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6.8. 전국 거사회 모임 이틀째

전국 거사 대회 이틀째 아침이 도량석과 함께 새벽 5시에 시작되었습니다. 각 방에서 정토회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고 울려 퍼지는 300여명 거사들의 천일결사 기도 소리는 웅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침공양 후 바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밤사이 내린 빗방울로 오늘 산행이 더욱 가볍고 상쾌할 것 같았습니다. 30여분 갑사까지 묵언 명상으로 올라가 약사여래불을 친견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스님께서 계룡산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계룡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845미터인 천황봉이고, 오늘 우리가 계곡 따라 올라가는 곳은 부처님 세분이 앉아 계시는 것 같다는 삼불봉이며, 계룡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관음봉과 삼불봉 사이의 능선이 톱니바퀴 모양인데 그 모습이 닭 벼슬 같다고 하여 계룡 즉, 닭의 머리처럼 생긴 용이다 하여 계룡산으로 불립니다. 또한 북쪽의 명산 신의 머리에 해당하는 상악이 묘향산이고, 신의 배에 해당하는 중악이 계룡산, 신의 발에 해당하는 지리산이 하악입니다. 그래서 계룡산 신원사에 중악단이 있고, 계룡산은 길지라 하여 정도령이 800년 운이 가는 나라를 세워서 도읍을 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는 말씀을 들으니 계룡산이 한 눈에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갑사가 일반 사찰과 다른 점은 개울 건너에 서산대사사명대사영규대사를 모신 표충사가 있고,  계룡산은 산은 작지만 가파르고 돌산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자는 당부의 말씀을 듣고, 금잔디고개로 출발하였습니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이였지만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와 도반들과의 담소가 힘이 되어 1시간 20분 정도 만에 금잔디고개에 도착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하여 정리해 주시면서 오늘 천도재의 의미를 세 가지로 풀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환웅천왕님께서 백두산 아래 5901년 전에 신시를 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환인의 한나라에서 출발해서 3천 여 무리를 이끌고 동북아 대륙으로 오셨습니다. 백두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 대륙에서 제일 높은 산입니다. 올해가 개천 5901년입니다. 그렇게 내려오다가 단군이 왕위에 오른 것이 4347년 전입니다. 환웅천왕님이 배달나라를 건국하시고 1565년간 지속되다가 다시 단군왕검님께서 조선을 건국하고 2천여 년 간 지속되다가, 분열되어 여러 나라로 나뉘어졌습니다. 그 중 해모수가 건국한 부여가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이를 계승한 고주몽의 고구려등 다섯 나라가 병렬되었는데 고구려, 백제, 신라, 부여, 가야 5국 시대입니다. 다시 3국 시대와 2국 시대를 거쳐 발해 멸망 후 영토가 한반도 내로 축소되었습니다. 고려를 계승한 조선왕조는 스스로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며 사대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민족정기도 한반도에 국한되었고 일제침략을 받다가 해방이 되면서 남북이 분단되어 지금까지 갈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삼신인 환인, 하느님, 환웅천왕님, 단군왕검님을 섬겼습니다. 고구려는 자기 조상신인 고주몽을, 부여는 해모수를, 신라는 박혁거세를, 백제는 온조왕을, 가야는 김수로왕을 섬겼습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 조선의 이성계 등 역대 왕들과 민족을 수호하기 위해서 희생한 수많은 호국영령이 있습니다. 나라에 어려움과 혼란이 있을 때 높은 산에 올라가서 재단을 쌓고 천제를 지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므로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나라의 국태민안과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산악이 많아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은 산을 뚫고 고개를 넘어가는 것입니다. 고개를 넘는다는 것은 자유와 행복의 나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고개를 넘어가는 것은 고통을 넘어가고 이상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금잔디고개에서 고통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을 위한 천도재를 같이 지내고자 합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하늘과 조상님 그리고 호국영령들께 감사하고 민족상잔에 희생된 젊은이들과 세월호 아이들의 넋을 기리는 천도재를 엄숙하게 진행 후 숙소로 내려왔습니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개인 짐을 정리한 후 다시 숙소 야외마당에서 즉문즉설이 진행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시간 배정을 위해 질문자를 파악하여 순번을 정해주셨는데 마지막 번호가 14번이었습니다.

팔순이 넘은 아버지에 대한 불편함, 성격이 감정적이고 예민한 고민, 이혼한 아내와의 관계, 수행법에 대한 궁금증, 직장상사의 불공정한 처사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통일에 대한 의문점, 정토 학교에 대한 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중 해운대 법당 거사님께서 인생수업 책을 읽었는데 하지 않겠다는 것도 욕심이라고 하신 말씀이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6년 정도 직장생활을 더 하면 사회생활 30년째가 됩니다. 그때는 둘째가 대학을 졸업하게 되니 그때 돈벌이는 그만 두겠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욕심이면 욕심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6년 뒤는 그때 가서 생각하세요. 그게 망상입니다. 또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렇고 저렇고 단정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은 나는 뭐 안하겠다는 사람이 할 일이 없는 사람일까요?

할 일 없는 사람은 일하러 가자면 따라가야 해요.  왜 할 일이 없으니까?

가자고 하면 가고 밭 메라하면 해야 해요. 하다가 그만해라 하면 그만두고, 돌아가라 하면 그냥 오면 됩니다. 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대충 언제쯤 해야지 라고 그려볼 수는 있겠지만, 너무 각오하고 정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스님도 안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순리대로 살면 안할 확률이 높을 뿐이지 굳이 단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거사님께서 지금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씀인데, 어쩜 그것은 큰 욕심은 아닐 수 있으나 그것도 욕심입니다. 작은 욕심이라도 욕심입니다.

우리가 뭘 해야겠다는 것은 다 욕심입니다. 용어를 약간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 일이 안되었을 때 괴로우면 욕심이고, 괴롭지 않으면 욕심이 아닙니다.

심신명 첫 구절에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좋고 싫음에 끄달리면 항상 괴로움이 발생합니다. 무엇을 해야지 또는 안하겠다는 것은  욕심의 일부입니다.

 

정토회는 선거로 대의원과 총무를 선출합니다. 투표권자는 발심행자 이상이고, 피선거권은 서원행자에게 있습니다. 출마자가 따로 없습니다. 그럼 누구를 대상으로 투표를 하느냐 하면 서원행자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를 합니다.

누군가 내가 총무 해야지? 하면 이것은 욕심입니다. 그러면 총무자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욕심을 내면 수행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투표해서 선출되었는데 안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보살이 아닙니다.

잘 보이고, 잘 하고 싶은 것은 욕심입니다. 그냥 하라면 하고, 가라면 가면 됩니다.

남자들이 가장의 책임감이 없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너무 가져도 문제입니다.

     

직장에서 명퇴를 당하면 그걸 가족에게 숨깁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집에 와서 가족들 모아놓고 이야기 하고 오늘부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직장을 가질 때까지 협조를 구하면 됩니다. 아이들 용돈과 생활비 줄이고 직장 구할 때까지 같이 노력하면 됩니다. 그래야지 본인도 편하고 아이도 편합니다.

깨달음이라는 상을 짓고 얻으려하면 돈과 권력을 얻으려는 상과 마찬가지로 수행이 아닙니다.

 

삶은 가벼워야 합니다. 너무 무겁게 짊어지고 가지 마십시오.

스님도 공부가 덜 되었으면 통일 문제를 짐으로 앉고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이상을 금방 현실화 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상만 추구하면 공허한 사람입니다. 수행자는 이상을 향해 현실에 두발을 딛고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됩니다.

이 과정은 물이 끓는 것처럼 진척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수행의 가장 기본은 꾸준히 계속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맨 마지막 하신 말씀처럼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야 합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말입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과 수행적 관점을 짚어주시는 말씀을 뒤로하고 다음 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거사님들의 재능 기부에 대한 설문조사와 세 분의 사례 발표, 묘당법사님과 김환기 거사님의 인사 말씀으로 제1회 전국 거사 대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거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해 주시는 스님의 환한 웃음에는 정토회 거사회가 우리 사회 변화의 씨앗과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약속과 다짐의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법회 시작 전 낭독한 세월호 발원문을 되새기는 악수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가슴에 깊이 새겨 잊지 않겠습니다.’

     

스님께서는 내일 부산, 창원 강연을 위해 부산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전체댓글 5

0/200

박운규

행복한 1박 2일이었습니다

2014-06-11 09:01:59

전해종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4-06-10 17:41:59

행복

가볍게 살라하십니다. 기도를 놓치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 저녁 가볍게 하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4-06-10 10:04:0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