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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부산에서 청춘콘서트를 마친 후 동래 정토법당에서 하루밤 주무신 스님은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동래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새벽 기도를 했습니다. 스님이 새벽 기도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평소보다 많은 수의 회원들이 새벽부터 동래 정토법당을 찾았습니다.
▲ 부산 동래 정토법당의 새벽 예불
기도 후 스님은 소승과 대승의 수행법이 갖는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정토회가 세운 두 가지 원에 대해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기도 또한 원을 갖고 꾸준히 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먼저 계율을 지키는 소승의 수행법과 원을 발하는 대승의 수행법에 대해 말씀해 주었습니다.
“수행을 할 때는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는 금기가 있고, ‘이것을 하면 좋다’ 하는 원(願)이 있습니다.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가 ‘계율’이고, 이것을 하면 좋다는 것이 ‘원(願)’입니다. 그래서 소승은 계율을 잘 지켜야 되고, 대승은 원을 발해야 됩니다.
내가 어떤 어려운 경우에 처하더라도 살아있는 생명은 죽이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은 갖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욕망이 일어나더라도 남을 괴롭히거나 성추행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최소한 이 이하는 내려가지 않아야 합니다. 즉 남을 헤치지는 않겠다, 남을 손해끼치지는 않겠다, 남을 괴롭히지는 않겠다, 이런 것들을 지키면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훌륭한 인격을 갖게 됩니다. 수행자는 이것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됩니다. 우리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줘야 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야 되고, 괴로운 사람을 보면 위로해야 됩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도와야 합니다. 어디까지 얼마나 도와야 하느냐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데 까지 하면 됩니다. 그 원이 크면 클수록 부처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원과 욕심은 차이가 있습니다. '욕심'은 능력은 안 되는데 많이 하려고 해서 괴로운 것입니다. '원'은 좋은 일을 많이 할려고 최선을 다할 뿐인 것입니다.”
계율을 잘 지키는 토대 위에 한발 더 나아가 원을 발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정토회가 세운 두 가지 원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정토회가 하고 있는 대승의 수행법은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대승은 소승에 비해서 원을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정토행자의 서원’이 있습니다. 서원이라는 것은 자기가 어떤 원을 세우고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해서 맹서를 한 것입니다.
정토회는 두 가지 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이 땅에 전파해서 많은 사람들이 법의 인연을 만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를 서원했습니다. 이것이 ‘정토 건설’이라고 하고 그런 세상을 ‘정토’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선 나부터 수행 정진을 해야 되고, 또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이 법을 전해야 합니다. 법을 전하기 위해서는 법당이 필요하고, 그래서 전국 시군구에 법당을 개설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또 법당을 개설해서 법을 전하려면 정토행자들이 많이 양성되어야 하니까 연수원과 같은 교육 시설이 필요합니다. 1차 만일결사에는 읍면동에 수행 도량을 만들자는 원을 가지고 있고, 2차 만일결사에서는 전 세계로 이런 운동을 확산시키자는 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보자고 서원했습니다. 앞에 것은 개인이 수행 정진을 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인연을 많이 만들어 주자는 것이라면, 즉 씨앗을 잘 개량해서 좋은 씨앗을 만들자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좋은 밭을 만들어서 곡식을 잘 자라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자는 것입니다. 즉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어떤 경우에도 나는 살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이것은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춰서 뭇 생명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자, 굶어죽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 고문 당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회 운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적어도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하고, 분단된 나라가 하나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승은 이런 원을 세울 필요가 없어요. 소승은 남을 헤치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대승이다 보니까 이런 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을 딱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원을 크게 세울수록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욕심으로 원을 세우면 그 원이 되기만 바라지 자기 노력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 되니까 괴롭죠. 그러나 수행자는 원을 높이 세우고,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합니다. 극락 세계를 이루겠다고 법장 비구가 48가지 원을 발해서 다생겁래로 희생과 봉사를 해서 그 원을 이루자 자기도 부처가 되었는데 그것이 아미타불입니다.
그래서 우리들도 이 땅에 태어난 인연으로 평화와 통일을 이루겠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100년 전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선조들이 싸웠고, 또 50년 전에는 나라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조국 근대화에 투신을 했고, 30년 전에는 독재를 물리치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해서 민주화 운동에 많은 젊은이들이 헌신을 했습니다. 그 보다 더 큰 과제가 분단되어서 갈등하는 민족을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평화롭게 만들어서 하나가 되도록 통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마음으로도 다 하고, 몸으로도 다 해야 합니다. 원을 딱 세우면 자기가 가진 모든 정신을 거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남을 돕겠다는 원을 세웠는데 남에게 손해 끼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죠. 그래서 대승은 무엇 무엇을 하지 않는다고 하기 보다는 무엇 무엇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계율은 저절로 지켜집니다.”
남을 돕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겠다는 원을 세웠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계율은 저절로 지켜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대승은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수행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매일 아침 수행하는 것도 원을 세워서 꾸준히 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원을 세웠으면 꼭 해야 됩니다. 몸이 아파서 못하고, 여행을 가서 못하고, 하기 싫어서 못하고, 직장 때문에 못한다고 하는데 이해는 됩니다. 우리가 그런 조건에 있으니까 수행을 못하는 것이고, 통일을 못하는 것 아니겠어요? 보살이 원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그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을 세워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장애를 극복해야 원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쉬웠으면 그냥 이뤄졌겠죠. 장애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극복해야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애를 핑계 삼으면 안 됩니다. 등산 갈 때 다리 아프다는 소리는 하나 마나한 소리 아니예요? 등산을 해서 높은 곳에 오르면 다리가 아픈 것이 정상입니다. 다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 등산입니다. 그것처럼 장애가 있으니까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원을 세우는 것이죠.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백일 기도를 한다고 할 때 장애가 없으면 원을 세울 이유가 없죠.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겨서 기도를 못할 조건이라고 하면서 기도를 하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을 사는 데는 많은 장애가 있을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은 어떻게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어요? 장례식 때 울다가도 밥은 먹어야 되잖아요.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요. 그것처럼 원을 세웠으면 삼시 세끼 밥 먹듯이 하면 됩니다. (모두 웃음)
울다가도 밥 먹고, 장례 치르다가도 밥 먹고 하듯이, 원을 세웠으면 그냥 하는 거예요. 장애가 있든 없든, 여름이면 여름 대로, 겨울이면 겨울 대로, 그것은 날씨의 문제이고 나는 그냥 하는 겁니다. 더우면 땀 좀 흘리면서 하고, 추우면 옷 좀 껴입고 하면 됩니다. 수행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습니다. 삼시 세끼 밥 먹듯이 하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듯이 수행 한번 하면 되는 거예요.
아침에 수행 한번 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나 성하나, 주욱 해나가면 마음에 중심이 잡히게 됩니다. 중심이 잡히면 어지간한 일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남편이 못할 때고 있고, 잘할 때도 있고, 잘하면 헤헤 웃고, 못하면 성질 내고 하는데, 꾸준히 정진하면 잘해도 좋게 봐주고, 못해도 좋게 봐주고,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흔들림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우선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통일의 원을 세웠으면 정부가 탄압할 때도 있고, 정부가 우리를 칭찬해서 이끌어줄 때도 있고, 방송에 잘 한다고 내줄 때도 있고, 나쁘게 내줄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럴 때 좋게 내주면 입을 헤 벌리고, 나쁘게 내주면 기분 나쁘고, 그러면 안 돼요. 그것은 그들의 문제입니다. 그런 파고를 뚫고 배는 나가는 겁니다.
파도가 클 때 그것을 뚫고 나가려면 어떡해야 합니까? 배가 커야 됩니다. 그것처럼 원이 커야 합니다. 원이 크면 모든 장애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을 세우고 꾸준히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장애를 뚫고 나가려면 원이 커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동래정토회 회원들은 매일 아침 절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루 세끼 밥은 꼬박 챙겨먹느냐는 스님의 호통에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동래 정토법당 총무님은 “스님께서 법당에 오셔서 너무나 좋지만, 법당 아래에 노래방이 있어서 밤새 시끄러웠을텐데 잘 주무셨는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면서 “이렇게 와주신 스님께 삼배로 인사를 드리자”고 하였습니다. 동래정토회 회원들은 정성껏 스님에게 삼배를 하였고, 스님도 맞절을 하며 “하루 잘 머물고 갑니다” 하고 인사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아침 6시에 동래 정토법당을 출발한 스님은 8시에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그동안 밀린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곳곳에 자란 잡초를 제거하고 마른 땅에 물을 주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수확도 많았습니다. 지난주에 조그만 했던 호박이 일주일 사이에 먹음직스럽게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호박 큰 거 봐라” 하고 즐거워하면서 호박을 뚝 떼었습니다.
▲ 일주일 사이에 크게 자란 호박
텃밭에는 가지, 오이, 고추도 탐스럽게 잘 익어 있었습니다. 각각의 채소들을 한손에 모은 스님은 “오늘 아침은 이걸로 먹자”며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 스님이 직접 딴 채소들로 차려진 밥상
늦은 아침 식사 후에도 스님은 땀방울이 이마에 맺힐 정도로 농사일을 계속 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는 원교 교정 업무를 본 후 오후 1시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에는 서울에서 저녁 7시 30분부터 평화재단 3층 강당에서 열리는 사회통합아카데미에 참석해 '통합의 역사로 새로운 100년을 꿈꾼다'는 주제로 윤여준 전 장관님과 대담을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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