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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암 큰스님 12주기 열반일입니다. 스님께서는 새벽기도 후에 문경 봉암사로 출발하셨습니다. 봉암사에 도착한 스님께서는 먼저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에 미리 준비해 간 꽃다발을 올리고 참배했습니다.
부도탑을 참배한 후 대웅전으로 가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서암큰스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영단에 다시 삼배를 올렸습니다. 대웅전을 나서서 다시 조사당을 찾아 참배하셨습니다. 조사당에는 봉암사를 창건한 이래 역대 조사님들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서암큰스님의 영정도 모셔져 있었습니다.
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스님께서는 봉암사 수좌큰스님께 인사드린 후 주지스님과 차담을 하시고 사시예불과 서암큰스님 12주기 재에 참석하셨습니다. 재에는 많은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참석하셔서 서암큰스님의 뜻을 다시한번 기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재를 마치고 재에 참석한 여러 스님들과 점심공양을 드신 후 3시 30분부터는 평화재단에서 일정이 있으셔서 봉암사를 떠나 서울로 향하셨습니다.
3시 30분에는 인도 델리 한인회장을 역임한 현동화 회장님을 만나서 인도 불적지에 있는 한국사찰의 건립과 향후 발전계획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저녁 7시에는 국회 사무처 관계자분들을 대상으로 강연이 있었습니다. 그 전 6시에는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간단한 다과를 겸한 대담이 있었습니다.
국회사무처 직원 강연에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준비된 좌석외에도 의자를 더 놓아서 강연을 함께 하였습니다.
남편이 주식을 해서 갈등이 있으신 분, 종교에 헌신하면 좀 더 나아지는지 묻는 분, 요즘 우리사회에 분노를 조절 못해서 생기는 많은 사고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묻는 분,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분,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서 아직도 가슴이 아픈 분, 불교의 공과 생명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 국회출입기자로 국회가 너무 예측불허인데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내일이면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관련한 질문을 함께 공유해 봅니다.
질문 :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 1주년입니다. 여러 가지 소식도 많이 들리고 있는데, 마음이 좀 불안하고 오락가락하고, 화도 났다가 슬프기도 했다가 마음이 안 잡히는 증상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 한 달 동안 마음 다스리기가 힘들었는데 1주기가 되다보니 또 그런 증상이 생겼습니다. 마음 다스리는 측면에서 해주실 수 있는 말씀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님께서는 “마음 아픈 일이고,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슬펐고, 가슴이 아팠고, 분노하고, 일종의 좌절한 측면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우리가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자괴감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며 스스로 굉장하다고 자부했는데 이 사건이 나고 보니깐 사건의 일어난 원인, 수습하는 과정이 모두 후진국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심리가 슬픔, 분노, 자괴감이 뒤섞여 좀 복합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 가을에 세계 115개 도시를 다녀보니 대만과 태국등에서는 의외로 고소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디다. 한국 사람들이 좀 잘산다고 까불더니 별것도 아닌 것들이 하는 이런 마음들이 있었어요. 그것은 마치 일본에 원전사고 났을 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어느 종교 지도자가 ‘천벌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나쁜 놈들 잘됐다.’는 그런 약간의 반감이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잘 산다는 기준이 오직 물량 중심으로만 계산해왔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도덕적인 문제나 연대, 협력의 문제, 안전의 문제는 방치했지요. 돈이 된다면 뭐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했으니까요. 그런 삶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크게 보면 세월호 사건은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생명, 안전, 평화, 삶의 질이 소중하다는 자각을 우리사회에 던졌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이를 계기로 사회의 변화가 일어났다면 불행 중 다행이고, 전화위복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질적 변화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결국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사회적 혼란을 더 가중시킨다면 나중에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두더지게임이라고 알아요? ‘때려주세요’ 하고 한쪽으 ㄹ때리면 다른쪽에서 고개를 쑥 내미는 거하고 똑같습니다. 결국 덮으면 덮을수록 여기저기서 계속 터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큰 비극이고 아픔이지만, 우리 사회에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불행이 축복이 되는데, 현재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불행으로 더 큰 불행을 야기하는 상황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가족들의 진실규명의 간절한 마음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6∙25 전쟁에서 애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을 때 몇십년이 지나 나중에야 명예회복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진실이라고 다 금방 밝혀지기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밝혀지는 것도 있습니다. 지난 1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진상이 단박에 밝혀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밝혀지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 갈등이 더 심해집니다.
우리는 진실을 피해자가 100% 밝힐 것을 요구하지만 현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쉽지만 80% 정도 밝히는 선에서 합의하고, 나머지는 다음 정부에서 밝힌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선이고, 너희는 절대 악’이라고 생각하고 타협을 나쁘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사회라는 것이 그렇게 선악으로 분명히 가를 수만 없습니다.
한 인간의 전체 면모를 놓고 봤을 때, 한 60% 정도가 선하면 성인으로 포장이 되지만, 그 사람도 한 40% 정도는 안 좋은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그 사람의 안 좋은 면이 드러나면 성인이 갑자기 사기꾼이 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원래 두 요소가 다 있었어요. 우리 현실의 삶을 선악 개념의 잣대로만 재면 안 됩니다. 이 문제가 흘러온 지난 1년의 과정을 보면, 쉽게 밝혀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밝혀질때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할 수도 있고, 또 이 정부에서 밝히기는 어려울 것 같으면, 다음 정부에서 나머지를 밝히자고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혼자 마음 아파하면서 분노하는데 에너지를 쓰면 안 됩니다. 좌절과 절망, 분노심만 더 커지고, 그러면 과잉행동으로 나가기 쉬워요. 그러면 오히려 반대편에서 그 행동을 문제삼아 초점을 흐리면서 반격의 기회로 삼습니다. 진실 규명을 하고자 한다면, 이성적으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을 다스리기도 어려운데, 내가 누구를 바꾸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질문자가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길게 갈 것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며 세월호의 아픔을 분노, 좌절, 절망으로 끝내지 말고 유가족에게,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쪽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내자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끝까지 강의를 들으신 정의화 의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스님께서는 정토회관으로 돌아와서 저녁 10시에 다시 내부회의를 하신 후에 하루일과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4번의 미팅과 세월호 1주기 분향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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