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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오늘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평화재단 창립 10주년 특별 기획 대담을 녹음하셨습니다. 이번 특별기획대담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안팎으로 새로운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모색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대담은 모두 9가지의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며, 이렇게 토론된 내용은 평화재단 웹진을 통해 오는 7월부터 매주 1개 주제씩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두 번의 통일 대담이 마련 되었는데, 먼저 오전9시에는 “기로에 선 동아시아, 새로운 문명의 축인가, 낡은 문명의 충돌인가?” 라는 주제로 통일연구원 조민 박사님, 연세대 김명섭 교수님, 김성재 김대중 도서관 관장님과 함께 대담을 나누셨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깊은 관련성을 가진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의 미래에 대해 3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정치적, 군사안보적,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요인 등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담 내용이 전반적으로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봐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대담 마지막에 토론한 내용을 최종 정리해주시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도 남겨주셨습니다.
"과거 역사 속에서 현재의 동아시아를 보면 현재 동아시아의 미래는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현재 동아시아에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질서가 있는데, 여기에 중국이 부상하면서 두 패권 세력이 충돌을 할 때, 지난 역사 속에서는 대부분 다 전쟁으로 승패를 가렸습니다. 우리 한국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도 원나라와 명나라, 명나라와 청나라, 청나라와 일본, 일본과 미국, 똑같이 전쟁으로 승패를 반복해 온 것이지 협력으로 해결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새로운 문명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노력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변수는 그 전 역사에서는 없었던 세계적인 차원에서 충돌을 조정하는 유엔 기구도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경쟁 국면만 있는 게 아니라 협력적 기반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측면도 있고, 동아시아에 있는 나라들은 자체적인 각축을 할 만한 큰 세력은 아닌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변화도 가능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다 있으니까 부정적인 측면은 불식시키고 긍정적인 측면을 증장시켜서 협력 관계를 한번 만들어보자, 이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키는 한반도입니다. 일본과 중국의 충돌도 결국은 한일, 북중 사이의 한반도의 충돌로 되어 있고, 그 배후에 미국과 러시아도 결국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크게 패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남북 간의 평화를 가져오고 통일을 이루어 나간다면, 통일된 한국이 어느 쪽으로 편중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힘의 균형을 잡아주면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도 가져오는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남북이 갈등하는 측면에서는 동아시아의 협력을 추동하는 요인이 되기보다는 갈등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는데, 통일이 된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까지도 협력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통일된 한반도는 경제적으로도 세계 7,8위의 중강국 정도의 위상이 가능하고, 또 통일된 한반도의 민주주의 발전 정도는 중국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함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분권과 자치를 구현하고 복지사회와 경제민주화도 달성을 해서 문명적으로 앞서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오직 군사력과 경제력만 갖고서는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지만, 한국은 중국에 영향을 주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는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좋은 점은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한국이 이뤄낸다면 왜 중국이 못 이뤄내겠는가 이렇게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각축하는 측면에서 만약 한국이 동아시아의 협력관계를 이끌어나가고 정치군사적으로, 또 문명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그럴 때 한국은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력만으로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을 잘 만들어가는 것은 통일을 가져오게 하고, 한반도의 통일은 동아시아의 문명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높일 수 있어 21세기 말에는 동아시아 시대를 꿈꿔볼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21세기 초반에 우리가 통일 한국을 건설한다면, 21세기 중반에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21세기 후반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늘 한국의 꿈만 꾸지 말고, 이제는 아시아의 꿈을 꿨으면 합니다. 의식을 확장해서 늘 일본과 중국에 피해의식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이들이야 말로 우리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협력자들이라는 의식을 좀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본에 적대하지 말고 일본 군국주의에 대해 일본 시민들과 협력을 해서 저항을 한다던지, 중국의 높아진 시민활동가들과도 협력을 한다던지, 국가적인 협력 전략 뿐만 아니라 비국가적인 협력 관계를 확대시키는 요인도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젊은이들도 앞으로 꿈을 꿀 때 통일한국과 동아시아의 꿈을 한번 크게 꿔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담자들의 토론 내용과 스님 말씀을 들으니 한, 중, 일 동아시아 3국이 함께 가야할 미래가 결코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은 많은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대담을 마친 후 스님께서는 대담자들과 함께 평화재단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를 한 후 못다 한 이야기들을 계속 나누었습니다.
오후 6시부터는 “세월호 전과 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조민 박사님,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님과 깊이 있는 대담을 나누셨습니다. 최근 세월호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아픔을 겪었고, 아직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국가적으로도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스님께서는 전문가 분들과 세월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점들에 대해 대담자 분들과 하나 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대담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대담자 분들로부터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경청하신 후, 스님께서는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사회가 새로워져야 된다는 것에는 다 동의가 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안이 좀 추상적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개인의 도덕 운동으로 가기 쉽고, 자칫 잘못하면 반정부 운동으로 가기가 쉽고,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도 않고, 내용이 너무 커서 역량의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유가족들의 요청사항인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문책,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과 보장 등 이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진상 규명이 좀 정확하게 되어야 재발 방지를 할 때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상 규명이 좀 오리무중이고, 본질적인 것보다는 지엽적인 것이 자꾸 강조되고 있거든요. 이렇게 논쟁을 하다보면 재발방지도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정부도 솔직하게 아무런 제한 없이 투명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의혹이 안생기도록 해주면 그에 따라서 재발 방지도 분명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국가적으로는 지나친 성장 중심, 속도 중심, 물량 중심에서 안전 중심, 생명 중심으로 돈에 대한 투자도 바뀌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4대강 개발 보다는 안전 요원에 대한 훈련과 확보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거기에 따른 투자가 이뤄지면 좋겠어요. 첫째는 예방이 중요하고요, 둘째는 사고가 났다면 긴급 대피하거나 조난을 구조하는 시스템이 확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 작은 행동부터 하자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크게는 삶의 가치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할 것이냐를 성찰했으면 합니다. 환경적 가치를 생각한다던지,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던지,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던지, 양극화를 해소시킨다던지, 상대편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다던지, 이렇게 사회 전체의 삶의 방향이 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가치관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가치관이 적립이 되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직업 윤리 의식을 확보하는 것, 사회는 이를 보장하고, 이런 광범위한 운동이 함께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단체가 이것을 다 할 수는 없고 역할을 좀 나눠서 서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위험 요인을 발견해서 예방하자는 운동 단체, 진상 규명을 해주는 단체, 도덕적 운동을 하는 단체, 정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정치적인 단체 등 이런 여러 단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각계 각층이 해 나가야 할 다양한 역할에 대한 스님의 제안에 대담자들도 모두 깊이 공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담을 마치면서 스님께서는 고통을 딛고 일어서야 할 국민들을 위해 당부의 말씀도 남겨주셨습니다.
“우선 종교인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이런 도덕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역할을 종교인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종교인들이 못하지 않았나 반성합니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도 사실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책임의 가장 큰 부분을 져야 할 사람이였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반성과 사과를 드리고요.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우리 국민들이 개인 윤리 의식은 있는데 직업 윤리 의식은 너무 희박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기가 선택한 직업이 갖는 역할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로서의 직업 윤리, 교수로서의 직업 윤리, 공무원으로서의 직업 윤리, 이런 직업 윤리의식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는 결국 모든 변화가 제도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그럴려면 정치가 변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적 책임을 좀 져주면 좋겠어요. 더 이상 지나친 이념이나 지역주의, 혈연주의에 연연해하지 말고 투표에 임했으면 합니다. 대통령을 뽑을 때는 정말 그 사람이 대통령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느냐가 초점이 되어야 합니다. 도지사, 시장, 군수도 그 사람이 그 역할에 맞느냐가 초점이 되어야 합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안져주면 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도자를 뽑는 국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이 분명해지면 좋겠습니다.”
스님께서 직접 종교인을 대표해서 사과의 말씀을 하시니 대담자 분들도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한국사회는 크게 시대 구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스님 말씀처럼 희생자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계기로 한국 사회를 새롭게 재정비하는 운동이 일어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반성과 성찰, 대안까지 모색해보는 풍성한 대담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대담에 함께 해주신 분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후, 평화재단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시다가 정토회관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내일은 해운대법당에서 불교기본의식 제 5, 6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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