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4.24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 2일째


 

안녕하세요. 오늘은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 2일째 날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문경정토수련원 명상원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낸 해외정토회 수련생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웅전에서 스님과 함께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 후에는 수련생 모두 문경공동체 대중 100여명과 함께 불교 전통 식사법인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어제는 처음하는 발우공양이라 다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숙달이 되었는지 어제보다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대수련장을 가득 채운 100여명의 대중들이 뿜어내는 발우공양 게송은 참으로 웅장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발우공양

 

발우공양을 여법하게 마친 후, 스님께서는 “여러분들 밥하는 솜씨가 많이 좋아졌네요.”라고 칭찬하시면서 백일출가 행자님들을 위해 수행 자세에 대해 간단히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대중이 이렇게 모여서 여법하게 발우공양을 하니 참 좋습니다. 행자님들이 새로 들어오셔서 이렇게 어려운 생활을 여법하게 해주셔서 감사말씀 드립니다.

 

그런데 수행이라는 것은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군대에 가면 군인들이 아주 질서 정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마음이 긴장되어 있습니다. 반면 농촌 같은 곳에 가면 사람들이 다 편안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질서가 없습니다. 질서를 잡으면 긴장이 되고, 긴장을 풀면 무질서해집니다. 

 


 

수행은 어떤 것이냐? 긴장을 풀고 마음이 편안한 가운데 질서가 딱 잡히는 것입니다. 명상할 때는 코 끝에 집중해서 호흡에 깨어있어야 하는데, 호흡에 깨어있으려 하면 몸과 마음이 긴장이 됩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하면, 호흡에 깨어있지 못하고 졸거나 망상을 피우게 되죠. 이렇게 하면 이쪽으로 치우치고 저렇게 하면 저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이 양쪽으로 치우침을 떠나는 것, 편안한 가운데 호흡에 뚜렷이 깨어있는 것,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중도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이곳 문경에서 백일출가든, 49일 기도든, 행자대학원에 다니든 현실은 그렇게 안되지만 목표는 집에 있는 것보다 더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마음은 편안한데 게을러지고 질서도 없고 깨어있지 못합니다. 반면 여기에 오면 질서도 있고 깨어있기도 한데 늘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피곤한 겁니다. 물론 노동을 많이 해서 피곤하기도 하지만 마치 군대에 있는 것처럼 긴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피곤한 것입니다. 늘 마음이 쫓기게 되니 밖으로 나가게 되면 퍼지게 됩니다. 긴장이 풀어지면서 음식도 함부로 먹게 되고, 아무데나 눕게 되고, 계율도 지키지 않고, 정진도 하지 않게 됩니다. 

 


 

백일출가를 해도 여기 있을 때만 지키고, 나가면 2~3일 있다가 다 풀어지는데, 그렇다면 과연 이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여기 있으면서 편안한 가운데 뚜렷이 깨어있는 정진을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바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게으름에 빠지고 자기 업식대로 끌려가죠. 그런데 여기서는 백일 동안 조금 강제성 있게 하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야 되고, 일하기 싫어도 일해야 되는 약간의 타율성도 가미되지만, 여기서 자기 중심을 딱 잡고 연습을 해서 백일출가를 하고 나가더라도 혼자서도 정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으로 가서 혼자 있어도 4시반이 되면 딱 기상해서 혼자서도 정진을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잘 안되죠. 왜냐하면 이곳에서 약간 긴장해서 억지로 했기 때문입니다. 강제성이 없어지면 원래 까르마 대로 돌아가버리게 되죠.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곳에 자발적으로 들어왔잖아요. 군대처럼 소집해서 들어온 게 아니잖아요. 직장도 그만두고 부모 반대도 무릎쓰고 자발적으로 들어왔잖아요. 이 자발성을 늘 유지해야 합니다. 내가 백일출가를 얼마나 하고 싶어 했던가. 여기 들어와 있는 것만 해도 기뻐하고, 이렇게 발우공양 하는 것만 해도 기뻐하고, 아침예불하는 것도 기뻐하고, 얼마나 내가 이 생활을 원했던가. 이렇게 처음 들어올 때의 마음을 늘 간직하면 모든 것이 다 재미가 있습니다. 발우공양이 힘든다, 밥이 안 넘어간다가 아니라 ‘아, 내가 평생은 수행자가 못되더라도 백일이라도 수행자로 산다는 것은 큰 복이구나’ 이렇게 자신에 대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모든 것이 다 기쁨이 됩니다. 이렇게 생활하면 나가서도 이것을 지속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아무도 강제를 안해도 지속하기가 굉장히 용이해집니다. 여기 생활도 편안해지고 나가서도 지속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타율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면서 억지로 하게 되면, 편안하려고 여기 왔는데 수행 생활이 힘들고, 언제 나갈 수 있는지 기다리게 되고, 나가게 되면 퍼지게 됩니다. 그래서 수행이 형식화됩니다. 그러니 자발적이여야 합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자기가 되려면 스스로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내는 발심을 해야 끝없이 실수해도 결과적으로 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것을 명심하셔서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편안한 마음이 안되는 이유는 자발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스스로 일으켜서 일을 하면 편안해집니다. 지적을 받아도 ‘아, 내가 그것을 놓쳤군요. 감사합니다’ 하고 이렇게 마음을 내면 눈치를 안보게 됩니다. 마음은 긴장이 되지만, 긴장이 되는 자기를 보면서 자꾸 긴장을 풀어나가고, 또 긴장을 풀면 자꾸 욕망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잘 지켜보면서 억누르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꾸준히 계율을 청정히 지키면서 연습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나가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백일이 됩니다. 

 

그러니 자발성을 가장 중요시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창조성도 강제성에 의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항상 자발성에 기초해서 스스로 알고 싶어하고 궁금해 하면서 탐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창조성이 발현됩니다. 그렇게 해서 여기 하루 산 것이 밖에서 백일 산 것보다 더 값어치 있는 그런 하루하루를 사시기 바랍니다.”  

 

백일출가 행자님들은 처음으로 스님과 함께 발우공양을 한 것만으로도 무척 기쁘게 여겼는데, 이렇게 소중한 가르침까지 주셔서 귀를 쫑긋 세우고 스님의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해외 총무단 일행은 발우공양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9시부터 유수스님을 모시고 ‘정토회 대중조직의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유수 스님은 정토회 8차 천일결사의 목표가 무엇인지, 총무 부총무 팀장 등 각 직급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떻게 자원봉사자를 발굴하고 양성하고 배치할 것인지, 이 세가지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과 방향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해외 총무단 일행은 유수 스님께서 들려준 국내의 현황을 참조하여 해외에서는 어떻게 정토회 활동을 해나갈지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즐겁게 강의를 듣다 보니 벌써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유수 스님의 안내로 수련원 맞은 편 희양산 아래에 있는 봉암사로 사찰 순례를 나섰습니다.  

 

크고 웅장한 대웅전을 비롯하여 봉암사 지증대사탑비, 지증대사탑, 3층 석탑, 선원,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봉암사는 지금부터 약 1100여년 전 신라 헌강왕 5년에 지장국사가 창건한 고찰로 선종산문인 구산선문의 일맥인 희양산문으로 매우 역사 깊은 사찰입니다. 정토회와 인연은 스님께서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는 서암 큰스님이 이곳 봉암사에 조실로 있으셔서 스님께서 부목으로 한 철을 이곳에서 나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인연으로 맞은편에 정토수련원을 짓게 되었구요. 

 


▲ 봉암사 사찰순례 

 

수련생들은 봉암사의 뒷 배경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을 보며 넋을 잃고 감탄을 하며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습니다. 특히 선원은 스님들의 수행처소인데 마당에 아무런 장식물도 없이 텅 비어 있어서 선불교의 힘과 기상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수련생들 중 몇몇은 “선방의 문고리라도 잡으면 성불의 인연을 짓는다”고 하면서 문고리를 잡고선 아주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봉암사 사찰 순례를 마치고 다시 수련원으로 돌아온 해외 총무단 일행은 모둠별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장/지구장, 총무, 부총무, 팀장/담당자 등 각 직급별로 모둠을 형성하여 현재 어떻게 사업 진행, 결재, 보고, 회의, 팀웍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각자 발표하면서 잘된 사례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 모둠별 토론 시간

 

모둠별 활동 시간을 마친 후 다함께 다시 강의장에 모여 모둠별로 잘된 사례 하나씩을 전체적으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도 함께 자리해 각 법당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경청하셨습니다. 

 


▲ 모둠별 토론 내용 발표 

 

특히 시애틀정토회의 주상휴님은 이번에 입학한 불교대학생 5명이 모두 기독교인이라 깨달의장 가는 것을 꺼려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나누어 주었고, 뉴욕정토회의 이영숙님은 젊은 사람들이 법당에 찾아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는데 기도비 납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어떻게 홍보를 해야할지 고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의 많은 법당에서 지난 세계 100회 강연의 성과에 힘입어 각 도시별로 기획법회를 확대해 가면서 법당 형성의 토대를 닦고 있는 성과를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법당들이 주로 천일결사 입재식, 수행법회, 불교대학, 부처님오신날 행사 진행을 중심으로 역할분장이 되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발표를 모두 마친 후 오후 6시부터는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낮부터 온갖 채소로 정성을 기울여 만든 음식들이 눈에 보이자 모두들 반가운 미소를 머금으며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음식 색깔이 너무 예뻐서 어떤 분들은 반찬을 소복히 쌓아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 7시15분에 다함께 저녁 예불을 올리고, 곧바로 이어서 스님께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먼저 스님께서는 어제 질문한 내용 중 회원들이 사사로운 모임을 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정리를 해주시면서 법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정토회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지금 이 시대 이 땅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복을 비는 신앙인들의 모임이 아닌 자기를 참으로 자유롭게 행복하게 하는 수행자들의 모임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살고 있는 중생은 복을 빌고 싶은 마음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을 배척해서는 안되고 용인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길은 두가지예요. 사람들이 이런 것을 원하니까 이 중심으로 가는 길이 하나 있고, 부처님의 정법이 이러니까 다른 것은 일체 용인을 안해버리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훨씬 머리가 덜 아프겠죠. 그러나 우리는 부처님의 정법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 모임을 만들었고, 그래서 우리들의 모임은 신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수행자들의 모임이예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신자’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됩니다. 법륜스님이든 여러분이든 모두 똑같이 ‘정토회 회원’이고, 불교 용어를 사용한다면 ‘정토행자’입니다. 

 

부처님 당시로 비교하면 지금 스님 같은 종교인들이 브라만이고, 신자 같은 사람들이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부처님 정법 안에 들어오면 그의 출신에 관계없이 모두 ‘출가 수행자’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출가 수행자들은 브라만처럼 사제가 되고, 재가 수행자들은 신자로 변질되었고, 다시 대승불교가 새로 일어나면서 이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디사트바’, 즉 ‘보살’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대승에서는 승속의 개념이 없습니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관계없이 부처가 되겠다고 발심한 자가 보살이고 이 보살들로 상가를 구성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무슨 계급이든 상관하지 않고 출가 수행자로 상가를 구성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대승불교도 또 시간이 흐르면서 사제와 신자로 전락하니까 선불교에 와서는 ‘선지식’이라는 딱 한 용어로 부릅니다. 그런 것처럼 정토회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대승의 초기 입장과 선의 초기 입장을 견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대승불교, 선불교에 이어서 불교 역사 속에서는 네 번째로 다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고,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따지지 않고, 스님이든 재가자든 따지지 않고, 종교가 있다 없다 따지지 않는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향은 이런데 현실도 있기 때문에 현실을 철저하게 배격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을 따라가는것도 아니고, 우리는 원칙을 갖고 수행하지만 대중들이 자기 습관들을 갖고 오는 것은 일부 용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하는 행위는 용인하지만 정토회 이름으로 복을 비는 행위는 용인이 안됩니다. 혼자 와서 입시 기도를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정토회가 대학 시험치는 부모들 오라고 공지해서 기도하는 것은 안됩니다. 물론 시험치는 날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같이 기도하자 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이런 것들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아야 찾아오는 대중들을 다 수용하면서도 수행의 중심을 잡아갈 수 있는데 이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기본 입장은 종교인이나 종교인 아닌 분들을 차별하면 안됩니다. 종교 없는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서도 안되고, 천주교나 기독교를 믿다가 찾아왔다고 해서 절대로 차별하면 안됩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이 가르침에 귀의해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라고 가르쳐야지 불교 신자가 되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즉문즉설 강연을 한번 보세요. 소재는 무엇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무지를 깨쳐서 해탈 열반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초점이고, 이를 위해서 불교 형식이 필요하면 불교 형식을 빌리고, 성경 인용이 필요하면 성경 인용도 해가면서 대중의 상황을 수용해서 해나갑니다. 그러나 원칙은 부처님이 말씀하셨던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고 또 현실에서는 대중들의 요구도 배척해서도 안됩니다. “여기는 그런 기도 안해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되고, “아이고, 기도하시네요. 혼자 기도하시는 것은 좋은데 이곳은 수행하는 곳이니까 그런 것을 대중들에게는 같이 하자고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부드럽게 얘기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교인이다” 이렇게 주장해도 안되고, “우리는 불교 아니다” 이렇게 주장해도 안됩니다. “이곳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실현하는 곳입니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사사로운 모임이나 친목 모임이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도 우리는 수행자의 모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같이 공부하고 수행하고 마음나누기 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그러나 현실에 있는 대중은 가끔 밥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잡담도 하면서 친해지고 싶은 요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수용을 해야 합니다. 초파일 끝나고 어느 집에서 파티를 한번 한다든지, 누구 생일에 한번 모여서 마음을 나눈다든지, 이런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친목이 주가 되는 것은 안됩니다. 친목을 한다면서 같이 모여서 불평이나 하고 수행이 뒷전이 되면 안됩니다. 친목마저도 항상 수행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는데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중심이 되면 안됩니다. 

 


 

그래서 “무조건 파티는 하지 마라”하고 금기로 한다든지, “스님이 해도 된다더라” 하면서 거기에 너무 빠져도 안됩니다. 그래서 이런 모임을 할 때는 가능하면 총무님에게 물어보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파티 같은 것도 가능하면 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좋아요. 대신 사사로운 모임으로 빠지는 것은 유의해야 합니다. 중심만 잘 잡혀있으면 유연하게 접근이 됩니다. 중심이 안 잡혀 있다 보니까 헷갈리게 되거든요.”

 

스님께서 정토회 설립 취지와 불교 역사까지 포괄적으로 설명하면서 사적인 모임들에 대한 원칙을 이야기해 주시니 훨씬 더 깊이있게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련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하면서 스님의 말씀에 귀기울였습니다. 특히 해외는 파티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법당 총무님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해왔는데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명확히 중심을 잡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방금 전 있었던 모둠 발표를 들으면서 해외 총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점들을 상기시켜 주시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정토회의 운영 원칙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시애틀의 경우 불교대학생들이 깨달음의장 가는 것을 꺼려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깨달음의장은 불교대학생들의 의무가 아니라 특혜 개념으로 설명되어져야 한다는 점, 뉴욕 법당과 뉴저지 법당이 초파일 행사를 함께 할지 따로 분리해서 할지, 불교대학 입학생들에게 받은 수업료는 가입비 성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불이 안된다는 점, 법회를 할 때는 반드시 정근희사를 해야 하고 전체가 자발적으로 보시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를 정토회 안에서는 어떻게 실현할지, 아시아의 관료주의 장점과 서구 민주주의의 장점을 어떻게 취합할지, 이 두 가지를 극복하는 상가의 모델과 삼의제가 갖는 장점이 무엇인지, 그래서 정토회가 일을 해나가는 방식도 모든 이들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보자는 말씀, 또 정토회의 회원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고, 그 중 정회원의 권한과 의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서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정토회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해외정토회의 총무단은 2차 만일결사의 씨앗을 만들어갈 분들이기 때문에 2차 만일결사의 방향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 가면 어떻게 될까요? 해외의 비중과 국내의 비중이 출발할 때 이미 같아질 거예요. 지금은 해외 지부가 한국의 9개 지부 중에 하나인데, 그 때가 되면 한국이 전세계 9개 지구 중에 하나의 지구가 될 거예요. 독특하게 청년지구가 세계적으로 있을 수 있고요. 현재는 교민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미국이 많고 아시아가 하나로 묶여 있는데 현지인 중심으로 가면 그렇게 되지 않겠죠. 

 


 

세계화를 위해 현지 사람들을 교화하는 쪽으로 간다면, 아시아에는 중국 지부, 일본 지부, 동남아 지부 이렇게 3개가 될 것이고요. 그리고 태평양 지부가 하나 더 생길 수 있겠죠. 아니면 태평양과 일본이 묶여서 하나의 지부가 될 수도 있고요. 유럽 쪽은 중동 아프리카 지부, 유럽 지부 이렇게 2개로 나눠지게 될 것이고요. 미국은 동부, 중부, 서부 이렇게 3개 지부와 라틴 아메리카 지부로 나눠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본부를 우선 미국으로 옮겨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럴려면 포교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데, 깨달음의장을 통한 현지인들이 수용되어야 하고, 법사들도 양성되어야 하겠죠. 이런 큰 틀에서 해외에 계시는 여러분들은 1차 만일결사에서는 교민을 상대로 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운영하지만, 2차 만일결사를 대비한 씨앗도 심어야 합니다. 첫째는 교민들이 수행의 맛을 잘 경험하게 되면 분명히 남편이나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남편이나 자녀들을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둘째는 영어로 번역이 되거나 바로 영어로 수련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은퇴한 사람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많이 하게 될텐데 이분들이 겨울 추위를 잘 못견디거든요. 그래서 냉난방 장치를 안해도 되는 따듯한 곳에 세계적인 수련 시설을 마련하고자 방콕을 물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전세계 온갖 사람들이 다 와서 살고 있잖아요. 거기서 포교를 하면 그 사람들이 각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면 전세계 포교가 되는 것이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독일어 배우고, 불어 배워서 포교한다는 것은 실제로 어려워요. 그래서 본부나 수련 센터는 미국으로 옮겨야 될 겁니다. 초기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할 수 있는 교포 2세들이 역할을 일정하게 하고, 그 다음에 현지인이 본격적으로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2차 만일결사와 3차 만일결사를 그려야 합니다. 3차 만일결사가 지나면 한 세기가 지나지 않습니까? 한 세기가 지난 후에는 세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거예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머리 속으로 세계 지도를 펼쳐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후에는 큰 보리수 나무가 되어 전세계인들에게 불법을 널리 전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밤이 점점 깊어감에도 해외 총무단들의 질문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독일 지역에 수련원을 지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불교대학 학사과정에 예불문과 소심경 수업이 올해부터 갑자기 빠졌는데 다시 포함시킬 수는 없는지, 불교대학의 사회활동 특강 영상이 너무 오래 되었는데 최신 강연 내용으로 교체해 줄 수 있는지 등 주로 불교대학 운영에 관련된 질문들이 계속 이어져 나왔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불교대학 수강을 하는 분들 중에 중도 탈락자가 많은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시 입학 제도, 과목별 입학 제도, 졸업 못한 사람들은 다음해 다시 보충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보강 수업을 마련해주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면서 토론에 토론이 거듭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께서는 토론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주시면서 “해외에서 필요한 것들을 한국에 적극 건의하고, 법사단과 행정처에서는 이를 종합 검토해서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고, 한국에서도 해외에 요청할 내용을 적극 제안하세요” 라고 마무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미처 다 논의하지 못한 내용이나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더 논의하자고 하시면서 오늘 수련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의 마지막 날인 3일째 일정이 있을 예정입니다.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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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세계적으로 불법이 잘전파되면 많은사람들이 현세를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살것입니다.그리고 믿고 신뢰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밝고 건강한 미래사회가 된다니 제자녀들에게도 안심되고 기쁨이 가득해집니다.

2015-04-27 18:57:50

정명화

중도는 이론으로 알겠는데 실천은 어렵습니다. 스승님 뒤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4-27 12:03:19

혜등명

불교의 근본가르침을 실현하는 정토회~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니 확연하게 알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4-27 1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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