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6.10.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회향, 교사멘토링-서울 종로

스님께서는 오늘 새벽 2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하셔서도 업무를 보시다가 아침 730분 외부에서 진행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국민통합회의조찬모임에 참석하셨습니다.

     

오늘 모임에서는 오는 19일에 있을 심포지움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논의에 앞서 이번에 국회의장이 되신 정의화 국회의장님께 꽃다발을 전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지자체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하신 분들에게도 위로의 꽃다발을 전해주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돌아오셔서 10시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1130분에는 점심공양을 겸한 사회인사와 만남이 있었습니다.

     

오후2시부터 4시까지는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린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회향식에 참석하셨습니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은 도법스님과 김민해 목사님을 비롯하여 순천사랑어린학교 학생들 20여명으로 구성되어 지난 32화쟁이라는 깃발을 들고 제주에서부터 시작하여 전국을 발로 걸었습니다. 특히 좌우대립과 동족상잔의 역사 현장을 찾아가 위령제를 지내는 등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오늘은 지난 100일 간의 순례를 회향하는 자리입니다.

 

순례단은 편지를 통해 그간의 소회를 밝힌 뒤 전국 각지에서 떠온 물을 한데 모으는 합수식을 봉행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께서는 행사를 지켜보신 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다짐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이런 저런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종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민족 간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 계급 간의 갈등등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면서 수없는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단에 꽃들을 한번 보세요. 꽃의 종류가 서로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지만 어우러져서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다름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고 그래서 다양함의 풍요로움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이해 위에 우리가 대화를 한다면 갈등 보다는 화합을 이루기가 쉽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는 많은 갈등과 상처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화쟁코리아 순례단은 그 상처가 있었던 곳을 하나하나 방문해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저희들 또한 그 가운데서 남북 간의 갈등, 또 남북문제를 둘러싼 남한 안에서의 갈등, 이 문제들을 치유하고 대화를 이끄는데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참석자들 모두 차분히 스님의 말씀에 경청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작년부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회의를 구성하셔서 여야, 중도, 진보, 보수, 종교, 시민사회계의 사회지도층을 광범위하게 만나시며 한국 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계시는데요. 그동안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이 해온 노고를 격려하시면서, 앞으로 갈등을 치유하고 대화를 이끄는데 스님께서도 더욱더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주셨습니다.

     

오늘 교사 멘토링이 있는 종로구민회관에는 530분부터 일찍이 강연장을 찾아오시는 선생님들의 발걸음이 설레임으로 가벼워보였습니다. 스님의 교사멘토링에 기대를 가지고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강연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드디어 기다리던 스님의 서울교사멘토링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총 8분의 선생님들이 각자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교육현장에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갈등에 대하여 스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학급에서 폭력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과 매우 산만한 학생으로 인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고민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대하며 자꾸 화를 내어 학생들에게 죄책감이 드는 초등학교 선생님, 피해의식으로 과민반응을 하는 학부형으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아 불안해하는 중학교 선생님, 학생들을 지도하는 면에서 동료교사와 교육관이 서로 달라 갈등을 겪고 고민하는 선생님,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승진과 승진 포기를 놓고서 고민하는 선생님, 우리나라를 떠나 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현명한 가르침을 주고 싶은 고등학교 선생님, 사교육 교사이지만 바르게 학생들을 지도하며 바른 교사의 길을 가고 싶어 고민하는 선생님,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무기력하며 반응이 늦은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선생님 등 다양한 고민들이었습니다. 그 중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5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가르쳤으나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내어 스스로 가르치는 것을 잠깐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여, 휴직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교사인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아이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로 학생들을 지도한 것에 아이들에게 죄책감이 들고, 복직하면 아이들과 가볍게 잘 지내고 싶은데 다시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예전처럼 여유가 없어지고 자꾸 하던 대로 엄격하게 대하게 될까봐 고민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에 자신이 공부를 더 해야 되기 때문에 대학원을 간다면 옳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자꾸 화를 내어서 괴롭다면 수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해야지 대학원에는 왜 가는가 하시며, 자기 마음 다스리기를 하고서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대응하는 능력이 안 생겼기에 복직해도 또다시 똑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육의 중심에  학생이 있어야 하는데 학생이 교사 자신의 기준에 맞추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을 때에 화를 낸다는 것은 교육의 관점을 놓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구구단이 쉽지만 아이들은 구구단을 수없이 외우고 잊어버리고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똑같이 가르쳐도 일주일이면 다 외우는 아이들이 몇 명쯤 생기고, 그 다음 일주일을 거쳐 이제야 다 외우는 아이들이 얼마 생기고, 어떤 아이는 몇 개월 또는 1년을 지도해도 외우지 못하기도 합니다. 등산을 해도 늦게 오르는 사람이 있고 잘 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으로서 잘 못하는 아이를 지켜봐주고 별도로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에 왜 화를 내는가? 아이를 위해서 교사가 있어야지, 교사를 위해서 아이들이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1학년 수준의 학생은 1학년 수준에 맞게, 3학년 수준의 학생은 3학년 수준에 맞게 내가 저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도와주어야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성장해 가는 데에 있어 지적으로든, 사회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훈련이든 그것을 배워나가는데 도와주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들을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공부가 부족한 아이는 공부를 좀 더 가르쳐주고, 생활 습관 면에서 부족한 아이는 그 부분을 도와주고 마음이 무겁고 우울한 아이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 기분을 밝게 해주는 것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알아도 학교에 복직하면 자꾸 관점을 놓치게 됩니다. 그럴 때 화가 나면 나를 보며, ‘학생을 위해 내가 있는데 나를 위해 학생이 있다고 생각하는구나하고 다시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며 점점 나를 개선해가야 것입니다. 아이들도 1학년에서 2, 3학년이 되어가면서 바뀌어 가듯이 나도 선생님으로서 자질이 점점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라며 선생님으로서 어떤 입장에서 아이들을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신규 교사 시절에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대하고 열심히 지도하였으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오해하고, 물건 정리를 지도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학부모가 항의를 하더니 나중에는 고소까지 당하게 되었으나 반 아이들이 붙잡고 다른 학부모가 탄원서를 써주어 교사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맡은 아이 중에 자해도 하고 자꾸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있어 타이르기도 하고 기다리려주기도 하였으나 좋아지지 않아 부모님께 전화 드려 함께 힘을 모아 지도하고자 하였더니 왜 전화했냐며 학부모가 욕설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집에 와서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두렵고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고 고민을 내어 놓았습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 선생님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사람들을 정상적으로 대하지 못하고 너무 예민한 상태에 있으니 선생님이 먼저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육체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치료를 받듯이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두세 살 때 목욕탕에 빠져서 죽을 뻔 했다면 그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절대로 수영장에 안 가려고 하고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럴 때에는 어릴 때 놀란 것에 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선생님도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하면서 상처를 받은 것이니 이에 대한 치유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치유를 받아도 앞으로 살다보면 이런 일은 늘 겪게 됩니다. 장사를 해도 멀쩡한 것을 가지고 와서 가짜를 팔았다고 하든지, 식당을 해도 음식이 잘못되었다고 항의하며 공짜로 달라고 하고 한다든지, 공무원을 해도 참으로 다양한 민원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이렇게 특별히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것입니다. 이렇게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착한 아이가 있고, 공부를 잘하는데 착하지 않은 아이가 있고, 공부를 못하는데 착한 아이가 있고, 공부도 못하고 착하지도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여자인데 여자에게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고, 여자인데 남자에게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남자인데 남자에게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고, 남자인데 여자에게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양성애자도 있고 무성애자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이와 같이 사람들은 다양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학급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부모는 더한 수준으로 난리를 피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아 전이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러한 학부모에게 전화로 상담을 할 때에는 그 아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그렇게 못했다면 아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인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니까 선생님의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런 것에 대하여 연구가 필요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을 지켜보고서 아이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이 아이는 이것을 도와주어야겠구나, 이 아이는 이것이 필요하겠구나를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사 혼자 해결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거나, 학부모에게 자신의 지도 방법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 뒤에 자신의 교육관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지도를 하거나, 교장선생님께 협조를 구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사가 그러한 노력을 하면 개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연구를 하고 정성을 쏟으면 개선될 확률이 높으므로 그렇게 정성을 쏟을 뿐입니다. 선생님이 그런 학부모를 만난 것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학부모는 늘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껏 안 만났다면 오히려 그것이 운이 매우 좋았던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일상적인 것으로 보고, 연구하고 연습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안 만났다면 올해는 편안한 것이고, 어려운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났다면 올해 내 역량이 커지는 것입니다.”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때로는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세 시간 가까이의 긴 강연이었지만 강연이 끝날 때까지 모두가 숨죽여 스님 말씀에 집중하였습니다. 스님의 생생한 경험담과 혜안을 통한 상황의 바른 이해로 모두가 공감하는 고민을 너무나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어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책 사인회에서 사인을 받을 때마다 많은 분들이 허리를 굽혀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깍듯이 인사하시는 모습에서 스님을 교육경험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인생의 멘토로서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또 지혜롭게 실험하고 연구하듯이 교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시는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강연장을 떠나는 선생님들에게서 다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해 나갈 희망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해운대법당에서 불교 기본의식 3,4강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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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제

감사합니다 마음에 새기며 나를 중심에 두지않고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도록하겠습니다

2014-06-14 09:08:42

혜향

문제가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안 만났다면 올해는 편안한 것이고, 어려운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났다면 올해 내 역량이 커지는 것입니다.” <br />스님의 혜안으로 바라본 말씀 너무 감동입니다.^^ <br />더 많은 교사들이 스님의 지혜로 아이들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br />

2014-06-12 18:00:04

주디

스님 감사합니다.

2014-06-12 14: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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