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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게스와리에서 라즈길까지 80km 자전거 순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부처님께서 걸어가신 옛길을 따라 전정각산에서 라즈길까지 80km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가셨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 인도 전역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홀리 축제가 열리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마을 방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20년 전부터 꿈꿔오셨던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를 시도해 보셨습니다.
먼길을 가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새벽4시에 기상하였습니다. 아침 예불을 드린 후 108배와 명상을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6시에 수자타아카데미 운동장에 모두 모였습니다.
▲ 새벽 예불
수자타아카데미 상급생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 중에서 각자 자신의 체격에 맞는 자전거를 고른 후 “자, 가자!” 하시는 스님의 구령 소리와 함께 6시30분에 일제히 학교를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이번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고등학교 때 타 본 이후로 40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몇 번 타보시더니 금방 감을 익히시고 아주 빠르게 속도를 내시며 앞으로 나가셨습니다.
자전거가 여학생들이 타고 다니던 것이여서 그런지 많이 불편했습니다. 핸들이 너무 좁아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 받침대가 작을 뿐만 아니라 타면 탈수록 자꾸 뒤로 젖혀 졌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가본다는 설레임에 신나게 패달을 밟았습니다.
▲ 수자타아카데미를 출발하여 둥게스와리를 빠져나오는 길
▲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가며 다시 길을 찾아가는 모습
전정각산에서 라즈길까지는 작은 산들이 길에 늘어서 있는데 산 왼편으로 계속 길이 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아마 부처님은 이 길을 따라 가야에서 라즈길로 가셨을 것이다”고 하시면서 “우리는 지금 부처님이 가셨던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산 왼편으로 계속 이어진 길
부처님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곳은 공사가 진행 중이여서 땅을 깊게 파놓아서 자전거를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메고 가야 하기도 했습니다.
▲ 출발한지 1시간 만에 잠깐의 휴식
▲ 공사 중인 움푹 패인 길을 건너는 모습
다시 마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속 달렸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한참 동안 달리고 나니 이제는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큰 차들이 다니는 도로이지만 내일 홀리 데이를 앞둔 휴일이여서 그런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스님 일행은 마치 도로를 점거하다싶이 하고 신나게 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 홀리 데이 기간이라 인적이 드문 도로 위를 신나게 달리는 모습
한 마을 앞에서는 주민들이 포장된 도로를 알려주었으나 스님께서는 “부처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 가보자” 고 하시면서 산 왼편으로 난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주민들이 포장된 길을 알려준 이유가 있었습니다. 길이 더 이상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다시 큰 도로를 찾아 나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철길이 나타났습니다. 자전거를 들고 철길을 넘고, 움푹 패인 공사 현장을 지나자 드디어 다시 큰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철길을 건너고, 공사 중인 둑을 지나 다시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를 만났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를 출발한지 3시간 무렵이 되었을 때 가루하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 마을인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스님께 그 설명을 들었습니다.
“1960년대에 이 마을에 사는 인도 사람이 아내가 위독한 병에 걸렸는데 산이 길게 가로 막혀 있으니까 아내를 병원에 빨리 데리고 가질 못했어요. 그래서 결국 아내가 죽고 말았는데, 이를 너무나 가슴 아프게 생각한 그 사람은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발원을 하고 산 사이를 파서 길을 내었습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22년 동안 혼자서 망치와 정만 가지고 산을 깍아서 산을 두 동강이를 내고 그 사이에 길을 냅니다. 이런 유명한 일화가 있었던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 이후에 정부가 이 사람에게 표창을 할려고 하니까 ‘나는 다만 내가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표창을 거절했다고 하지요. 우리도 이런 마음으로 수행정진해야 합니다. 자, 보세요. 저기 산 사이에 길이 난 것이 보이죠?“
▲ 뒤에 보이는 잘라진 산이 아내가 죽은 인도인이 혼자서 만들었다는 길.
자신의 한을 사회적으로 승화시킨 인도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이동하는 중간에 아이패드를 보시면서 구글 지도로 현재 위치와 앞으로 가야될 길을 계속 점검하셨습니다. 가야에서 라즈길까지 하루에 못간다고 다들 말리고, 또 자전거가 시원찮아서 가야와 라즈길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까지만 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갈 계획이였습니다. 그런데 중간 지점에 도착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9시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이 속도면 라즈길까지 갈 수 있겠다” 하시며 라즈길을 향해 힘차게 다시 달렸습니다.
▲ 아이패드로 지도를 확인하시는 스님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10시30분이 되어서 ‘제띠안’ 이라고 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제띠안은 부처님께서 라즈길로 오셨을 때 빔비사라 왕이 서문 밖으로 나와서 부처님을 맞이한 곳을 기념하여 아쇼카왕이 큰 탑을 세운 곳입니다. 탑 앞에서 도시락으로 싸온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체력을 많이 소진해서 배가 무척 고팠는데 밥만 먹어도 너무나 꿀맛이였습니다.
▲ 제띠안 앞에서 점심 식사
식사를 마치고 제띠안의 탑 위로 올라가서 스님께 이곳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빔비사라 왕이 왕사성 서문 밖으로 나와 부처님을 영접했다고 하는 ‘제띠안’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부처님을 영접한 장소를 기리기 위해 아쇼카왕이 탑을 세운 곳입니다. 부처님은 보드가야에서 성도를 하신 후 바라나시 사르나트로 가셔서 5비구등 60여명의 비구를 교화하고 다시 우루벨라 마을로 오셔서 우루벨라 가섭 등 1000명을 교화하여 오늘 저희가 자전거를 타고 온 바로 이 길로 그 1000명의 비구를 이끌고 왕사성으로 오셨습니다.
▲ 빔비사라왕이 부처님을 영접한 곳을 기념하여 세워진 탑 '제띠안'
당시 이 소문을 듣고 빔비사라왕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영접한게 아니라 당시 유명했던 우루벨라 가섭을 영접하러 온 것이였어요. 우루벨라 가섭을 보자 왕이 먼저 우루벨라 가섭에게 예를 표하고 인사를 드렸어요. 그때 거기에 참가한 대신들은 ‘저 젊은 수행자가 우루벨라 가섭의 제자인가? 정말 우루벨라 가섭이 저 젊은 수행자의 제자인가?’ 이런 의문을 가졌다고 해요. 그 때 왕이 우루벨라 가섭한테 절을 하면서 “제가 믿을 수 없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우루벨라 가섭이 젊은 수행자의 제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저는 믿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세 살 먹은 어린 아이가 팔십 먹은 노인을 보고 ”너는 내 손자요“ 하는 것보다 더 믿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우루벨라 가섭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처님을 세바퀴 돌고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이 분은 저의 스승이고, 저는 이 분의 제자입니다. 제가 이 분을 만나기 전에는 윤회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을 만나고 나서 윤회의 씨앗을 버렸습니다” 라고 말했어요. 윤회의 씨앗을 심었다는 것은 푸자를 지내고 복을 구했다는 얘기이고, 윤회의 씨앗을 버렸다는 것은 수행 정진해서 해탈 열반의 길을 갔다는 얘기입니다.
그때서야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이 위대하심을 알고 부처님께 절을 하고 법을 청합니다. 그때 대중들의 머리 속에 있던 의심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부처님이 왕을 위해서 설법을 하자 왕은 그 설법을 듣고 깨달아서 너무 기뻐한 나머지 이렇게 신앙 고백을 했어요. “내가 왕자 때 다섯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 내가 왕이 되는 것입니다. 그 때는 왕자라고 왕이 되는 시대가 아니였거든요. 형제가 50명이 되면 그 50명을 다 죽여야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내 나라에 부처님이 출현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내가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내가 그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닫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그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네 가지 소원은 이제 다 이루었는데, 이제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싶으니 부처님께서 왕궁으로 오소서.” 하고 식사 초대를 했는데 부처님께서 승낙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왕은 부처님께 왕사성으로부터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 대나무 숲을 기증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절인 죽림정사가 생긴 기원입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처음에는 그냥 벽돌 무더기 산 같았는데 이곳에 서린 부처님의 숨결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탑은 아무런 관리가 되지 않고 곳곳이 부서진 채로 방치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이상 훼손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할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띠안 위에서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탑을 내려왔습니다.
▲ 제띠안을 내려오는 스님 일행. 뒤에 보이는 길게 늘어선 흙길을 따라 14km를 더 가면 구왕사성이 나타납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다시 계산을 해보니 부처님께서는 1000명의 비구를 이끌고 4일 동안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고 하는데 오늘 스님 일행은 그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4시간 만에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하루 동안 걸은 거리를 1유순이라고 하는데 약 15km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하루 동안 걸은 거리를 저희들은 1시간만에 달려온 것이지요.
제띠안을 내려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구 왕사성까지 14km에 이르는 산길을 달렸습니다. 가야에서 라즈길까지 전체 80km 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가 이 산길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오르막이 계속 되는 구간이 있어서 숨을 헐떡이며 겨우 겨우 고개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 제띠안에서 구왕사성까지 14km에 달하는 산속의 숲길
드디어 산길을 모두 지나고 구왕사성이 있는 라즈길에 도착했습니다. 성벽 터가 남아 있는 유적지가 있어 잠깐 둘러본 후 스님께서는 이곳 라즈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라즈길(왕사성)은 5개의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라고 하셨습니다.
▲ 스님께서 가르키는 방향에 보이는 산이 칠엽굴이 있는 산입니다.
라즈길에 도착하니 오후1시가 되었습니다. 아침6시30분에 수자타아카데미를 출발했으니 점식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여기까지 오는데에 약 6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다들 자전가가 불편했는지 엉덩이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며 나무 밑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최동호님과 권도영님이 차량을 한 대 빌려왔습니다. 오늘부터 홀리 축제 기간이 시작되어 운전수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운전수를 구하는데만 무려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운전수를 구해 차량에 자전거 9대를 싣고 수자타아카데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 자전거를 모두 지붕에 올리고 차량에 탑승한 스님 일행
차량으로 다시 돌아오는데는 약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자전거로 6시간 간 거리를 차량으로는 2시간30분이 걸렸으니 약 2배 정도의 차이가 난 것이죠. 자전거를 타는 것이 결코 느리지 않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홀리 데이를 앞두고 얼굴에 물감을 바른 인도인들
가야로 돌아오는 길에는 곳곳에 시장이 열렸는데, 내일 홀리 데이를 준비하기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나와 제사 음식과 옷을 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에는 벌써부터 형형색색의 물감을 서로 칠해주며 인도 특유의 홀리 축제 분위기를 서서히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내일이 되면 물총에 물감을 넣거나 물통에 물감을 담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물감을 쏘고 던진다고 합니다.
▲ 수자타아카데미 도착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하니 오후6시가 되었습니다. 먼길을 달려온 피곤함이 몰려오는 가운데 간단히 세면을 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께서는 오후불식을 하고 계셔서 샤워를 마치시고 바로 휴식을 취하셨습니다.
내일은 새벽4시에 기상하여 108배 정진을 한 후 새벽6시에 전정각산에 올라가 볼 예정입니다. 전정각산 산행을 하며 부처님이 머무셨다는 유영굴을 참배하고, 부처님이 물을 드셨다는 샘터, 명상을 하셨다는 바위 등을 차례대로 순례를 한 후, 오후에는 다시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와 사업 논의를 계속 연이어 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JTS가 인도 둥게스와리 아이들을 위해 펼치고 있는 기아, 질병, 문맹 퇴치 활동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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