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7 성도재일 기념법회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후 전정각산에서 6년의 고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기념하는 성도재일 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전국의 정토법당에서는 어젯밤 9시30분부터 오늘 새벽 6시까지 많은 분들이 철야 정진을 했습니다. 영상으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밤새 정진을 하신 분들은 유미죽을 간단히 먹고 새벽 5시에 천일결사 정진을 마친 후 부처님처럼 동쪽 하늘에 뜬 샛별을 보며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머무시고 계신 서울 정토회관에서는 오늘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50여명의 정토행자들이 1시간 동안 300배 정진을 하는 등 성도 재일의 의미를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 스님의 법문을 듣기에 앞서 300배 정진을 하고 있는 서울정토회 대중들 

 

300배 정진의 후끈한 열기가 다 빠져나가기 전에 곧바로 이어서 10시부터 삼귀의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성도재일 기념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스님의 직강을 듣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에는 300여명의 대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부처님 성도의 뜻을 가슴에 새겨보고자 귀를 쫑긋 세우고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6년 간 고행 끝에 마침내 성도에 이르는 과정을 경전의 기록을 근거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들려 주신 뒤 부처님의 삶을 통해 우리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부처님께서 6년 고행 후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부처님이 되셨다고 하는 성도재일입니다. 올해가 불기 2559년, 부처님이 성도 후 45년에 열반에 드셨으니 지금으로부터 2604년 전의 일입니다. 

 

부처님은 룸비니에서 태어나 29살 되던 해에 인간의 참자유과 참행복 즉,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해탈과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 경지인 열반을 얻기 위해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당시 인도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 마가다국의 수도인 왕사성으로 가셔서 두 분의 스승을 만나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승의 경지에까지 이르렀지만 그것은 완전한 해탈이 아님을 깨닫고 스승의 곁을 떠나 ‘가야’라고 하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시체를 버리는 곳이었던 가야 근교의 시타림인 전정각산 아래에서 목숨을 걸고 정진을 하셨습니다. 더위와 추위, 벌레 등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식음도 전폐하다시피 해서 갈비뼈가 드러나고 뱃가죽이 등허리에 달라붙어 얼핏 보면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천민 아이들이 숲속에서 부처님을 보고 ‘저 사람이 살았나, 죽었나’ 하며 막대기로 때리고 찌르고 할 정도였습니다.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릴 정도로 그렇게 무려 6년이나 고행을 했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6년이 지난 뒤 가만히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니 12살 때 새가 벌레를 잡아 먹는 것을 보고 ‘왜 하나가 살려면 하나가 죽어야 하는가’ 하며 염부수 아래에서 사색할 때 보다도 오히려 지금의 선정이 더 못한 수준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수행을 자세히 점검해보니 세속에 살 땐 욕망을 좇아서,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것을 행복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들도 기분 좋은 걸 추구하며 그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러나 욕망이 채워지면 그 만족감이 지속되지 않고 욕망이 계속 커집니다. ‘1억만 있음 좋겠다’ 생각했는데 1억이 들어오면 ‘아이고, 저 사람은 10억이 있네’ 하면서 그렇게 크던 1억이 이제 별것 아니게 돼요. 이렇게 또 욕구가 일어나고 번뇌가 따릅니다. 그래서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을 때 그 행복은 지속이 안돼요. 하나를 만족시키면 또 다른 괴로움이 생겨요. 그래서 욕망을 따라가면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없습니다. 만족했다 불만족 했다가 이렇게 고락이 반복됩니다. 그것을 윤회라고 해요. 고락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지요. 여기 앉아 있는 것도 고락이 되풀이 돼요. ‘스님 직강이란다’ 하면 기분이 좋다가 한 시간이 넘어가면 ‘아! 길다’, 두 시간 넘어가면 ‘아, 스님 말씀이 너무 많다’, 즐거움은 온데 간데 없고 괴로움만 남습니다. (대중들 웃음)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결혼하고 나면 결혼 때문에 괴롭고, 자식이 안 생겨서 괴롭다가 자식이 생기면 좋지만 오히려 그것이 또 괴로움이 되고... 정토회 와서도 마찬가지에요. 괴로워서 왔는데 정토회 와서 봉사하다가 괴로워진 사람이 많아요. ‘정토회만 안 나가도, 총무만 안 맡아도 살만한데...’ 이런 마음이 반복되는 겁니다. (웃음) 

 


 

고락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가 없어요. 고락의 뿌리는 욕망이에요. 뿌리인 욕망으로부터 충족과 불충족이 생기고 이렇게 되풀이 돼요. 끝이 안나는데 우리는 늘 이것만 충족되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집만 마련하면 무슨 걱정이 있나’ 해도 그게 끝이 안나요.

 

모든 고락의 원인은 욕망입니다. 욕망을 따라가면 평생 욕망의 노예가 됩니다. 그래서 욕망의 씨를 말려 용납하지 않아야 진정한 자유가 온다고 생각하고 부처님은 6년을 욕망과 싸웠습니다. 어떠한 욕망도 용납 안하는 심한 고행을 했는데 이것 또한 완전한 해탈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욕망을 따라가는 것도 욕망의 노예이지만 욕망을 억압하는 것도 욕망의 노예라는 것을 깨달으신 것입니다. 욕망을 따라가는 것도 욕망에 대한 대응이고 거부하는 것도 욕망에 대한 대응입니다. 누가 손을 잡아 끌어당기면 끌려가는 것도 대응이지만 안가겠다고 버티는 것도 대응입니다. 현상은 정반대이지만 뿌리를 보면 같은 것이에요. 바로 이것을 발견한 것이 붓다의 위대함입니다. 욕구가 나쁘다고 정반대의 길로 갔는데 그 뿌리가 같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대단한 것이에요. 그 고행마저도 욕망의 대응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두 가지 길 밖에 없잖아요. 하든지 아니면 참든지 말이죠. 다리가 아프면 펴든지 아니면 이를 악물고 참든지 이 두 길 밖에 없는데 이게 양 극단이에요. 이쪽 아니면 저쪽 두 길에 치우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발견한 제 3의 길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욕망을 욕망이라고 알아차리는 것. 다리에 통증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이 알아차림을 찰나 찰나로 지속하는 것을 ‘지켜보기’라고 합니다. ‘담배가 피우고 싶다’ 하면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릴 뿐이지 참는 것이 아닙니다.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이것은 고행이 아닙니다. 안한다는 면에서는 고행과 같지만 참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고행이 아닙니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을 ‘중도’라고 말은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이것이 붓다가 발견한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에요. 

 


 

무언가를 안한다 하는 것만으로는 수행이 아니에요. 단지 그것을 알아차리는 거에요. 붓다는 잘못된 길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된 길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지, 처음부터 쾌락주의에서 바로 중도를 발견했을까요? 아니에요.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에요. 그것도 양쪽을 끝가지 가봤으니 알았지 중간쯤 갔으면 몰랐을 거에요.

 

그러니 시행착오는 낭비가 아니에요. 잘못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 길을 갈 필요가 없어요. 아닌 것을 확인 할수록 제대로 가는 길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것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무턱대고 가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갔는데도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쁜 게 아니에요. 큰 깨달음입니다. 우리는 아닌 것을 아닌 줄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온갖 번뇌와 유혹을 뛰어넘어 깨달음을 얻으신 날이 음력으로 12월 8일입니다. 여러분은 성도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마음 속에서 모든 번뇌가 사라져 버렸어요. 우리는 무의식 즉, 자신의 까르마로부터 늘 영향을 받고 있어요.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경지, 이것이 해탈과 열반의 경지입니다. 무의식에 지배를 안 받는 것은 아무런 편견이 없다는 거에요. 우리는 자유를 나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인 줄 아는데 그게 아니라 주어진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과 번뇌, 속박이 없는 상태가 해탈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좋은 법을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우리에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자세히 알려줬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길을 가기가 무척 쉬운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도 싫다는 거에요. 부처님처럼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옷도 안입고 들판에 혼자 있고 갈비뼈가 나오도록 그렇게 수행할 것을 요구하지 않잖아요.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뭘 먹든지 그저 조금만 먹어서 배만 채우면 된다 이런 정도로 생각하면 먹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한 끼 굶었다고 괴롭지 않습니다. 시체 쌌던 옷을 주워 입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옷을 입으면 되지 명품에 좀 껄떡거리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모양 색상에 껄떡거리지 마라 이거에요.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집 평수와 모양에 껄떡거리지 마라 이런 얘기입니다. 맨발로 다니라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발에 가시만 안 박히면 됐지 명품 구두 찾고, 구두 장사도 아닌데 집에서는 종류별 색깔별로 쫙 놔두고 그러지 말라는 거에요. 대중교통이든 자가용이든 타고 다니면 되지 더 폼잡고 타기 위해 돈 많이 들이고 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대중 웃음)   

 

자기 인생도 제대로 못 살아서 건강도, 돈도, 아이도, 시험도, 승진도, 이런 것들을 다 부처님에게 해달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부처님께서 다 해주려면 여러분들이 도대체 노력하는 일은 뭐가 있어요? 동물들도 자기가 먹을 것 알아서 먹고 사는데 왜 인간이 그것을 남한테 해달라고 합니까? (대중 웃음) 

 


 

부처님의 법을 천분의 일만 알아도 ‘아! 부처님은 안 먹고도 살았는데 이 정도면 됐지. 분소의를 입었다는데 이 정도면 되었지’ 하게 됩니다. 부처가 되겠다는 사람이 왜 부처님한테 해달라고 합니까? 붓다의 지혜를 조금만 살피면 얼마든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부처님의 성도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놓으신 거에요. 여러분들이 조금만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면 삶을 만끽하며 자유롭게 그리고 세상을 유익하게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절에 오래 다닌다고 법문 많이 듣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정말 생각이 탁 바뀌어야 합니다. 머리 안 깍아도 출가자의 마음을 내야 돼요. 그러면 세상이 혼탁한 것을 해결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생각에 빠져서 욕망의 세계에 갇혀 지옥의 불덩이 위에 사는 것과 똑같아요. 

 

그러니 탁 내려놓으면 우리는 지옥으로 가도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연초에 인터뷰를 하면서 ‘지옥가면 할 일도 많고 좋다. 벌 받아서 가면 고통스럽지만 지옥 중생을 불쌍히 여겨서 가는 것은 괜찮다’ 말했는데, 종교를 부정하는 것 같다고 야단들이더군요. 그러니까 덕 볼려고 하지말고 ‘내 인생 정도는 내가 알아서 살고, 내 주위에 조금이라도 도움주는 사람이 되자’ 이런 관점을 가지면 성도의 은혜, 붓다의 깨달음의 은혜를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짧은 시간이라도 정진을 하세요. 복 비는 정진을 하지 마시고요. ‘나도 오늘 생각을 바꿔 살아야겠다. 까르마에 끌려 다니는 삶을 그만 살아야겠다’ 다짐 하는 기도를 하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삶에 큰 변화가 올 거에요. 성도의 은혜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대중박수)

 


 

부처님의 삶을 이야기하실 때는 부처님의 삶을 닮고자 하는 스님의 간절한 원이 느껴졌고, 껄떡거리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하실 때는 대중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중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셨습니다. 잠시 자리를 정비하고 남은 대중들은 관세음보살 염불 소리에 맞춰 정진을 하였습니다. 정진을 하며 스님 법문을 다시 떠올려 보기도 하고, 부처님의 삶과 나의 삶을 반추하며 습관에 끌려다니지 않는 삶을 다짐하는 108배 정진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오후에는 평화재단으로 가겨서 미팅을 가지신 후,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오셔서 업무를 보셨습니다. 오후 3시30분터는 인터넷 방송 사업 준비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인터넷 방송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기획할 것인지, 행정처 기획홍보국국과 평화재단 미디어팀 책임자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역할분담을 논의 하셨습니다. 

 


▲ 인터넷 방송 관련 회의

 

회의를 마치고 5시부터는 내일 필리핀 사업장 방문을 위한 출장 준비와 출장 전 처리할 업무들을 보시며 정토회관에 머무셨습니다. 

 

내일 스님께서는 오전8시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필리핀 민다나오로 가십니다. 1월28일부터 2월5일까지 약 열흘 동안 필리핀 사업장 전체를 직접 방문해 보시면서 필리핀JTS 사업을 전체적으로 점검하실 예정입니다. 내일은 필리핀에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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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2600년전의 부처님의 화신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위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더많이 설해주시고 위험한 삶으로 부터 구제하여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2-20 13:40:09

^^^^

현장에서의 열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우리스님은,2600년전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기위해 다시오신,진정한 부처님의 화신이 아니실까..생각해봅니다^^스님,또 이렇게 열변을 토하시며,피토하시며 중생들 일깨워주신 큰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2015-01-30 02:33:28

^^

오늘은 다른날보다 좀더 찰나찰나에 깨어있고 지켜보기 하면서 하루 보낸거같습니다. 부처님법이 아니였다면 참 많이 힘들고 괴로워했을 하루였습니다. 부처님법 전해 주셔 눈물나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2015-01-29 20: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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