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4.25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 3일째 ‘회향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 3일째 마지막날을 함께 하셨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벽 4시에 일제히 기상하여 문경 정토수련원 대웅전에서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명상원에서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언덕 길은 숨이 차긴 했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을 구경하며 조용한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 문경정토수련원 대웅전 

 


▲ 새벽 예불 

 

해외 총무단은 스님과 함께 한시간 동안의 새벽 기도 시간을 가진 후 무변심 법사님으로부터 곧바로 불교 의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불교 의식 교육을 마친 후에는 문경 공동체 행자님들을 비롯하여 100여명의 대중들과 함께 발우공양 시간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발우공양을 한지 3일째 되는 날이여서 그런지 모두들 어제보다 더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 발우공양

 

발우공양을 마치고 대중공사 시간이 되자 많은 행자님들이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해 발로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어제에 이어서 백일출가 행자님들을 위해 참회를 하는 마음 자세와 정토회가 지향하는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의 세 가지 방향에 대해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참회를 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40개의 정토행자 계본에 따라서 자신이 지키지 못했을 때 참회를 합니다. 참회를 할 때는 첫 번째, 내가 스스로 나의 잘못을 자각하고 ‘참회’합니다. 두번째, 이렇게 대중 앞에 드러내어서 참회하는 것은 일종의 ‘포살’에 해당합니다. 스스로 대중 앞에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어 참회하는 발로 참회이죠. 세 번째는 내가 내 잘못을 자각하지 못할 때 도반으로부터 지적을 받아서 ‘아, 내가 놓쳤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을 ‘자자’라고 말합니다. 참회, 포살, 자자,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는데 이것은 모두 참회에 들어갑니다. 

 

여러분들이 매일 매일 아침 정진을 하면서 스스로 어제 하루 생활을 돌아보고 ‘아, 내가 이걸 놓쳤구나’ 하고 반성하는 것을 참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공동 생활을 하니까 나는 스스로 내 잘못을 자각하고 참회를 했지만 나의 잘못이 다른 사람에게는 의혹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예불 시간에 왜 저렇게 나가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분별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계율에 따라서 의혹이 일어날 수 있죠. 그래서 나의 잘못도 참회하지만 함께 사는 도반의 의혹을 풀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불하는 중에 갑자기 설사가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참회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한 참회 뿐만 아니라, ‘아, 그래서 예불 중에 나갔다 오셨구나’ 이렇게 도반들의 마음 속에 있는 의혹을 풀어주게 됩니다. 

 


 

그런데 참회를 하면서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면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즉 오늘도 ‘수업 시간에 졸았습니다’ 하고, 내일도 ‘수업 시간에 졸았습니다’ 하고, 모레도 ‘수업 시간에 졸았습니다’ 이렇게 타성으로 참회를 하면 안됩니다. 이렇게 자신이 매일 매일 참회하는 내용 중에 반복되는 것이 있을 겁니다. 어쩌다가 한번 때 아닌 때에 먹었다고 참회하는 것은 괜찮은데, 어제도 때 아닌 때에 먹고, 오늘도 때 아닌 때에 먹고, 이렇게 반복이 되면 자기가 자각을 해야 합니다. 이 중에 이것 하나만은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꼭 지켜보겠다, 이렇게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지 그렇지 않고 그냥 타성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 듣는 사람은 ‘저 사람은 맨날 똑같은 걸 참회하네. 고치지도 않을 거면서 말만 한다’ 이렇게 들을지 모르지만, 못 고쳐도 계속 참회를 한다는 것은 자기가 계율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저 사람은 고치지는 못해도 자각은 하고 있구나’ 이렇게 이해해야 됩니다.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고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대다수는 자각도 못하죠. 참회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각도 아직 못한다는 것인데 저 사람은 그래도 자기 잘못을 알고는 있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맨날 똑같은 말한 한다고 받아들이면 안되고, ‘자각하고 있구나’ 하면서 훌륭한 수행자로 여겨야 합니다. 반면에 본인은 반복되는 내용에 대해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져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첫째, 못 고치더라도 잘못을 알아차릴 줄은 알아야 합니다. 둘째, 반복되는 것은 딱 주의를 해서 개선할 의지를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나날이 발전해 갈 수가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점점 타성에 젖어가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참회 내용 속에서 계율에 대한 자각도 점점 무뎌져 가기 쉬운데,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치 꿈 속에서 번쩍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아침 8시부터는 어제에 이어서 그동안 법당을 운영하거나 개척하면서 궁금했거나 불편했던 점들을 마음껏 묻고 스님의 지혜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께서는 정토회의 조직 구조에 있어서 지구장, 총무, 대표, 대의원, 법사 등 각 직급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지구장과 대표, 대의원의 경우 해외는 아직 낯설은 개념이여서 한국의 사례를 들려주시면서 쉽고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워싱턴정토회의 경우 총무와 해외사무국장이 함께 활동하고 있어서 생기는 역할 갈등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새로 신설된 지구장 제도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할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력을 배치하고 결재구조는 어떻게 가질지 등에 대해서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는 지난 세계 100회 강연의 성과를 이어받아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 호주, 일본, 중국, 북미, 남미, 아시아 각각에 대한 포교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대략적으로 짚어 주셨습니다. 또 법당에서의 상거래는 금지되어 있는데 보시 들어온 물건을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JTS에 기부할 수 있는지, 또는 불사 기금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법인이나 NGO 설립을 할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 많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각각에 대해 정토회의 원칙을 설명해 주신 후 이런 의문이 들면 상부로 보고해서 결재를 받아서 처리해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 스님께 궁금한 점을 묻고 있는 김순영 해외사무국장

 

또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계 100강 이후 적극적인 전법 계획 수립의 필요성, 해외에서도 불교대학생들에게 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을 가을 학기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국내에서 새롭게 시작한 통일의병 사업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시작할지, 해외에서 혼자 천일결사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온라인 법문 서비스를 어떻게 지원할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스님께서는 한국의 경험을 해외에 빨리 공유해줘서 상반기에 실험 기간을 거친 후 올해 9월에 열리는 해외 정토행자대회를 통해서 최종 결정을 하자고 하시면서 논의를 마무리 해주셨습니다. 

 


 

특히 질의 응답 중에서는 “현재 유럽에서는 명상 수련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스님께서는 왜 적극적으로 명상에 포커스를 두지 않으신지?”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의 답변 속에서 정토회는 무엇을 추구하는 단체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기도법을 알려주면 접근이 용이하듯이 해외에서는 명상법을 알려주는 것이 접근이 용이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상과 부처님이 말씀하신 깨달음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명상은 심신이 편안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명상을 자꾸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안됩니다. 찰나 찰나 일어나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입니다. 앉아서 호흡을 지켜보는 것은 ‘알아차림’으로 가기 위한 잠시 동안의 수단에 불과하거든요.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수행이 모두 명상이예요. 절을 하는 것도 명상이고, 업무를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아, 놓쳤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이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그 중에 앉아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걷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요.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까르마에 의해서 ‘명상을 하고 싶다’, ‘기도를 하고 싶다’ 이런 욕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은 이런 욕구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행해지는 대부분의 명상은 이런 욕구를 뛰어넘는 명상이 아니고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명상을 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아무리 모양이 그럴 듯 해도 정법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대중들을 얼마나 많이 모을 것이냐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불법의 이치를 내가 사람들과 부딪혀 가면서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계에 흔들림 없는 안정된 심리로 나아가는 것을 경험할 때 이것만이 정법의 핵심이지 그 방식을 명상으로 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예요. 명상에 대한 집착을 놓으셔야 해요. 여기에 미련을 갖고 있으면 한국인들이 기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만큼이나 내려놓기가 어렵습니다. 

 


 

때로는 명상도 일종의 쾌락주의와 밀접하게 연결이 됩니다. 마약을 섭취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나 명상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동일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명상 프로그램이 중독 증상이 있습니다. 마치 마약이 갈수록 조금씩 더 투여되어야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다음 단계가 없는지 찾는 독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에 한번 미치면 미얀마 갔다가 티벳 갔다가 하면서 어디가 좀 더 나을까 계속 찾는 증상이 생기거든요. 자신이 지금 사는 이곳에서 그대로 마음이 안정이 되어야 하는데 끊임없이 ‘더, 더, 더...’ 하는 추구가 있는 거예요. 지금 여러분들은 좋은 정법을 두고 또다른 즐거움의 욕구를 찾고 있는 겁니다.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의 길인데 우리는 지금 불법마저도 락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이 바로 안잡히면 정법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자신의 흔들리는 이 마음의 뿌리를 뽑고 나서 그 다음에 이것 저것 검토해서 필요하면 무엇이든 수용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법을 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불교의 핵심 가르침은 연기법인데 내가 타인과 함께하려는 것에 기초를 두고 있는가 살펴봐야 합니다. 즉 계율적인 측면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마음만 닦는다고 하고 계율이 없으면 윤리 도덕성이 떨어집니다. ‘계정혜’를 함께 닦아 나가야 합니다. 그 중 ‘혜’가 근본이여야 하고, 통찰력이 생겨야 붓다의 가르침으로 가는 것이지 능력을 추구하는 것은 외도에 들어갑니다. 

 

이것을 즉문즉설 법문으로 말한다면 이렇습니다. “명상을 어떻게 합니까?” 물으면 스님은 “왜 명상을 하려는데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명상 하면 좋잖아요” 그러면 “뭐가 좋은데요?”, “마음이 편안해지잖아요” 그러면 “그럼 니 마음이 불편하다는 얘기니?” 이렇게 물어요. “네” 그러면 “왜 니 마음이 불편하니?” 라고 다시 묻습니다. 즉 불편한 마음을 직시하는 것이 수행이예요. 불편한 마음이 일어나는 당처를 꿰뚫어 보고 그 무지에서 탁 벗어나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호흡을 이렇게 한다, 절을 이렇게 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이것은 담마가 아닙니다. 명상을 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왜 명상하고 싶은가?' 하는 이것을 조금 더 살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는 “공이 무엇입니까?”, “연기가 무엇입니까?”, “명상을 어떻게 합니까?” 이런 것들이 굉장한 불법을 질문하는 것 같고, “남편하고 힘들어서 못 살겠어요”, “아이가 말을 안들어요” 이런 것들은 그냥 생활 상담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후자가 법문입니다. 문답을 통해서 고뇌가 사라지고 편안해지는 것이 법문입니다. 공이 무엇입니까 묻는 것은 지식에 들어갑니다. 지식을 알았다고 해서 고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예요.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단순히 ‘명상하면 좋다더라’ 이렇게 하면 정법에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법은 이론적이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번뇌의 뿌리에는 욕망이 도사리고 앉아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정법입니다. 

 


 

그러니 누가 “명상 좀 가르쳐주세요” 하면 “이 근처에 명상하기 좋은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배우세요” 이러면 됩니다. 태권도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근처의 태권도장을 알려주면 되듯이 안내를 해주면 됩니다. 저 사람이 우리 절에 와야 되는데 명상법을 안가르쳐 주어서 신도를 다 뺏긴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그 수요는 그 수요대로 있고, 여기 정법에 대한 수요는 여기 수요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고 싶은 욕구를 따라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배우는 곳을 안내해주세요. 물론 정토회에서도 이것 저것 다 수용해주면 좋지 않으냐 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정법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정법은 찰나에 일어나는 자신의 모순된 마음을 딱 알아차리는 거기에 있습니다. 

 

무지가 탁 터져서 일순간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깨달음의 상태가 되면 첫째, 내 자신이 가벼워지고, 둘째,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더라도 신념이나 믿음에 의해서 하잖아요. 그게 아니라 세상을 넓게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고픈 사람이 보이고, 병든 사람이 보이고, 고뇌하는 사람이 보이고,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행동하게 됩니다. 정토회에서 복을 빌어주지 않는데도 보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전법하면 복 받는다고 하지 않는데도 전법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잖아요. 이것은 자기 고뇌가 해결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관점을 조금 더 가지셨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명상수련에 대한 요구가 많았는데, 스님께 정법이 무엇인지 명확한 가르침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스님께서는 항상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입각해서 대중들을 지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어 자긍심과 더불어 감사한 마음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후에는 한국과 해외가 실무적으로 협의해서 처리해야 하는 건의들이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행정처 김은숙 처장님께 해외 총무단의 건의사항을 적극 수렴해줄 것을 당부하시면서 처장님께 잠시 자리를 내어주셨습니다. 해외 총무단은 그동안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제기하지 못했던 건의 사항들을 마음껏 요청했고, 처장님은 흔쾌하게 요청들을 수렴해 주었습니다. 

 


▲ 해외정토회의 다양한 실무 요청들을 수렴하고 있는 김은숙 행정처장

 

이제 수련은 마지막 순서만 남겨 두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 모습을 사진 슬라이드로 함께 보면서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았습니다. 일주일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낀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는지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진 슬라이드를 다 본 후 스님께서는 이번 2박3일 동안 문경정토수련원에서 열린 집중 수련을 마무리하면서 해외 총무단을 위한 회향 법문을 이렇게 해주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을 보면서 2000년 전 옛날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2000년 전 인도에는 아유디아라는 불교 왕국이 있었습니다. 그 왕국에서는 해외에 많은 전법사를 파견했습니다. 그 전법사 중에 한 사람이 공주였는데, 스스로 나서서 ‘제가 저 멀리 법을 전하러 떠나겠습니다’ 하니 마침 왕족 중에 출가해서 스님이 되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공주는 그 스님을 모시고 배를 타고 수만리를 와서 한국 땅인 합포에 도착해서 김수로왕과 결혼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대통령 딸이 불법을 전하기 위해서 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 가서 원주민 추장하고 결혼을 한 셈입니다. 당연히 그 자녀들은 앞선 문명을 가진 어머니를 따를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그 나라 그 부족들에게 불법을 전했다 이런 얘기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김해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 스님의 이름이 장유 화상인데 김해시에는 장유면도 있고 장유 폭포도 있습니다. 

 


 

부처님 이후에 인도의 불자들은 이 좋은 법을 전세계에 전하기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하면서 법을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법을 전한 분들도 보면 다 인도 분들이예요. 그 이후에 AD 372년에 고구려에 불교를 처음 전한 순도 화상도, 신라에 법을 처음 전한 아도 화상도 다 인도 분들이세요. 인도에서 중국에 왔다가 한국으로 오신 것이지요. 마라난타 대사는 인도에서 동진에 와있다가 백제로 불교를 전했습니다. 요즘에도 우리가 인도에 가서 살기가 참 어려운데, 1700년 전에 인도 사람이 한국까지 와서 불모지에 불법을 전하려고 했을 때는 아마 오다가 대부분 죽었을 겁니다. 이렇게 불법의 씨앗을 뿌려서 이 땅에 불교가 꽃을 피운 역사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활동은 그 은혜를 갚는 일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다시 이곳에서 부처님의 정법의 씨앗을 전세계로 나가서 심는 것입니다. 그래도 당시에 아유다국의 공주보다는 수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교통편도 수월하고, 언어를 배우는 것도 수월하고, 사는 것도 수월하지 않겠나 싶은데, 그러나 이 막막함이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겠다 싶어요.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신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대지에 깊은 신심으로 씨앗을 심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죠. 때가 도래하면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이고, 때가 도래하지 못하고 폭풍이 몰아칠 때는 움크리고 좀 있다가 또 때가 되면 꽃이 피어나겠죠. 그런 마음으로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내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내가 사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됩니다. 

 


 

종교로서의 불교는 별로 생명력이 없습니다. 한국 불교다, 태국 불교다, 이런 것은 하나의 문화일 뿐입니다. 이런 문화를 가지고 외국으로 들어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대체한다고 하는 것은 문명이 월등하게 우월할 때만 가능합니다. 마치 서양 문화가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뿌리를 내리듯이 말이죠. 한국에 기독교가 번창하는 것은 서구 문명이 한국 문명을 압도해서 생긴 것이지 이것은 기독교가 전법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기독교는 이런 선진 문명의 파워를 타고 들어오니까 쉽게 되었는데, 우리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문명은 반드시 선진 문명에서 후진 문명으로 이동하는데 우리는 부처님의 법을 선진 문명 쪽으로 그 물줄기를 타고 거슬로 올라가서 전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나 물질 문명은 서양이 앞서 있지만 그들의 정신 문명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현재 충분히 가능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정법의 씨앗은 그런 것들을 충분히 거슬러 이겨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남아의 테라바타 불교는 식민지 지배를 당했지만 거슬러 올라가서 오늘날 유럽에 불교를 전해서 비파사나 수행은 오히려 서양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어느정도 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이 정도의 생명력을 갖고는 서양에 정신적인 위안을 주는 수준이지 그들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준은 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어느정도 이겨내고 있습니다. 특히 정토회의 활동은 물질 문명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는 관점에 서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정법을 간직하고 출발한다면 처음에는 좀 어렵겠지만 능히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시작하는 이 일은 어쩌면 무모하고 과대망상으로 느낄지 몰라도 다시 30년이 지나고 2차 만일결사가 끝나고 나면 어쩌면 20년 전에 한국에서 정토회가 시작할 때 무모한 짓을 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작지만 유의미한 일을 하고 있고, 다시 10년이 지나면 더 큰 유의미한 일을 하게 되는 것처럼, 2차 만일이 지나면 세계에서도 그런 역할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이것 저것 섞어 타협할려고 하지 마세요. 다만 배타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바른 법에 귀의하는 입장을 갖고 시절 인연이 잘 안 받아지면 조금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섣불리 이것 저것 타협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다가 오히려 중심을 잃어버리게 되면 씨앗이 싹을 못 틔우고 썩어 버립니다.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우선 현지인들에게 나아가기 전에 실험을 해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해외 포교는 현지 교민들을 위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세계 포교를 위해서 하나의 실험을 하는 것입니다. 정말 약효과가 있는 것인지 실험해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간다면 분명히 새로운 길을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가 이렇게 기초를 닦으면 우리의 후손들이 이 바탕 위에서 그들은 또 새로운 길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나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다음 세대가 할 것을 믿으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우리가 해 놓는 것이지 우리 세대에 다 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부지런히 끊임없이 정진하지만 마음은 편안해야 합니다. 편안한 가운데 뚜렷이 깨어서 해나간다면 여러분들의 삶이 훨씬 보람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계 어디를 가서 살아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원한 이방인이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인생은 장소와 시간이 중요하지 않아요. 눈을 감고 코 끝에만 딱 집중하고 있으면 한국이든 인도든 똑같습니다. 굳이 인도에 갈 것도 없고, 한국에 올 것도 없습니다. 땅에 무슨 진리가 있으면 땅을 찾아가야겠지만 진리는 마음 가운데 있기 때문에 장소와 때가 바뀌는 것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이 약간 혼란스러우면 조용히 앉아서 코 끝에 딱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면 시간도 초월하고 공간도 초월합니다. 시간을 초월하면 그것이 영생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영생이 아닙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시고 정진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에 수련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특히 인도 아유다국의 공주 이야기로 시작해서 오늘 우리의 활동은 그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울컥 하며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 우리들은 훨씬 수월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말씀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또 정법의 씨앗을 간직하면서 때를 기다리면 된다는 말씀 속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면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말씀 속에서는 지금 여기로 돌아와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련생들은 이런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스님께 다시한번 합장 반배하고 감사의 박수를 보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정진해 나갈 것을 함께 다짐했습니다. 

 


 

회향 법문을 마치고 스님께서는 ‘지금 여기 깨어있기’ 책을 각각 한권씩 선물하셨습니다. 책이 작년 12월에 출간되면서 세계 100회 강연을 하는 동안 미처 선물하지 못했는데, 해외 총무단 일행은 오늘에서야 새 책을 받아들고선 무척 기뻐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수련을 모두 마친 후에는 정정당 마루에 걸터 앉아 다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세계로 도약하는 정토회를 꿈꿔 봅니다. 

 


 

스님께서는 수련생 33명을 모두 데리고 문경새재를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잠시만 여유 시간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하시는 스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 문경새재 산책

 

문경새재에 내려서는 가볍게 산책하듯이 걸었습니다. 그동안 하루 종일 강의 듣고 학습 하느라 전세계에서 어렵사리 모인 도반들과 정겹게 얘기한번 나누지 못했는데, 삼삼오오 손잡고 걸으면서 도반의 소중함을 만끽해 봅니다. 

 


 

문경새재를 걸어나와서는 다함께 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식사 중 스님께서는 “작년에 세계 100회 강연 준비 하시느라 모두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감사의 마음을 거듭 표현했습니다.  

 

또 스님께서는 해외 총무단의 몇몇 분들이 “내일이 백일기도 입재식인데 목욕 재계를 하고 새단장을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 라고 부탁해서 문경 온천으로 가서 목욕도 하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문경 온천에서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 분들은 “스님께서 이렇게 일주일씩이나 수련을 함께하시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 이라고 하면서 감격해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온 해외정토회 총무단 일행은 내일 아침 일찍 백일 기도 입재식 장소로 떠날 채비를 마치고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 스님께서는 해외정토회 총무단 일행과 함께 정토회 제8차 천일결사 5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함께하실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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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긍정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

2015-07-06 20:29:56

소천인

부처님 법 만난것을 감사합니다. 이 보배같은 법을 몰랐다면 어찌 살았을지.. 부처님 감사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5-04-28 12:40:10

순례자

>>>굳이 인도에 갈 것도 없고, 한국에 올 것도 없습니다.

땅에 무슨 진리가 있으면 땅을 찾아가야겠지만
진리는 마음 가운데 있기 때문에 장소와 때가 바뀌는 것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이 약간 혼란스러우면 조용히 앉아서 코 끝에 딱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면 …<<<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인도 성지순례를 못가는 형편이라
많이 아쉬워했는 데 조금 위안이 되는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2015-04-28 07: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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