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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0강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나누고 계신 스님과 김홍진 신부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성탄절입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성탄절을 맞이하여 쑥고개 성당을 방문하셔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을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여러 업무들을 보시다가 식사를 하신 후 10시20분에 정토회관에서 쑥고개 성당으로 출발하셨습니다. 쑥고개 성당은 김홍진 신부님이 계신 곳인데, 신부님은 10여년 전부터 스님과 함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많은 활동을 해오신 분입니다. 스님께서도 매년 이곳 성당의 성탄절 미사에 참석해오셨고, 신부님도 매년 초파일이 되면 정토회를 방문하셔서 기념법문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11시에 미사가 시작되는데 조금 일찍 성당에 도착해서 대기실에 앉아 신부님과 다과를 함께 하셨습니다.
마침 함세웅 신부님도 아침 미사에 참석하셨다가 끝나고 나오셔서 스님과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스님께서는 함세웅 신부님께 새책 <지금여기 깨어있기>를 선물하시고 반갑게 악수도 하셨습니다.
▲ 함세웅 신부님께 <지금여기 깨어있기> 새책을 선물
어제에 이어서 천도교 박남수 교령님도 함께 자리해 오늘도 다양한 종교가 함께 어우러지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오전11시 성탄절 미사가 시작되자 신부님이 입장하고 성가대의 장엄한 노래 속에서 흰 미사보를 쓴 많은 신도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가를 부르는 등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성탄절을 맞이하여 24명의 신도님들이 신부님께 세례를 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세례자들과 그들을 인도해준 대모들이 짝을 이뤄 함께 나와 신부님으로부터 세례 의식을 받았는데, 특히 대모들이 세례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나와 함께 기도해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세례식에 앞서 신부님께서 “오늘 이웃종교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셨다” 면서 스님과 정토회 식구들, 교령님과 천도교 관계자 분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먼저 박남수 교령님이 인사말씀을 해주셨고, 이어서 스님께서 성탄 축하 인사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올 한해 우리들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세월호 사고를 상기하면서 예수님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는 무엇을 명심해야 하는지 일러주셨습니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많이 있었죠. 특히 세월호 사건은 유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를 눈물짓게 하고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사건도 사건이려니와 그 뒤의 사건 수습이 우리가 기대하는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8월 하순부터 우리 교민들이 살고 있는 전세계를 다니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해외에 계신 우리 교민들도 국내에 있는 우리들 이상으로 많이 가슴 아파 했습니다. 정말 큰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또 우리가 올림픽도 치루고 OECD에도 가입하면서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즈음에 사건이 일어났고, 또 사건을 수습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이였기 때문에 우리들의 자존심도 많이 상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밖에 안되나’ 이런 자책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몇몇 사람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지난 50년간 돈벌이만 된다면 물불을 안가리고 도덕적·법률적으로 부정한 것도 눈을 감아주고, 오직 성장과 돈벌이에만 치중했던, 그래서 밥 먹고 사는 것은 좀 넉넉해졌지만 어떻게 보면 지나친 황금 만능주의에 경도된, ‘말씀’을 섬기는 게 아니라 ‘돈’을 섬기는 그런 우리들의 삶의 결과가 가져온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사람은 빵만으로만 살 수 없고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그런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힘든 와중에 교황님께서 이 땅을 방문해주시고 우리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시고 화합의 길을 열어주셔서 많이 치유가 되긴 했지만 그러나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뜻을 받들어서 마무리를 뒤늦게라도 깔끔하게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의 양상이 계속 되었습니다. 정말 교황님도 어쩌지 못하는, 정말 하느님도 어쩌지 못하는 그런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책과 좌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개선되기는커녕 일련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연말을 전후해서는 생각이 다르고 믿음이 다르고 이념이 다른 것들이 서로 인정되고 함께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인데, 오히려 헌법의 이름으로 이런 다양성이 용인되지 못하고 획일성으로 재단해서 임명된 사람들이 국민이 선택한 사람을 해임하는, ‘정말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일까지도 버젓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다시 지지율을 통해서 국민의 다수 찬성이 있다는 이런 발표들이 나오면서 ‘우리가 과연 선진국이 되었나? 민주화가 되었나? 잘 살아졌나?’ 하는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좌절과 절망의 시대에 예수님의 탄생을 돌아보면 예수님이 탄생했던 그 시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보다도 훨씬 더 암울했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라가 로마의 지배를 당하고 거기다가 나라의 지도자들이 외세의 주구 노릇을 하는 상황 속에서 태어나시자마자 애굽으로 피난을 가셔야 했습니다. 이런 가장 춥고 어두운 시대에 그분께서 오셨고, 그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백성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결국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정말 절망의 끝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의 끝이 부활이라는 새로운 희망으로 나타난 것을 우리는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지금부터 100년 전에 주님을 받아들인다는 그 한가지 이유로 사형을 당한 우리의 선조들을 생각해 봅니다. ‘정말 하느님이 계시나?’, ‘이 땅에 정말 희망이 있나?’ 하는 이런 절망 속에서 우리의 신앙이 흔들릴 때도 그분들은 오직 믿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셨습니다.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100년이 훨씬 지나서 올해가 되어서야 그분들의 믿음의 결과가 시복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오늘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가 더 가까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왔다’ 이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믿음이 가장 흔들릴 때, 세상에 대한 절망이 가장 심할 때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가까이 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남북 통일이 이제 멀어진 것 같은 이런 시대에 통일은 곧 가까이 와 있고,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시기가 진정한 평화가 도래할 시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흔들림 없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살아 생전에 통일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선배들은 100년이 지난 뒤에야 그런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더 가까이에서 살아 생전에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서 우리 신앙인들은 각각의 신앙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함께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꿈꿔보는 그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생각하면 우리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 싶어요. 실패를 딛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듯이 우리의 이런 좌절이 좌절로서 끝날 게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주님이 가셨던 길을 우리가 함께 손잡고 따라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부활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성탄의 기쁨을 우리만이 아니라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하는 쌍용자동차 사람들, 광화문에서 아직도 농성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밀양 송전탑 반대 어르신들을 비롯하여 이 땅에 아픈 사람들과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특히 북녘 땅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는 동포들에게도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다시한번 여러분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함께 자리한 천주교인들 모두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스님의 말씀에 공감을 표시해 주었습니다.
처음에 세월호의 아픔을 이야기하실 땐 가슴이 먹먹해져 왔지만, 마지막에 우리들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살아가셨던 예수님을 이야기하실 땐 새로운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건들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 스님의 성탄 축하 메시지를 듣고 예수님의 삶을 떠올리며 다시금 희망을 갖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성가대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신부님의 인도에 따라 거룩하고 경건한 의식이 계속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새롭게 세례를 받는 분들을 위해 크게 박수도 쳐주시고, 함께 성가도 따라 부르시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을 축하하셨습니다.
미사를 모두 마치고 스님과 신부님, 교령님은 십자가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 성탄절 미사에 함께한 박남수 교령님, 김홍진 신부님, 그리고 스님
그리고 정토회 오신 분들, 천도교에서 오신 분들, 쑥고개 성당 신도 중 임원 분들 모두 함께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해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기 전 신부님의 요청으로 스님께서 식사 기도를 해주셨는데, 공양게송의 끝부분을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이라고 하지 않으시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이라고 하셔서 모두들 한바탕 크게 웃고 즐겁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테이블 별로 3개 종교에서 오신 분들이 함께 섞여 앉아서 자기 소개도 하고 서로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에서는 내년 초파일에는 쑥고개성당 청년회와 정토회 청년회, 경동교회 청년회 3개 종교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바자회를 해서 이웃을 돕거나 체육대회를 같이 하거나 하는 등 교류의 시간을 더 갖자는 이야기가 오가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김홍진 신부님도 청년들이 원한다면 적극 주선해 주겠다고 하셨고, 스님께서도 “종교 지도자들끼리의 교류는 많이 있지만, 신자들 사이에서의 교류는 쉽지 않은 일”라고 하시면서도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의미있는 교류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성당 식구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무리 하면서 이렇게 격려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서로 얘기를 나눠보니까 마치 같은 불교인들끼리 같은 천주교인들끼리 있는 것처럼 아무런 차이 없이 의기투합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독교식 표현으로는 하나님 보시기에도 좋아보일 것 같아요. 자기 신앙을 지키면서도 좀 더 우리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나가는 일을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초파일에 저희 절에 여러분들도 많이 오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밥을 해서 주기 때문에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되거든요. 그리고 환경운동이든 구호활동이든 체육대회든 이런 교류들을 계속 이어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들이 국민 통합의 모범을 보여주어서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종교가 서로 다르지만 이렇게 함께하니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신부님께서도 “스님께서 이렇게 매년 오셔서 너무 반갑다”고 하시면서 “스님 덕분에 저는 성탄절 강론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고 이야기해 모두들 또한번 크게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녀님께서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하는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의 삶의 자리에만 눈을 두고 있었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서 더욱더 시선을 확장하게 됩니다. 오늘 이런 보람찬 시간들을 통해서 저희 삶이 더욱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수녀님의 감사 기도까지 정말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년 초파일에 정토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악수도 나눈 후 오늘 모임을 모두 마쳤습니다.
▲ 쑥고개 성당 수녀님들과 함께
성당에서 정토회관으로 들어오신 스님께서는 오후 5시부터 한겨레 신문 조현 기자와 인터뷰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조 기자님은 세계 100회 강연을 마치면서 느낀 점, 스님의 법문 내용 중에 천당이 아닌 지옥 가기를 자처하신 내용이 있는데 그 말이 주는 의미,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개봉을 둘러싼 북미 간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한국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국민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스님께 물어보았고, 스님께서는 각각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한겨레 신문 휴심정 코너에 전면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 한겨레 인터뷰
인터뷰가 끝나고 조현 기자님께 “기자님은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을 어떻게 바라 보셨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국 불교가 지난 100년 간 마땅히 했어야 하는데 해내지 못했던 일을 스님께서 이번 115일 동안 이뤄내신 것” 이라고 하면서 “불교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다” 고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교를 넘어서서 얼마나 많은 교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었나?” 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라고 기자님의 소회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청년정토회에서 송년법회를 하고 있어서 잠깐 참석하셔서 축하해주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 청년정토회 송년법회
저녁8시부터는 정토회 실무자들과 회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밤늦게까지 회의가 계속 되었고, 회의를 마친 후 업무를 더 보시다가 오늘 일과를 마치셨습니다.
내일은 인도적 지원 사업을 점검하고자 아침 일찍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에 잠깐 다녀오실 예정입니다. 모레부터는 실무자들과 함께 문경정토수련원에서 명상수련을 4박5일 동안 함께하실 예정입니다.
스님의 하루는 명상이 끝나는 31일까지 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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