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7.19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식 및 수계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수료한 졸업생 2,200여명에게 수계식 및 졸업 법문을 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입학해 올해 여름 정토불교대학을 수료한 졸업생 1,500여명과 경전반을 수료한 졸업생 700여명 등 총 2,200여명이 오늘 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고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전에는 수계식이, 오후에는 졸업식이 진행되었습니다.

 


▲ 졸업식이 열린 충주 호암체육관

 

오전 9시, 졸업식이 열린 충주 호암체육관에는 1년간 무사히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료를 마친 졸업생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고 법륜 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은 2200여명의 대중들

 

부처님 당시에 계를 받게 되면 입었던 분소의를 상징하는 가사를 어깨에 걸친 채 너도 나도 졸업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졸업생들로 행사장은 활기가 돌았습니다.

 

▲ 기념사진을 찍느라 신이 난 졸업생들

 

예불과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부처님께 바칩니다’라는 찬불가를 부르며 수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업생들은 청법가를 부르며 수계 법사인 법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불자가 된다는 것은 그 이전과 어떤 점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지 설명해 주면서 오늘 졸업생들이 받게 되는 수계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었습니다.

 

오늘 수계 받는 대중 여러분들은 지난 1년 동안 불교대학을 다 마치고 이제 불법이 어떤 것인지, 부처님은 누군지,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엇인지, 불교는 어떤 역사적 변천을 거쳐서 오늘 나에게 이르렀는지, 이런 것들을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여러분들은 ‘정말 이 법이 좋구나. 나도 이 법을 따라 수행 정진을 해야겠구나. 그래서 부처의 길을 가야겠구나’ 이렇게 스스로 결심을 했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불자가 되기 위한 의식인 삼귀의, 오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불자가 된다는 것이 불자가 되기 이전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느냐?’, ‘불자가 된다는 것이 다른 종교의 신자가 된다는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 이것을 여러분들이 먼저 알아야 합니다.

 


 

불교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있었던 어떤 종교와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원시 종교인 무속부터 시작해서 고등 종교까지 그 어떤 종교도 기본 원리는 이렇습니다. 인간의 존재는 너무나 나약하다. 그런데 저 하늘이나 어딘가에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 그 능력을 가진 존재에게 우리가 기도를 해야, 그들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이렇게 힘 있는 자의 힘을 빌려서 내가 원하는 이 일을 이룰 수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공양물을 바치고 간절히 빌어야 한다. 이렇게 제사를 지낼 때는 혼자 빈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신과 영통하는 제사장이 필요하다. 그 제사장을 사제라 부르고, 비는 자는 신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신과 그 신을 대신하는 사제와 그리고 그 힘을 빌리기 위해서 비는 신자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했다거나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그런 존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능력을 대신한다고 하는 제사장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 또한 빈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해결 될까요? 우리의 고뇌는 이 괴로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어떤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서 소멸하면 누구나 다 괴로움이 없는 열반의 경지, 속박이 없는 해탈의 경지를 증득할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은 그것을 스스로 증득을 하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이 길을 따라 수행 정진하면 누구나 다 해탈 열반을 증득할 수가 있다고 하셨어요. 여기에는 신도 없고 사제도 없고 신자도 없고 오직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기 위해서 나아가는 ‘수행자’ 한 종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부처님은 누구일까요? 바로 이 자유와 행복의 길로 우리를 안내해 주고 이끌어주는 위대한 스승님입니다. 즉 신이 아니고 스승님입니다. 

 

지금까지 배우면서 이 입장이 정리되었나요? 이 입장이 정리되어야 불자가 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불교 신자가 됩니다. 

 


 

다른 종교는 교회나 절에 오라고 난리인데, 왜 정토회는 와서 불자가 되겠다는데도 수계를 안 주고 1년이나 기다리게 했을까요? 그것은 불교가 일반 종교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내가 스스로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는 길로 가겠다고 원을 세우면 그가 바로 불자인 것입니다. 그런 원을 세우지 않는 사람은 불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계를 받는 것은 ‘나도 이 부처의 길을 가겠습니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서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부처의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불법승 삼보에 귀의를 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고 우리를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길로 인도해 주시는 위대하신 스승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귀의불(歸依佛)’이에요. 이것이 ‘삼계대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三界大導師 四生慈父 是我本師)’, 온 우리의 스승이고 모든 생명 가진 존재의 자비하신 어버이시고 나의 유일한 스승이시다는 뜻이죠. 

 

그 분은 바로 그런 붓다가 되는 길을 우리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세상의 가르침인 돈 버는 길, 출세하는 길, 천국에 가는 길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이것은 모든 속박을 끊고 모든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서 해탈과 열반, 참 자유와 참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귀의법(歸依法)’입니다. 

 

그러면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다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나도 이 길을 가는 수행자의 대열에 참여했다’,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정말 청정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 공동체에 귀의한다’ 이것이 ‘귀의승(歸依僧)’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해탈과 열반의 길을 열어주신 위대하신 나의 스승 부처님께 귀의하며, 두 번째로 이 길로 안내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며, 세 번째로 이 길을 가는 수행자 공동체에 귀의한다, 이렇게 먼저 불법승 삼보에 귀의를 해야 됩니다. 이 길에 동참하는데는 어떤 인종이든, 남자든 여자든, 신체 장애가 어떠하든, 성적 취향이 어떠하든, 어떤 나라 사람이든, 무슨 종교를 갖고 있든 관계 없습니다. 뭘 믿고 뭘 하든 그것은 그들의 문화니까요. 기독교 신자냐 불교 신자냐 하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남자냐 여자냐 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다만 부처가 되겠다는 발심을 해야 합니다. ‘나는 부처의 길을 가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나의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서 그 길을 가는 이 공동체에 함께 하겠다’ 이렇게 입장이 서야 돼요.

 

이렇게 부처의 길을 가겠다고 발심을 했으면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은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서 행하고, 이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오늘부터 딱 멈추겠다고 해야 합니다. 이 길을 가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을 이름하여 선이라 하고 이 길을 가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악이라고 불러서, ‘지악수선(止惡修善)’해야 합니다. 악은 멈추고 선은 행한다. 내가 좋아도 도움이 안 된다면 딱 멈추고, 내가 싫어도 도움이 된다하면 기꺼이 행합니다. 이것을 계율이라고 합니다. 

 

오늘 첫 출발은 우선 계를 받아 지키는 것으로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부처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됩니다. 아직은 부처가 아니지만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서 수행 정진하면 여러분들은 마침내 부처가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을 이제 더 이상 중생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아직 부처가 아니라 하더라도 부처가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처로 부르겠다는 것이 불명이에요. 불명이란 부처의 이름입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들이 이 계를 받아서 수행 정진하면 미래세에는 부처가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아무개야, 이것 좀 해줘’ 부탁하면 ‘싫어’ 이렇게 말해도 되었지만, 이제 불명을 부르면서 ‘아무개 보살님, 아무개 거사님, 이것 좀 해주세요’ 하면 하기 싫어도 ‘예’ 해야 돼요. 지금 부처의 이름을 불렀잖아요. 아무개 부처님 이랬으니까요. (대중들 웃음) 

 


 

그래서 오늘부터 내 삶이 달라져야 합니다. 수계 받는 이유를 알겠어요? 마음이 뿌듯해요? 겁나요? (대중 웃음)

 

스무 살이 넘었으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 되는데 이렇게 못 살고 요즘은 스무 살이 넘어서도 부모님 밑에 붙어서 잔소리 들어가며 집을 안 나가고 있는 부모에게 의지해서 사는 경우가 많죠. 이와 같은 것이 바로 신자예요. 스무 살이 딱 되면 ‘그동안 저를 낳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제 인생을 책임지고 살겠습니다’ 하는 것, 독립해서 도움도 받지 않지만 부모님 잔소리도 듣지 않고 무엇을 하든지 내가 결정해서 하는 사람, 장부, 이것이 불자이고 수행자입니다. 여러분들도 능력있는 분에게 다 붙어있고 싶은 마음이 강하니까 지금 독립하기 싫다는 거죠? 독립해서 자기가 돈 벌어서 부모님도 좀 드리고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짜 효자예요. 50살, 60살이 되도록 부모님 등골 빼는 게 효자가 아니예요. 불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 정진해서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수계의 의미를 명확히 알게된 대중들은 큰 박수로 법을 설해준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스님께 수계의 의미를 안내 받은 대중들은 오른손은 이마 높이로 올려서 합장 자세를 하고, 왼 팔은 팔꿈치까지 옷을 걷고 주먹을 살짝 쥔 채, 법사님들이 차례차례 연비를 하는 동안 참회 진언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를 염하며 백겁으로 지은 죄업이 따끔한 한 찰나에 흔적조차 없어지기를 간절히 발원했습니다. 

 


▲ 지난 삶을 참회하면서 법사님으로부터 연비를 받는 졸업생들

 

이어서 스님이 계율을 하나씩 설하고 지킬 것을 물으니 수계 대중들은 ‘잘 지키겠습니다’하고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오계를 수지한 대중들은 그 뜻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오계를 합송했습니다.

 

“첫째,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 함은 생명을 존중하라는 뜻이기에 살아있는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지 않겠습니다. 

 

둘째, 도둑질을 하지 말라 함은 성실하게 살라는 뜻이기에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지 않겠습니다. 

 

셋째, 사음하지 말라 함은 청정하게 살아가라는 뜻이기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않겠습니다. 

 

넷째,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함은 진실을 말하라는 뜻이기에 남을 속이거나 욕설하지 않겠습니다. 

 

다섯째, 술을 먹지 말라 함은 맑은 소견을 가지라는 뜻이기에 술을 과도하게 마시거나 취하지 않겠습니다. 

 

저희 수계자들은 오늘 이후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이 서원을 성취하기 위해서, 화합하고 단결하여, 용맹 정진하겠습니다.” 

 


▲ 오계를 합송하는 졸업생들

 

이렇게 서원한 수계 대중을 위해 스님은 수계자들이 계를 잘 지키고 수행을 놓치지 않고 정진할 수 있도록 간절히 축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계 받는 대중을 대표해서 구미법당 이상명님에게 불명과 수계증을 주고 불명을 해석해 주었습니다.

 


 

“불명은 모두 부처님의 명호이기 때문에 그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에요. 또 미래세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불명이 좋니 나쁘니 얘기하면 안 됩니다. 또 불명을 자꾸 해석하려 하지 말아요. 그냥 부르면 됩니다” 

 

혹시나 불명에 대해 시비하는 대중들에 대해 주의를 주면서 이어서 졸업생들도 차례로 앞으로 나와 법사님들로부터 수계증과 염주를 받았습니다.

 


▲ 수계증과 염주를 받고 기뻐하는 졸업생들

 

수계식의 마지막 순서로 정토회 행정처 김은숙 처장님이 나와 “정토회는 수행, 보시, 봉사하는 공동체로서 오계를 어겼을 경우 참회해야 하고, 매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천일결사 기도를 해야 하며, 매월 삼보수호비를 납부해야 함”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도반이 된 것을 환영하는 영접사와 함께 사홍서원을 끝으로 삼귀의·오계 수계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대중들이 모두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 사이 스님과 법사님들은 졸업생들과 법당별로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 지역 법당별 단체 사진 촬영 

 

삼삼오오 모여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부터는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졸업식은 불교대학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신나는 문화공연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원주 법당은 새빨간 양말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앗 뜨거’라는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쳐 식후 졸음을 확 달아나게 하며 졸업식의 흥을 돋구었습니다. 

 


▲ 원주 정토법당 졸업생들의 신나는 문화 공연 

 

이어서 1년 간 불교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보았습니다. 서먹서먹하던 입학식부터 첫 수업을 듣던 초롱초롱한 눈망울, 법륜 스님과 함께 떠난 경주 남산 순례, 전국의 도반들을 만나고 함께 수행을 체험한 특강 수련, 거리모금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은 경험 등 도반들과 가까워져 가고 수행이 깊어져 간 시간들이 사진 슬라이드로 펼쳐졌습니다. 

 


▲ 불교대학 1년 간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영상

 

그리고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대표님은 “이제 여러분들은 수계를 받고 내가 희망이 되고 또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부처 클럽에 멤버십을 취득하셨습니다” 라며 축하의 마음을 표하면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을 때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길을 가르쳐주시는 스승님이 계시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자상하게 안내해 주시는 법사님들이 계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할 도반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원활동가로서 법당에서, 거리모금에서, 희망 강연에서 그리고 통일을 위한 활동 속에서 함께했으면 합니다” 라고 앞으로의 적극적인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이어서 졸업생을 대표해서 대구정토회 이지인님이 졸업 소감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소감문에서 담겨진 수행의 감동이 많은 대중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습니다. 경청하며 눈물을 흘리던 대중들이 자신이 받은 감동을 큰 박수로 전달하였습니다. 소감문은 수행은 넘어지고 넘어져도 또 다시 일어나서 해보고 마침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라고 온 몸으로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가르침을 주신 스님께 졸업생을 대표하여 진주법당의 박순덕님이 꽃다발을 올렸습니다. 졸업생들은 진심어린 감사함을 ‘스승의 은혜’ 노래를 통해 전달하였습니다. 

 


▲ 스님께 꽃다발을 건내는 졸업생

 

스님은 졸업식에 참여한 2,200여명의 대중들을 위해 졸업 축하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졸업생들이 졸업한 이후에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수행, 보시, 봉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었습니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위해서는 굉장히 아끼고 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겨주고, 거기다가 화장까지 해주고, 좋은 옷으로 입히고, 맛있는 것을 먹이고, 좋은 잠자리에 재워주고 이렇게 애지중지 하는데, 정작 우리의 마음은 함부로 합니다. 악쓰고 화내고 짜증내고 원망하며 괴로원 합니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하니까 아이도 그 속에서 초조불안하게 자랍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나는 저렇게 안하겠다 하지만 자기도 또 자라면 그렇게 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에요. 그래서 행복의 원천인 이 마음을 몸처럼 좀 잘 가꾸자는 겁니다. 매일 씻어주고 화장하고 먹이고 입히고 이렇게 까지는 안 하더라도 매일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깨끗하고 청정한 마음을 가질 것을 원을 세우고, 또 어제 하루 탐진치 삼독에 물들었다면 그 마음을 살펴보고 참회해서 씻어내고, 이렇게 해서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이죠. 이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요체입니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 권력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어떻게 예쁜 여자와 결혼할 것이냐, 어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것이냐,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질 수가 있느냐,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거기에 관계없이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가 나에게 쓰레기 한 봉지를 주면 ‘왜 쓰레기 봉지를 나에게 줬냐’고 하면서 그 쓰레기 봉지를 가지고 계속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미워하는 이런 어리석은 삶이 아니라 그것이 쓰레기라면 그 자리에서  던져버리는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되지 못해요. 상대가 나한테 준 쓰레기 봉지를 갖고 1년이고 10년이고 그 사람을 따라다녀서 결국에는 자기가 그 쓰레기 봉지를 간직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이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서 한 번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어떻게 하면 내가 참자유와 참 행복에 이를 수 있느냐’ 그것을 참구하시고 끝없는 실천을 하셔서 그 법을 찾아내고 그래서 본인이 먼저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좋은 법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서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셨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영향을 받아서 행복해졌고 그들 또한 그 좋은 법을 다른 지역으로 멀리 멀리 또 후대에도 전해주고 전해줘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들의 은혜를 입고 있는 겁니다. 마치 나의 육신이 있기 위해서는 부모가 있고 부모가 있기 위해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 위로 조상이 있었듯이 내가 이 좋은 법을 만나게 된 것은 스승이 있어서고 그 스승은 스승이 있어서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부처님에게까지 이르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바로 그러한 법을 만나서 맛보고 ‘아, 나도 이 길을 가야되겠다’ 이렇게 원을 세우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졸업을 하면 끝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작이고 출발입니다. 이렇게 출발을 했으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될까요? 지금은 대충 이 원리가 어떻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방향을 잡고 이해했다면, 이제 실제로 한 발 한 발 가야 됩니다. 그래서 이제 여러분들은 깨달음의 장에도 갔다 와야 돼요. 처음에는 불법을 만나서 좋았고 즉문즉설을 듣고 인연이 되었고 불교대학을 다녀서 좋았지만 경험과 실천이 안 되니까 현실에서는 도움이 안 돼요. 그런데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면 새로운 발심을 하게 됩니다. 정말 불교대학을 졸업하려면 깨달음의 장을 갔다 와야지만 졸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깨달음의 장은 깨달음이 어떻게 우리의 고뇌와 무지를 깨뜨리느냐 하는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그것만 경험하면 다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것도 깜깜한 방에 작은 바늘 구멍만한 구멍이 뚫린 정도 밖에 안 돼요.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는 획기적인 사건이죠. 내가 나를 모르다가 내가 나를 알게 된 것입니다. 깨달음의 장을 갔다오면 소크라테스가 말한 ‘네 꼬라지 네가 알라’ 정도는 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겁생래 지은 업식이 다 녹아나는 것은 아니에요. 이제 첫 번째 발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후에는 매일 매일 정진을 해야 됩니다. 쉼 없이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야 합니다. 매일 수행자들이 함께 정진하는 모임이 정토회 천일결사입니다. 한 백일쯤 정진을 해보면 내 꼬라지를 조금 알 수 있어져요. 사람들이 나보고 ‘네 고집 센다’ 하면 ‘내가 왜 고집이 센데? 넌 안 쎄나? 고집 없는 사람이 어딨노?’ 하지요. ‘욕심이 좀 많다’ 하면 ‘욕심없는 사람이 어딨노? 넌 없나’ 이런 수준이었는데 이제 공부해보면 남이 아는 나를 나만 모르고 살다가 ‘아, 이래서 사람들이 나 보고 고집이 세다 그랬구나’ 이걸 알게 돼요.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어요. 꾸준히 정진해서 천일을 하게 되면 여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해요. 그래서 같이 사는 아이들도 남편도 아내도 부모도 ‘사람이 달라진다’ 하는 것을 약간 느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천일결사에 참여해서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얻으려고만 해요, 그래서 주는 연습을 해야 돼요. 작든 크든 형편 되는대로 계속 보시를 해야 합니다. 또 우리는 이해 받으려고만 해요. ‘넌 왜 나를 이해 못하니?’, ‘너가 내 처지 되어 봐라’ 늘 이렇게 부모가, 남편이, 애들이 내 마음을 이해 못해 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 ‘아이고, 엄마 아빠가 그래서 그랬구나. 엄마 아빠도 참 힘들었겠다’, ‘아이고, 남편도 요즘 회사 일이 잘 안 되고 해서 그랬구나’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우리는 도움을 받는 데서 도와주는 사람, 이해 받는데서 이해해 주는 사람으로 변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나의 기쁨이 조금씩 커지고 원망과 슬픔과 미움과 좌절은 조금씩 옅어져 가게 돼요. 

 

이런 상태에서 이제는 내가 얻은 이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더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는 대승 불교이니까 우리가 부처의 길을 가는 과정에도 내가 얻은 것을 이웃에 나눠서 ‘함께 이 좋은 길을 가자’ 하는 봉사를 해야 합니다. 전에는 누가 다 준비해 준 법당에 와서 딱 앉아서 공부만 하고 갔는데 이제는 내가 10분 전에 와서 방석도 깔고 청소도 좀 하고 어떤 역할이든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보면 또 잘 안돼요. 그러면 다시 또 정진을 해야 되요. 그래서 매일 정진하고 실천하고 정진하고 실천하고 즉 연습을 해보고 안 되면 뭐가 문제인지 밝혀서 또 연습을 해보고 또 해보는 것입니다. 명상하고 절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현실에 가서 부딪히고 돌이켜보고 다시 참회를 하고 또 가서 부딪혀보고 이 전체가 수행입니다.

 

 

정토회는 수행 공동체입니다. 수행을 이렇게 매일 정진하는 수행과 보시, 봉사로 다시 나눌 수 있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여러분들이 다음 불교대학생을 위해서 또 봉사하는 역할을 하고, 이렇게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일체 중생을 위해서 이 좋은 법을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베풀었듯이 우리 또한 이 좋은 법을 이웃에 아무런 대가 없이 베풀어 가야 됩니다. 그리고 자기 재능껏, 작지만 조금씩 보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이 봉사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이것은 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도 이 좋은 법을 만나서 기뻐지기를 발원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공부를 좀 더 해야 돼요. 법륜 스님이 ‘불교는 이런 거다’ 한 것을 가지고 공부했으니까 이제는 경전반에 올라가서 부처님이 말씀한 경전을 직접 가지고 공부해 봐야 합니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다시 출발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대중들은 다시 한번 실천을 다짐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졸업장 수여가 진행되었습니다.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스님으로부터 직접 받고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 나온 한 졸업생을 보며 대중들은 더욱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경전반 수료생들은 법사님으로부터 수료증과 ‘일과 수행 아름다운 조화’ 라는 책을 선물 받았고, 스님은 무대 위로 올라온 경전반 수료생 모두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생들의 문화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동래법당 불교대학 졸업생들은 1년 간 해 온 거리모금, 봉사활동, 통일 교육 속에서 들었던 마음들과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꽁트로 표현하여 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 꽁트를 보여주고 있는 동래 정토법당 졸업생들

 

이어 백일출가 졸업생들의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여름 안에서’라는 신나는 곡을 도반의 소중함과 수행자의 행복함을 주제로 개사하여 법복을 수한 채 합창하였고, 청명한 여름 노래에 대중들도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 백일출가 수련생들의 축하 노래

 

졸업식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대중들을 향해 스님과 법사님들은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보내 주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명상수련이 연이어 있을 예정입니다.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머물며 대중들의 명상을 안내하면서 단식 수행을 계속하십니다. 7월 20일부터 24일까지는 2차 명상수련, 7월25일부터 29일까지 3차 명상수련, 그리고 7월30일과 31일은 정토회 공동체 대중들과 안거 회향 수련을 함께 갖습니다. 명상수련이 모두 끝나고 7월30일에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 법륜 스님의 명쾌한 강의 ‘2015년 정토불교대학’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8월23일에 신청 접수가 마감되오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55

0/200

정긍정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

2015-08-25 21:27:30

큰바다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2015-08-01 18:38:40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5-08-01 15: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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