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4.17 은평문화예술회관, 성남시청 희망세상만들기 강연

 

법륜스님께서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울공동체 성원들과 함께 아침 5시에 기도하고 발우공양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셨습니다. 대중공사시간에 스님께서는 대중들에게 우리가 불자라고 하면 부처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며 불자들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불자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는 사람입니다. 불자들은 계율을 청정히 지켜야 합니다. 계율은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바르게 한다는 개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없으면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첫째, 없으면 좋을 사람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 남을 해치는 사람, 남을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수행공동체, 나아가 사회에서도 이런 사람은 없는 게 좋고, 이런 사람을 악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둘째,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은 남에게 특별히 이익도 안 주고 손해도 안 끼칩니다. 그리고 남을 즐겁게 하지도 않고 괴롭게 하지도 않으며, 남을 해치지도 않고 살리지도 않습니다.

 

셋째, 꼭 있어야 할 사람은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 남을 즐겁게 하는 사람, 남을 살리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착한 사람, 선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수행자는 악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악한 사람은 비난받는 사람입니다. 수행자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수행자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수행자는 수학적으로 말하면, 자연상태를 제로라고 한다면, 적어도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간혹 여러분들이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남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거나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칭찬하거나 하면 평가가 잘못된 것입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의무이고, 선한 일을 하는 것은 권장사항에 들어갑니다.”

 

 

 

스님께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세가지 유형의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수행자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당부하시면서 여기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착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욕망을 참고, 화를 참기 때문에 심리가 억압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참으면 남에게는 피해를 안 주지만 자기는 괴롭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세상에서는 선한 사람, 착한 사람이 칭찬받지만, 수행자는 자기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기를 행복하게 하려면 심리를 억압하거나 불안하면 안됩니다.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모두 우리 까르마, 업식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늘 자기 마음을 살펴서 마음이 긴장되지 않도록, 편안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선정입니다.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잔잔해지도록 조율해가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선정을 닦아야 수행자입니다.”

 

스님께서는 이와 같이 수행자는 첫째 착해야 한다, 둘째 행복해야 한다.’를 말씀하신 후 마지막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이 세가지를 이룰 때 수행자로서의 길이 완성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사물의 이치를 관통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사물에는 작용하는 원리, 이치가 있습니다. 마음 작용, 생명 현상, 물질의 움직임에도 원리, 이치가 있습니다. 그 이치를 알아서 효율적이고 유용하며 지혜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마치 바다에 비유한다면, 파도가 심하게 쳐서 파도가 사람을 해친다면 이것은 계율을 어기는 일에 해당됩니다. 적어도 그 파도가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해치지는 않지만 파도가 요동을 치면 불안합니다. 그래서 파도가 잔잔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 바닷속에 수많은 보배가 있는데 그 보배를 간직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자의 길입니다.”

 


 

수행자가 나아가야 할 3가지 길을 바다에 비유해서 설명을 해주시니 더욱 명쾌하게 이해되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법당에서 목탁치고 기도하든, 불사를 하거나 사회적인 일을 하든, 일의 종류에 관계없이 이 세 가지를 늘 살펴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수행자는 나는 무엇때문에 불안하다, 나는 무엇때문에 괴롭다, 나는 무엇때문에 일을 이치에 맞게 하지 못했다 등의 변명을 하면 안된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수행자는 어떤 일을 해도, 설사 전쟁에 나가더라도 이런 원칙을 가지고 싸움을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최근 49일 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법당에 상주하는 청년들을 향해서는 편안하게 살지만, 질서있게 살도록 말씀하셨습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수행의 원칙을 가지고 살면 여기 들어온 이후 몸은 조금 힘들지만 직장 생활이 더 쉬워졌다고 해야 수행이라고 하셨습니다. 덧붙여 힘든 것을 쉽도록 하는 것이 수행이지,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다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오늘 오전 1030분부터는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장은 어제 내린 비로 한층 푸르러진 나무와 수줍게 피어나는 꽃들이 주위를 감싸 안은 곳이었습니다.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따사로운 햇살에 푸른 하늘이 훤히 보이는 포근한 봄날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2시간 전부터 오셔서 기다리는 것을 보니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장을 꽉 메운 방청객들은 스님께서 무대에 들어서자 열화와 같은 박수로 맞이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날씨가 좋은데 이런 좋은 봄날 놀러 안가고 이 곳에 왔느냐며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전국을 다녀보면 꽃이 피는 순서가 있다고 하시며 활짝 핀 꽃소식을 전하셨습니다. 일을 놀이 삼아 하라고 하셨고, 봄에는 건강에도 좋으니 농사를 지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총 12분이 질문하려 했는데, 제한 된 시간으로 인해 총 9분이 스님께 직접 여쭈어 지혜를 얻었습니다.

질문 내용은 남들도 부러워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고 있는데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행복하지도 않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여자분, 20대 초반에 공무원이 되어 8년을 근무하다 퇴직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즐기면서도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 남자 분, 불교 신자들의 활동이 저조해 신자가 자꾸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 여자분, 24개월인 첫 아이가 있고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데 작은 아이를 낳으면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지 묻는 분, 조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 하교 후 게임만 하고 점점 폭력적이 되어서 고민이라고 하신 분, 보기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나는 시어머니와 손찌검을 하는 남편과의 갈등에 대해 묻는 분, 사회가 각박하고 사람들에게 인성이 필요한데 인성에 대한 스님의 혜안을 듣고 싶다고 하신 남자 분,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묻는 남자 분, 이혼을 고민 중이라고 하신 분 등의 다양한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질문 중 불교 신자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신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우리 동네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스님을 뵙기 전에 조계사에 가서 1인 시위를 할까했습니다. ‘스님 지금 뭐하세요? 불교인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불교신자가 씨가 마르게 생겼습니다.’이런 내용으로 시위를 하고 싶었습니다. 큰 교회에는 어린이집이 있고, 유치원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의 가장 큰 절에는 어린이집이 없습니다. 넓은 터에 쌀도 많고 시간 많은 보살님도 많은데 예쁜 어린이들이 와서 공부하고 놀면 나중에 어른이 돼서 똑똑한 불교 신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어리석은 불교신자로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또 안타까운 것은 천주교신자나 기독교 신자들은 봉사활동으로 21조가 되어 병실마다 찾아다니며카톨릭 신자 안계세요?’ ‘교회 다니시는 분 없으세요?’라며 아주 신심을 다해서 기도해주십니다. 우리 불교신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안타까워서 조계종 포교원에 전화했는데 답장이 없습니다. 아는 분이 췌장암에 걸려서 죽음 직전에 개종을 하셨어요. 그 분 말씀이 우리 절에서 어느 한 분이라도 자기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개종을 안했을 것입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스님라며 스님께 지금의 불교가 사회적 활동이 미비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시며 물었습니다.

 

질문하신 분 불교신자죠?”

 

 

그러면 부처님은 자기 것을 남에게 주라고 했습니까? 남의 것을 빼앗아 오라고 했습니까?”

 

내 것 줘야 합니다

 

그래요. 그래서 불교신자를 카톨릭에도 보내고, 교회에도 보내는 겁니다.(대중들 웃음) 그런데 무엇이 불만이예요?”

 

 

그런데 스님, 그러면 이 나라 사찰은 누가 지킵니까? 미얀마나 스페인에 가보면 신앙심이 없이는 어마어마한 성당이나 절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신앙심이 밑바탕에 깔려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불교도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절을 크게 세우고, 탑을 크게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것은 불교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중생들의 욕심으로 교회를 크게 세우고 절을 크게 세우는 세속적인 일입니다.”

 

저는 신도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신도는 안 줄어듭니다. 통계로는 늘었습니다. 그 동안 줄어든 것은 맞지만 계속 줄다가 바닥을 쳐서 갈 사람 다 가고 이제 더 이상 다른 종교로 갈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서서히 오르기 시작합니다. 개신교는 계속 올라가다가 지금 정체가 되어 약간 줄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에서 데리고 올 사람이 없습니다. 불교는 스님들이 애 안써도 균형점에 이르렀습니다. 카톨릭이 아직 계속 더 성장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균형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카톨릭도 줄 것이고, 불교도 줄 것이고, 개신교도 줄 것인데 왜 그럴까요? 교회에서 주일학교 해도 대학에 가면 교회에 안 다닙니다. 불교 대학생회만 안 되는 것이 아니고 카톨릭 대학생회, 기독교 대학생회에 가보면 개신교만 조금 나을 뿐이지 모두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불교 학생회에 아무런 지원이 없고 스님이 안 계셔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대학생 지도할 때만 해도 대불련 대회하면 1-2천 명씩 모였는데, 지금은 온갖 지원을 해줘도 전국적으로 3백명도 안됩니다.

 

종교 뿐 아니고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정당에도 청년조직이 없습니다. 지금은 말이 청년이지 50-60대가 청년입니다. 시골에 가면 청년회 회장이 60대 입니다. 전체적인 사회의 변화이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갖는다면 스님,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이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젊은이들을 두고 무종교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어디에 가든 상관없습니다. 젊은이들을 어떻게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할 것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도 갈수록 줄겁니다.

 

지난 해에 유럽에 29개 도시를 다녔는데, 유럽에도 나라마다 우리 라 절처럼 큰 성당이 있지만, 이런 어마 어마한 성당 안에 주일 예배에 200-300명이 앉아 있습니다. 수도원에도 할머니 수녀님만 계셨습니다. 수도원이 운영이 안돼서 여행자 숙소로 바꿨습니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얀마, 스리랑카, 남미 등은 아직 돈 맛을 덜봐서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의 신자가 많습니다. 돈에 덜 물든 곳은 아직 괜찮습니다. 유럽도 그런데 한국에도 스님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와야 하듯이 신부나 스님 될 사람들도 데려와야 할 처지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불교신자가 아니고 욕심쟁이입니다. 교회나 성당에 신자가 부족하다고 하면 좀 보내줘야 합니다.

 

 

그리고 불교신자가 병문안 가서 환자를 위로 해주는 것이 맞지만 교회에서는 와서 위로해주는데, 절에서는 안 온다고 개신교로 개종을 했다면 그 사람은 개신교로 개종하는 것이 낫습니다. 불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겁니다. 불법을 공부해서 수행을 하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해탈과 열반은 추구 안하고 아들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하고, 출세나 복만 빌다가 나이 들어 병석에 누워있는데 누가 와서 위로해 주니까 따라가는 겁니다.

 

이런 기복적인 신앙은 부처님 법에 맞지 않습니다. 세상이 살기가 좋아지면 복을 비는 것으로는 안됩니다. 대학생 청춘 캠프에 1천명이 모이는데 그 곳에 가서는 종교 이야기는 안하고, 인생 이야기만 합니다. 불교인은 다른 나라나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일체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통 큰 마음을 가져 보세요.”

 

, 알겠습니다.”

 

 

이와 같이 종교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여하신 많은 분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강연은 대략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사인회를 하신 후, 자원활동가들과 기념 촬영을 하시면서 은평구 강연을 마치셨습니다.

 

 

은평구 강연을 마치고 점심공양을 하신 후 250분경에는 국제한민족 재단 이사장이신 이창주 박사님과 실무자 4명이 방문해서 스님과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로 한-러 수교 25주년 되는데, 국제한민족대회에서 준비하는 행사에 대한 안내와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에 자리잡고 있었던 독립운동 성지인 신한촌 성지화에 대해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오후 4시에는 ()만다라 미술심리연구소 김영옥 원장님께서 스님을 만나뵙고 그동안 좋은벗들과 함께 새터민들의 심리치료를 해온 과정들을 설명하면서 그림을 통해 개인들의 상처가 풀리고 자기 긍정성을 찾아가는 과정들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김영옥 원장님은 올해는 서울시 25개 구청과 경기도 15개 시군구를 중심으로 온국민 치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스님께서 서울시와 경기도에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이야기 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2번의 만남이후 7시에는 성남시청에서 희망강연이 있었습니다. 그 전 630분에는 성남시장님과 차담이 있었습니다.

 

 

성남시청에 도착하신 스님께서는 성남시청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만든 조형물에 참배를 한 후 시장실로 가서 이재명 성남시장님과 차담을 하신 후 7시부터 강연에 들어가셨습니다.

 

 

강연장인 온누리 홀에는 6시부터 입장을 시작하자 미리 강연장 입구에 줄을 서 있던 청중들로 금새 강연장이 채워지기 시작하더니, 7시가 다 되어서는 601개의 좌석이 가득차고 통로에까지 앉을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는 분당정토회 불대생들이 '뭉게구름' 노래에 맞추어 청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율동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스님께서 도착하시자 박수가 쏟아지고, 바로 환한 웃음으로 강연을 시작하십니다. 스님께서는 청중들에게 봄날에는 농촌이든 산이든 자연 속에서 심신을 부드럽게 가져보라고 하시며 바로 즉문즉설로 들어가셨습니다.

 

 

즉문즉설이 시작되자 역시 많은 분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해서 못다한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보탬되는 일을 하고 싶은 45세인 일곱살 아이 엄마, 아버지의 성격과 행동방식을 그대로 닮은 것이 싫고 아버지가 밉다는 스물 여섯 살 딸, 남편이 사업실패로 빚을 지고 계속해서 돈을 구해오라고 술주정해서 하루하루가 지옥같다는 아내,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싶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를 묻는 이십대의 청년, 특별히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없어 고민이라는 중학생, 주식투자 실패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모든 일에 짜증을 주체할 수 없다는 60대의 남자분, 일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주폭을 일삼던 아버지로 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고 그것을 몰랐던 이전보다 더 괴로운 상태가 되어 버린 직장인, 좋은 직장과 인물 좋은 배우자를 구하고 싶은 바램을 가진 서른 살의 취업 준비생의 질문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오늘 소개하고 싶은 질문은

스님, 일본 지도층 인사들의 엇나간 발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좌절감이 듭니다. 자신들의 식민지배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발언을 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사회의 지도층 인사중에도 일제 강점을 미화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발언들을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를 보고 있으면 그것을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 사회가 후진화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매일 보던 아침 신문을 이제는 아예 덮어 둡니다. 이러한 고민을 누구한테 하소연 해야 하는지,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대통령입니까 아니면 국회의원입니까?”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발언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것이 아닙니까? 진보든 보수든 양쪽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회 지도층이 국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발언은 옳은 것인가요?”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왕이 주인이니 그러한 비판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국민이 주인입니다.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두 가지 주장이 있었습니다. '대한제국 부흥 운동''대한민국 수립 운동'이었는데, 용성 스님께선 후자를 주장하셨습니다. 나라를 되찾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나라의 주인인 왕의 후손들이나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관리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6년 동안 그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하셨지만,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나라에서 도움은커녕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살던 백성들이 의병을 일으키고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보시고는 이제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다고 생각하셔서 '대한민국 수립 운동'으로 방향을 잡으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서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불만만 토로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정치제도는 국민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위탁하는 제도입니다. 지금 불만이 있다면, 다음에 위탁할 때 사람을 바꾸면 됩니다. 자신이 주인된 마음으로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어 갈 사람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것은 이제는 왕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5년에 한번 돌아오는 선거밖에 방법이 없나요?”

 

 

모두 자기 살기 바빠서 관심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선택해야 하는데, 평소엔 실컷 불만을 터트려 놓고는 선거때가 되면 같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담뱃값 받았다는 이유로 쉽게 지지해 주고는 또 후회합니다. 정으로 투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동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국민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질문자는 꼭 자기는 주인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불안해하거나 한탄만 하지 말고,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할때는 폭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를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면 제일 먼저 일본 총리를 바꾸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북한의 누군가를 바꾸고 싶고요. 그리고 또, 대한민국의 누군가도 좀 바꾸고 싶어요.(청중 웃음) 그런데 우리에게는 일본이나 북한의 누군가를 바꿀 권리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을 바꿀 권리는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뽑을때도 만약에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차선도 없다면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아예 투표를 하러 가지 않는 것은 주인이기를 포기하는 겁니다. 이것은 공업, 즉 우리 모두의 업입니다. 다수가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 안에서, 우리가 닥친 위기를 우리가 다 같이 안고 넘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안에서 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이나 중국, 베트남, 필리핀과 비교하면 그래도 대한민국이 낫습니다. 그리고 50, 30년 전과 비교하면 경제적, 정치적으로 조금 더 좋아졌습니다. 긍정적인 입장에서 비판을 하면 건설적 에너지인 혁신이 되고, 부정적 입장에서 비판하면 파괴적 에너지가 됩니다. 지금 우리는 파괴적 에너지로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로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은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부정적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갈등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의견이 다르지만 타협의 중심을 찾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며,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지나간 것만 시비하지 말고, 앞으로 미래에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에 좀더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홉명의 질문자의 질문을 모두 받으니 예정된 두시간을 훨씬 넘어 세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래도 웃으며 마지막 질문을 받으시고, 오늘의 질문들을 아우르는 마무리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지혜롭게 사는 길을 가야 합니다. 지혜로우면 삶이 가볍고 자유로와집니다. 봄꽃도 예쁘지만, 낙엽도 예쁩니다. 봄꽃은 일주일도 못가지만 낙엽은 책갈피에 끼워놓으면 오래 갑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행복하게 사셔야 합니다. 눈이 안 보이고, 다리가 없고, 암에 걸렸어도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어제까지 암인줄 몰랐다가 오늘 알면 오늘부터 불행해 합니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오늘 바뀐 건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알게 된 것은 좋은일입니다.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나의 자세에 따라 주인 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모든 질문에 일관되게 스님이 강조하신 말씀은, 어떠한 상황에 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를 바꾸는 수행은 외줄타기 연습과도 같이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병이 절반은 치유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누가 들어도 무겁고 힘든 상황을 가지고 온 질문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열어 보여주시는 스님의 법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그렇구나 감탄사가 이어집니다. 불평불만만 할 것이 아니라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 지금 여기에 있음을 열어 보여 주시는 말씀에 마지막까지 강연장은 환한 열기로 가득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께서는 청중들과 함께 강연장을 걸어 나오셔서 곧바로 책 사인회를 시작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봉사자들과의 사진 촬영이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 중에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강연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도 없으신 스님의 농담에 와~ 하고 봉사자들의 웃음이 터집니다. 스님의 강연과 봉사자들의 활동을 통해, 봄날처럼 따뜻한 웃음과 마음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스님께서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바로 두북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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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건

어떤 상황에도 편하게 마음 할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4-20 16:43:11

법정선

스님, 고맙습니다, <br />또 이 설법을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_()()()_<br />스님 법문을 들을때마다 시야가 넓어지는 듯 합니다.<br />늘 발전하고 선정을 닦아 나가겠습니다..

2015-04-20 15:21:40

무진

()()()

2015-04-20 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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