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6.12. 계룡대 강연, 10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

스님께서는 오늘 새벽 2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하셔서 잠시 눈만 붙였다가 630분에 김제동씨를 만나 영국 강의 갔다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730분부터는 평화재단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 참석하셨습니다.

그동안 종교인 모임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습과 앞으로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 몇 차례 논의를 해왔습니다. 유가족들이 요청한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1천만명 서명동참에 대해서 지원하기로 하고, 7월초에 종교인모임 주최로 하여 여야 정치인과 전문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하여 우리가 어떠한 나라를 만들고 싶고 어떤 사회애서 살고 싶은 지의 의견을 국민적으로 수렴하는 행사를 해보기로 하면서 모임을 마쳤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계룡대에서 강연이 있는데, 15분경에 계룡대에 도착해서 먼저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님과 만남을, 이어서 최차규 공군참모총장님과도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 계룡대 강연은 공군에 계시는 스님께서 추진해 오셨고 공군과 해군이 함께 해 주셨다고 합니다.

 

2시부터는 약 700여명의 계룡대에 소속된 해군, 공군들과 함께 즉문즉설이 있었습니다. 육군은 수가 많아서 따로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사전에 11개의 질문을 받았지만, 스님께서는 현장에서 직접 질문을 해야 재미가 있다고 하시면서 즉석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군인 조직내라서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즉석에서 질문을 하고 스님께서 답을 하셨습니다.

     

죽음 이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데 산다는게 무엇인지 묻는 공군 장병, 어릴 때 꿈을 실현하려면 직업으로 실현하게 되는데, 그럼 직업이 인생의 종착역 같다는 분, 군이라는 조직이 합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직인데, 살생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데, 군종법사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가까운 사람이 암 말기인데 자연치유를 해야 하는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인 분, 군인으로 살면 안정적이긴 하지만 포기해야 할 것이 더 많게 느껴집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어떤게 진정한 행복인지 묻는 분, 애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쿨한 엄마가 되어야지 했는데. 막상 걸어다니고 말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영재 교구를 사줘야 하는지, 어떤게 잘 키우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는 여성장교, 늦게 군대온 편인데, 어린 사병들과 생활하다 보니 세대차이도 느끼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마음을 쓰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를 잘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병, 아들의 친한 친구가 군에 있으면서 자살을 했는데, 친구의 아버지와 아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묻는 분, 아기가 커가면서 어른행동을 따라 하는데, 자신의 단점을 배우게 될까 고민이 되는 여성장병, 해군에서 사물놀이팀을 하고 있는데, 음악적 성향은 한 뜻인데, 안보이게 많이 싸우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팀으로 발전할 것인지 고민인 분,  아버지가 군 생활 20년하고 전역한 후 사업을 하는데 잘 안되는 것 같은데도, 자꾸 사업을 확장하는데 아버지를 말려야 하는지, 그대로 둬야 하는지 고민인 여성장교등 모두 11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 수는 없지만, 군인으로 살면서 포기해야 할 것이 더 많게 느껴집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제가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그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군인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적습니다. 아는 선배는 가족이 필요할 때 옆에 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하는데, 어떤게 행복한 삶인지 궁금합니다.” 라는 질문을 들으시고 스님께서는 군인이라서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러면 군인이 더 못하는 것이 많을까요? 스님이 못하는 것이 더 많을까요?”라고 질문을 하니 참석한 군인들이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세속생활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 스님이 되는 것입니다. 보통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물고기가 낚시밥을 무는 것이 그 순간은 행복하지만 죽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군인이 일반직장보다 월급도 적고, 차도 못하고, 언제, 어느때라도 호출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등 기업의 일반직장을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일반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군인보다 심리적인 압박을 더 많이 받습니다. 돈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돈값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 일반인들은 집에 자유롭게 있고 싶을 때 있을 수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가족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군인보다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일찍 출근하고 밤 늦게까지 일하고 또, 친구들이랑 술도 한잔하면 12시나 되어야 집에 들어오고 또, 새벽에 나가야 하는 일과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군인이 더 적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직장의 안정도는 군인이 더 안정적이지 않습니까?”라고 스님께서 답을 하니 다시 질문자는 정년도 보장되고 안정적으로 평생 월급을 받고 생활할 수 있고, 우리 가족들은 큰 풍파없이 안정적으로 살 것입니다. 그리고 군인으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되겠지만, 이렇게만 사는 것을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런 것은 하기 어렵습니다.”

     

스님께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족들과 해외여행가서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더 형편좋은 사람과 비교하면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나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군인 밖의 생활을 하면 해외에 갈수는 있겠지만, 돈이 없어 실제로는 못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해외여행이나 해외에서 보내고 싶으면 군대 내에서 업무를 대사관이나 해외 파견업무를 맡으면 됩니다. 아니면 군대 생활을 제대한 후에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은 자기 원하는대로 다 안됩니다.

 

평소에 스님이라고 삼배하고 우러러보지만, 그런 대신에 여러 가지 자유가 속박 받는 것입니다. 선생님들도 그렇습니다. 선생님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속박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직업윤리입니다. 세월호 사고에서도 선장이나 선원들이 지탄을 받는 것은 직업윤리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윤리의식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직업윤리의식은 굉장히 부족합니다.

     

이 정도의 속박은 군인이 될 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이 속박이라고 생각되어 불편하면 떠나야 합니다.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지만, 지금처럼 자주 못보기 때문에 더 애틋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부부 같이 있으면 싸움만 납니다. 뚝 떨어져 있는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가까이 못 있어서 정이 더 붙는 것입니다. 은퇴해서 남편이 집에 있으면 거의 대부분의 부부가 싸웁니다. 적당히 떨어져서 아쉬움이 있어야 정성을 더 들이게 됩니다.

 

양적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동안에 잘 해주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집에 있으면서 짜증, 성질 부리는 것보다 떨어져 있다가 가끔 보게 되었을 때 더 잘해주는 것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알 수 있게 됩니다.”라며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함을 일러주셨습니다.

     

이렇게 2시간 30여분동안 계룡대 군인들을 대상으로 즉문즉설을 마치고 저녁 8시에는 평화리더십 아카데미 10기 졸업식이 있어서 바로 서울로 이동하셨습니다.

     

720분경에 평화재단에 도착하셔서 저녁공양을 드신 후 스님께서는 10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졸업식에 참석하셔서 축하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제 우리가 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오늘의 선택은 내일을 만듭니다. 지난 백년을 돌아보면 아쉬운 몇 장면이 있습니다. 갑신정변이나 동학혁명이 성공했더라면, 그게 실패했더라도 나라를 뺏기지 않았다면, 빼앗겼더라도 더 처절히 싸웠더라면 하는 순간들입니다.

내우외환이라고 하지요.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안으로는 정비되지 않은 혼란이 사회를 정체시키고,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으로 분단이 지속되고 새로운 냉전 속으로 휘말리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추어 보면 굳이 살아보지 않아도 30년 후가 부정적으로 예측이 됩니다. 좀 더 긍정적인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데도, 과거의 습관대로 살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회를 바꾸는 데는 희생이 따릅니다. 지금이야 민주화, 산업화를 어느 정도 이루어서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월남전이나 중동사막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민주화에는 어린 학생들의 목숨이 담보되었습니다. 최근의 경우를 보면 3년 전 이명박 정부 때는 일본과 군사 협력하는 것에 대해 그래도 사회적으로 큰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슬그머니 지나갈 것 같은 조짐을 보입니다.

 

문제제기를 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줄 세력이 필요한데 그런 세력이 없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평화재단은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면 동아시아의 변방국가로 전락한다는 문제의식에서 10년 전 창립되었습니다. 삼일운동이라도 있어서 우리 민족은 자긍심을 갖습니다. 실패했지만 국민들 간에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막아보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평화재단의 10년 전 예측은 맞았지만 현실에서 통일이나 복지와 민주화의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남 탓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이정도 씨앗이라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싹 틔우고 자라게 한다면 한 세기 후에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평가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사회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바쁜 현실은 이해하지만 현실을 딛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야 새로운 미래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수료식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선택을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활동 기대하고,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인사말씀을 끝내셨습니다.

  

오늘 졸업식에는 38명이 수료하고 10명은 개근상을, 6명은 정근상을 받았습니다. 개근상을 받은 분중에는 통영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참석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개근상을 받으신 분들과 기념촬영을 하셨습니다.

     

이어서 밤 9시부터는 기획위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정토회관으로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다 되어 갑니다. 어제 새벽 2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하시고 새벽 630분부터 움직이기 시작하셔서 다음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하루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피곤이 쌓여 있는 가운데도 쉴틈없이 주어진 일에 묵묵히 임하시는 스님의 모습.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먹먹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내일은 춘천, 강릉 강연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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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선

스님의 하루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한 순간되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는 것...부처님의 생애도 그러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거룩한 스스님들에게 합장 올립니다..._()_...

2014-06-16 01:55:55

키모사비

고맙습니다

2014-06-15 23:33:20

김홍주

스님의 24시를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스님~~~부디 건강하세요.

2014-06-15 12: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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