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6.11 INEB 간담회 및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INEB 동남아 스님들과 일주일 동안의 정토회 방문을 마무리하는 간담회를 가진 후 저녁에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에 참석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도 스님께서는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새벽4시30분 도량석 소리와 함께 일어나 새벽 예불 및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새벽 예불

 

기도를 마치고 발우공양 시간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의 정토회 방문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친 INEB 스님들의 소개와 간단한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분 한분의 소개를 듣다보니 오늘 고국으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더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번 인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교류가 일어나길 간절히 기원해 보았습니다. 

 


▲ 발우공양

 

INEB 동남아 스님들은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전국 비구니 회관을 둘러보러 이동했고, 스님께서는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아침 7시30분부터 점심 때까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으로 몇 번의 미팅을 가지셨습니다. 

 

그리고 오후2시부터는 전국 비구니 회관을 둘러보고 온 INEB 스님들과 함께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가셨습니다. 특히 이번 시간은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간담회입니다. ㄱ래서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활동을 하면서 무엇이 어려운지 얘기하고 스님의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INEB 동남아 스님들과의 마지막 간담회

 

먼저 태국의 두사디 스님은 센터를 지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분인데 “학생을 가르칠 스님이 부족하고, 수련 후 돌아가서 어떻게 수행하는지 체크할 수가 없고, 지역사회와 학교, 절이 함께 참여하는 제대로 된 교과 과정이 부족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또, 태국의 콩신 스님은 계를 받기 이전의 사람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가르치는 스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특히 요즘은 아무도 스님 되려는 것에 관심이 없고, 계를 받아도 지속되지 않고 나중에 환속하게 된다”고 고민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의 헤이마 비구니 스님은 청년들을 위한 교육, 훈련, 사회활동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분인데 역시 갈수록 청년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번에 오신 분들 대부분이 교육이나 트레이닝에 관계된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 교과 과정이 완전하지 않고, 팀웍이 안되니깐 교육에 치중할 힘이 부족하고, 그것을 꾸려갈 인력과 재정이 부족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도 “한국도 불교대학이 많이 개설되어 있는데 지식은 많은데 믿음이나 계율, 실천이 안되고 있고, 지식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개발되어 있다”며 한국 불교의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태국의 지라삭 스님은 “우리는 윤리에 대해서 강조하기 때문에 교리보다는 윤리 중심으로 가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얘기 했습니다. 또 태국의 아노샤 스님은 “출가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사회적 실천 활동이 부족한 남방 불교의 한계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듀사디 스님이 “지금 태국 불교는 중앙 집권적이여서 진보적인 스님들은 민중으로부터 시작하는 방식으로 함께 교육하는 허브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하자 스님께서는 INEB가 만들어진 취지를 설명해주시면서 부처님의 법을 어떻게 현대사회에 맞게 전할 것인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30년 전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할 때 그건 불교가 아니라 정치 활동이라고 평가가 되어서 사회 실천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감옥에 갔을 때도 교단으로부터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로부터 보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님 중심이 아닌 재가자나 청년들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도 기존의 스님들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보여졌습니다. 신도는 담마를 알 필요가 없고 그저 복만 빌면 되지 공부는 스님들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불교 교리를 신자들에게도 가르칩니다. 

 


 

그러니 새로운 불교 운동을 할려면 목표를 한 30년 정도 잡고 미래를 보고 해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사이비 취급도 받고 왕따도 당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저의 경우엔 불교에서 먼저 인정받기 보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나서 나중에 불교에서 인정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아까전에 윤리 이야기를 하셨는데 불교와 윤리를 동일시하게 되면 젊은이들이 싫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이혼을 하겠다고 할 때 ‘결혼했기 때문에 이혼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윤리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혼하는 건 너의 선택인데, 지금 이혼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 너 자신을 살펴보라’고 얘기해 줍니다. 

 

‘결혼할 때는 이 사람이 좋아서 결혼한 거 아니냐? 그런데 지금 살아보니깐 안 좋지 않으냐? 그러면 너가 그 때 판단을 잘못한 거 아니냐? 그리고 지금은 헤어지는게 좋겠다고 판단하지 않느냐? 그럼 또 일정하게 지나면 이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첫 번째 한번 잘못 했으면 두 번째는 좀 신중해라. 그리고 우리가 좋아서 한 것이 결과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 또 싫다고 안 하면 그것이 또 반드시 좋은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붓다가 말씀하시길 좋다 싫다에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이 괴로움과 즐거움이 돌고 도는 것이 윤회다. 지금 너가 먼저 해야할 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과 같이 있어도 괴롭지 않은 것을 먼저 달성하고, 그러고도 헤어지고 싶으면 그때가서 헤어져도 된다. 지금 해야할 일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고 싫은 것과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수행을 먼저 해야 된다.’ 

 

이렇게 이혼 문제로 제기했지만 이것을 수행의 문제로 바라보고 수행의 과제로 삼도록 안내합니다. 젊은이들은 ‘그러면 안된다’ 이렇게 하기 보다는 ‘나를 위해서 안 하는게 좋겠다’ 이렇게 자기 선택이 될 수 있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계율과 윤리는 다릅니다. 윤리는 선악의 개념이고 계율은 내가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계율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나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율에 대해서 막연하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사람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살생 계율의 경우를 보면, 한국에서는 ‘모기를 죽여도 되는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마구 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계율을 줄 때 첫 번째로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그것이 되면 그 다음에 짐승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그것이 되면 어류도 죽이지 말라고 하고요. 그래서 최소한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지 않는 것만이라도 확실하게 하도록 기초를 잡아 줍니다. 

 

술 먹지 말라는 계율도 술을 안먹으면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는 일이 생긴다면 음료수 먹는 수준까지만 먹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어울리다 보니 조금 더 먹었다면 정신적으로 취하는 증상이 없을 정도까지만 먹어라고 얘기합니다. 적어도 불자라면 술을 먹고 취했다, 이러면 절대로 안됩니다. 그래서 불자라면 적어도 인격자가 되도록 해야 합니. 우리 선생님이 불교 신자라면 ‘아, 맞을 일은 없겠다’고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재가 신자들에게도 ‘불자는 다르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인격자가 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기독교 신자와 불교 신자는 이름만 다르지 그 행동은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사회에서 조금 더 앞서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정토회는 이런 것을 계속 실험해 가는 것이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분들이 활동하는 곳에 직접 가보고 어떤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지 배우려고 합니다. 아비 달마에 대해서 저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물어보고 싶어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생활에 적용이 될 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확하지 않으면 가르침의 내용이 어려워지고 말이 많아집니다. 가르침이 굉장히 쉽고 재미있을려면 자기가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자기가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제가 가서 여러분들에게 물어볼 게 많아요. 준비를 좀 해주세요.” (웃음) 

 

이번에는 스님께서 한국 불교와 정토회의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안내를 해주었으니 다음에는 동남아 스님들이 스님께 자신의 활동을 보여줄 차례라는 이야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든지 스님께서 방문해 주시면 성의껏 안내해 주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앞으로 정토회의 활동과  남방 불교 간에 더욱더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더 현대사회에 맞게 자리매김하게 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동남아 스님들은 일주일 동안 많은 가르침을 준 스님께 각자 자기 나라에서 가져온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어떤 분은 꿀을 선물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야자수에 글자를 세긴 펜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감사히 선물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오신 비구니 스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스님께 절을 하며 공경의 예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동남아 스님들은 인사동으로 가서 한국의 전통문화가 깃든 상품들을 구경하거나 쇼핑을 하며 자유 시간을 보냈고, 스님께서는 잠시 시간을 내어 김윤신 작가님의 전시회에 다녀오셨습니다. 

 

김윤신 작가님은 지난 세계 100회 강연 때 아르헨티나 강연을 준비해주셨던 분입니다. 현재 서울에 와 계시면서 그림 전시회를 하고 계신데 스님께서 꼭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초대장을 보내서 잠깐 방문해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 김윤신 작가님의 전시회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오셔서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가진 후 저녁 7시30분부터는 평화교육원의 제12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에 참석했습니다. 제12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지난 3월26일 개강하여 6월11일까지 총 12주 동안 우리사회 각계 각층의 리더들을 모시고 강연도 듣고 토론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갈등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통일 한국의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해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수료하는 분들이 졸업과 동시에 어떤 마음 자세를 갖고 살아가면 좋을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제12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

 

먼저 스님께서 “축하합니다. 3개월 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재미있었어요?”라고 묻자 모두들 큰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12주 동안 강의도 듣고 경주도 다녀오고 하면서 자신이 변한 게 뭐가 있어요?”라고 묻자, 남자분 중에 한 분은 “통일에 대한 생각이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었고요. 필수로 가도록 하기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을 시작하게 된 점입니다.”라고 말했고, 여자분 중에 한분은 “사회를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비록 나이가 사십, 오십이 되었지만 다시 한번 가슴 뛰는 꿈을 꾸어보자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개인의 꿈을 공동의 꿈, 민족의 꿈, 아시아의 꿈, 인류의 꿈으로 확대해 나가 보자는 말씀에 정말로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아직 만족은 못하실 것 같아요. 인생은 죽을 때까지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옆에서 제가 볼 때는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됐으면 된 것 아니냐 싶어요. 이 말은 여기서 끝내라는 것이 아니에요. 첫째, 이제 나이가 벌써 40대, 50대가 되었잖아요. 키가 더 클 것도 아니고 이제 꺽이기 시작한다 이말이예요. 둘째, 결혼해서 자식도 낳았잖아요. 의사가 되었든 변호사가 되었든 이제 자신의 전문 직종을 가졌잖아요. 여기서 갑자기 생각도 못한 인생으로 바뀐다는 것은 1%의 확률도 안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갈 뿐이지 청소년이나 대학생처럼 생각도 못한 변화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여러분들은 인생의 진로가 거의 정해졌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이 중에 한두명은 또 변화가 생길지 모르지만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대충 삶의 방향이 잡혀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죠.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공동체인 사회는 어떤가요? 우리 사회도 어렵게 살다가 이제 먹고 살만하게 되었고, 자유없이 살다가 자유롭게 되었고, 옛날보다 좋아졌어요. 한국 사회가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옛날에 비하면 좋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도 계속 성장하고 좋아질거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나무와 풀도 7,8월이 지나면 더 이상 성장이 안되듯이 우리 사회도 거의 정체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저성장하고 정체되다가 시간이 흐르면 다시 쇠퇴로 가는 것이 이미 보입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든지, 출산율이 낮아진다든지, 사회적인 복지 요구가 높아진다든지 이런 전반적인 상황과 우리 주위의 국제 정세를 보면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게 되어 있어요. 이런 상태에서 자연의 질서에 맞게 늙고 죽는 과정을 거부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개인은 대충 방향이 잡혔지만 우리 공동체에 대해서 저는 약간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합하면 한번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 눈에는 보여요. 제가 볼 때는 지난 천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지금이 가장 나을 때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런 시대에 살았다는 것만 해도 괜찮은데 여기서 멈추기에는 조금 아깝지 않나 싶어요. 여기서 조금만 잘하면 3천년 만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즉,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고, 우리 전체가 조금 더 성장하고 조금 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느냐. 그 첫발이 통일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의 길로 가지 않고서는 달리 그 기회가 없고, 국민이 좀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민주화의 심화, 즉 분권이 이뤄져야 하고, 경제민주화, 즉 빈부격차가 좀 해소가 되어야 하는 몇가지 과제들이 있습니다. 국가가 더 발전하고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그런 사회를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합하면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나 메르스 대책을 보면 양이 커진 것에 비해서는 질이 너무 떨어져서 좀 챙피하거든요. 옛날에는 이 정도 수준이여도 별로 안 챙피했어요. 왜냐하면 그 때는 우리가 별 볼일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우리가 굉장히 괜찮은 줄 알고 있는데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좀 신통치 않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심화도 좀 가져와야 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목표의식을 갖고 힘을 모으면 한단계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첫단계가 통일입니다. 

 

지난 50년 간 우리가 이룬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평화가 유지되어야 하고,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통일은 통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대한민국은 일본과 중국까지 포용해야 합니다. 즉 일본은 과거사를 진솔하게 반성하기로 하고 우리는 좀 용서해주고,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발전을 용인하되 어느 정도 경계할 것은 경계하면서 협력을 모색하면, 한국의 발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이것이 조금 더 지속이 되면 아시아 시대를 우리가 꿈꿔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타고르가 얘기했던 동방의 등불을 우리가 만들 수 있습니다. 타고르는 이것을 생각하고 동방의 등불이라고 얘기한 게 아니고 생각도 못했던 3.1운동이 일어나서 그 3.1운동의 영향이 중국의 5.4운동에 영향을 주고, 5.4운동의 영향이 바로 인도의 반영 독립 운동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그 때 타고르가 한국에 대해 찬미를 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 지났으면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는 세계 문명의 꽃을 피우는 나라를 우리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으로써 우리가 통일을 생각해볼 수 있고, 통일 없이는 그 가능성을 아예 생각도 못할 뿐만 아니라 현상 유지하는 것도 사실은 쉽지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서 통일은 이제 좌우의 문제도 아니고,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민족의 비전과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정도만 살고 말겠다는 사람에게는 복잡한 문제로 느껴지겠지만, 약간 꿈을 갖고 뭔가를 달성해보겠다는 사람에게는 이 통일이 굉장한 메리트가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런 꿈을 좀 가벼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청소년기에 ‘나는 무엇이 되겠다’ 고 꿈 꾸었던 것처럼 지금 나이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이런 꿈을 꿀 수가 있다면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물론 꿈을 갖고 도전을 하면 고생스럽지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산꼭대기에 올라갈 때도 힘이 들 듯이요. 그러나 거기에는 기쁨과 보람이 있습니다. 저도 승려이기 때문에 제3세계 구호활동이나 환경운동이나 사람들의 수행 지도나, 그래도 조금은 이 땅에 태어난 인연으로 남북의 평화나 북한의 인도적 지원이나 이런 활동들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지난 20년 동안 미국을 다니며 민간 외교를 해봐도 현재 상태에서 통일 문제는 결국 한국 정부가 어떤 자세를 갖고 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뭐라 그래도 ‘북한은 우리 나라다. 우리 문제니까 우리가 책임지고 할테니 너희가 나서지 말고 우리를 좀 도와라. 핵문제는 통일하면 우리가 해결할테니 너무 그것 갖고 설치지 마라’ 이렇게 딱 책임지는 자세로 민족의 주인으로서 입장을 갖고 대응을 하면 되거든요. 그렇지 못하니까 억지로 끌려가서 하수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반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을 딱 잡고 한미동맹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통일 지향적인 정부가 들어서야 됩니다. 이제 2017년이라는 기회를 놓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통일이 어려워집니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의 세력이 비등해지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둘째는 북한이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버텨줘야 협상도 하고 중국의 개입도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 친중 정부가 들어서 버리면 우리도 지금 미국 때문에 자주적으로 결정을 못하듯이 북한도 이제 중국 때문에 자주적으로 결정을 못하게 되어서 통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통일의 기회는 언제든지 오는 게 아니에요. 제일 좋기는 이명박 정부 때 잘했으면 가장 좋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설 때만 해도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매우 어려워졌어요. 벌써 미일 동맹이 굳어져버렸고, 우리는 이제 하위 변수이지 대등한 변수가 안돼요. 여기에 사드 배치까지 다 되고나서는 정권이 새로 들어서든 어떻게 되겠어요? 미국과 약속해 놓은 것을 다 번복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쉬운 게 아니에요. 그래서 사실은 분단 쪽으로 이미 기울어졌어요. 그러나 저는 아직은 한번 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제가 보기에 어렵습니다. 미중 간의 세력 균형, 북한 권력이 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 그리고 판이 이미 짜여져 버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통일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우리가 통일하고 싶다고 쉽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서 여러분들은 더 이상 통일 문제를 진보니 보수니 좌니 우니 여니 야니 지방이 어떠니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통일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임을 알고, 그 쪽을 향해서 모든 국가적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그런 사람과 세력이 통일지향적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겠느냐, 이것을 봐야 합니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니까 ‘우리는 이런 정부를 원한다’ 이렇게 우리가 내세운 방향에 누구든지 가장 동의하는 사람과 세력을 지지하는 관점만 분명히 가지면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오늘 졸업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시야가 좀 넓어졌으니까 이제는 개인의 꿈을 공동의 꿈으로, 개인의 꿈을 민족의 꿈으로, 마치 독일 사람들과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과 프랑스의 꿈을 유럽의 꿈으로 승화시켰듯이 우리는 지금 개인의 꿈을 우리 민족의 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한국의 꿈을 아시아의 꿈으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다시 아시아의 꿈을 인류의 꿈으로 더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약소국으로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지 우리가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별로 안하는 것 같아요. 인류는 고사하고 아시아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생각도 안하고,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도 생각 안하고, 한국 정도의 책임도 별로 생각 안하고, 자기 가문의 꿈도 별로 생각 안하는 것 같아요. 겨우 개인의 꿈이나 가족의 꿈 정도만 생각하지요. 조금 더 우리의 꿈을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꿈을 꿔 봅시다.”  

 

스님의 열정이 담긴 간곡한 말씀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스님께서는 매번 반복하시는 말씀이지만 정말 들을 때마다 새롭고 들을 때 마다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스님께서 진정을 다해 말씀하시기 때문일 겁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인사 말씀을 한 후 오늘 수료하는 한분 한분에게 수료장과 개근상, 정근상을 각각 나눠 주셨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함께 통일한국을 향해 나아가자’는 무언의 말씀을 하시듯 꼭 잡은 손으로 악수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통일코리아!”를 외쳐 보았습니다. 모두들 변호사, 의사, 기업가 등 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인데 이번 12주 동안의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이제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함께할 자세가 되어있는 통일의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12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생 일동은 스님께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해달라는 뜻으로 등산화 한 켤레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감사합니다. 잘 신을게요”라고 고마워 하셨습니다.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후 스님께서는 정토회관으로 가셔서 늦은 밤까지 업무를 보시다가 오늘 일정을 마치셨습니다. 

 

내일은 발우공양 시간에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환송 인사를 하고, 평화재단에서 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경주로 이동하실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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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br />저희 들을 위해서 건강에도 신경을 좀 쓰시길 기원합니다

2015-06-17 00:34:39

^^^^

&lt;...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도 생각 안하고..겨우 개인의 꿈이나 가족의 꿈 정도만 생각하지요. 조금 더 우리의 꿈을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gt;등산화선물 받으신거 축하드려요 스님 ㅎ

2015-06-15 01:22:04

정긍정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

2015-06-14 19: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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