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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코 마을의 타투(촌장)
안녕하세요. 필리핀JTS 사업장을 방문하는 3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다물록 시를 방문해 시장님을 찾아 뵙고 그동안 JTS와 다물록시가 협력해서 완성한 프로젝트인 보건소와 고등학교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술탄 주로 넘어가 반군의 MILF(무슬림 해방 전선) 대표자를 만나 민다나오 지역의 평화 문제에 대해 의논한 후, 저녁에는 송코의 PEACE HALL을 방문하여 이 지역 추장인 타투가 준비한 문화 행사에 함께하는 일정입니다.
새벽5시에 일어나 각자의 숙소에서 기도와 명상을 마친 JTS 일행은 6시에 일제히 마라막을 출발하여 다물록 시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 무렵 다물록 시의 티옹코 시장님 집에 도착했는데, 티옹코 시장님은 스님께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건내며 반갑게 환영해 주셨습니다.
▲ 다물록 시의 티옹코 시장님
시장님 댁에서 정성껏 차려주신 아침식사를 감사히 먹으며 스님께서는 안부를 주고 받으셨습니다.
아침 8시, 시장님과 함께 JTS와 다물록 시가 함께 협력해서 건축한 보건소를 방문했습니다. 시장님께서 현재 보건소의 운영 현황에 대해 간략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 JTS와 다물록 시가 함께 협력해서 지은 보건소
간호사와 조산사가 3명 정도 근무하면서 가벼운 진료만 이뤄지고 있고, 작년 12월에 의사 선생님이 가정사 문제로 그만두고 현재는 새로운 의사 선생님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의 월급이 시장님 월급보다 훨씬 높지만 이곳은 시골이여서 의사 선생님을 구하기가 많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보건소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다물록 시장님
스님께서는 “좋은 치과 기계를 지원했는데 사용이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면서 “만약 한국에서 치과 의사가 봉사오면 이 기계들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쭈어 보셨습니다. 시장님은 “아무 문제가 없다” 며 “한국에서 의사들이 이곳에 와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다음은 JTS와 다물록 시가 함께 협력해서 건축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교실은 5칸짜리 2동으로 모두 10칸인데 운영이 잘 되고 있어 교실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 JTS와 다물록 시가 함께 협력해서 지은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7학년이 2개 교실이 운영되며 83명이고, 8학년이 76명, 9학년이 59명, 11학년이 53명, 총 271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7,8,9학년은 학교가 새로 건립된 이후 입학한 학생들이고 새로 바뀐 6년제의 학제를 적용 받고, 11학년은 그 전에 있던 학생들이여서 예전 4년제의 학제를 적용 받아 올해 모두 졸업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이 멀어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20~25% 정도 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이 가난하기 때문에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장학금을 주면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못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 고등학교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교장선생님
스님께서는 학교 운영에 대해 교장선생님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며 현황을 파악하고 큰 틀의 방향에 있어서 스님의 의견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지금 학교 운영하실 때 어떤 어려운 점이 있어요?”
“새 학교여서 교육청으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을 아직 못받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교사도 다른 학교에서 빌려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장님이 도와주셔서 인근 지역의 아이들이 많이 몰려와서 학생 수는 많이 늘었습니다. 현재 271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현재 몇 명이예요?”
“정식 교사가 5명, 임시 교사가 2명, 교장선생님까지 총 8명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는 과목이 많아서 선생님 숫자가 더 많아야 하지 않아요?”
“주요 5개 과목은 교사들이 다 커버하고 있고, 사회, 미술, 컴퓨터, 체육 같은 사이드 과목은 부족하지만 대체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이 되면 학생들이 더 늘어날텐데 선생님을 2~3명 더 확보해 놓았습니까?”
“학생 수와 예산에 따라서 부키논 교육청에서 몇 명을 더 보내줄 것인지를 결정해줄 것 같습니다.”
“올해는 학생 수가 몇 명 더 늘 것 같아요? 현재는 7학년이 83명이라고 했는데 내년에는 더 많이 들어오지 않겠어요? 올해 졸업하는 학생은 없잖아요?”
“90명 정도 입학할 것 같습니다. 전학을 오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100명이 넘어갈 것 같아요. 현재는 고등학교가 4년제인데 내년부터 6년제로 바뀝니다. 현재 11학년은 올해 졸업시키지만 9학년은 6년제로 연장됩니다.”
“여학생이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이예요?”
“평균적으로 여자를 더 많이 출산합니다. 옛날에는 남자를 학교에 더 많이 보냈는데 요즘 들어서는 여자들도 나이가 되면 다 보냅니다.”
“대학 가는 공부 말고 직업 교육 같은 것은 수요가 없어요?”
“학생들 케이스마다 다 다른데,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가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6년제가 되면 7,8,9학년은 기본과목으로 공부하고, 10,11,12학년은 대학 갈 사람은 인문계 공부하지만 직업 학교를 선택할 사람은 기술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지 않나요? 즉 이 학교를 인문계 학교로 키울 생각인지,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누어 키울 생각인지, 그렇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중학교는 일반적으로 운영하고 고등학교는 실업계로 운영하는 것이 더 이 지역 실정에 맞지 않나요?”
“4년제 학교일 때는 4년 동안 기본 과정을 배우고 이후에 직업학교를 선택해 가도록 하는 시스템이였는데, 6년제로 바뀌게 되면 졸업 후에 다시 직업학교 2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컴퓨터 같은 사무 업무를 미리 가르쳐주면 회사에서 따로 교육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6년제에서 그렇게 교육시켜 주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6년을 다녀서 대학 갈 사람은 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다시 직업 학교를 가서 취직을 하는 것은 교육 기간이 너무 긴 것 같아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합해서 9년만 학습을 하고, 대학갈 사람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3년 하고 대학 4년을 배우면 되는데 이 경우 16년을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9년만 공부하고 나머지 3년은 처음부터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 고등학교를 다니게 하면 더 좋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공고와 상고 출신들이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거든요.”
“현재 중학교 3학년까지 정규 코스로 배우고, 중학교 4학년부터는 다른 코스도 신청할 수 있는데 신청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여야 코스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제빵, 용접 등 다섯가지 코스가 있고, 그 중에 하나가 자동차 정비하는 코스인데 이 코스를 오픈할 수 있을지 지금 검토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오늘 일정이 바빠서 더 자세한 논의는 이후에 다시 하자고 한 후 교장선생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왔습니다.
▲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나와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스님께서는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에게 “70명 졸업하면 10명만 인문계 대학에 갈텐데, 이런 시골 마을은 학생들을 인문계 대학에 모두 보내려고 하지 말고 기술훈련 학교 형식으로 전환을 해서 모두가 기술 하나씩은 가질 수 있게 전문기술을 배우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지 여부는 나중에 더 면밀하게 검토해 볼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가 12시가 되어 도로가에 있는 식당 안에 들어가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함께 했는데 1인당 한국 돈으로 1,200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아서 이곳 물가가 정말 낮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도로가 식당에서 점심식사
차창 밖으로는 코코넛 나무, 바나나 나무, 망고 나무, 포멜로 나무 등 야자수가 끝없이 펼쳐지며 풍성함을 더했습니다. 차량으로 3시간을 달린 끝에 노스 코타바토 인근에서 반군의 MILF(이슬람 해방 전선) Vice President 측으로부터 약속 장소에 대한 변경을 통보 받았습니다.
약속 장소는 몇 차례 변경이 되었는데, 아마도 반군 지도자이다 보니 보안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오후1시20분이 되어서야 MILF(이슬람 해방 전선) Vice President와의 최종 약속 장소인 마긴다나오 농장 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MILF(이슬람 해방 전선) Vice President (왼쪽에서 두 번째)
스님 일행이 이곳에 오기 며칠 전에 민다나오에는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큰 분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부군이 이곳 무슬림 반군 지역에 사전 통보 없이 들어오는 바람에 반군 쪽에서 정부군 46명을 총으로 싸죽이는 사건이 일어나서 많은 국민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합니다.
▲ 미팅이 진행되고 있는 건물에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그래서 스님께서는 반군쪽 지도자인 MILF Vice President에게 몇 가지 질문을 주고 받으시면서 민다나오 지역의 평화를 위해 당부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정부와 평화협정 문제는 진척이 조금 있어요? 지금 쟁점이 무엇입니까?”
“아직은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땅을 소유하게 해달라는 것이고, 독립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치구로 인정해 달라는 것인데, 이것을 안해주니까 싸우게 되었습니다. 6개 자치주와 코토바토 시티를 비롯한 몇 개의 시티가 저희가 커버하고자 하는 지역입니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이 협상에 많이 장애가 됩니까? 이번 사건에 두가지 의문이 있는데, 첫째, 왜 정부군이 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통보를 안하고 들어왔습니까?”
“협상은 스톱하지 않지만 문제는 될 것 같습니다. 정부 쪽에서 우리를 불신임을 해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둘째, 경찰들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총을 싸서 신체가 많이 파괴되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예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요?”
“시체가 많이 파손된 것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요즘 총기가 강력하게 개발되어서 거기에 맞으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파손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강력한 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사전에 연락을 안하고 들어온 것은 잘못되었지만, 잘잘못을 떠나서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신체가 많이 파손됨으로 인한 분노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줘야 평화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우리를 그렇게 보는 것을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정치 쇼처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을 잘 믿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질문한 이유는 지금 어려운 국면에 있지만 어쨌든 잘 협상해서 평화체제를 가져오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민다나오에는 지하자원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가 자치구로 하려고 하는 지역이 모두 니켈, 석회석, 금, 기름, 가스가 많이 나옵니다. 이런 지하자원을 갖으려는 것이 분쟁의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는 민다나오에 평화가 오도록 노력해 주시고, 두 번째는 가난한 이곳의 주민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작지만 JTS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을 도와주길 원합니까?”
“환영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도 좋고, 태양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한국의 기술력이 좋은데 그런 기술력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시간이 부족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하고요. 여기 시장님이 있으시니까 시장님과 얘기가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난 기념으로 무엇이든지 제안해 주시면 저희가 하나 실행하겠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한 학교이든,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보건소이든, 무엇이든지 하나 시범으로 시작해봅시다.”
“현재로는 이 앞에 땅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 학교를 지어주시면, 이곳에 사는 농장 사람들의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주민들의 전통문화를 존종합니다. 종교적인 목적이나 정치적인 목적은 절대 없습니다. 저도 지금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국 안에서도 반대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교류협력을 계속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MILF Vice President는 스님의 제안에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다물록 시장님도 함께 기뻐하면서 자신의 소망을 함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과 알토비숍이 막사이사이상을 받을 때 알토비숍이 스님을 민다나오의 평화를 위해 기여해 달라면서 초대를 했는데, 그 혜택을 제가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은 제가 알토비숍의 학교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다시 연결고리가 되어서 스님께서 무슬림 쪽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처음에 알토비숍이 스님을 민다나오로 오게 한 동기가 더욱더 살아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ILF Vice President도 다물록 시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스님의 제안을 더욱 흔쾌하게 받아들일 뜻을 내비쳤습니다. 스님께서는 “꼭 평화협정이 빨리 성사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저희가 이곳에서 더 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MILF Vice President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한국에서 가져온 홍삼차를 선물로 드리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차를 타고 나오면서 스님께서는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에게 “우선 시범적으로 이곳에 학교를 깔끔하게 하나 지어주면 좋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평화협정이 맺어지려면 공식적으로 군대를 무장해제해야 할 겁니다. 무장은 경찰로 하면 되거든요. 경찰은 독립해서 지방 경찰을 둘 수 있으니까요. 외교와 국방만 딱 내어놓으면 협상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텐데 현재 쉽지는 않나봐요” 라고 하시면서 길게 보고 JTS의 사업이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게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 마긴다나오 농장의 팜 트리에서 따온 열매
2시30분에 미팅 장소를 빠져나온 스님 일행은 다시 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 저녁 7시30분에 송코에 도착했습니다. 송코는 JTS가 PEACE HALL이라는 2층 건물을 지어주어서 이곳 원주민들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도록 도와준 마을입니다. 지금까지 JTS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 송코 마을의 경우에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 경우입니다.
▲ 송코 마을에 JTS가 세운 PEACE HALL
송코의 PEACE HALL에 도착하니 마을 주민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스님 일행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특히 이 마을 촌장인 타투는 오랜만에 이곳에 오신 스님을 너무나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스님과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 송코 마을, 딸랑딩 부족의 타투(촌장)
타투는 스님의 질문에 이곳 원주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필리핀 전체에는 110개의 부족이 있고 이곳 부키논에는 7개의 부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는 마노보 부족과 딸랑딩 부족이 있는데 송코 주민들은 딸랑딩 부족이며, 무슬림과도 교류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타투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타투와 마을 주민들에게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강조하시면서 몇가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개미 한 마리 벌레 하나도 역사를 따지면 수억년을 거슬러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현대에 와서 생물종이 많이 없어지고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인류 문화도 조그만 부족이 옷 입는 것 하나 말하는 것 하나도 인류 역사를 보면 적어도 몇천년간 내려온 것이거든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 오면서 전통문화가 급속도로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류 문명에 있어서 큰 손실이예요. 그래서 이런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도 JTS의 정신에 들어가기 때문에 저희가 이곳을 대표적으로 지원한 것입니다.
현대사회가 하나의 문명으로 획일화 되어 가잖아요. 언어든 문자든 노래든 춤이든 옷이든 이 문명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복원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원주민들의 문화를 보존하는 것은 우리 인류 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굉장히 소중한 일입니다.”
“제가 죽기 전에 10명 정도의 후계자가 계승하도록 해놓고 죽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딸랑딩 부족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후계자 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를 보존한다고 하면서 외국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여서 정말 소중한 곳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면 안되고 자기를 위해서 해야 합니다.”
타투는 스님의 당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자신이 스님 말씀처럼 전통문화를 살려나가기 위해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자신의 인생관을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드디어 저녁 식사가 모두 준비가 되어 다함께 둘러앉아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을 먹었습니다. 옥수수와 쌀을 갈아서 만든 죽을 비롯하여 주로 옥수수로 만든 요리가 많았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 식사 전 송코 마을의 타투가 기도를 해주고 있는 모습
▲ 송코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차려준 요리
식사가 시작되자 무대 위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의 피리 소리와 북소리를 함께 들려주며 한껏 운치를 더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드디어 전통악기의 연주에 맞춰 전통옷을 입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멋진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자 아이들 여러명이 개구리를 흉내내는 듯 추는 춤이 등장하고, 여자 아이들은 전통옷을 곱게 차려입고 매가 나는 듯한 자세로 아름다운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춤 솜씨를 시작으로 여학생들의 춤이 시작되고, 한껏 흥이 달아오를 무렵 드디어 어른들이 등장하여 아주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또 아이들이 가세하고 분위기는 점점 더 달아올라 마지막에는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던 JTS 일행들도 모두 일으켜 세워서 다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하나가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도 마을 아이들이 함께 춤을 추자고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서서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하나가 되었습니다.
▲ 송코 마을 원주민들의 춤사위를 덩실덩실 따라하시는 스님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는 춤으로 인해 PEACE HALL 2층은 점점 더 열기가 고조되었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쯤이 되어서야 음악이 멈췄고, 음악이 멈추자 모두 큰 박수를 치면서 서로 격려해주고 즐거워했습니다.
▲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여준 여학생들
▲ 순박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의 송코 마을 아이들
특이한 점은 아이들이 춤을 추러 나올 때 한국처럼 줄을 세우거나 야단치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춤을 추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나와서 추고, 흥이 나지 않으면 앉아 있어도 되고, 누구 하나 아이들을 제제하고 통제하려 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 편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였습니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스님께서는 타투의 후계자인 아들에게 몇가지 당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대학 다녀요?”
“졸업했어요.”
“현대 교육을 받고나니 전통 교육과 갈등은 없어요?”
“갈등은 없습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뿌리를 정확히 알면 거기에 서양의 교육을 추가시키는 개념이니까 별 문제가 없습니다.
아들의 대답을 듣고 타투가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서양 교육은 밖을 보는 것이지만 우리의 전통교육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안으로 살펴야 지혜가 생겨서 더 큰 것을 볼 수 있는데 서양 교육은 하나만 갖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작은 지식 밖에 안됩니다.”
스님께서는 다시 타투의 아들을 향해 정체성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전통문화를 잃어버린 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세계의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로 흡수되어 버립니다. 반대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고 다른 문화를 배타적으로 대하면 고립이 됩니다. 자기 정체성을 가지되 다른 문화에 대해서는 개방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통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활하는데 필요하니까 돈을 벌지만, 돈이 있어도 거기에 물들면 안됩니다. 돈의 노예가 되면 안됩니다.”
돈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하시는 스님의 말씀 속에 송코 원주민들에 대한 스님의 애정이 가득히 느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타투에게 “타투의 건강을 소망한다”고 하시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홍삼액과 후원금을 선물했습니다.
밤10시가 넘어서 문화행사를 모두 마치고 원주민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 일행은 PEACE HALL 1층으로 내려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송코 마을 원주민이 그린 그림
오늘은 참 많은 것을 보고 듣는 하루였습니다. 다물록 시장님,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말로만 듣던 MILF의 지도자, 송코의 촌장님까지 JTS는 이런 좋은 분들의 도움 덕택에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내일은 까나안과 딸라각을 방문하고 가가얀데오르에서 토니 대주교님을 만나 뵙고 다시 JTS센터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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