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2.15 정토회 서원행자대회


▲ 서원행자대회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의 서원행자들이 전국에서 모여 2014년 사업 및 결산과 2015년 사업 계획 및 예산을 공유받는 서원행자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문경정토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묵은 300여명의 서원행자들은 새벽4시30분에 일제히 기상하여 5시에 새벽 예불 및 기도를 함께 올린 후 간단히 간식을 먹고 7시부터 어제 끝마친 전국대의원대회에 대한 보고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교육 및 수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반영하여 불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서원행자들이 궁금해하면서 질의응답이 오고 갔습니다. 

 

오전8시부터는 서원행자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는 ‘3분 스피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원행자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피력했습니다. 

 


▲ 3분 스피치 시간

 

교사정토회를 담당하고 있는 한 분은 “학생들이 JTS 모금캠페인 봉사활동을 하면 봉사활동 확인증을 주어서 학생들 참여를 많이 유도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셨고, 주부 한 분은 “북한에 식량이 못가고 있는데 대통령님을 위해 대신 참회 기도를 해주면서 고맙다는 기도를 다같이 함께 하면 북한에 식량이 갈 것 같다”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또 한 분은 “우리 남편이 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너’, ‘어이’ 그러다가 지금은 ‘보살’로 호칭이 바뀌었어요”라고 하면서 “성질이 올라올 때 마다 남편이 ‘보살’이라고 불러줘서 늘 수행이 점검된다” 고 이야기해 큰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또 한 청년 분은 “지금 대구법당 위치가 외곽에 있어서 청년들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데, 청년들을 위해 시내 쪽으로 법당을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대학생은 “대학생 포교를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서울, 청주, 대전, 대구, 분당, 수원에서 붓다캠퍼스 프로그램을 하고자 하는데 법당 총무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들은 후, 이어서 모둠별 토론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김은숙 행정처장님이 이번 8차 천일결사의 중요한 목표인 1만인 정회원 양성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큰 틀에서 발제를 해주시고, 이어서 각 지부별로 모여서 ‘우리법당 정회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아이디어들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우리법당 정회원 만들기 프로젝트’ 모둠별 토론 시간

 

10시20분부터는 전체가 모여서 지부별로 모아진 아이디어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부분의 모둠에서 정회원 양성을 위해서는 불교대학 입학생 모집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제기 되었고, 입학한 불교대학생들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잘 챙겨줘서 정토회에 잘 정착하게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각 지역 상황에 맞는 많은 아이디어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들은 각자 수첩에 메모도 하면서 발표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 모둠별 토론 결과 발표 시간

 

이어서 점심식사 시간을 가진 후 오후 12시40분부터는 스님께서 오전에 있었던 ‘우리법당 정회원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를 듣고 난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 질의응답 시간

 

오랫동안 정토회에서 활동한 실무자가 회향할 때 마음에 큰 충격이 오면서 ‘정토회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법당에서 정회원을 모집할 때 공개적으로 홍보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싶다는 분, 직능부 활동을 활성화 하는 것이 저녁부 활동과 겹친다며 각 법당에서 꺼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묻는 분, 불교대학생들이 경주남산순례를 가게 되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정을 가져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니 경주남산순례를 2학기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주시는 분, 요즘 불교대학 신입생 입학이 작년보다 적어서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는 분 등 총 5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각각의 질문에 대해 열정적으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서 모둠별 토론 시간에서 “정토행자가 무엇인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스님께서는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시면서 정토행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정토행자가 무엇이냐 물으면 똑부러지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토회는 수행, 보시, 봉사 이 세가지를 한다고 되어 있잖아요. 이것을 두 가지로 줄이면 자기를 행복하고 자유롭게 하는 ‘수행’과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사회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기를 기쁘게 하는 것이니까 지금 좋은 것이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값어치가 생기는 것이니까 이것은 심리적으로 보람이라고 표현해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 힘들기는 하지만 뿌듯함이 생겨요. 또 지금은 힘들지만 지난 뒤에 보면 보람이 있어 나중에라도 혼자 빙긋이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좋으려면 수행을 해야 하고, 나중에도 좋으려면 좋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는 함께 가야 합니다. 이것을 ‘일과 수행의 통일’ 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여기서 ‘일’이라는 것은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을 말하고, ‘수행’은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세가지로 나누어서 수행, 보시, 봉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수행에 있어서는 첫째,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치적으로 좀 알아야 합니다. 이 이치를 알도록 하는 곳이 정토불교대학입니다. 즉문즉설은 하나 하나의 사안에 대한 내용이지만 정토불교대학은 불교의 역사와 부처님의 일생을 종합적으로 알도록 해주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론만 알면 알음알이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경험해서 내 것이 되어야 합니다. 내 것이 되려면 첫째, 마음나누기를 자꾸 해야 합니다. 마음나누기는 법문을 자기 경험화하는 과정입니다. 두 번째는 천일결사 입재를 해서 실제로 아침마다 기도를 해봐야 합니다. 이치를 알아도 실제로는 잘 안되거든요. 자전거도 자꾸 넘어지면서 타는 방법을 터득하듯이 안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반드시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 짧은 시간에 가장 크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 명상수련을 다녀오는 것입니다. 이 세가지가 수행 파트에 속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밖으로 드러내어 다시 경험해 보는 것이 ‘보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다 남에게서 도움을 얻고자 하잖아요. 남편에게도 덕 보려고 하고, 아내에게도 덕 보려고 하고, 아이들도 잘 키워서 덕 좀 보려고 하고, 부모한테도 덕 좀 보려고 하고, 친구한테도 덕 보려고 하고, 어디 가서 물건을 사려고 해도 덕 보려고 하고, 하나님에게도 덕 보려고 빌고, 부처님에게도 덕 보려고 빕니다. 이것은 바로 노예 근성입니다. 그래서 첫째, 덕 보려고 하는 존재에서 덕을 보여주는 존재로 바뀌어야 합니다. 도움을 받으려는 존재에서 도움을 주는 존재로 바뀌어야 합니다.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존재가 되는 것이고, 부처님의 존재가 되는 것이고, 보살의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덕 보려는 존재가 중생입니다. 그래서 중생에서 부처로 전환하려면 내가 무언가 남한테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주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돼요. 단순히 돈을 얼마 내는 것만이 보시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내가 주는 존재로 전환되는 것이 보시입니다. 이렇게 얻는 자에서 주는 자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나를 주인으로 만들고 나를 부처의 길로 가게 하는 길입니다. 

 

보시와 봉사는 근본적으로 보면 하나인데, 이 둘의 차이라면 보시는 주로 물질적으로 베푸는 것을 말한다면 봉사라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자기 실현을 위해 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은 본질적으로는 다 자본의 노예입니다. 모든 가치가 돈을 얼마 주느냐에 따라 좌우 되잖아요. 여기 직장 좀 다니다가 돈 좀 더 준다고 하면 바로 그리로 옮기고, 이렇게 전부 돈에 팔려 다닙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돈을 안 받고 봉사를 하면 바보 취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내 몸을 위해 쓰거나 내 가족을 위해서 재능을 쓸 때는 봉사라는 생각도 안하잖아요.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이니까요. 그런 것처럼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 세상 일이 다 내 일이 되면 돈을 받고 거래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런데서 봉사는 자기 실현이고 사랑입니다. 부부 지간에 사랑을 할 때 서로 계산을 안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봉사라는 것은 자기 실현이예요. 그러나 우리들의 의식 속에는 늘 니꺼 내꺼가 있기 때문에 봉사를 해도 늘 댓가를 바랍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돈으로 환산을 안하는 것은 겨우 하고 있는데, 사실은 돈 대신에 칭찬을 그래도 좀 듣고 싶은 거예요. 남에게 도움을 주고도 칭찬 받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칭찬을 안해줄 때 실망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락(樂)이 고(苦)로 바뀌는 윤회입니다. 그래서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서 부처의 길로 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타를 통해서 자리를 얻는 이것은 우리들의 오랜 업식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수행은 그래도 겨우 겨우 하는데, 보시와 봉사는 대부분 억지로 하고 있어요. 이렇게 억지로 하니까 자꾸 ‘보시하면 복 받는다’ 하는 방편을 쓰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받는다’ 는 생각마저도 내려놓는 것이 수행입니다. ‘받는다’는 방편을 쓰는 것은 수행이 아니예요. 

 


 

자기 수행만을 통해서 해탈로 가는 것이 소승이라면,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것이 대승입니다. 우리는 대승불교의 전통을 잇기 때문에 그것을 지금 현실에 맞게끔 정리한 것이 수행, 보시, 봉사입니다. 정토행자는 이 이치를 내가 이해하고 한번 해보겠다고 발원을 한 사람입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예요. 술 먹고 놀아도 한 세상이지만, 지나놓고 보면 술 먹고 노는 것 보다는 이렇게 봉사하고 사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어요.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그때 그때는 조금 힘들지만 지나놓고 보면 이런 삶이 훨씬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 세상의 평판, 모든 면에서 자기에게 유리합니다. 남이 칭찬 안해줘도 자기 속에 훨씬 좋은 영상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해봅시다.” 

 

서원행자들은 스님의 자상한 말씀에 모두들 “네” 라고 크게 대답하면서 함께 해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얻는 자에서 주는 자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를 거스르는 봉사가 곧 자기 실현이고 사랑이라는 말씀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신인류의 시작을 바로 정토행자들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스님의 말씀을 통해 다시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3일 동안 사용한 문경정토수련원 구석구석을 본래 있던 상태로 깨끗이 청소하는 대청소 시간을 가지고, 오후4시에 다시 대수련장으로 다시 모여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서원행자대회를 마무리하면서, 2박3일 동안의 사업 논의와 사회활동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 끝에 다시 한번 수행과 자기 정진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불법이 2600년 동안 전해내려 오면서 우리들은 불법의 은혜를 많이 입었는데 제일 크게 은혜를 입은 사람은 부처님입니다. 부처님보다 더 큰 은혜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두 번째로 부처님을 제외하고 우리는 누구의 은혜를 가장 크게 입었느냐? 그것은 아난다 존자입니다. 우리가 읽는 모든 경전이 다 아난다 존자의 기억으로 인해서 오늘날 우리가 불법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그분 스스로 총명하고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지극해서 부처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기억을 했고,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그것을 다 내어놓아서 길이 길이 부처님의 법이 남아 있도록 한 일등공신입니다. 

 

그런데 역사 기록에는 부처님을 25년간 시봉하고 부처님의 모든 법문을 가장 잘 기억하는 그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그 말씀을 집대성하는 500명의 아라한 속에 처음에는 못 들어갔다는 사실이 남아 있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을 25년 동안 입안의 혀처럼 시봉하고 그 말씀을 다 기억하고 부처님을 극진히 모셨지만, 그 부처님의 말씀을 자기 스스로 몸과 마음에서 체험하는 것에는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난다는 경전이 결집되는 그 전날 밤에 백척간두 진일보 식의 용맹정진을 해서 마침내 깨달아서 결국 500명의 아라한 중에 맨 마지막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여러분들이 아무리 법륜 스님에게 잘하고, 법륜 스님 말을 잘 듣고, 정토회에서 헌신하고 봉사한다 하더라도 결국 자기 해탈을 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줍니다. 이것은 누가 밥을 차려서 상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대신 먹어줄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스님 가까이에서 아무리 법문을 많이 들었다, 절에 나온지 오래 되었다, 법사다, 스님이다 하더라도 이런 것들과 이 법을 증득하고 체득하는 것은 무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오늘 처음 와서, 또 다른 종교를 믿다가 오늘 처음 와서 이 법을 증득해 자기 삶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무리 옆에서 헌신적으로 일해도 자기가 증득하지 못하면 결국 자기 해탈은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법은 공평한 것입니다. 절대로 이 법 앞에서는 특권이 용납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위해서 헌신할 것인지 끝없이 논의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서 근원적인 것은 자기 정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보시와 봉사 활동 마저도 우리에게는 수행의 한 과제일 뿐입니다.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것이 분명히 안 잡히면 여러분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고도 언젠가 후회할 날이 생깁니다. 법을 숨겨서 이 법에 접근하지 못했다면 상가의 책임이지만, 법이 이미 공평히 설해졌는데 자기가 증득하지 못한 것은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다시 부탁드리는 겁니다. 이것은 제가 여러분들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요. 여러분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여러분들 자신입니다. 부처님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고, 세상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고, 법륜 스님도 아니고, 바로 자기 자신이예요. 자신의 삶에 직시하고,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칭찬을 듣고 상을 받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의 공허함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수행자로서는 부족한 거예요. 그러니 어떤 일을 하든 마음 단도리를 잘해야 합니다. 이것만 딱 움켜쥐고 있으면 힘든 것은 지나놓고 보면 다 재미로움이예요. 

 

앞으로 우리가 통일해서 엄청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사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과 정토회의 서원을 이루는 것이 별개라면 이것 한다고 다른 것을 못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별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원을 세우고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부딪히는 장애들을 한 번 이겨내고 두 번 이겨내고 세 번 이겨내면, 비록 장애는 있지만 장애를 두려워하지는 않게 됩니다. 

 


 

2600년 전에 여자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시대에 여자도 수행자가 될 수 있다, 수드라라는 종은 그림자만 밟아도 죽여도 되는 하찮은 미물 같은 존재이던 시대에 그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한 그런 결단을 실행한 부처님의 그 어려움에 비하면 오늘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사회적으로 조금 저항을 받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예요.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이런 사회적 과제들은 사실 성불에 비해서는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예요. 사회적 과제들은 해결하면 표가 나고 사람들이 칭찬도 해주는 일들이잖아요. 그런데 자기 정진은 표도 안나고 남이 알아주지도 않아요. 자기 정진이 훨씬 더 어려워요. 그래서 부처님이 “밖의 백만의 적을 이기는 자보다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자가 더 큰 영웅이다” 이런 얘기를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서원이 굳건해지면 장애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본래 세운 원을 딱 가지고 두려움 없이 정진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스님께서는 서원행자들을 다시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올 수 있게 명확한 지침을 일러주셨습니다. 특히 그 어떤 것보다도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애정어린 말씀을 해주신 스님께 서원행자 모두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내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 오는 3월1일에 법사 수계를 받게 되는 행자님 열분을 일일이 소개를 해주시면서 혹시 이의가 있으시면 이의신청서를 법사단에 제출해 달라고 공지를 해주셨습니다. 

 


▲ 3월1일 법사 수계를 받게 될 10명의 행자님들 소개 시간

 

열분 모두 정토회의 창립 시기인 제1차 천일결사부터 수행을 시작하신 분들인데, 한분 한분 소개가 끝나자 정토회의 산 역사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화려한 경력들을 보면서 모두들 탄성을 자아내며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소개를 마치면서 “여러분들도 서원행자이니까 이제 결사행자를 거쳐서 모두 법사가 되셔야 합니다. 이분들이 바로 여러분들의 미래 모습입니다” 라고 덧붙이시며 다시 한번 각자 수행 정진을 부지런히 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토회는 인류 문명 전환을 위한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시면서 해탈과 열반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가져줄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붓다가 왕위를 버렸다는 것을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안돼요. 우리는 지금도 늘 왕위 앞에서 전전긍긍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은 자본주의가 상당히 발달하고 물질이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돈에 물들지 않고 나갈 수 있으면 우리가 미래의 희망이 됩니다. 물질의 풍요 속에 있으면서 물질에 물들지 않는, 물질을 배타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주인이 되어 물질을 누리지 물질의 노예가 안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이것을 우리가 지금 실험하고 있는 겁니다. 

 

혼자 실험한 것은 사회적인 모델이 되지 못해요. 어느 정도 규모있는 실험이 되어야 사회적 제도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대한 실험입니다. 정토회가 얼마나 커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 뒤에 인류에게 닥칠 문명의 한계 다음의 새로운 모델을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건히 해나가야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100년의 미래를 보고 우리 후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자 이 일을 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통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듯 하는 이런 악조건 속에 있는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해서 통일이 된다면 이것은 인류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 지금 남한 안에 서로 갈등이 심한 것도 우리에게는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야 세계의 양극화도 해결하고, 이런 갈등을 해결해야 세계의 평화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 많은 것들은 모두 수행의 과제가 됩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이 딱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붓다가 가신 해탈과 열반에 대한 관점이 딱 잡혀 있어야 수없는 실험을 하면서 중도를 발견해 낼 수가 있지, 관점이 안 잡혀 있으면 흐릿해져서 자꾸 방황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부족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창조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핸드폰 만드는 것만 창조가 아니라 인류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어떻게 서로 협력하며 살 수 있느냐 하는 길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인류의 창조입니다. 이런 거대한 창조를 위해 부처님은 씨앗을 심은 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키워서 가꾸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 함께해 나갑시다.” 

 

스님께서 인류의 희망과 문명 전환을 이야기하자 가슴이 뛰고, 이런 보람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지고 자긍심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스님의 소중한 가르침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2박3일 동안 공양간에서 정성껏 밥을 하면서 대중들을 뒷바라지 해준 행자대학원생들이 앞에 나와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들이 회의하고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밥하고 설거지 하는 것을 도맡아 준 행자대학원생들에게 모두들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 2박3일 공양 바라지를 해준 행자대학원생들

 

그리고 다함께 서원행자대회를 마무리하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300여명의 서원행자들은 “정회원 1만명, 파이팅!”을 외치며 밝게 웃었습니다. 이 땅에 수행, 보시, 봉사하는 정토회 정회원들이 많이 많이 늘어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밝고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 서원행자 300여명이 다함께

 

사홍서원을 끝으로 서원행자대회를 모두 마친 후, 대중들은 각자 타고 온 차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대중들을 위해 행자대학원생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나눠주어서 다들 한 입에 가래떡을 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경정토수련원을 내려왔습니다. 

 


 

대중들은 모두 집으로 향하고, 스님께서는 오후6시부터 곧이어 법사단과 회의를 하셨습니다. 오는 3월1일부로 인도와 필리핀 JTS 사업장에 9기 행자대학원생 12명이 파견되게 되는데, 현장에 파견된 행자님들이 어떻게 수행공동체의 기틀을 잘 잡아나가도록 할지 등에 대해서 논의를 하셨습니다. 

 


▲ 법사단 회의

 

이어서 8시에는 인도와 필리핀으로 파견되는 9기 행자대학원생 12명과 쁘리앙카님이 찾아와서 스님께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께서는 행자님들에게 현장에 파견되면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지 구체적인 수행 지침을 일러주시면서 약 1시간 동안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인도와 필리핀 JTS로 파견되는 행자대학원생들과의 간담회

 

“여러분들은 인도와 필리핀으로 수행을 하러 가는 것이지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예요. 항상 자기를 봐야 합니다. 자기를 보면 까르마의 장난에 안 속을 수가 있는데, 자기를 안보고 잠깐만 밖으로 눈을 돌리면 금방 속아 버려요. 이것을 명심하시고 정진을 하세요. 혹시 중간에 수행의 관점을 놓치고 미치더라도 누가 옆에서 얘기해 주면 금방 정신은 차릴 줄 알아야 돼요. 

 


 

벽에 써서 붙여 놓으세요. ‘수행자는 항상 자기를 봐야 한다. 자기를 안 보고 밖을 볼 때 도반이나 스승이 지적해주면 정신은 차려야 된다’ 이렇게 딱 써 놓으세요. 이렇게 관문을 뚫어야 수행자의 대로에 들어서지 이 관문을 못 넘어가고 억누르고 살면 늘 우왕좌왕 반복하는 길을 가게 됩니다. 그렇게 관점을 딱 잡고 1년을 잘 지내면 안심입명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가 떨어져서 원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명심하시고 수행 정진하며 지내시기 바랍니다.”

 


 

행자님들은 스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 듣고 그렇게 지낼 것을 다짐하며 스님께 다시 한 번 삼배를 올렸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법사님들도 큰 박수로 행자님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모두들 1년 뒤에는 원숙한 수행자가 되어서 돌아오길 기원해 봅니다. 

 

이어서 9시부터 늦은 시간까지 법사단 회의가 계속 되었습니다. 법사단 회의를 끝으로 스님께서는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셨습니다. 

 

* 스님의 일상 활동은 언제나 계속되고 있지만 설 연휴 기간 동안 ‘스님의 하루’는 당분간 쉬고, 2월21일부터 시작하는 정초 순회법회 때부터는 각 지역 대중부가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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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정토회는 옛날 사람적었을 때가 더 순수하고 좋았는데..

2015-02-24 11:10:39

청년학교

방황해도 괜찮아.<br />실패해도 괜찮아.<br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br />청춘을 마음껏 즐기세요!<br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청년학교 5기'에 초대합니다!<br />주소창에 ▶ 청년학교.KR ◀

2015-02-22 14:37:10

이은경

참 존경스럽습니다...세상을 맑히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그러나 전 써포트만 하겠습니다...제 거울 위에는 탐진치가 많아도 너~~~무 만커든요...⊙⊙

2015-02-21 13: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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