪽도 봐라,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봐라, 이렇게 말해주는 겁니다. 이것을 ‘총체적으로 본다’ 라고 합니다. 사물의 단면만 보는 것을 편견이라고 하고, 총체적으로 보는 것을 통찰력이라고 합니다. 이 통찰력을 지혜라고 합니다. 이렇게 통찰력을 갖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에게 만병통치약이 되라는 것처럼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한 남자와 결혼을 하면 밤에는 야성적이 되라고 하고, 짐을 나를 때는 포터가 되라고 하고, 돈이 필요할 때는 돈 잘 버는 사업가가 되라고 하고, 답답할 때는 다정한 친구가 되라고 하고, 이렇게 한 사람에게 온갖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남이 볼 때는 괜찮은 사람인데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안 해준다고 온갖 불평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고뇌가 아닌 것이 참 많습니다. 북한을 바라볼 때도 문제가 참 많아 보이지만 다르게도 볼 수 있어요. 북한이 지금 남한 말을 잘 안 듣잖아요. 그래서 남한이 보기에는 골치가 아프죠. 그런데 북한은 남한 말만 안 듣는 것이 아니라 미국 말도 안 들어요. 미국 말만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중국 말도 안 들어요. 어떻게 보면 진짜 골치 아픈데 그러나 통일을 하는데는 굉장히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누구 말도 안 듣고 자기가 자기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 통일을 하려고 하면 북한하고만 협상하면 끝이잖아요. 그러나 한국은 중국 말도 잘 듣고 미국 말도 잘 들으니까 한국만 설득하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미국이 반대하면 안 되고 중국이 반대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이런 각도에서 보면 문제인데 저런 각도에서 보면 좋은 점도 있는 거예요. 

 

앞으로 북한이 중국 말을 잘 듣게 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됩니다. 그러나 중국의 허락을 받기가 쉬울까요? 중국은 우리보고 미국으로부터 독립해서 나오라고 하기 때문에 미국이 반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해결책이 없게 됩니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든 이런 점이 있고 저런 점이 있고 동시에 두가지를 갖고 있습니다.  

 


 

가장 안 된다고 할 때가 가장 될 때에 근접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는 말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은 사물에는 이런 두가지 속성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밤이 점점 깊어질수록 새벽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입니다. 이런 이치는 통일 문제든 정치 문제든 인생 문제든 어디든 다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혜라는 것은 신통력이 아니라 이런 이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입니다. 통찰력은 한 면만 보지 않고 전모를 보는 것입니다.”

 

스님은 사물의 전모를 보는 것이 통찰력이고 지혜라고 쉽게 설명해 주었지만 실제 삶 속에서 부딪한 문제를 그렇게 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스님께 찾아와 계속 질문을 하는 것이겠죠. 

 

스님이 “자, 그럼 시작해보죠.” 라고 말하자 질문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총 6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세 딸을 둔 엄마는 딸들이 대한한공 회항 사건처럼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거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처럼 고통을 당했지만 이해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하는지 물었고, 한 여성 분은 남편이 평상시에는 예쁘다는 말을 안 해주면서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면서는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섭섭한 마음이 드는데 어떡해야 하는지 물었고, 중3 남학생은 흉부외과 의사가 되어서 가난한 나라 아이들을 돕고 싶은데 수학과 과학을 싫어하고 의사가 적성이 맞을지 걱정이 되어서 고민이라며 물었고, 20대 여성 분은 세월호 사건 이후로 나라가 우리를 지켜줄 수 없다고 느끼고 애국심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이 국민을 사랑하는 나라가 될 수 있는지 물었고, 청년 한 명은 남과 자꾸 비교를 해서 불행해지는 것이라는 말은 알겠는데 머리로만 아는 것 같고 실제 삶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스님의 각각의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묻는 직장인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달에 전쟁이 일어날 뻔한 상황이 있었을 때 회사 직원들과 얘기를 해보니 통일이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본인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싫다고 말하더라고요. 죽은 뒤에 나중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정세를 봤을 때 빠른 시기에 통일이 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렇게 통일에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주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통일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네. 통일이 되면 일단 땅이 넓어지고요. 지금 우리나라가 섬처럼 되어 있는데 대륙으로 나아가는 위치로 부상할 수 있고요. 재정적으로 국방비에 들어가는 많은 돈들을 다른 곳에도 쓸 수 있게 되니까 나라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나라가 안정이 되니까 친일파나 외세의 침략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면 되지요. 그렇게 얘기해 주었더니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얘기해 주어야 제가 더 구체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지요.”

 


 

“그렇게 얘기했더니 일단 세금을 많이 내어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또 북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남한으로 많이 넘어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많이 혼란스러워지게 되고 그 틈을 타서 북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지 믿을 수가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일리 있는 얘기네요. 통일이 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도 맞는 얘기이고요.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많이 넘어와서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맞는 얘기예요. 맞는 얘기는 맞다고 인정을 해주어야지요. 통일 지상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을 통해서든, 나중에 못살게 되든지 간에 무조건 통일만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통일 지상주의라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현명한데 통일 지상주의로는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된다는 주장도 아버지 세대에는 통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안 통해요. 따로 사는 것이 더 좋으면 따로 살고, 같이 사는 것이 더 좋으면 같이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납득이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해보고 상대편의 이야기가 맞으면 맞다고 인정해주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렇게는 얘기해 볼 수 있겠죠. 아이들 공부시킬 때 돈이 많이 들죠? 그런데도 왜 공부를 시키죠? 이 때 쓰는 돈은 소비로 생각해요 투자로 생각해요? 지금 내가 돈을 안 쓰고 모아놓았다가 나중에 아이들에게 1억을 물려주는 것보다 지금 아이들 공부시키는데 1억 쓰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를 시키는 것이잖아요. 이렇게 우리가 돈을 쓸 때는 투자로 보는 것과 소비로 보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생이 춤을 추려고 예쁜 옷을 산 것은 소비예요? 투자예요? 그건 투자입니다. 왜냐하면 이 옷은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정 주부가 화장품을 사는 것은 소비에 가깝습니다. 내가 가진 돈을 나를 아름답게 하는 데에 그냥 쓰는 것이니까요. 물론 남편이 한눈 파는 것을 잡기 위한 투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요. (청중들 웃음) 

 


 

마찬가지로 북한을 개발하려면 돈이 듭니다. 만약 북한에 철도를 놓는다면 이것은 소비일까요? 투자일까요?” 

 

“투자입니다.” 

 

“북한에 나무를 심으려면 돈이 드는데 이것은 소비일까요? 투자일까요?” 

 

“투자입니다.” 

 

“북한에 고속도로를 놓는 것은 어때요? 일본은 우리나라를 뺏어서 남의 나라에 신작로도 놓고 철도도 놓았죠. 이건 우리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서 한 것이죠. 남의 나라를 뺏어서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할 나라에도 철도 놓고 도로 놓고 공장 짓고 하는데, 북한에 도로 놓고 철도 놓고 공장 짓는 것은 투자가 될까요? 소비가 될까요? 북한은 우리나라가 되니까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북한 개발 비용을 소비 비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 비용이 자꾸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개발 비용은 투자 비용입니다. 소비 비용은 빚을 내서 쓰면 안 됩니다. 나중에 부도가 나니까요. 그러나 투자 비용은 나중에 이익을 얻어서 갚으면 되기 때문에 우리 돈이 부족하면 외자를 빌려와서 해도 됩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투자하려고 하는 돈은 남아돌고 있거든요. 그래서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나 이것을 소비 비용으로 자꾸 계산을 하면 사람들이 겁을 먹게 됩니다. 그래서 통일 비용을 이야기 할수록 반통일적 효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나 돈이 드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투자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무산 철광을 개발하려면 돈이 들겠죠? 그러나 남의 나라에서 사오는 것에 비해 이것은 개발 비용만 들면 원자재는 공짜잖아요. 그래서 중국은 무산 철광에 10억 달러를 투자해서 30년을 채굴권을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통일이 되면 10억 달러를 줄 필요도 없어지잖아요. 지금 북한의 지하자원은 많게 잡으면 8조 달러, 적게 잡아도 4조 달러는 된다고 해요. 남한의 30배~50배 되는 양을 가지고 있어요. 일본은 총칼로 뺏어서라도 차지하려고 하는데 북한은 본래 우리 것을 다시 찾는 것이지요. 평화적으로 합의해서 통일한다는 것은 뺏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잖아요. 그런데 왜 그 어마어마한 지하자원을 포기하려고 해요? 

 

그리고 북한 주민 2000만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보면 소비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한달에 임금 150달러를 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이렇게 값싼 노동력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값싼 노동력은 어마어마한 재산입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외국에 노동자로 나간다면 중국에 가도 500달러를 받을 수 있고, 다른 나라에 가면 1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잘못된 계산 때문에 통일을 부담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개발을 위해서는 돈이 드는데 굳이 외국 돈 빌려서 이자까지 부담할 필요 없잖아요. 우리 돈으로 쓰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럴려면 우리가 세금을 좀 더 내야지요. 세금을 내어서 개발하면 이득이 그만큼 많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개인만 생각하면, 내는 세금은 10만원 늘었는데 그로 인한 이득은 금방 눈에 보이지 않죠. 그러니 저항이 있을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 문제는 국민과 토론을 하고 설득을 해서 국민의 부담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개인이 통일 비용으로 10년 간 얼마를 내게 되면 북한 개발로 환수되는 이익이 어느정도 돌아오는지를 계산해 보면 되죠. 10년 동안 100만원을 내었더니 나중에 500만원이 돌아온다고 하면 낼 만 하잖아요. 통일을 하겠다고 입장이 정해지면 계산을 해서 이렇게 지불하면 됩니다. 

 


 

그런데 통일을 안 하는 것이 이로운 사람들이 있어요. 다수는 통일을 하는 것이 이로운데 북한에 있는 소수의 지배 세력은 통일을 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죽어도 통일을 안 하려고 할 겁니다. 남한에서도 분단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통일의 부정적 효과를 계속 얘기하려고 할 겁니다. 

 

이번에 휴전선에서 일어난 일들도 한번 보세요. 북한은 살기가 어려우니까 민심이 많이 헤이해졌는데 이번에 전쟁 놀음을 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단결이 좀 되었습니다. 이런 위기 때는 충성을 안 하는 사람들은 역적으로 몰리기가 쉽겠죠. 남한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30% 대로 떨어졌다가 이번엔 전쟁 바람이 부니까 지지율이 50%까지 올라갔다고 하잖아요. 이런 것을 ‘적대적 공존’ 이라고 합니다. 한바탕 전쟁 소란을 피워서 서로가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70년 동안 남북이 해온 행동입니다. 이 사이에서 결국 국민들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려면 첫째,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전쟁이 없더라도 지금 이대로 분단된 상태로 계속 가도 안 됩니다. 지난 50년은 분단된 상태로도 남북이 발전해 왔어요. 그러나 앞으로는 분단된 상태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습니다. 이것은 지도자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놓인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어요. 이런 정체 국면을 돌파하려면 과거에는 전쟁을 해서 남의 땅을 뺏어야 합니다. 그래서 100년 전 일본은 우리를 침략했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는 불행 중 다행인지 분단이 되어 있다 보니까 통일을 통해서 이 위기를 잠시 넘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통일을 통해 성장을 조금 더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은 되어도 그만 안 되어도 그만인 문제가 아니고 안 되면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고, 되면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인 각축 속에서 지금의 분단된 상태로는 과거에 미·소 사이에 끼여서 전쟁을 했듯이 미·중 사이에 끼여서 또 남북이 이쪽 저쪽의 앞잡이가 되어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가 분쟁지대가 아니라 평화지대로 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안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통일이 굉장히 긴요한 시점에 지금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왜 남북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부부가 싸워서 별거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서로 양보해서 같이 살면 좋겠죠. 항상 아내는 남편에게 “니가 잘못해다고 무릎 꿇고 빌면 같이 살 의향이 있지만 내가 무릎 꿇을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혼을 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지난 과거에 남북이 쌓아온 감정 때문에 통일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아도 자기 주도를 하고 싶어서 해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은 힘이 좀 있으니까 조금 포용력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면 어떻겠나’ 생각하는데,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북한 놈들을 왜 봐주냐’ 하는 감정이 섞여 있어서 합의가 좀 어려운 겁니다. 이런 사람들도 우리가 이해는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강연도 하고 통일 운동도 하는 겁니다. 

 

나라를 잃었을 때는 나라의 독립을 위한 의병이 있었다면, 가난할 때는 산업 역군이 있었고, 독재 시대 때는 민주 투사가 있었듯이 분단 시대에 우리는 통일을 일구는 의병이 되자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다들 지쳐 있으니까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자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3위~14위에 턱걸이 되어 있는데 통일이 되면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고, 통일이 되면 강대국으로부터 휘둘리는 것들도 많이 벗어날 수 있고, 일본과 중국을 나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통일이 되면 일본과 중국 하고도 협력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로 나아가야 됩니다. 그 길로 나아가는 첫 스텝이 통일입니다. 이런 희망을 우리가 갖자는 것입니다. 

 

이 땅은 우리 땅이고 이 나라의 주인은 우리이니까요. 지난번처럼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 아이들이 죽게 되잖아요. 우리 아이들을 그런 일로 죽임을 당하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통일을 해서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듦으로 해서 우리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안전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통일의병을 만든 목적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취지에 적극적으로 찬성해서 고문을 맡았고, 무료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겁니다. 저는 주로 인생 상담이 전공인데 이 일도 하게 된 겁니다. 인생 상담은 한 명 한 명 살리는 것이지만 전쟁이 나면 한꺼번에 수십만명이 죽잖아요. 이것을 막아내면 한꺼번에 수십만명의 불행을 해결하는 것이 되니까 저도 이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그런데 통일 이야기만 하면 아무도 안 오니까 80%는 인생 상담을 해주고 20%만 통일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질문자가 지금 질문을 해줘서 고마워요. 묻지 않아도 이 얘기를 하려고 했거든요.” (청중들 웃음과 박수) 

 


 

통일의 필요성을 명쾌하게 정리해준 스님의 답변에 청중들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질문자가 한가지 더 질문이 있다며 물었습니다. 

 

“저는 스님 말씀처럼 통일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싶은데, 이 친구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시큰둥하고 나중에는 저도 눈치를 봐서 얘기도 못하게 됩니다. 말조차 꺼내기 힘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은 웃음을 머금으며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뭐하러 얘기를 하려고 해요? 그것은 부모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강제로 공부시키는 것과 똑같지요.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될 일은 통일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전쟁 위협이 생기면 ‘통일이 되면 다 해결될텐데 왜 저렇게 싸우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렇게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혼자서 속으로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통일 얘기를 해주면 ‘아, 그렇네’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먼저 찾아내야 합니다. 

 

오늘 강연장에 500명이 왔는데 이 500명을 다 설득하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여기는 통일에는 아무 관심 없고 자식 문제가 더 큰 고민인 사람이 더 많아요. (청중들 웃음) 

 


 

그러나 여기 500명 중에는 스님이 얘기해서가 아니고 자기 스스로 ‘나라가 좀 통일이 되면 좋을텐데’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 온 사람들이 열명 중에 한명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먼저 찾아내야 됩니다. 그러니 이 중에 50명만 방금 전 소개한 ‘통일시민학교’에 참석하면 됩니다. 

 

이 50명은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공부가 쉽게 되겠죠. 이 50명이 힘을 합해서 다음에 이런 강연을 한번 더하면 한 1000명쯤 모을 수 있겠죠. 이 1000명 중에 다시 열명 중 한명만 관심 있으면 100명이 되잖아요. 이렇게 노력을 해서 늘여나가야 되지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통일이 중요한거야. 내 말 좀 들어’ 해놓고 말 안 듣는다고 성질내면 안 돼요. (청중들 웃음) 

 

 

통일이 사실은 중요한데 왜 사람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을까요? 인간 존재가 원래 그렇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북한을 굉장히 미워합니다. 그래도 통일에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태어나기를 분단된 상태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랐기 때문에 분단된 상태가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통일하자고 하니까 ‘못사는 북한과 같이 합치면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 ‘사회가 시끄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 간에도 서로 싸우잖아요. 형제 간에도 싸우는데 남의 집에서 자란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더 싸우게 되겠지요. 이걸 고려하면 결혼을 못하지요. 대한민국에 같이 살고 있는 우리들끼리도 맨날 싸우는데 70년을 떨어져 살았던 북한과는 당연히 싸울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통일을 안 한다는 얘기는 결혼하지 말자는 얘기가 되지요. 결혼을 하면 부부 지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혼을 하잖아요. 왜냐하면 갈등을 일으키는 손실보다 둘이 같이 사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두 부부가 찌그럭 찌그럭 해도 헤어지지 않고 사는 이유는 뭘까요? 꼭 좋아서만 같이 사는 것이 아니고, 손실도 있지만 그래도 실익을 따지면 같이 사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듯이 남북 간에도 당연히 통합되는 과정에서 찌그럭 찌그럭 대면서 시끄러울 겁니다. 그래도 분단되어 사는 것보다는 이익이다는 것을 알면 되지 통일이 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통일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면 너는 평생 결혼 못하겠네’ 이렇게 얘기해 주면 됩니다. (청중들 웃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듯이 남북 간에 갈등이 생길까봐 통일 못한다는 얘기는 수학이 싫어서 의사되기 싫다는 얘기와 똑같습니다. 남북은 앞으로 당연히 갈등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 당장 통일을 하자고 해도 당분간 휴전선은 놓아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남북이 휴전선을 없애자고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데 굳이 억지로 없애려고 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없애도 별로 도움도 안 돼요. 그래서 당분간 정치적으로는 남북이 따로 가는 것이 좋아요. 그러나 완전히 이혼해서 따로 가는 것과 통일하기로 합의해 놓고 우선 이익이 되는 통일 경제 개발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은 다릅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공통점도 찾아갈 수 있겠죠. 통일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습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 돈도 적게 듭니다. 

 

지금 남한에 북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일을 하게되면 최저 임금으로 계산해도 일당 50달러는 줘야 하겠죠. 그런데 북한 안에서 일을 하면 하루 일당이 1달러가 채 안 됩니다. 그러니 북한에 나무를 심으려고 할 때도 통일된 뒤에 심으려면 하루에 50달러를 줘야 하지만 지금부터 나무를 심으면 하루에 1달러만 주면 됩니다. 이렇게 선투자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일이란 것은 당장 휴전선을 없애고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만이 통일이 아니고, 같이 사는 것이 이익이라고 결정을 하는 그 순간이 통일입니다. 북한에서 영양실조 걸린 아이들을 지금 이대로 두면 나중에 사회보장비가 많이 드니까 당장 내일부터라도 통일될 것을 대비해서 영양실조를 면할 수 있게 지금 미리 영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낫겠죠. 나무도 지금 미리 심는 것이 낫겠죠. 통일은 꼭 군사 회담 같은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내일부터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미래에 큰 이익이 돌아옵니다. 

 

통일을 당장 모든 장벽을 없애고 하나로 합치는 것과 같은 현실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니까 믿기지도 않을 뿐더러 혼란도 엄청나게 올 것 같은 우려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 통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고 싶어도 될 수도 없고요.”

 

통일은 당장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관점을 갖고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는 말씀에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가능하게만 여겨지던 통일이 정말 쉽고 단순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스님이 당신께서는 이미 통일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니 어느덧 2시간 45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습니다. 긴 시간이였지만 강연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열강을 해준 스님에게 안산 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오는 9월 7일부터 시작하는 통일시민학교에 많이들 참석해 나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가지시길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고, 많은 분들이 스님의 통일 이야기를 담은 책 ‘새로운 100년’을 구입해서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오늘 강연에 온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대중들도 직접 스님 앞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곳곳에서 수고를 해준 통일의병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 의병! 의병! 의병!” 이라는 구호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강연장을 나가며 통일의병 가입신청서와 통일시민학교 안내지를 챙겨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 안산 지역에서 많은 통일의병들이 생겨나길 기원해 봅니다. 

 

밤 11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더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긴 시간 강연 끝에 목이 조금 아파 보였습니다. 

 

내일은 하루종일 평화재단에서 손님들과 미팅을 가진 후 저녁 7시에는 순천에서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2015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이 펼쳐집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하시고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아래 배너를 누르고 사전 신청을 하세요.

 

<사전 신청하기>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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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님 저녁도 못드셨겠네요 ㅠ그날 식은땀을 닦으시던 모습 눈에 선합니다 ㅠㅠㅠ

2015-09-14 01:49:45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5-09-09 08:28:06

명진

오늘 또 하나의 지혜를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9-05 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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