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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저녁, 스님께서 워싱턴을 떠나 LA를 향해 비행기로 미대륙을 횡단하시던 때, 캘리포니아주 쿠야마에 있는 LA정토수련원에서는 70여명에 달하는 정토 회원분들이 점등식과 탑돌이를 준비하고 연등을 밝혀 어둠을 조금 밀어내고 각자의 소원을 그 자리에 채우며 탑돌이를 하였습니다. 정토수련원을 세바퀴 돌며 어떤 이는 가족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안녕을, 또 다른 이는 세상의 평온을 기원하였고, 마음 한편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을 연등의 조그마한 불빛에 싣고 탑돌이를 마쳤습니다. 스님께서는 5시간 30분 비행기를 타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셨지만 3시간의 시차로 인하여 밤 10시 30분이 되어 수련원에 도착하셨습니다. 수련원에서 내일 행사를 준비하던 자원활동가들은 삼배로 스님의 LA방문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5월 4일새벽 4시 30분, 신새벽을 알리는 목탁소리와 함께 5시 정각에 아침예불을 시작으로 5월 4일 석가탄신일 봉축법회의 하루가 열렸습니다. 아침예불을 마치신 스님께서는 6시 30분에서 7시까지 꽃잔디를 깔아둔 것 같은 꽃길을 산책을 하신 후 7시 30분경 아침공양을 마치셨습니다. 이어 봉축법회에 앞서 속속 쿠야마 정토수련원을 찾아 멀리서부터 바쁜걸음을 재촉하신 여러 신도님들을 환영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셨습니다. 저 멀리 오레곤주의 포틀랜드,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샌디에고, 그리고 오렌지카운티와 LA카운티에서 약200명에달하는 신도님들이 이번 봉축법회에 참석을 하여 부처님께서 이땅에 오신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시 30분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만중생의 해탈을 기원하는 헌향, 부처님께 지혜를 구하는 헌등, 그리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의미의 헌화가 이어졌습니다.
11시 10분, 봉축 기념법문을 통하여 스님께서는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현재에 사는 우리불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진정한 불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부처님의 탄생, 즉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심과 관련하여 이를 신앙적/종교적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인류 문화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설법을 해주신 후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라는 붓다의선언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바에 대해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즉 신들의 세계와 인간세상을 통털어 내가 가장 존귀하다는 일성중 나아(我)자를 쓰는데, 아는 세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이라는 생명존중사상, 두번째는 내가 제일 귀하다는 인권존중사상이며, 셋째 조금 더 나아가면 깨달은 자가 가장 귀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어리석어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고, 자기를 귀하게 여기지도 않으며, 깨달음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늘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들을 깨우쳐서 그들도 나처럼 괴로움이 없는 해탈과 열반을 정득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붓다의 선언입니다. 즉 그 어떤 사람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이 붓다의 인간존중선언, 생명존중선언, 인권선언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탄생 일성은 두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해서 자유롭고 행복한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의미입니다.
다른 또 하나는 내 주위에 있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깨우쳐서 그들 또한 자유롭고 행복한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 이렇게 둘로 나뉘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우리 불교도들이 이 뒷구절을 잘 알지 못합니다. 이걸 모르기 때문에 불교의 사회적 실천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이 사상이 대승불교에 가서 상구보리(지혜)와 하화중생(자비)의 사상으로 정립되었습니다.”
봉축법문이 끝나고 대중은 욕불, 희사, 그리고 마정수기의 의식을 통해 미래세에 부처가 되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일체영가님을 위한 천도재를 지낸 후, 점심 공양을 하시고 바로 사인회 및 사진촬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너무도 많은 신도님들이 사인회와 사진촬영에 참석해 주셔서 2시로 예약되어 있던 즉문즉설에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오전에 봉축법회를 통해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었음에도 즉문즉설 시간이 되자 다시한번 정토수련원이 가득 차 대중들의 법에 대한 갈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즉문즉설에 앞서 스님께서는 해외지부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번역팀에서 영어번역봉사를 하고, 또한 해외정토회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고 있는 후기성도교회 신자인 제럿에게 가장 멀리서 온 기념으로 스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책을 증정하셨는데, 제럿과 그의 부인은 무려 11시간이 넘는 거리를 손수 운전하여 이번 점등식과 봉축법회에 참석을 하는 정성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책 증정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즉문즉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몸이 성치 않으신 90대의 어머님을 모시는 것과 관련하여 질문을 하였습니다. 어린 자식들은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시는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질문자 내외는 여건상 직접 모시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양로원에 보내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자식으로서 어떤 것이 진정한 도리인지에 대해 질문을 하였고,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부모의 의무는 자식을 스무살 때까지 보살피는 것이고, 자식이 부모를 보살피는 것은 보살필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늙으신 분들을 돌보는 행위는 고귀한 것이라 말할 수는 있습니다. 이것은 잘하는 일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돌보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모를 돌보는 것은 선한 일에 속하며, 이를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법을 공부하는 것은 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니, 이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내서 행동을 하는 것이 진정한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변명을 하지 말고 선택을 하신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대신 양로원에 모시기로 하였으면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모시면서 나쁜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불교를 공부하던 중 계속해서 들었던 고민에 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현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자로서 어떤 원칙이나 기준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에 참견하지 말라고 가르침을 주셨는데, 직원의 나쁜 점을 보면 이를 고쳐줘야 하는지 궁금해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육방예경, 혹은 선생경에 나와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이를 다시 현대적인 관점에서 운영자와 종업원의 입장으로 나누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운영자는 자신의 회사를 위해 종업원을 채용하는 것이므로,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장으로서 손해 보지 않는 한 가장 많이 주려고 노력을 해야 하며, 이러한 상대방을 위한 행위는 결국 자기 자신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사람의 성격을 고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성격은 본인 스스로 자각해서 고쳐야 하지만, 옆에서 조심스럽게 제안이나 지적을 해줄 수는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마음나누기를 폭넓고 심도 있게 해야만 개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므로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친정아버지가 작년 2월에 쓰러져 병원에 계시는데 의식도 온전치 못하며 고통이 심한 상태라, 이를 보기가 무척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상황이 최근에 자주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9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고, 몇 년 전에는 여동생이 암으로 죽었다고 하였습니다. 성격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상황이 되면 너무 마음이 힘들어 어떻게 해야할 지 스님께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의 성격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그 성격이면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몇 달 울고, 동생 죽었을 때 몇 달 울고, 또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몇 달 울고…성격적으로 계속 반복될 뿐입니다. 내 주위에 누가 자꾸 죽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나이가 먹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자기의 성격, 혹은 사유체계가 아직 소아적 체계에 있으니, 자기 심리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성격은 갈수록 상처가 커지게 됩니다. 아버님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싫다는 것은 아버님이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니 비록 고통속이더라도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란다면, 마음을 바꾸어서 이렇게라도 살아계셔서 다행이라고 마음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이후 의식이 없는 상태에 계신 분들과 관련하여 안락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또 일베와 같은 단체가 성행하는 원인과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다섯 번째 아이를 9월에 낳게 되는데 부모로서 자식을 불법에 귀의하게 하는 법에 대해서도 스님께 덕담을 구하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두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으로 질문자들과 대중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4시가 되어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남은 27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법당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며 저녁 공양을 마치고 6시30분이 되어 바로 LA공항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밤 11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떠나신 스님의 5월 4일의 하루는 그렇게 다시 길 위에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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