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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구정토회에서 정초기도 법회 및 대구경북지역 정회원 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대구정토회는 1994년에 황금동에서 개원하여 2006년에 이곳 만촌동으로 이전하여 21년째 수행공동체를 꾸려오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오전 10시에 정초기도를 하러 대구법당에 오신 400여명의 정토회원들을 위해 입재법문을 해주셨고, 오후2시와 저녁7시에는 대구경북지부 정회원들을 위한 즉문즉설 법회를 해 주셨습니다. 오후 2시에는 주간반에서 193명, 저녁7시에는 야간반에서 32명 등 모두 225명의 대구경북지부 정회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오전10시에는 1부 행사로 정초기도 입재 법문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법륜 스님을 모시고 정초기도 법회를 여는 설레임이 법당 곳곳에서 묻어나는 듯합니다. 법회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가지런히 놓여있던 방석은 어느새 많은 분들로 채워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활기찬 도반님들의 환한 웃음과 미소가 보기 좋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설 잘 쉬셨습니까?” 대중을 향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내시는 스님을 뵈니 절로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3일 동안 정초기도를 하며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할지에 대해서 꼼꼼하고 자상하게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설이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새해이니 만큼 그 의미도 큰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시작하려면 준비를 해야하므로 시작 전은 준비기간이고, 시작 후는 실행기간으로 딱 반이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정초기도는 원래 불교행사가 아닌데 절에서 하는 이유는 한해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경갈하게 가다듬고 가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다’ 이런 말이 있는 것은 준비된 시작은 전체의 반과 다름없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준비된 한해를 시작하기 위해 정초에는 정성을 기울여서 기도하고, 올 한해 동안 살아갈 방향도 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정초기도를 한달을 했지만 세월이 변해 보름하다가 7일로, 다시 3일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소로 3일은 하지만 그때 마음 만큼은 7일, 보름, 한달을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여서 하셔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복을 빌러 절에 간 것이 아니라 재앙을 막으러 절에 가셨습니다. 모든 재앙의 시작은 욕심에 있고 욕심을 버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복을 비는게 아니라 준비된 마음으로 한해를 임하게 되면 재앙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갖가지 재앙을 막는 것이 곧 복입니다. 그러면 올해 정초에는 어떤 마음을 가질 것이냐?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자. 그래서 대중들로부터 좀 존중 받는 그런 사람이 되자. 그게 어려운 일이냐? 아닙니다.
우리는 신(행위), 구(말), 의(마음) 삼업으로 업을 짓고 삽니다. 먼저, 신(행위)으로 업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올해는 부처님의 계율에도 있고 하니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람 때리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훔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성추행 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술 먹고 주정하지 않고 과음하지 않는다입니다. 이렇게 행위로 최소한 네 가지는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구(말), 말로 업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욕설은 하지 않는다. 둘째, 속이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 잔소리하고 간섭하지 않는다. 넷째, 짜증내고 성내지 않는다. 이 정도는 우리가 하자는 것입니다.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굶으라는 것도 아니고 잠자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 다음은 의(마음), 마음으로 업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음식에 탐착하지 않는다. 즉, 먹는 것 가지고 좀 껄덕거리지 않는다.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좀 껄덕거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둘째, 사치하지 말자. 무슨 명품 옷이니 하면서 옷에 껄떡거리지 말고, 화장품에 껄떡거리지 말고, 명품 가방이니 뭐니 껄덕거리지 말고 그렇게 좀 살자는 것입니다. 물질이 주인이 아니잖아요. 귀걸이니 코걸이니 심지어는 발가락에 거는 것도 있고 뭐가 그렇게 거는 게 많아요? 이런 사치스런 생활에 부화뇌동하지 맙시다.
이렇게 열가지 정도를 지켜나가면 우리들의 인격이 좀 있어지지 않느냐 싶어요. 그럴려면 첫째,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검소하게 살면 자연스레 베풀 것이 생기고 그래서 보시하는 삶이 되고 바로 그것이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두 번째는 내가 좀 아는 게 많고 돈이 좀 있고 지위가 있다고 해서 목에 힘주고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세 번째는 품위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존중을 받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돈이 있되 검소하게 살면 베풀 수 있고, 지위가 있되 겸손하게 살면 봉사할 수 있지 않느냐. 인격을 이렇게 갖추고 살면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지 않느냐. 정토회 회원들이 이 정도는 원을 세우고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이렇게 계율을 어기게 되면 즉시 참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자. 이게 참회발원이예요. 이런 삶을 살아봅시다.
새해에는 이 열가지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내고 설사 어기더라도 참회하고 다시 발원을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울타리 밖으로 나갔다가도 다시 들어오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부처의 길을 향해 계속 가다보면 인격이 쌓이고 사람들로부터 존중도 받게 되는데 이게 공덕이 됩니다.
그러나 이 공덕마저도 필요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 회향입니다.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회향되어서 그들의 고통이 없어지게 하여지고, 칠천만 온 겨레에 회향되어서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지게 하여지고, 먼저 돌아가신 조상영가님등 유주무주 모든 고혼 영가들에게 회향되어 왕생극락 하여지기를 발원하는 것이 원을 향해 나아가는 삶입니다. 3일간 정진한다 함은 이렇게 참회하고, 다짐하고, 원을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스님의 말씀에서 우리가 얼마나 껄떡거리며 사는지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참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우리의 껄떡거림이 멈추지 않는 한 현실 속의 많은 모순들 또한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이 명품이 되는길, 그것이 바로 수행자의 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법문을 마치면서 스님께서는 오늘이 정초기도 입재날인데 300배는 못하더라도 지금 다같이 108배 정진을 하면서 마음을 모아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4백여 대중이 관세음보살 염불을 간절하게 부르면서 정진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법회 후에는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찾아와 스님께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김 의원님과 마주 앉아 잠시 덕담을 주고 받으셨습니다.
오후2시부터는 2부 행사로 대구경북지부 정회원 법회가 열렸습니다. 대구경부지부 내 6개 정토회(대구, 달서, 포항, 경주, 구미, 안동)와 16개 법당(대구, 태전, 달서, 달성, 포항, 덕산, 경주, 경산, 영천, 구미, 김천, 상주, 문경, 안동, 영주)의 정회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특히 설날이 지난지 몇일 되지 않아 안팎으로 분주한 일들이 많았을 텐데 멀리 경북 북부 지역 안동정토회 8명을 비롯해 구미정토회 27명, 경주정토회 28명, 포항정토회 19명, 달서정토회 28명, 대구정토회 82명의 정회원들과 멀리 해외 토론토에서 올해 처음 발심행자가 된 보살님까지 총 193명의 대구경북지역 정회원들이 참석하여 법당 안을 가득 채우며 올해 처음 맞는 정회원 행사를 풍성하게 하였습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각 지역별 정회원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역 법당별로 정회원들이 앞으로 나와 한분한분 마이크를 잡고 맡은 소임과 이름을 말할 때마다 스님께서는 정답게 눈을 마주치시며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받아 주셨습니다. 대구경북지부 지역 법당들은 2013년 본격적으로 각 시·군·구별 불사를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신생 법당들이 많은데 2년째가 접어드는 법당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많은 정회원들이 배출된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탄성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정회원들의 인사가 끝이 나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정초기도 입재법문 시간에 강조하셨던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어 대중들에게 존중받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 말씀을 시작으로 사람으로서 해야 할 기본 10가지 계율에 대해 다시한번 짚어주시면서 먼저 정토회가 창립될 때 세우신 원을 정회원들에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정토회는 창립이 될 때 이런 원이 있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바라문(브라만)시대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귀하다고 하는 사제가 신을 대신해서 복을 빌어주고, 사람들은 사제를 통해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는 브라만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행복해지고 불행해지고 하는 이 문제는 인간 이외의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람가운데도 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게 아니고 자기 자신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사를 지낸다고 해탈하는 게 아니라 수행 정진에 의해서 해탈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이런 말씀은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제계급이 할 일이 없어지니까요.
그러니 기성의 종교로부터 반대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러나 부처님의 진리의 말씀은 당시에 지혜로운 자들에게 알려졌고, 그들은 부처님의 그 말씀을 듣고 깨달아서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가치와 지위 등 허례의식은 다 버리고 돈이니 지위니 이런 것은 다 버리고 홀가분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먹고 입고 자는 건 좀 힘들었습니다. 먹는 것은 얻어먹고, 입는 옷은 그냥 버린 것을 주워 입고, 자는 것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잤습니다. 그래야 세상의 제도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돈 많은 사람에게 기대야 되니 다 놓아버림으로써 자유를 얻는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살아야 될 사람들에게는 다 버리지 않아도 되지만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가족에게 집착하지 말고,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지위에 집착하지 말고, 이렇게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세속에 살면서도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수행자의 길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출가 수행자의 길이었고, 하나는 재가 수행자의 길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45년 동안의 교화설법을 듣고 자유와 행복을 얻은 출가수행자는 수만명이었고 재가수행자가 수십만명이었습니다. 이 법은 널리널리 퍼져서 전 인도로 그리고 전세계로 전해졌고, 이렇게 해서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불법이 전해진지 2천년이 되었고 그래서 우리가 불법의 은혜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불교는 변질되었습니다. 스님들은 알게 모르게 사제계급이 되어서 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되었고, 재가 수행자는 스님들에 의탁해서 복을 비는 신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브라만교처럼 사제계급과 신자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부처님의 정법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부처의 길로 가는, 해탈과 열반을 궁극적 목표로 해서 나아가는 수행자들입니다. 다만 그 길에는 출가해서 가는 수행자가 있고 재가해서 가는 수행자가 있듯이, 우리들도 더 이상 스님이니 신자니 이런 말 없이 누구나 다 부처의 길로 가는 수행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붓다클럽의 회원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 궁극적인 이상인 부처의 나라 ‘정토’의 회원들입니다.
이런 불교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의 1%정도만 이라도 참여해서 물질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삶을 살면 세상도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읍면동에 하나씩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100명씩만 모이면 전국적으로 약 50만명 되는데, 이것은 인구의 1% 밖에 안되지만 1%만 이런 마음을 갖고 살면 사회가 훨씬 좋아집니다. 이게 우리가 정토회를 처음 창립할 때 세운 원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다음 만일은 이 씨앗을 전 세계에 뿌리기 위해 그 준비 단계로 지난 스님의 세계 100강이 진행되었음을 이해시켜 주셨습니다.
정초입재 법문에서 스님께서는 “시작이 반이 되려면 시작 전 준비를 충분히 해야 시작이 반이 될 수 있다” 하셨는데 ‘어쩌면 다음 만일은 스님의 지난 세계 100강의 씨앗으로 이미 준비된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만일결사와 다음 만일결사를 철저하게 준비해 오신 스님의 모습에 다시한번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님 법문이 있은 후 정회원들이 법당에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스님께 여쭈어 보는 즉문즉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자는 올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정회원이 되었고 경전반 집전도 맡게 되었는데 소규모 법당이다 보니 8대 행사의 집전도 하게 되어 부담이 크다고 하면서 예전에 다니던 절의 스님이 정토회에서 공부한건 칭찬해 주셨는데 재가자가 스님 자격증도 없이 천도재를 지내서 영가를 불러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들은 후 집전을 해야될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다고 물어서 스님과 자리에 함께한 정회원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두번째 질문자는 얼떨결에 불대 담당이 되어 마음이 너무 무거운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지역 내 불사를 통해 새로운 법당이 생기면서 기존에 있던 법당과 업무 분담을 비롯해 행정적 문제들을 어떻게 구분해서 풀어나갈지 고민이라고 했고, 네 번째 질문자는 대구경북지부 읍면동 불사를 진행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해결방안에 대한 실무적 고민을 묻는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올해 처음 정회원이 되신 신규회원님이 법당에서 일반회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물었던 내용에 대한 스님의 답변을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따근따근한 신규 발심행자입니다. 8-4차 천일결사 입재식부터 모둠이 정회원과 일반회원으로 분리되었는데, 저는 일반회원 모둠에 있다가 정회원 모둠으로 속하게 되었는데 일반회원들이 섭섭해 했습니다. ‘정회원이라고 싹 빠져서 우리끼리 남겨놓고 뭐하는거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나중에는 정회원 모둠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담당을 맡고 활동으로 집중되니깐 일반 회원들이 나누기를 하는데 “정회원이 되기가 두렵다”고 했습니다. 이런 불편한 마음들로 일반 회원들이 정회원이 되고자 발심을 안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예요. 8-4차는 정회원 중심으로 운영방법들을 많이 바꾼 것 같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고 일반 회원들이 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제8차 천일결사의 목표 10개 중에 가장 핵심목표는 정회원 1만명 양성입니다. 정회원 1만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불교대학에 많이 입학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전국에 시군구 법당을 마련해야 하고, 또 연수원 본부 건물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회원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정회원 1만명 양성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일반 회원들에게 자꾸 얘기하면 부담스럽지요.
정회원이 되면 좋다 하지만 좋은 거 하나도 없습니다. 뭐가 좋다는 건 욕망이잖아요. 부적격자가 정회원이 되면 나중에 자격 정지자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회원을 많이 만드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만, 정회원이 되었다고 해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정회원이 되어야 하느냐? 정회원이 되면 부처가 되는데 좀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부처가 되는 길에 빨리가려면 보시도 해야되고, 봉사도 해야되고, 역할도 맡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좀 더 수행이 되지요. 흙탕물처럼 업식은 가라앉아 있습니다. 혼자 가만히 있는데 욕 할일이 있나요? 없지요.
20년 수행한 스님이라 해도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장수로 있으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입에서 욕이 나올까요? 안나올까요? 탁 뒤집으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이 다 일어나서 흙탕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나를 알아야 합니다. ‘아, 조금만 건들여도 흙탕물이 되는구나’ 라는 것을 알아야 수행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왜 인도성지순례 가면 성질이 더 날까요?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먹는 것도 쫓기고 똥오줌도 제대로 못누고, 이러면 짜증이 날까요? 안날까요? 성지순례 거룩하게 와서 계속 똥 누는 거, 오줌 누는 거, 이런 거 가지고 종일 힘들어 합니다. 이럴 때 ‘흙탕물이 올라오는구나!’ 이렇게 자기가 자기를 봐야 정진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여러분들이 전에는 집안에 문제가 있었는데 스님 법문 듣고 좋아져서 정토회에서 봉사하면서 방석도 깔고 보시도 하고 했는데, “요거 해라, 저거 해라” 해서 하다보니깐 정토회 주1일 근무자에서 2일, 3일, 4일 근무자가 되어서 이 사람 저 사람하고 갈등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정토회에서 봉사하는게 문제다. 정토회 그만두면 된다’ 이러는데 이것은 옛날에 남편하고 이혼만 하면 된다는 업식이랑 똑같습니다. 회사 다니다 갈등이 생기면 회사 그만 두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부할 때 첫 번째 단계는 넘었는데, 두 번째 단계는 못넘었구나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법당의 총무일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한 3년 정도를 하면 자기 공부가 많이 됩니다. 왜냐하면 힘든 과정을 통해서 자기 변화를 주지 않으면 총무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혼자일때는 시끄러우면 안 봐버리면 아무 문제가 안생기니 본인이 아주 수행이 된 사람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이다 보면 내가 별게 아니고 온갖 질투와 성질은 다 내고 있는 자기를 보게 됩니다. 정진을 안하면 나가 떨어지게 됩니다. 정진해서 그 고비를 넘기면 수행적으로 한단계 더 올라갑니다. 무슨 일이든 시비하는 것에서 시비심이 일어나도 그것 때문에 힘들진 않게 됩니다. 자기를 보니깐요.
그런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정회원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정회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없지만 공부는 많이 된다고 권유할만 합니다. 처음부터 불법에 맞게 안내를 해주어야 합니다. 정회원이 되면 뭐가 좋다고 해서 정회원을 만들면 안됩니다. 좋은 일이라고 하면서 욕망을 키우는 게 아니라, 수행을 더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정토 건설에 꿈이 있고 부처님 법이 좋다면 정회원이 되어서 함께 가보자고 권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끝나자 큰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정토회의 정회원들조차 정회원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태도,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많이 있었는데 오늘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여러 의문들이 해소되고 정회원으로서 새해 각오를 다짐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재미있고 유익한 답변을 듣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대구경북지부 상임법사님이신 보수법사님과 묘덕법사님을 모시고 새해인사 차 세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 법당별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스님과 함께 찍는 사진이라며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오늘 참석한 정회원 한분한분의 손을 잡아 주시면서 격려를 해주신 후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또 스님과 기념사진도 찍고 나서 삼삼오오 모여서 정겹게 법당을 나가는 대중들의 모습이 관세음보살님을 닮은 듯 밝고 가벼워 보였습니다.
날씨가 낮에는 잔뜩 흐리더니 저녁이 되자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렸습니다. 스님을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기에 오늘처럼 스님을 직접 뵙고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중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저녁7시에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정초기도를 하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고는 오후 모임에 이어 저녁 모임에서도 정토회 정회원의 종류, 왜 우리는 불교신자라는 말보다 정회원이라는 말을 쓰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우리 정토행자들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8차 천일결사 기간 동안의 정토회 목표에 대해서도 다시 새겨 주셨습니다.
“지금 시대는 부처님의 정법만이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행복, 해탈을 성취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부처님의 정법을 계승하고 실현하려는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갈려는 길은 편안하고 순탄한 길이 아닙니다. 사회적 저항을 받지만 부처님 당시의 저항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됩니다.
정토회는 특정종파의 개념이 아니라 부처님의 나라를 지향합니다. 정토를 지향하는 원을 갖고 정토회가 시작된 것입니다. 나아가서 다른 종교의 모양과 형식도 부정하지 않고 포용해야 합니다. 다른 종파라도, 어떤 종교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에 귀의하면 해탈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종교를 뛰어넘어 있습니다.
정토회 만일결사는 분단된 나라를 통일해 민족 중흥을 이루고 부처님의 정법을 바로 세워 불교중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수행정진해 왔는데, 지금 8차 천일결사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정토회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 온 사람입니다. 정회원은 불대를 졸업하고 깨장을 다녀오고 주2시간 봉사를 하며 매일 기도하면서 삼보수호비를 내고 오계를 지키겠다는 의무와 책임을 약속한 자입니다. 그러니 정회원은 조금 더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고 부지런히 수행해서 ‘저 사람은 인격도 괜찮은데 알고보니 정토회 정회원이었네’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당부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유와 해탈은 오직 자신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말씀에 수행만이 그 길로 갈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긴 시간 대중을 위해 법문을 해주신 스님 덕분에 정회원으로서 역할을 재점검 받고 발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8명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발심행자이자만 서원행자대회에 참관인으로 참석할 수는 없는 지를 묻는 분, 기획법회시 대관료를 지불할 경우 인원이 적게 올까 고민이 되신다는 분, 뭐든지 가볍게는 하는데 오래하지 못해 고민이신 분, 직장생활에서 비판하고 문제제기할 일이 있는데 모두 어떤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수년 전에 스님께서 과보가 태산이라 하셨는데 올해 들어 개인 수행 과제는 해결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님께서 보실 때 과보를 많이 갚았는지 궁금하신 분, 사회활동이나 통일활동은 법문 들을 때는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혼자 있으면 선뜻 마음이 나지 않아 고민이신 분, 지금까지 살아온 게 한심하고 스스로 자책되어 서러움이 올라오는데 이럴 때 어떻게 마음을 내야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회원으로서 활동하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의문점 등을 마음껏 스님께 묻고 자세한 답을 들은 후 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참여한 정회원들은 마지막으로 다같이 스님께 세배를 올리고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2시보다 인원이 훨씬 적었지만 오히려 더 집중력 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중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며 수행정진을 당부하셨고 대중들은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스님을 배웅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법당을 나오시는 스님의 얼굴에 환환 미소가 피었습니다. 더불어 우리들의 가슴에도 따스함이 올라왔습니다.
저녁 법회를 마치고 나서는 이번에 새롭게 법사 수계를 받을 문수팀 행자 4분이 찾아와 새해 인사를 해서 인사를 받으시고 난 후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내일은 부산 해운대 법당으로 이동하셔서 부산울산 지부 정회원들과 법회 및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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