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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호주에서 귀국한 후 광운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1시 비행기로 마닐라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새 비행기를 타고 새벽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 새벽 6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스님
공항에서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1시부터는 외부 인사와 미팅을 가졌고, 오후에는 행정처 간부들,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이번주 주말에 예정된 통일의병대회와 내년도 인도성지순례, 동북아역사기행 프로그램에 대해 점검하고 의논했습니다.
오후 5시 2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6시 30분에 청춘콘서트가 열리는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에 도착했습니다. 강연장 입구에는 많은 청년들이 줄을 서서 무료 티켓을 배부 받고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오늘 청춘콘서트가 열린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
스님은 김제동씨와 주차장 입구에서 만나 함께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특히 오늘 청춘콘서트는 광운대 총학생회에서 많은 협조를 해주었는데 스님과 김제동씨는 로비에서 접수를 받고 있던 총학생회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대기실로 항했습니다.
▲ 오늘 행사를 함께 주관한 광운대 총학생회
저녁 7시가 되자 사회자인 오청춘씨가 나와 청춘콘서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1400여명의 청년들이 가득 자리를 메운 가운데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신나는 노래 공연과 함께 큰 박수와 환호 속에서 청춘콘서트의 막이 올랐습니다.
먼저 등록금 부담, 취업 걱정, 육아 문제 등 청년들의 고민이 담김 영상물이 상영되었고, 이어서 사회자가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복 원로와 행복 장관 두 분을 모시고 그 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하면서 행복 공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행복 원로’로서 스님이 소개되자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우리가 왜 행복하지 못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강조하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나는 열심히, 착하게, 바르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반면 다른 사람은 착하지도 않고 열심히 바르게 살지도 않는데 잘 되는 것 같아 보이지요. 그래서 ‘인생이란 이미 다 정해져 있나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인생이 정해져 있느냐를 중국에서는 사주팔자, 인도에서는 전생, 다른 곳에서는 하나님을 들어 설명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잘못 생각해서 그래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면 좋은 세상이 될까요? 한 명의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고 싶은 남성이 10명 있는데 그 소원이 다 성취되면 어떨까요? 대통령 되고 싶은 사람이 10명 있는데 모두 하느님께 빌어서 대통령이 되었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요? 공부는 하기 싫지만 좋은 대학에는 가고 싶은 학생들이 모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다면요? 엉망진창이 되겠죠.
원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에요. 이 이치를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울고불고 할 필요가 없어요.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시도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또 도전하면 되고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운명론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운명 때문에 그렇다고 몰고 가지요.
오늘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만족감을 행복으로 삼아요. 그런데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으니까 불만족감이 생기고, 그걸 불행으로 삼다 보니 늘 행복과 불행을 오가며 돌고 돌지요. 이것을 윤회한다고 말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원래부터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게끔 조건 지어져 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니고, 이루어진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워하기보다는 필요하면 한 번 더 시도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면 돼요. 이걸 알면 지금처럼 늘 괴로워하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 여러분들의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무슨 얘기든 해도 좋아요. 의문이 있으면 의문을 이야기해도 되고, 괴로움이 있으면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해도 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무슨 이야기든 하면 그걸 주제삼아 대화하고 함께 소통해봅시다.”
스님이 무슨 얘기든 함께 소통해 보자고 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총 4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남자 대학생은 항공정비사가 되는 것이 꿈인데 이 길이 옳은 길인지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걱정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엔터테이먼트 회사에 다니는 남자 분은 개개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담고 있는 그릇인 시장경제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스님도 근본 치료보다는 여드름만 자꾸 짜주는 것이 아닌지 물었고,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는 학생 통일 토론대회에서 찬성 쪽이 졌다고 하면서 남한도 먹고 살기 힘든데 굳이 북한과 통일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통일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성장기 때부터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지금은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고민인 여성 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현실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소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른 두살 주부입니다. 부모님이 중매결혼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처음부터 나가 사셔서 어머니 혼자 저희 남매를 키우셨어요. 그러면 제가 어머니랑 좀 잘 지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 고민입니다. 여고로 진학해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공공근로를 하셔야 해서 주소를 옮기지 못하고 남녀공학을 가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최근에 들었고요. 들어가서 적응을 잘 못해서 왕따를 당하고, 전학보내달라고 했는데 교사이신 큰아버지께서 좋은 학교니 옮기지 말라고 하셔서 어머니가 안 옮겨주셨어요. 어머니가 데려간 점집에서 다행히 전학을 시키라고 해서 다행히 전학을 가고 무사히 졸업은 했어요. 이런 식으로 늘 성격이 너무 많이 부딪혀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지금도 어머니랑 사이가 좋지 않아 고민입니다. 남편과도 둘 다 다혈질이라 많이 부딪히는데 제가 좀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마음을 열어서 어머니,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이가 좋긴 어렵겠습니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사주가 안 맞아요. 부모님이 부부가 같이 못 살 정도의 갈등 관계를 유지했잖아요. 배우자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성격의 소유자에게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질문자의 성격도 다른 사람들을 수용해주면서 함께 살기가 어려운 성격이에요. 애초에 그랬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관계도 좋게 되기 어렵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남편과도 안 맞았는데 아이와 잘 맞을 리가 없고, 질문자는 그런 어머니에게서 성격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머니와도 관계가 좋기는 어려워요. 나를 낳아 길러준 어머니와도 관계를 원만하게 풀기 힘든 성격인데 남의 집에서 자란 성인 남자와 관계를 좋게 풀기는 애초에 힘들어요. 그러니 그런 야무진 꿈을 꾸지 말고 포기하세요.” (청중들 웃음)
“어머니가 저랑 잘 지내기를 더 원하시거든요.”
“잘 지내고 싶지만 잘 지내지지가 않아요. 제일 잘 지내는 방법은 서로 안 보는 거예요.” (청중들 웃음)
“저는 그러고 싶지만 어머니가 손녀 보러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데 만나기만 하면 싸워요. 거리를 두면 좀 친해질 것 같은데 어머니는 그걸 못 견뎌하시니까요...”
“다른 좋은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살면 그 사이에서 내 딸도 영향을 받아요. 엄마와 할머니가 싸우고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가운데서 자랐기 때문에, 그 아이도 자라면 질문자의 성격처럼 질문자와도 안 맞고 남자친구와도 싸우게 될 거예요. 이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격이에요.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런데 해결할 방법이 영 없진 않습니다. 어머니와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면 돼요. 어머니와는 애초에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물고 차고 싸우지 않는 이 정도인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보다 더 좋기를 바라거나 개선하려 하지 말고 지금에 만족하라는 뜻입니다. ‘어머니와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면 그 기도는 영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하고 기도하면 어때요? 세상에는 어머니와 칼부림하며 싸우는 사람도 있는데 질문자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소소한 갈등이지 철천지 원수가 되는 갈등은 아니니 다행이잖아요. 그러니 어머니하고 부딪힐 때 ‘아이고, 이만하기 다행이다. 어릴 때 같았으면 두들겨 맞았을 텐데, 우리 엄마 많이 늙으셨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좋게 생각해 보세요. 더 좋아지게 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불만이 생기지만 이만하기 다행이라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그러니 어머니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내세요.
남편한테도 ‘아이고, 성질 더러운 나랑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세상 어느 남자가 나랑 살아주겠어요’ 이렇게 마음을 내세요. 관계를 더 개선하려 들지 말고 이렇게 부부관계를 감사히 여기세요. 부모님은 부부가 헤어졌지만, 질문자는 좀 싸우긴 해도 아직 헤어지진 않았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헤어지지 않은 것은 내 덕분일까요, 남편 덕분일까요?”
“둘 다 덕분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 해결이 안 되는데... 누구 덕분에 안 헤어지게 되었다고요?” (청중들 웃음)
“남편 덕분에요.”
“그래요. 힌트를 꼭 줘야 답을 찾아요? (웃음) 남편 덕이라고 생각해야 문제가 해결돼요. 남편이 부처님 같다는 뜻이 아니라, 둘 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비교해보면 남편이 질문자보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너그럽다는 뜻입니다. 남편이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벌써 헤어졌을 텐데, 남편은 아버지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이에요. 부처님 같은 사람 만나면 좋지만 질문자는 그렇게 만날 복은 안 돼요. 둘 다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남편이 조금 더 너그럽다 생각하고, 나랑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내세요.
어머니에게는 ‘어머니가 늙어서 좀 나아지셨네’ 이렇게 고맙게 생각하고, 남편에게도 ‘당신이라도 이렇게 살아주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고맙게 생각하세요. 이걸 긍정적 사고라고 해요. 내가 이런 마음을 내면 남편이 어떻든 어머니가 어떻든 아이에게는 나쁜 영향이 없어요. 아이는 제 어머니를 닮거든요. 질문자가 긍정적 사고를 하면 질문자의 아이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도 질문자보다 훨씬 좋은 성격으로 자라요. 다소 까칠한 구석이 있더라도 질문자보다는 훨씬 좋아져요.
그러니 오늘부터 어머니에게 감사기도를 하세요. 부모님이 헤어졌을 때 어머니는 그래도 아버지처럼 질문자를 버리지 않고 남아서 학교도 보내주고 공부도 시켜줬잖아요.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은 못 해주었지만 이 세상에 질문자를 키워준 것은 어머니뿐이니 고마워할 일이에요. 그런데 어머니를 미워하면 고마워해야 할 일을 원수로 갚는 거예요. 그러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어머니에게 감사기도를 하고, 남편에게도 ‘당신이라서 그래도 날 데리고 살아주니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가끔 소소한 갈등을 일으켜도 이렇게 마음을 금방 돌이켜서 감사해 하면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관계가 좋아질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관계를 개선할 방법만 찾을려고 애쓰면 관계는 오히려 더 나빠질 거예요.”
“잘 알아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질문자가 무슨 뜻인지 명쾌하게 이해가 되었다며 환하게 웃자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질문한 여성 분의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남편에 대해 늘 불만만 갖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비로소 감사한 마음을 내게 되니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마음의 원리를 좀 이해하시겠어요? 어머니와 좋아지는 방법, 남편과 좋아지는 방법을 찾으려 들면 관계는 도리어 악화됩니다. 그러나 지금이 좋은 줄 알고 감사할 줄 알면 개선되는 쪽으로 가요. 심리가 움직이는 이런 법칙을 모르기 때문에 잘 하려는 노력이 계속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래서 수행은 첫째, 현재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돼요. 우리가 아무리 멀리 보고 가더라도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여기를 인정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돼요. 그런데 현실을 무시한 채 좋은 남자 만나길 바라고 어머니와 좋은 관계 맺기를 바란다면 그건 꿈을 꾸는 거예요. 그러면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현실이 이렇지. 사는 게 이것밖에 더 되나’ 이렇게 안주하면 안 돼요. 현실을 인정하되 현실로부터 출발해서 우리는 미래로, 희망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스님은 시간이 부족해서 더 깊이있게 설명을 해주진 못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스님은 통일에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통일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지 묻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질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에게 주어진 70분의 시간을 마치는 알림 종이 울리고 이어서 ‘행복 장관’의 이름으로 김제동씨가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70분 동안 다양한 이야기로 쉴새 없이 웃음을 선사한 김제동씨는 특히 지난해 전국민을 아프게 한 세월호 문제가 5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배에 만약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타고 있었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습니까? 그 배에 해외 정상들이 타고 있었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습니까? 그렇게 안했을 겁니다. 우리가 타고 있어서 그렇게 한 겁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들... 그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그렇게 밖에 안 보일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겁 먹지 말고 우리가 그 사람들을 겁 줘야죠. 너희들의 운명을 우리 국민들이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끔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그런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청년들도 세월호 이야기 앞에선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청년들이 앞장 서서 우리사회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어주고, 선거 때는 높은 투표율을 통해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게 하는 행동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김제동씨가 강연을 하는 동안 무대 한 켠에서 김제동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웃고 공감했습니다.
김제동씨와 함께한 70분의 행복 공청회 시간도 마무리되고, 다시 스님과 김제동씨가 함께 무대 위에 올라 오늘 청춘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오늘 소감을 묻자 김제동씨는 “이 말이 20대에 솔직하고 말하고 싶은 딱 한마디”라고 하면서 대신 욕을 좀 섞겠다며 양해를 구한 후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겠다 이 새끼들아.” 청년들의 큰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청년들이 지금의 처지를 너무 비관하지 말고 그 어떤 것보다 젊음이 가장 소중함을 좀 알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겠죠.
이어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오늘 지금 여기에,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들 속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초등학교 때 어땠어요? 중고등학교 다니는 언니 오빠들 부러웠지요? 나는 어리다고 꼼짝도 못하고 집에 있는데 언니 오빠들은 마음대로 외출도 하잖아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교 형님들이 부러웠지요? 형님들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데 나는 못 하니까요. 대학에 오니 취직한 선배들이 부럽지요? 직장 다닌다면 어떨까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선배가 부럽겠지요? 그런데 갓난아기 낳아서 키우다보면 이미 아이 다 키워서 초등학교 중학교 보내는 집이 또 부러워요.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부모들은 입시를 치른 집이 또 부럽고요. 우리는 늘 이렇게 앞을 쳐다보고 부러워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경주에 갔다가 김유신 장군 묘 앞에 있는 흥무공원에서 옛날 까만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춤추고 노는 모습을 보았어요. 요즘도 저런 교복이 있는 게 신기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얼굴이 전부 4, 50대였어요. 추억의 수학여행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옛날 교복을 빌려입고 학창 시절에 놀던 장소에 와서 같이 노는 프로그램이래요. 남자들은 학창 시절 유행대로 모자를 비딱하게 쓰고 완장도 찼더라고요. 이게 무슨 얘기예요? 4,50대 된 사람들이 청소년 시기를 부러워한다는 거예요.
가끔 어린아이 보고 ‘아이고, 좋겠다’ 이러지요? 또 중고등학교 때를 부러워하고, 대학교 시절을 추억하고, 처녀 총각들을 부러워하고, 신혼 시절을 부러워해요. 좀 이상하지 않아요? 자기가 어릴 때는 어른이 부럽고, 자기가 어른이 되면 청소년이 부럽고. 자기가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한 사람들이 부럽고, 자기가 결혼한 뒤에는 처녀 총각들이 부럽고. 현재의 자기는 늘 불만투성이입니다. 불만투성이로 살아놓고는 지나간 뒤에는 또 그때를 돌아보고 부럽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릴 때는 어릴 때가 좋은 줄 아는 게 도예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중고등학교 시절이 좋다는 걸 아는 게 행복이고 도예요. 대학 때는 대학 때가 좋은 줄 알아야 돼요. 밥만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해도 모두 봐주는 시기가 중고등학교 때며 대학 때잖아요. 나이 먹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하면 미쳤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이런 시기가 길지 않아요. 처녀 총각 시기도, 신혼 시기도 길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지금이 좋다,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인생은 행복해 집니다. 일제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안중근도 될 수 없었고, 이상설도 될 수 없었고, 이준도 될 수 없었고, 홍범도도 김좌진도 될 수 없었잖아요.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산업화의 역군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독재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민주화의 투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금을 좋게 생각해야 합니다.
날이 어둡기 때문에 촛불이 빛을 발하는 거예요. 오늘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을 이룬 세대라고 하는, 역사에 유례가 없고 그 어떤 선배도 하지 못한 새로운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좀 더 행복한 복지국가를 이루어낼 수 있고, 권력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분권이라고 하는 좀더 나은 지방자치 시대를 여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과제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삶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파랑새를 찾으러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온 들판을 다니다가 지쳐 돌아온 주인공이 마루에 누워 쳐다보니 파랑새가 바로 처마 아래에 있더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사는 오늘에, 그리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과제에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임하느냐에 따라서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어요. 불평하고 낙담하기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나선다면 이게 바로 행복입니다.”
지금이 좋은 줄 알아야 하며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통일의 염원을 가질 수 있고 통일의 염원이 있기에 통일 세대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는 말씀에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는 이 과정 자체가 행복이라는 말씀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피날레는 무대 위로 오늘 행사를 준비한 서포터즈들이 모두 올라와 스님과 김제동씨와 손을 맞잡고 ‘행복가’를 부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땐 주위를 둘러봐요. 마음껏 웃고 꿈꾸고 사랑하자 ♬ 작은 날개를 펴고 행복의 나라로 날아가자.”
강연장에 울려퍼지는 행복가를 들으며 정말로 청년들이 마음껏 웃고 꿈꾸고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나도 작은 기여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비단 남한의 청년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청년들도 함께 말이죠. 그것은 남북이 하나된 통일코리아의 세상일 것입니다.
감동의 여운을 뒤로 하고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길게 줄을 선 청년들은 스님과 눈을 마주치며 오늘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 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그 마음을 받아주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해주는 어른이 있어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달 전부터 소임별로 모여서 사전 모임을 갖고 오늘도 강연장 곳곳에서 자원봉사를 해 준 희망서포터즈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자! 행복의 나라로!”를 외치는 청년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강연장을 나오면서 스님과 김제동씨는 수고한 서포터즈들 한명 한명에게 악수를 건내며 감사 인사를 건냈습니다. 마중을 나온 김제동씨에게 스님은 “수고했어요. 이번주 금요일 포항 청춘콘서트에서 봅시다”고 인사한 후 손을 흔들었습니다.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 밤 11시가 다 되어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조찬 모임을 비롯해 각종 회의를 연이어 가진 후 저녁7시부터는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과 김제동이 함께하는 2015 청춘콘서트가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티켓을 사전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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